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 maronie
봄이 온다
저 만치서 손짓하며 온다
오는 봄은 어차피 온다. 아니 가는 봄도 어차피 간다!
이제 봄이 오네 마네 가네 마네 하는 얘기만큼 진부한 표현은
없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니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봄은
오게 되어 있고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누가 더 봄을 깊게 심오하게 가슴 가득히 받아들이냐는 중요치
않다. 아니 중요할 수도 있다
나의 봄은 형편 없었다~ 너의 봄은 정말 행복하고 의미 있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없지! 형편없건 행복했건 그런 건 봄에게는
상관할 일이 아니다.
봄은 천지 만물에 공평하게 내려왔고 속속들이
비추었고 모두에게 나눠졌다.
누가 얼마만큼 그 빛을 받아들이는가는 오롯이 자신의 몫일뿐!
봄을 많이 아주 많이 내 가슴속에 품고 느끼고 삭여냄이
클수록 삶이 풍요해질까?
반대로 오는지 마는지 느낄새도 없이 후다닥 지나가 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걸까?
그야 알 수 없지! 그 역시 온전히 각자 개인의 고유 영역이니까~
그러나 분명한 건 하늘하늘 오는 봄이 내 마음에 아무 느낌을 주지
못하면 아마도 인생의 끝에 다 달았거나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이유가
없어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것이 어디 봄 뿐이랴!!
*
아내와 가까운 남사에 있다는 화훼 하우스를 찾았다. 제2 동탄 신도시
를 지나 플라자 cc 옆길을 따라 내려 간다. 아직 몇몇 건물들이 좀 들어선
것을 제외하면 2-30여 년 전 이 지역을 지날 때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논도 그대로 밭도 그대로 산도 그대로 나무도 그대로이다
남사 화훼 하우스엔 차를 댈 수 없을 만큼 인산 인해였다
아니 이 분들이 뭐야? 봄을 느끼겠다고 이리들 야단이란 말인가?
우린 겨우 오늘 처음 찾았는데!
아니 봄의 그 미세한 기운이 사람들을 불러낸 것일게다~
사람들은 왜 봄이면 꽃을 찾을까? 아파트 베란다에 혹은 집안 마당
어딘가에 혹은 방 안에 조그마한 꽃 모종을 한둘 놔두고 싶은 건 왜
그럴까?
비닐하우스엔 각종 꽃이며 구근이며 이제 싹이 돋아나고
잎이 돋아나는 각종 봄의 어린 전령들이 즐비하게 우리를
맞이하는 중이다.
아! 봄은 이런 곳에서 먼저 느낄 수 있는 거구나!
사람들은 꽃 모종이며 작은 화분이며 하여튼 이런저런
것들을 한아름 가득 집어서 계산대로 향한다. 아내는 대략 3만원
어치쯤 값을 지불했다.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야생화 단지로 발걸음을 옮겨가 본다.
생각보다는 거긴 꽃은 아직 많지 않았다. 아! 그런데 야생화는
왜 이렇게 꽃이 작은 걸까? 노루 궁둥이 꽃은 많이 봐 왔지만
왜 그 이름이 노루 궁둥이 인가는 이제 막 돋아나는 밑바탕을 보니
이해가 된다. 영락없는 노루의 궁둥이였다. ㅎㅎ
같은 꽃인데도 봄에 보이는 꽃은 더 신선하고
더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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