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연인 / 춘강마로니에

 

 

세상의 모든 참나무가 가을이면 다 예쁘게

물들지는 않는다.

 

떡갈나무 역시 마찬가지다. 

 

먼산의 단풍이 불그레하게 물들 때의 그 색감은

주로 참나무에 기인한다. 그러나 막상 산에 가까이 

가 보면 참나무의 단풍 색깔은 형편없기 일쑤다.

 

잎은 벌레가 먹거나 풍파에 찌들어 온전한 것이 거의

없는 지경이다. 

 

 반면, 

 

마을 인근의 참나무는 완전히 다르다. 떡갈나무 또한

그렇다. 

 

 

 

 

 

은은한 갈색이 가을의 멋을 한껏 살려준다.

어떻게 참나무, 떡갈나무의 잎이 이토록 고울수가 

있을까?

 

 

마치 봄에 새순이 돋아날때와 거의 흡사하게

곱게 물들어 간다. 

야산의 그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떡갈나무와 참나무 잎이 어우러진 가을의

이 모습은 너무도 깨끗하고 그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떡갈나무 잎은 볼수록 가관이다.

어떻게 나무잎이 이토록 고울수가 있을까?

 

물론 모든 사물에는 제각각 특성이 있는 거지만,

단풍을 제외하고 잎이 이토록 고운건 아마도

떡갈이 유일하지 않을까?

 

 

 

 

동네 입구에 있는 수십 그루의 참나무와 

여섯 그루의 떡갈나무가 전부인 이 오솔길을 

새벽에 걷는다. 

 

 

 

 

 

 

 

 

불과 참나무, 떡갈나무 몇 그루가 이토록

멋진 가을을 선사하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가을 참나무의 잎새를 들여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동네 한적한 길이지만 아무도 걸어가며 잎새를 쳐다보는

이는 없다. 눈을 들어 잠시만 하늘을 보면 보일 텐데~

 

왜? 위를 보지 않는가? 

아쉽다~

 

올해는 4번째 저 잎새들을 촬영하러 나갔다. 

 

오솔길을 매일 새벽 나가서 걷는다. 한바퀴는 대략 500m

4바퀴를 돌고 아침 식사후 약국으로 출근한다.

 

동이 훤하게 트면 참나무와 떡갈나무 아래서 위를 쳐다

본다. 어제보다 얼마큼 더 색감이 짙어졌는지~

 

오늘은 낙엽이 부쩍 더 떨어져 발길에 스친다.

영상 2도로 기온이 내려가니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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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더웠던 지난여름~

우리는 기억한다. 

언제쯤 이 더위가 물러날까? 

 

그리고 더위는 약속대로 물러났다. 

이제는 밤에 방에 불을 지펴야 한다.

 

벼가 다 익어 추수를 마치기 전에 꼭 한 번은

들판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러나 들판은 예전의 그것이 아니었다. 

벼는 푸석해 보였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던 황금빛은

간데없고 초췌해 보였다. 

 

가을들판이 언제부터 이리 변했단 말인가? 

 

 

 

사진으로 보이는 백암의 들판은 그럴싸~ 하다.

허나 이건 약간의 보정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윤기 흐르던 황금벌판은 이제 물 건너갔다. 

 

 

 

 

 

뭔가 꽃이라도 좀 볼 수 있을까?

해서 찾아본 용인 농촌테마파크엔 아직 피지 않은 

국화가 잔뜩 있었고 기대했던 그런 건 없었다. 

 

아^  

 

가을이 이런 건 아닌데~ 

 

내동 연꽃단지에 들러 스러져 가는 연꽃 줄기를

봤다.

 

 

 

 

 

 

그래~~

 

인생은 빈 잔이야!!

 

왜 그런 생각이 떠 올랐는지 나도 모른다.

 

저것이 빈 잔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부귀도 영화도 명예도 돈도 그 무엇도 다 빈 잔 같은 거

 

되돌아오는 길에 가을바람이 차가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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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목에 시계가 처음 채워진 날을 나는 기억 못 한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 때 까지도 시계를 가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간을 어림잡아 헤아려 밥을 먹고 학교를 가고

잠을 잤던 셈이다. 어떻게 그 시절엔 그게 가능했을지 지금

생각하면 희한할 지경이다. 

 

하여튼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싸구려 시계라도 손목에 차고

다녔을듯 하긴한데 그것조차 전혀 기억이 없다. 

 

그런데, 확실한 건 결혼할 때 예물로 받은 시계다. 

때는 1983년 시계와 반지를 받게 되었는데~

장인어른이 잘 아는 남대문 시장의 어느 시계포에서 

오 xx라는 시계를 구입한 것이다. 해서 몇 년을 손목에

차고 다녔는데 어느 날 보니 와이셔츠 소매 부분이 푸석

푸석 뜯어지고 있었다.

 

원인은 오 머시기 시계줄인듯했다. 

 

" 아니~ 여보 와이셔츠 손목이 왜 이래? 

이거 혹시 시계줄 때문 아닐까? "

 

"글쎄 그게 시계때문인것 같기는 한데~

뭔가가 잘못된 모양이구려!"

 

시계줄이 뭔가 마감이 덜 된 건지 내 와이셔츠  손목부위가

잘못된 건지 정확하지는 않아서 사실 시계가 문제라고 단정

할 수만도 없는 것이었는데, 하여튼 그렇게 되어 시계는 더

이상 내 손목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해서 96년도에 유럽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아내의 권유로

스위스에서 론 x이라는 시계를 원품으로 구입했다. 아내는

문제의 그 오 머시기 시계가 늘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러나 기분 좋게 차고 다니던 론 머시기 시계도 핸드폰의

등장과 함께 시계를 손목으로 볼 일도 적어지고 또 손목에

뭘 차고 다니는 게 애당초 불편했던 나로서는 그것도 장롱으로 

들어가는 게 당연한 수순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시계를 잊고 살기를 한 20여 년~ 

그 사이 유행 따라 론 머시기 시계줄도 금줄에서 가죽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시계를 어디다 두었는지 조차 몰라

아무리 찾아도 행방이 묘연하길 또 몇 년~ 

 

"까짓거 못 찾으면 어때! 차고 다니지도 않을걸~ "

 

그런데 아내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이번에 집에 돌아왔다.

1년 반 방치되었던 집안을 여기저기 정리하며 마침내

문제의 시계를 찾고야 말았다. 

 

아내는 매우 기뻐했지만 시계는 고요히 잠을 자고 움직일 줄

을 모른다. 

 

" 이게 뭐야? 이거 손목에 차고 흔들면 가는 게 아니었어?"

 

헌데 두께도 얇고 크기도 작은 마치 여성용 시계 같은 이

녀석은 아마도 내장용 배터리가 들어있는 모양이다. 

시계 수리 공구 세트를 마련한 아들이 아무리 해봐도 이건

뒤판을 열 수가 없단다. 

 

아내는 기억을 더듬어 그 한참 옛날에도 남대문에서 시계포

아저씨가 잘 못 열어 다른 가게에 부탁해서 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문제의 남대문을 여전히 아내는 애용하고 자주 다녔었던 것

이다. 

 

저 얇고 작은 시계를 다시 내 손목에 차고 다니는 게 나은가?

 

나는 자문자답해 본다. 

시계는 결국 열었고 배터리도 새로 구입해 넣었다. 

 

허긴 핸폰으로 시계 보는 것도 이제 할 만큼 해 봤으니 도로

손목으로 돌아가도 괜찮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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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걷기하며 보니 오솔길 왕복 총 500m 중에 약 10여 미터

정도 솔잎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요즘 새벽 기온은 약 8도 정도다. 

따라서 맨발로 쭈욱 걷다보면 발바닥이 얼얼해진다.

어떤 이들은 한겨울 눈이 내린 길을 맨발로 걷기도 한다는데

나의 경우는 좀 무리다. 

 

작년 겨울 눈이 내렸을 때 맨발로 앞산을 올라 봤는데 

30여 미터도 갈까 말까였다. 도저히 그 이상은 걸을 수가

없어서 포기했었다. 

 

 

허긴 눈 내린 흙길을 굳이 맨발로 걸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혹 모르겠지만, 나이 들어서 그렇게 까지야 뭐~

 

하여튼 아직은 이른 새벽에도 그럭저럭 걸을 만은 하지만

오솔길에 소복이 떨어진 솔잎을 보니 왠지 한번 그 길로

걸어보고 싶었다. 

 

왕복 500미터 코스를 오고 가며 솔밭길을 잠시지만 몇 차례

천천히 걸어봤다. 

그 따스함과 포근함이 발바닥에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예전 시골 살 때는 솔잎이 겨울에 큰 땔감이었다. 

부엌에서 불을 피우면 타닥타닥 아주 찰지게 타들어 갔다.

푸석한 여타의 마른 잎새와는 차원이 달랐다. 

 

솔잎이 뽀얗게 떨어져 쌓인 야산 등성이를 걸으면 소나무 향이

코에 스친다. 그렇게 가을은 깊어 갔었다.

 

아침에 며칠 전부터 떨어진 솔잎을 자세히 관찰해 보니 참으로

정연하게 두께가 일정하게 잘 쌓여있다. 자연이 하는 일은

이토록 치우침도 모자람도 없다. 

 

낙엽들이 다 떨어지면 구청 녹지과에서 이곳 오솔길 쌓인

낙엽들을 몽땅 수거해 간다. 물론 솔잎도 쓸어 간다. 

구청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전화해 본다 하면서 몇 년이

그냥 흘렀다. 

 

올해는 꼭 전화를 해서 그 연유를 물어보고 싶다.

그냥 내년 봄까지 쭈욱 좀 놔두었으면 하지만,

 

무슨 이유가 있겠지. 

 

솔잎이 남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맨발로 걸어 그 따스한

감촉을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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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높이 정도의 소나무에서  청설모 한 마리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간절함과 뭔가 놀라움 같은 게 깃들어 있었다. 

 

'뭐지? 왜 저 녀석이 나를 이렇게 바라본단 말인가? '

 

발 아래를 쳐다 보니 아직 푸른빛이 남아 있는 밤송이가 입을

쩍 벌리고 있었고  안에는 커다란 알밤이 하나  들어 있었다. 

 

청설모는 내가 밤송이를 만지자 소나무를 타고  휙 올라가

저쪽 나무로 가 버렸다. 

 

 

청설모에게 웬지 미안한 맘이 들어 산책길에 도토리 4개를 주어서

밤톨을 빼낸 밤송이 속에 넣어주고 아침 걷기를 마쳤다.

혹시라도 청설모가 다시 와서 밤 대신 도토리를 물고 가길 바랬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나는 아내에게 핀잔을 들어야 했다. 

 

" 에이 그거 청설모가 그 위 밤나무에서 밤송이를 흔들어

떨어 뜨린 거라구요~ 어째 당신은 그것도 몰라요~ 

청설모가 먹을 밤을 아무 생각 없이 뺏어오다니! "

 

앗^ 그런가? 

 

"허어 이게 내가 뭐를 잘못했구먼~ 

허나 저 밤은 어차피 내가 그냥 두었드라도 누군가가

금세 집어갔을텐데 뭘~"

 

 

내가 맨발 걷기를 시작한 지는 1년 3개월이 지났다. 물론 그 

대부분은 간헐적으로 했다. 그나마 휴일에 주로 걸었고 평일은

1주일에 2번 친구가 약국 봐주는 오전에만 했다. 그러다 두어 달

전부터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에 3-40분 정도씩을

집 앞에 있는 오솔길에서 매일 해 오고 있는 중이다. 

 

한 달여 전쯤부터 오솔길에는 도토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부터 오가는 행인들이 옆 차도나 오솔길에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가는 게 보였다. 

 

" 아 저거 다람쥐나 청설모가 먹어야 할 양식이라는데, 다 주워

가면 어쩌나~ "

 

그렇지만 도토리나 밤을 보면 사람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몸을 구부려 줍는다.

요즘도 도토리를 주워다 묵을 만들어 먹는 분들이 계실까 모르지만,

 

"그거 대체 왜 주워가는 거요?" 라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

 

약 1주일간 떨어진 도토리를 주웠다. 대략 100여 개 이상이 되었다. 

 

 

모아 두었다가 가을이 깊어질 즈음 어디 적당한 산속에 참나무가

있는 곳에 뿌려줄 셈이었다. 

 

물론 도토리를 주워가는 분들 중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분도

있을지는 모르겠다.

 

청설모나 다람쥐등이 이걸 주어가나 보려고 짚앞 화단에 시험 삼아

10여 개를 떨어뜨려 보았지만 몇 날 며칠이 지나도 도토리는

그대로 있었다. 

 

아마도 여기 화단에는 청설모가 오질 않는가 보다. 더구나

사람 손 냄새가 묻은 도토리를 다람쥐나 청설모가 물고 가는지도

불분명하다. 헌데,

 

며칠 지난 오늘 아침 산책길에 보니 도토리는 사라지고 밤송이만 남았는데,

아마도 사람이 주워갔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 거 도토리 집에 오래 둬봐야 벌레만 난다고요~

빨리 산에 가져다 던지세요 "

 

성화에 못 이겨 지난 일요일 아침 앞산을 걸으며 그간 모아둔 도토리를

참나무가 울창한 숲에 흩어 뿌려 버렸다.

다람쥐 청설모가 꼭 좀 물어 가기를 희망하면서~

 

엊그제 앞산 새벽 산책길에 보니 높은 나무 위에서 청설모 2마리가 열심히

쉭쉭 소리를 내며 밤송이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 그렇지 저건 저 녀석들 것이지~ 절대 굴러 다닌다고 줏어선 안돼!  

아무렴 쟈들이 사람들 먹으라고 밤을 떨어뜨려 주겠어? "

 

이제야 겨우 청설모와 밤, 도토리의 관계를 어렴풋 알게 된 나는

떨어진 밤을 향해 무심코 나가던 손을 쉽게 멈출 수 있었다.

대신 저만치 참나무 뒤편에 서서 청설모가 언제쯤 밤을 주우러 내려

오는가를 기다렸지만 그들은 내려오지 않았다.

 

밤은 수년 전 분당 살때 대도사 부근 율동공원 뒷산에서 낚싯대로

두드려 반 말 정도 딴 적이 있지만 도토리를 올해처럼 많이 주어본 적은 없다.

 

한때는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 먹는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요즘은

다람쥐는 커녕 청설모 구경하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아직도 이른새벽 산책길에 '툭' 하고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조그만 도토리가 떨어질땐 어찌 그리 큰소리를 내는지~

 

'툭  탁  투드득 탁 ' 

 

얼마 지나지 않아 참나무 잎은 노랗게 물들어 갈 것이고 떡갈나무는

특유의 짙은 불타는 갈색이 될 것이다.

 

이렇게 가을이 점점 한 발자국씩 깊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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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 호텔 예약 불발로 곤욕을 치른 바 있어 오늘은 확실하게

예약에 신경을 쓰기로했다. 

또 여행 마지막 날이니 조금 괜찮은 료칸으로 피날레를 장식해

보자~ 뭐 그런 의미도 좀 있고 해서,  

 

산수 좋은 아소산 기슭 정도인즐 알았더니 어랍쇼~ 

점심을 먹고 천천히 가다 보니 들판을 가로질러 산 고개를

꼬불꼬불 넘고 넘어 고원지대를 지나 꽤나 멀리 간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아들이 예약해 놓은것이니 그저 따라만 가 보는데 답답하기 이를 데없다.

거기다 운전도 좀 교대로 해 보고 싶어도 어쩐지 이 동네에서는

엄두가 안 난다. 북해도 같은데서는 원체 한적해서 그게 쉬웠는데,

 

 

오쿠아소노야도 야마나미 ~ 

말하자면 아소의 깊은곳에 자리한 숙박지란 의미다. 

 

아소산 자락 근처에서 한적하게 쉴 줄 알았는데, 수십 킬로는 족히

달려오다니 이거 참~

 

헌데, 김수현이가 이곳에 와서 묵은 적이 있었던 듯, 

영화 촬영차 들렀다가 숙박을 한 모양인데, 

 

그러면 웬만큼은 되는 곳인가 보다^ 흠 

 

 

 

료칸은 소박한 내부를 보여주고 있었고~

 

마침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렸는데, 저 위 이케야마(池山)

수원지에서 쭈욱 흘러 내려오는 계곡물이 솨아~ 소리를 내고 방 옆을

흐르고 있어 시원함을 더해주었다. 

 

음식은 정갈했고 매우 성의가 깃들어 있었다. 

아소산에서도 꽤나 멀리 떨어진 곳인데도 숙박 손님이 많았다.

 

"이제야 좀 조용히 휴식다운 휴식을 취해 볼수 있게 되는군~"

 

 

료칸의 비용 중 식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거로 생각

되지만, 해서 여행 일정을 전부 료칸으로 할 수도 없는 일^ 

 

1인당 최하 2-30 만원 어떤 곳은 7-80 만원씩 하기도

하는 료칸인지라 그저 하루 정도 맛만 보면 족하다 생각한다. 

그나마 한여름은 조금 싸고 가을이 되면 훌쩍 가격이 오르는듯

하다.

 

근데 일본의 생맥주는 정말 맛이 우리랑 너무 다르다. 

술을 잘 못하는 내가 이번 여행 중 매일 한 번은 빼놓지 않고

생맥주를 1잔씩 마셨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맥주 회사들~ 분발 좀 하시요^

 

좔좔좔 흐르는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긴 밤 푹 숙면을 취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찍 미련 없이 야마나미 료칸을 나섰다.

한적한 이곳에 좀더 머물다 떠나고 싶었지만, 빨리 나서는게 

상책이다.

 

사실은 여기 온천물이 가장 유황냄새가 많이 났었다. 대체 이 온천은

어디서 끌어오는 걸까? 

 

 

 

료칸 주변은 이렇듯 한적한 농촌 마을이다. 

심지어는 료칸 바로 앞 작은 개울건너엔 소를 키우는 작은

목장도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디서 냄새나는 목장이냐고

난리도 아니었을 테지만, 

 

이 동네는 외양간 냄새도 없고 고급료칸을 잘도 운영 중이

었다. 평점 10점 만점에 10점을 받고 있으니 참~ 대단한 곳이다.

 

이케야마 수원지가 쭈욱 윗동네로 올라가면 나타난다. 

이른 아침의 산골 농촌의 풍광은 참으로 평화 그 자체였다.

 

 

전국 100대 좋은 물에 선정되었다는 표지판~

우리는 100대 명산을 말하는데 일본은 좋은 물을 중시하는 듯

했다. 물론 일본도 100대 명산이 당연 선정되어 있을것이다. 

 

 

용천수 부근에 다다르자 삼나무가 우람하다.

 

 

바로 이곳이 이케야마(池山) 수원지다. 

 

어제 본 그곳과 유사하다. 

이 물을 동네사람들이 와서 떠갈까? 

아마도 그럴거같다.

 

좋은 물이 있으니 좋은 료칸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일본의 삼나무가 알레르기를 일으켜 별로라 

하기도 하는데, 나무의 경계가 뚜렷하고 울창할 뿐 아니라

곧게 자라 오르는 것이 나는 개인적으로 맘에 든다. 

 

또 이렇듯 농촌의 모습이 잘 보존되고 있는것이 참 부럽기도

했다. 지역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우리의 농촌은 정말 너무도

많이 무너져 내려 도저히 시골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 농촌 정책이 혹시 잘못된 건 아닐까? 

 

우리는 편백나무가 있지만 아무 데나 잘 자라는 것도 아니고

숲 조성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서 일본의 삼나무와는 많이 다르다. 

 

내친김에 한 군데 더 수원지를 가 보기로 했다. 딱히 공항으로

가는 거 외에 오늘 일정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는 야마부키(山吹水源)라는 곳인데, 꽤나 오지에 속한다.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물에 감사한다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수원지 가까이 가서는 맨발로 걸었다. 

 

거 참 무슨 수원지만 그리 찾아 댕기고 그러십네까?

 

글쎄 말입니다. 찌는듯한 여름이다 보니 자연 물이 그립고 그중에서도

지하에서 용솟음치는 맑고 찬 정갈한 물이 좋았나 봅니다. 

 

 

저 산이 아소산 바로 옆에 붙어있는 네코다케(根子岳)라는 것인데

처음부터 나의 눈길을 잡아끌었었다. 될수록 가까이서 한번 촬영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야마부키 수원지에서 나오면서 카메라에 잡혔다. 

 

 

우리가 묵었던 야마나미 료칸 뒤편은 다시 되돌아 오면서 보니 이처럼 대나무가

울창했다. 

 

자! 이제 이곳을 지나 사가공항으로 가야 한다. 

 

 

아소산 북쪽 고원지대를 달린다.

 

 

 

이쪽 고원 길엔 곳곳에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참으로 시원하고 장쾌한 풍광이었다. 

 

그래~ 아소산이 이런데였군!! 

 

와 본 적도 없이 그저 황량할 거로만 상상하던 나의 생각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산 좋지~ 물 좋지~ 평야 좋지~ 초원 좋지~ 음식 좋지~

공기 좋지~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더 가 보고 싶다. 

 

유명한 기구치 계곡로를 따라 차를 몰았다. 계곡 주차장에는 너무

차량이 많아 주차할 곳이 없었다.

해서 그냥 패스할수 밖에 없었다. 

 

얼마나 계곡이 좋길래 그럴까?

 

 

비록 날씨는 찌는 듯 더웠으나 마음속은 시원했다. 

이렇게 멋진 초원을 품고 있는 아소산! 

 

이번 여행은 이것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고도 남음이 있었다.

 

사가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유니클로에 들러 반바지 2개를

구입했다.

 

여행 다 끝나고  반바지를 사다니!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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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바라에서 페리호를 타고 30여 분 만에 쿠마모토에

도착했다. 바다를 건너지 않고 육지로 돌아서 가려면 5시간

이상이 걸리는 엄청난 거리지만~

 

쿠마모토~ 

왠지 곰이 연상되는 동네이다. 혹시 예전에 곰이 많이 살던

지역일까? 

 

예약한 호텔에 저녁 늦게 도착하면 마땅히 저녁을 사 먹을 곳이

없는 동네라 하여 지나는 길에 대형마트에 들르기로 했다. 

주차할 곳을 찾아 빙빙 도는 중에 갑자기 요란한 경보음이 들리고

차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앗~ 이게 뭐야 지진이구나! "

 

그것이 그날 8월 8일 규슈 남부지역을 강타했다는 그 지진이다.

그러나 쇼핑몰의 사람들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평하게

물건들을 구입 중이었다. 

 

쿠마모토 시내 역시 그냥 쓱 한번 보면서 지나갔다. 

그런데, 여타의 도시들과 좀 다른 면이 여기엔 있었다. 

 

일단 차량이 무지하게 많다. 또 상당수의 차량이 경차가 아닌

중대형 및 Suv 가 많았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건 뭘까? 

 

쿠마모토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징표라 생각했다. 비록 지진이 

자주 나지만 저 멀리 북동쪽에 위치한 아소산에서 풍부한 질 좋은

물이 공급되고 드넓은 평원에는 쌀을 비롯하여 여러 농작물들이

넉넉히 보급되어 풍요로운 삶을 영위케 해 주는 듯했다. 

 

'까짓 지진 좀 나면 어때? 먹고살기 풍족하면 그만이지~ '

 

이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해는 지고 어두운데 겨우 아소산 밑 예약한 카메노이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프런트에서 예약 확인이 안 되는 거였다.

 

밤이 깊어 가는데, 낭패로다!! 바로 여기였는데~

카메노이(KAMENOI)는 거북등 껍질이란 뜻이란다.

 

결국 지배인이 인근의 호텔로 긴급 연결을 해주어 간신히 

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밤 9시가 넘어  짐을 풀고 낮에

마트에서 구입해 온 회덮밥 등으로 겨우 저녁을 해결했다. 

하마터면 저녁도 굶고 잠도 못 잘뻔했다.

 

근데 예약이 안된 이유가 궁금했다. 아마도 지진이 발생했을

그즈음에 인터넷 통신이 끊긴 것 같았다. 왜냐면 그 시점에서

호텔 예약을 차를 몰고 가면서 했고, 다른 곳으로 보낸 이메일도

불발이었다고 하니~ 

 

아침 일찍 눈 뜨자마자 얼른 온천과 식사를 하고 호텔을 빠져

나갔다. 퀴퀴한 호텔에 1분도 더 있기 싫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아소산을 올라가 보자. 

 

 

앗! 저 거이 아소산?

 

빽빽한 삼나무 숲을 헤치며 오르다 보니 목장이 있었고 

저렇게 아름다운 산 봉우리가 보였다. 

 

이게 웬일? 아소산이 저런 거였단 말인가?

 

화산재가 수시로 날아오르는 아주 황량한 그런 산으로만 

연상을 하고 있던 나는 저으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부처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아소산의 아침 전경~

어떻게 그렇게 좀 보이시나요?

 

 

 

 

이른 아침 아소산을 오르며 내려다본 저 아래 풍경은

참으로 시원하고도 장쾌했다. 

우리의 한라산과도 많이 다른 풍광이었다.

한라산은 1951미터, 아소산은 1300여 미터이다.

 

아~ 아소산이 이런데였단 말인가? 

 

수년 전 이른 봄에 아소산 북쪽 구로가와 온천을 들러

부근 산아이(山愛) 호텔에 머물 때 보았던 바로 그 아소산이 이런

곳이었음을 미처 몰랐던 거다.

 

 

2017.1.25 아침 세노모토 고겐 호텔(예전 산아이 호텔)에서 본 아소산~

 

부처가 누워 있는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꼭 뭐 부처라 할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 당시는 전혀 아소산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누가 설명해 주는 사람도

물론 없고 해서 뭐가 뭔지 그저 그랬었다.

 

 

 

 

아소산 일대의 풍광에 취해 그저 셔터 누르기에 바빴다.

아소산 주변은 동서남북 삥 둘러서 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수억 평에 이르는 논과 밭에서 풍성한 곡물이 생산되는 듯했다.

 

 

 

아소산 박물관 내부

 

 

그렇게 해서 최종  주차장까지 올랐으나 이날 유독가스가

많이 나와서 분화구로 오를 수 없다는 거였다.

 

할 수 없이 차를 돌려 아소박물관으로 내려오니 오전 9시 30분이

돼야 문을 연단다. 쳇~ 이거 다 글렀군~ 

걍 되돌아갈까? 

 

그렇게 머뭇머뭇하다가 박물관을 들어갔고 이리저리 구경을 하다가

저 위 아소산 쪽을 보니 앗~? 이게 웬일~

차량들이 분화구로 줄지어 올라가고 있었다.

 

부랴부랴 차를 돌려 다시 올라갔다. 만일 포기하고 그냥 되돌아갔으면

죽도 밥도 아닐뻔 했다. 

 

야호~ 박물관 들르길 잘했네! 

 

 

 

 

분화구는 매우 거대한 크기였으며 하얀 가스와 유황물 같은 것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깊어서 육안으로는 잘 확인이 안돼긴 했지만,

한때는 이곳에서 수천 미터 상공까지 화산분출이 있었다고 하니 

언제든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가면 볼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 몽고의 움막 같은 것은 만일 화산이 터지면 긴급히 피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콘크리트 피난처이다. 

 

이날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초등학생들도 많이 단체로 견학을 왔다. 

 

 

견학을 마치고 서둘러 아소산의 남서쪽으로 내려오니

역시 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있다. 

저 구름 너머가 쿠마모토 시내가 있는 쪽이다. 

 

이날 아들은 수원지를 가 본다고 했다. 

난 우리가 알고 있는 물을 가두어 두는 그런 곳쯤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따라갔다. 

 

헌데 이 동네의 수원지는 그게 아니었다.

아소산의 산줄기에서 쭈욱 내려와 물이 용솟음치는 그런 용천수를

말함이었다. 

 

 

 

그저 얼핏 보면 도랑물처럼 보이는데, 가만 보면 지하에서 물이

용솟음쳐 올라오는 게 보인다.

 

이 한여름에 평범한 도랑의 물을 그냥 마실 수 있다니~ 

처음엔 믿기지가 않아서 주저했으나 이곳은 예로부터 음수로

사용해 왔다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우리는 천 여 미터가 넘는 산 꼭대기 골짜기의 계곡수도 여름엔 그냥

마시기가 어려운데~

 

 

물을 뜨는 아들!

 

이 물을 먹더니 불편하던 속이 시원하고 편안해졌다고

좋아했다. 허참~ 이거야^ 

 

우리는 이날 이곳 수원지를 3번이나 들렀다. 근처 유명한 소바

집에서 점심 후 한번 더, 건너 아소 5악중 하나인 산기슭을 갔다

오다가 한번 더 ~  

 

 

 

 

좀 오래된 삼나무 라는데, 삼나무는 그리 오래 사는

나무는 아닌 거 같다. 

 

타케오에 가면 3,000년 된 녹나무를 볼 수가 있다. 녹나무는

수명이 엄청나다. 

 

 

나름 인근에서 유명한 소바집이라고 해서 찾은 곳~

명신소바!  맛은 담백했다. 

 

그런데 이 집은 딱 30명 분만 주문을 받고 더 이상 영업을 

안 한다. 겨우 20 몇 번째로 간신히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카운터에 200g 한 봉지 블루베리를 400엔에 판매를 하고

있어 한봉지 사 먹어보니 매우 당도가 높고 맛이 좋았다.

 

우리나라의 절반 가격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한국의 과일값이

이렇게나 비싸게 된 걸까? 

과일값만 그런가? 에혀~

 

 

8월 초순의 아소산 주변은 이렇게 벼가 패서 막 익어가는

중이다.

 

우리와 똑같은 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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