이삼 스님 / 정악 상령산
가을 단풍을 찍고 또 찍고~ 그저 매년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렇게
숨가쁘게 수 년을 지내왔다. 물론 본격적인 건 몇년 안 되지만~
사진을 찍기만 했지 다소곳이 시간을 내어 정리를 해 본 적 사실
많지 않다. 도대체 사진은 얼마만큼 찍었고 앞으로는 어찌 할거며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더 신경써야 할지를 차분히 생각해
보는것도 나쁘진 않을것 같았다.
전편에 이은 2편이 되겠습니다
dslr 로 바꾼후 첫 출사가 바로 이 마곡사였다. 뭐 카메라 라는게 대체로
조작이 거의 비슷하지만 첫 카메라로 찍은 사진 치고는 꽤나 근사하게
촬영이 된 셈이다. 그 이후로 두 세차례 마곡사를 더 갔지만
첫 출사 만큼의 사진은 얻을수가 없었다.
당연 단풍의 품질 때문이다.
사실 마곡사에는 단풍나무가 몇 그루 되지도 않는다. 항상 그렇듯이 量이
많아야 質이 꼭 더 좋은건 아니다. 마곡사의 단풍이 딱 그러하다. 때만
잘 맞추면 그 몇 그루의 단풍이 어마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느껴지는 건 저 단풍나무는 심어서 지금껏 단 한번도 가지 치기나
무슨 인공적 가미를 한것 같지는 않다. 단풍나무의 특성은 몇 백년이
지나도 키가 그리 크지 않으며 흉측하게 제 멋대로 가지를 뻗지도 않는듯
하다. 흔히 아파트 단지에서 조경수 관리한답시고 나무 가지를 자르며 단풍
나무까지 자르는 미련한 짓들을 더러 하는데, 한번 잘린 단풍은 다시는 그
아름다운 잎이며 가지를 보여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혹 수십년이 지난다면
어떨지는 모르지만~ 허나 내 생각으로는 그게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너희가 나를 이렇게 마구 대한다면
다시는 아름다움으로 너희를 기쁘게 해 주진 않으리라~ "
단풍의 입장에선 뭐 이런건 아닐까? 마곡사건 그 어디건 멋진
단풍나무를 볼 때마다 나는 늘상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굳이 이런 얘기를 적는 것은 혹시 여러분들이 거주하는 동네에 조경수 나무
가지 치기를 해야 한다면 단풍 나무 만큼은 적극 손대는 걸 막아 주십사 하는
주민 의견을 내 달라는 것이다. 3년전 내가 사는 단지에 이런 일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단풍나무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았고 결국 가지가 잘린 단풍은
완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걸 명백히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집 혼자 적극
의견 개진을 했지만 그것이 한 집에서 그리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위의 단풍나무를 보면 심은 후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모름지기 모든 단풍 나무는 저렇게 자라야 하지 않을까?
단풍 나무뿐 아니라 그 어떤 나무도 그렇게 자랄 권리가 있다고 본다
요즘은 위의 이런 멋진 벗나무를 발견하기가 매우 힘들다. 대개는 단풍
이 들기도 훨씬 전에 잎이 거무스름하게 말라서 떨어져 버리기가 일쑤다
멋진 벗나무 잎은 그 어느 단풍나무 잎에도
색감이 뒤지지 않는다.
공세리 성당의 가을을 찾아 나선건 이른 새벽이었다. 서쪽 하늘엔
아직 초승달이 걸려 있었다. 곁에 함께 자란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는 분간이
가지 않으나 잎은 다 지고 마침 빨간 감을 하늘에 드리우고 있었다.
혹여 저 나무에
단풍잎이 함께 있을때 한번 더 방문해 보면 어떨까?
처음 찾은 가을 공세리 성당은 사실 너무 아름다웠다. 적어도
5년은 매년 찾아 와도 결코 충분하지 않을 그런 곳이라 생각해
본다.
아! 내년 가을엔 꼭 다시 한번 더 가 봐야지^^
인생도 자연도 똑같이 반복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내년에도 저런 단풍이 다시 찾아 올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이다
그리고 베스트 단풍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동네는
바로 선운사이다. 얼마나 첫 감동이 강했으면 블러그에 소개하기를
처음엔 꺼려했을까?
마치 부채 춤을 추고있는듯한 저 풍광! 고목과 어우러진 단풍의
위엄이 바로 이런것 이었다.
우리 속담에 가는 날이 장날 이라고, 대체로 지금껏 보면
첫 방문할 때가 가장 단풍이 좋았던 기억이 많다. 그저 대략적으로
일정을 잡고 간 날이 가장 적기였던 경우다. 그런데 이건 운이 좋았을
뿐이지 매사를 그렇게 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사진 역시 고목을 어린
단풍이 휘감는 형국이다. 동네 근처에서도 멋진 단풍을 보기는 하되
이런 풍모를 접하긴 어려운 이유다
시원한 뻥뜷림!
선운사 중간 계곡의 녹차밭의 풍광이다. 단풍도 단풍이지만 어떻게
저런 기막힌 날을 잡은걸까?
그 뿐만이 아니다. 여기선 감히 속세의 그것과는 비교 불가의 이런 풍광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계곡의 단풍에는 눈길을 주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
지만 감나무 아래서 그 아름다움에 경탄 하는 이는 별로 보지 못했다.
선운사에는 절을 따라 산 계곡을 쭈욱 올라가는 맛이 일품인건
다 아는 사실인데, 시간이 넉넉하고 산을 좋아하는 분들은 대체로 윗쪽
까지 올라가지만 대부분은 선운사로 만족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 시간을
내어 윗쪽 까지 오르면 거의 이 세상의 풍광이 아닌듯한 기막힌 단풍을
접하게 되는데, 물론 날짜와 기상, 그리고 그 해의 행운이 따라야 할것이다
과연 이 세상의 단풍이 아닌걸로 느낀게 나만 그럴까? 그럼 이 세상이
아니면 어디 세상이란 말인가?
그저 좋은날 잡아서 1박 2일 정도로 한적한 날 가서 순전히 단풍만 들여다
본다한들 어떠랴! 1년에 한 이틀 나를 위해서 이렇게 쓴다면
더 없이 좋지 않을까?
단풍을 위하여~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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