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를 지나면 능소화가 기지개를 켠다.
처음엔 근처 아파트에서 그다음엔 약국 출퇴근하는 동네에,
그렇게 능소화를 살펴 찾았고 찍고 또 찍었다.
허지만 그리 썩 좋은 녀석을 만난 건 아니다.
그저 그런 웬만한 능소화에 만족해야 했다. 헌데,
가만히 꽃을 살펴보면 온전히 성한 꽃이 거의 없다.
동백의 멍이 든듯한 그것과는 다른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흠집이 있는 꽃이 능소화다.
또 꽃잎이 발랑 뒤집어진 것도 있는데 이건 정말이지
봐주기가 좀 그렇다. 나름 꽃이긴 하지만 영 내 취향은
아니다.
그래도 이 무더운 여름의 초입에 이렇게 세상을 밝히듯
볼그레하게 피어주는 것만해도 어디냐~
작년엔 너무 일찍 찾아서 허탕을 쳤는데 올핸 때를 잘
맞춰 갔다. 맞추어 갔다기 보다 아예 기다리지도 않다가
연꽃을 보러 가는 김에 갔는데 딱 잘 피었을때 갔다.
이것도 나름 운이라면 운이다.
연꽃은 역시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첫 연꽃을 본 지 5일 만에 갔는데도 여전히 꽃은
많이 피지 않았다.
그러나 청초한 연꽃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잘 보여주는
중이다. 사실은 이틀전 아산 신정호를 아침에 갔다가
먼 길 허탕을 친 거 같아 좀 그랬는데, 역시 멀리가야 뭐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아주 실감 중이다.
물론 용인땅이 좋아서 그런것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아무 동네나 다 그런건 아니니까~
연꽃은 이제 막 시작이지만 벌써 수명을 다하고
떨어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뽀얗게 막 피어오르는
것도 있다. 일률적이지 않다.
그것이 생명의 원리일까?
자 이제 근처의 능소화를 관찰하러 이동한다.
단언컨대 지금껏 보아온 능소화 중에서 이곳
능소화가 가장 온전하고 예쁜 편이다.
탐스럽기도 하고 깔끔하기도 하고
깨끗한 이곳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능소화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중이다.
싱그럽고 탐스러운 능소화가 여름 더위에
익어간다.
능소화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는
얘기는 아마도 낭설인듯하다. 허긴 그 누가 그렇게
직접 해보기 전에야 알 까닭이 없지만~
백합향 은은한데
능소화가 목침을 벤 저쪽으로 보인다
원두막에 누워 물소리 듣자 하니
세상사 아득하구나~
바람은 산들 시들은 금계국은
산뜻하게 미소 짓는다
꽃이 다 지고 열매가 도드라진 작약위로
흰나비 두어 마리 노닐고 있다
토마토 고추 가지 옥수수 들깨
고구마 감자 파 상추 ~
이름도 정겨운 우리의 농산물
무더위에 쑥쑥 잘도 자란다
저들을 보며 냄새를 맡으며
잠시 쉬어 본다
7월의 뜨거운 열이 흙밭에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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