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었네!! / 보현 스님


시방 울고 워쩌고 할때요? 때가 어느 때인디!!
솔직히 요즘 같아서는 카카오 스토리고 뭐고 눈에 들어 오지도
않읍네다~ 지구 전체가 비상시국인데 거 뭐 소소한 개인사 같은 게
어디 낄데가 있겠쓰까요~

이런 거 올리는 거 다 ~ 부질없는줄 알지만, 지금이 봄 아닙네까?
사람이 마음에 꺼풀이 씌워지면 개나리도 안 보이고 진달래도 안 보이고
매화도 안 보입지요! 지금은 코로나가 눈과 마음에 옴팡 씌워져서
암것두 안 보이지유^ 보이는게 이상허지 않것어요!

그런데 주말인 데다 약국 건너 야외 음악당 비탈엔 산수유도 매화도 살구도
다 피어나 찰랑거립니다.

" 나 봄이요!! 봄 왔시요! 나 좀 봐주시유! "

이런 소리가 들리는데, 들리면 뭐합니까?

웬 스님이 노랠 저렇게 잘한댜? 뉘 귀여? 보현 스님이라고 ~ 박정희
시절에 연예인들 수난에 몸을 피해 스님이 되신 분입니다.

음, 이 봄에 그나마 좀 어울릴만한 옛 노랠 찾다 보니 이 노래가 띄긴 했는데,


나는 몰랐네 나는 몰랐네 저 달이 날 속일 줄
나는 울었네 나는 울었네 나루터 언덕에서
손목을 잡고 다시 오마던 그님은 소식 없고
나만 홀로

이슬에 젖어 달빛에 젖어
밤새도록 나는 울었네

* *

이거이 봄 하고 무신 상관인데?


그런데 이 노래 1절만 들어도 가슴이 싸아해 지고 마치 봄바람이 휘날리는
언덕에 앉아 다시 온다던 님을 그리는 맘이 아련히 떠오르는 분은
복 받은 분이라니께요! 밤새도록 나는 울었지만 운 게 운 것이 아닌 !
거 왜 제목만 보고 울고 불고 그런 것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만,

* *

나는 속았네 나는 속았네 무정한 봄바람에
달도 기울고 별고 흐르고 강물도 흘러갔소!
가슴에 안겨 흐느껴 울던 그대여 어데 가고
나만 홀로

이 밤을 새워 울어 보련다 쓸쓸한 밤
야속한 님아!!~


무정한 봄바람에 속은 경험이 있는 분은 여기까지 글을 보시고 계시
것지요? 허긴 뭐 여기까지 글을 읽어 내려오신 분도 아마 거의 없으
실 것으로 생각은 됩니다! 지금 모두가 마음이 급하고 초조하니께요~

달도 기울고 별도 흐르고 강물도 흘러가는 걸 한번 상상을 해 보시기요!

깊은 봄밤에 달이 기울어 가는 걸 보고, 별이 흘러 저쪽 산 등성이로 넘어
가는 것도 보고,얼음 풀린 강물이 유유히 흘러 가는 걸 볼 여유가 있는 분!
아마도 요즘 거의 없을 겁니다

요즘 트롯이 대세가 된 시대지만, 트롯의 참맛을 느끼려면 노래만 가지
고는 부족한 게 바로 이런 서정성! 봄을 봄으로 가슴에 껴안는 감성!
꽃과 바람과 달과 별과 구름과 강물을 함께 뒤섞어 내는 그 어떤 것이
가능해야 노래의 참 맛도 살아나고 느껴지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의견
을 올려 봅니다

허기사 마스크 전쟁에서 겨우 한숨 돌린 게 얼마 되지 않았구만유~ 솔직히
지난 두어 주간은 아무 생각도 없었지요!


여전히 아침에 기나긴 줄 서기와 한판을 치르고 나면 온종일 맥이 쫘악
빠지는 건 여전하지 말입니다^ 우리 동네는 유독 마스크 구하는 분 들이
많읍니다^ 너무 많아요! 하루 1천 장을 푼다 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그나저나 내일은 앞산 진달래라도 함 보러 가야지 생각 중입니다.
무슨 목련이 벌써 하얗게 피어나질 않나! 시답잖은 겨울 끝에 봄마저도
이리 속절없이 후딱 지나간다면 영랑의 말처럼 봄을 여읜 슬픔에 삼백
예순 날을 슬퍼 울지도 모르지 않읍니까.

 

요새 사람들은 주식이 떨어져서 아니면 집 값이 떨어져서 울테지만
말입니다^ ㅎㅎ

 

자 ! 보현 스님의 옛 노래 한번 더 들으시면서 행복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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