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죽면 능국리를 서쪽으로 끼고 한정모래미를 넘어가면 좁다란 오솔길 정도가
이천 송곡리로 이어져 있었고 한정모레미를 지나면 노송산 줄기에서
꽤 깊게 패인 계곡이 신흥리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예전 내가 초등학교 4-5학년쯤 되었을 때는 그랬었다.
마침 아버지가 편찮아지시자 큰 누님을 중매해서 급히 시집을 보낸 게
바로 멀지않은 이천의 송곡리였다.
아니면 엄마의 무슨 심부름이 있으면 가끔씩 걸어서 송곡리를 가곤 했다.
때는 5-6월쯤 되었을까?
여름방학은 아니고 좀 이른철이었을게다. 송곡리를 향해 걸어가던 내 눈에
울긋불긋한 무엇이 보였다. 바로 계곡이 깊은 그 부근이었다. 길에서 조금
벗어나 산으로 들어가보니 이게 웬걸!!
빨갛게 익은 덩쿨딸기가 온통 산중에 쫘악 펼쳐져 있었다. 무슨 봉지를
준비했을 리 없는 나는 허겁지겁 딸기를 따서 양 주머니에 넣었다.
그렇게 딸기를 잔뜩 따고 그 자리에서 실컷 먹은 나는 그 길로 걸어서
송곡리에 닿았고 그제서야 호주머니에 불룩한 딸기를 꺼내 보니 반은
쨈이 되어 있었다.
어쩌다 이른 봄에 그길을 넘어갈 때는 생강나무의 노란 꽃들이 지천으로
반겨주었다. 물론 당시에는 그것이 생강나무인줄도 몰랐다.
노송산의 서쪽 부분을 나는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한참전 이제는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도로를 넘어가다 보니 호국원이
덩그라니 세워져 있었다. 예전의 깊은 계곡도 딸기도 물론 흔적도 없이 사라
졌음은 물론이다. 호국원은 행정 구역상으로는 이천시에 속한다. 또 노송산
남측의 쿠팡 물류센타 보다는 그렇게 노골적으로 산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는 편이다. 그러나,
노송산의 원 모습은 이미 주지하는 바와 같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남쪽으로는
쿠팡의 물류창고로 산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 버렸고, 서쪽으로는 호국원이
들어와 있고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건 북쪽의 원경사 덕분이다.
경기도 일원을 다녀봐도 야산을 완전히 박살 내놓은 곳은 노송산이 거의 유일하다.
물론 그 큰 책임은 능국리 부락 사람들에게 제일 많고 다음은 안성시 공무원 들일 것이다.
' 아휴 산만 바라보면 뭐가 나오나요? 까짓거 팔아서 당장 쓰는 게 장땡이지~ '
거참, 그럴까? 그럼 왜 다른 동네 산들은 여즉 멀쩡하단 말인가?
딸기가 자욱하게 깔려있던 호국원 쪽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친구들은 이런 일죽의 변화에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거 뭐 일죽에 와서 살지도 않을거면서 무슨 그리 오지랖이요?
이 동네 쭈욱 사는 우리도 멀쩡한데 씰데없는 걱정은 마시구려^
대나무 하나 없는 一竹 이 일송이 되든 민둥산이 되든 상관하지 마시오!
그렇다고 어디 땅덩이가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까~ '
허긴 뭐 그렇기도 하지^*
그렇긴 하지만 멀쩡한 산이 그것도 유일하게 일죽면의 북쪽을 받쳐주던
노송산이 저렇게 허무하게 부서지는데 어찌 아무런 감상도 없을수 있을
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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