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바라에서 페리호를 타고 30여 분 만에 쿠마모토에
도착했다. 바다를 건너지 않고 육지로 돌아서 가려면 5시간
이상이 걸리는 엄청난 거리지만~
쿠마모토~
왠지 곰이 연상되는 동네이다. 혹시 예전에 곰이 많이 살던
지역일까?
예약한 호텔에 저녁 늦게 도착하면 마땅히 저녁을 사 먹을 곳이
없는 동네라 하여 지나는 길에 대형마트에 들르기로 했다.
주차할 곳을 찾아 빙빙 도는 중에 갑자기 요란한 경보음이 들리고
차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앗~ 이게 뭐야 지진이구나! "
그것이 그날 8월 8일 규슈 남부지역을 강타했다는 그 지진이다.
그러나 쇼핑몰의 사람들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평하게
물건들을 구입 중이었다.
쿠마모토 시내 역시 그냥 쓱 한번 보면서 지나갔다.
그런데, 여타의 도시들과 좀 다른 면이 여기엔 있었다.
일단 차량이 무지하게 많다. 또 상당수의 차량이 경차가 아닌
중대형 및 Suv 가 많았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건 뭘까?
쿠마모토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징표라 생각했다. 비록 지진이
자주 나지만 저 멀리 북동쪽에 위치한 아소산에서 풍부한 질 좋은
물이 공급되고 드넓은 평원에는 쌀을 비롯하여 여러 농작물들이
넉넉히 보급되어 풍요로운 삶을 영위케 해 주는 듯했다.
'까짓 지진 좀 나면 어때? 먹고살기 풍족하면 그만이지~ '
이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해는 지고 어두운데 겨우 아소산 밑 예약한 카메노이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프런트에서 예약 확인이 안 되는 거였다.
밤이 깊어 가는데, 낭패로다!! 바로 여기였는데~
카메노이(KAMENOI)는 거북등 껍질이란 뜻이란다.
결국 지배인이 인근의 호텔로 긴급 연결을 해주어 간신히
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밤 9시가 넘어 짐을 풀고 낮에
마트에서 구입해 온 회덮밥 등으로 겨우 저녁을 해결했다.
하마터면 저녁도 굶고 잠도 못 잘뻔했다.
근데 예약이 안된 이유가 궁금했다. 아마도 지진이 발생했을
그즈음에 인터넷 통신이 끊긴 것 같았다. 왜냐면 그 시점에서
호텔 예약을 차를 몰고 가면서 했고, 다른 곳으로 보낸 이메일도
불발이었다고 하니~
아침 일찍 눈 뜨자마자 얼른 온천과 식사를 하고 호텔을 빠져
나갔다. 퀴퀴한 호텔에 1분도 더 있기 싫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아소산을 올라가 보자.
앗! 저 거이 아소산?
빽빽한 삼나무 숲을 헤치며 오르다 보니 목장이 있었고
저렇게 아름다운 산 봉우리가 보였다.
이게 웬일? 아소산이 저런 거였단 말인가?
화산재가 수시로 날아오르는 아주 황량한 그런 산으로만
연상을 하고 있던 나는 저으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부처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아소산의 아침 전경~
어떻게 그렇게 좀 보이시나요?
이른 아침 아소산을 오르며 내려다본 저 아래 풍경은
참으로 시원하고도 장쾌했다.
우리의 한라산과도 많이 다른 풍광이었다.
한라산은 1951미터, 아소산은 1300여 미터이다.
아~ 아소산이 이런데였단 말인가?
수년 전 이른 봄에 아소산 북쪽 구로가와 온천을 들러
부근 산아이(山愛) 호텔에 머물 때 보았던 바로 그 아소산이 이런
곳이었음을 미처 몰랐던 거다.
2017.1.25 아침 세노모토 고겐 호텔(예전 산아이 호텔)에서 본 아소산~
부처가 누워 있는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꼭 뭐 부처라 할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 당시는 전혀 아소산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누가 설명해 주는 사람도
물론 없고 해서 뭐가 뭔지 그저 그랬었다.
아소산 일대의 풍광에 취해 그저 셔터 누르기에 바빴다.
아소산 주변은 동서남북 삥 둘러서 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수억 평에 이르는 논과 밭에서 풍성한 곡물이 생산되는 듯했다.
아소산 박물관 내부
그렇게 해서 최종 주차장까지 올랐으나 이날 유독가스가
많이 나와서 분화구로 오를 수 없다는 거였다.
할 수 없이 차를 돌려 아소박물관으로 내려오니 오전 9시 30분이
돼야 문을 연단다. 쳇~ 이거 다 글렀군~
걍 되돌아갈까?
그렇게 머뭇머뭇하다가 박물관을 들어갔고 이리저리 구경을 하다가
저 위 아소산 쪽을 보니 앗~? 이게 웬일~
차량들이 분화구로 줄지어 올라가고 있었다.
부랴부랴 차를 돌려 다시 올라갔다. 만일 포기하고 그냥 되돌아갔으면
죽도 밥도 아닐뻔 했다.
야호~ 박물관 들르길 잘했네!
분화구는 매우 거대한 크기였으며 하얀 가스와 유황물 같은 것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깊어서 육안으로는 잘 확인이 안돼긴 했지만,
한때는 이곳에서 수천 미터 상공까지 화산분출이 있었다고 하니
언제든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가면 볼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 몽고의 움막 같은 것은 만일 화산이 터지면 긴급히 피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콘크리트 피난처이다.
이날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초등학생들도 많이 단체로 견학을 왔다.
견학을 마치고 서둘러 아소산의 남서쪽으로 내려오니
역시 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있다.
저 구름 너머가 쿠마모토 시내가 있는 쪽이다.
이날 아들은 수원지를 가 본다고 했다.
난 우리가 알고 있는 물을 가두어 두는 그런 곳쯤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따라갔다.
헌데 이 동네의 수원지는 그게 아니었다.
아소산의 산줄기에서 쭈욱 내려와 물이 용솟음치는 그런 용천수를
말함이었다.
그저 얼핏 보면 도랑물처럼 보이는데, 가만 보면 지하에서 물이
용솟음쳐 올라오는 게 보인다.
이 한여름에 평범한 도랑의 물을 그냥 마실 수 있다니~
처음엔 믿기지가 않아서 주저했으나 이곳은 예로부터 음수로
사용해 왔다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우리는 천 여 미터가 넘는 산 꼭대기 골짜기의 계곡수도 여름엔 그냥
마시기가 어려운데~
물을 뜨는 아들!
이 물을 먹더니 불편하던 속이 시원하고 편안해졌다고
좋아했다. 허참~ 이거야^
우리는 이날 이곳 수원지를 3번이나 들렀다. 근처 유명한 소바
집에서 점심 후 한번 더, 건너 아소 5악중 하나인 산기슭을 갔다
오다가 한번 더 ~
좀 오래된 삼나무 라는데, 삼나무는 그리 오래 사는
나무는 아닌 거 같다.
타케오에 가면 3,000년 된 녹나무를 볼 수가 있다. 녹나무는
수명이 엄청나다.
나름 인근에서 유명한 소바집이라고 해서 찾은 곳~
명신소바! 맛은 담백했다.
그런데 이 집은 딱 30명 분만 주문을 받고 더 이상 영업을
안 한다. 겨우 20 몇 번째로 간신히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카운터에 200g 한 봉지 블루베리를 400엔에 판매를 하고
있어 한봉지 사 먹어보니 매우 당도가 높고 맛이 좋았다.
우리나라의 절반 가격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한국의 과일값이
이렇게나 비싸게 된 걸까?
과일값만 그런가? 에혀~
8월 초순의 아소산 주변은 이렇게 벼가 패서 막 익어가는
중이다.
우리와 똑같은 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