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약만 조제해 가면 되지 까짓 사진은 무슨~

 

약국에서는 TV 도 보면 안 된다, 

심지어는 1분 1초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고~

오로지 주업인 약만 열심히 다뤄야 한다고 꽤 저명한 교수님도

모 제약회사 회장님도 말씀하신 걸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뭐 일견 타당하고 당연한 이야기라 생각된다. 

그분들 중에는 약국을 운영해 본 분도 계시고 전혀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신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일을 열심히 하는 걸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조금은 여유를 내어

일을 하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다면, 그래서 가끔은

티브이도 살짝 보고 음악도 들으며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루 이틀 1,2년도 아니고 수십 년을 해 나갈 일인데! 

 

해서 우리 약국에는 하루종일 맑고 경쾌한 음악을 틀어 놓는다. 

티브이는 들여다볼 시간적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가끔씩 관심 있는

스포츠 중계는 슬쩍 보기도 한다. 

 

의약분업 이후 대략 20여 년 정도 처방이 별로 없어 한가한 나날을

보내면서 산으로 들로 골프로 여행으로 조금 쏘다니기는 했다. 

 

그래서 남겨진 유산 중 하나가 사진이다. 이왕 놀러 여행 다니는데

제대로 된 사진을 남겨야 후일 반추에 의미가 있고 보람으로

남겨진다고 늘 생각해 왔다. 해서, 뭐 허름한 장비지만

나름 열심히 사진을 찍어 왔는데, 

 

그게 컴퓨터에 저장되어 낮잠만 자는 게 좀 아쉬웠다. 

카페와 카톡등으로 올려지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컴퓨터에 저장되어

바탕화면이나 이런 정도로만 씌이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그래!  인화를 해서 약국 벽면에 걸어 보자!

 

그렇다고 고객들이 늘 보는 전면에는 마땅히 둘 장소도 없어 약국

측면에 창고로 겸용하는 공간에 전시실을 만들기로 했다.

어찌 보면 전시실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긴 하지만~ 

 

혹 약 조제로 손님들이 밀리면

 

"기다리시기 지루하면 저쪽 옆으로 가시면 사진이 있어요!"

 

무슨 효과를 기대하는 건 아니고  어린 아기들 또는 청소년들에게는

꼭 한번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다.

그들이 어릴 적 약국에서 언뜻 만난 사진이 단초가 되어 훗날 근사한 예술가가

되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는데~

 

 

허긴 내가 어릴 적엔 사진은커녕 그림 한 장 어디서 제대로 본 적도 없었고~

그때 진짜 근사한 사진 한 장이라도 동네에서 볼 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저 들판과 개울 하늘이 그걸 대신해 주긴 했지만~ 

못내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실은 책상에 앉아 저쪽 벽면으로 전시된 사진을 보는 게

나 자신을 위해 너무도 좋다. 사진을 보며 아름다운 자연과 추억에 아주

잠깐씩이라도 젖어 볼 수 있는 건 이 나이에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큰

복이라 생각되니까~. 

 

그런데, 

 

아직 많은 분들이 본 건 아니지만, 대체로 찬찬히 감상을 한다기보다

그저 쓱 한번 훑어보고 지나는 수준이다. 그뿐 아니라 이렇다 저렇다

감상평을 하는 이도 거의 없다. 어떤 이는 폰으로 찍어 가기도 했지만,

 

속으론 이거 괜히 보시라고 말했나? 느낌이 들 정도이다. 

 

허기사 속된 말로 사진이 뭐 밥  멕여주냐?  더구나 폰으로 맘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는 건 일도 아니니~

요즘 사진이 뭐 별건가?

 

음 그렇긴 하지만 뭔가 좀 허전하다.

결국 인생이란 그래서 자기만족이라 했던가? 

그렇게 위안을 삼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흘끗 저쪽 사진들을 바라다

본다^^ 

 

근래 살기가 너무 힘든 시절이다 보니 마음의 여유 또한 별로 없는

건조한  상태라 그럴 수도 있겠지!!  무슨 흥이 나야 사진이고 뭐고

눈에 보일 거 아닌가?

 

그래서 사진 밑에 깨알 같은 글씨로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를 적어

넣었다. 그것 때문에 사진을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허허 

 

오늘 마침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가 부루펜시럽을 사러 왔길래

저쪽에서 사진 좀 보고 가렴~ 했더니

 

우와~ 예뻐요^^ 한다.

 

음 그럼 됐다. 

 

사진 잘 찍었다는 얘길 들으려 한다기보다 정말이지 어린아이부터

두루두루 심미안적 감성을 일깨워 보려 하는 나의 진정이 얼마만큼

이나 전달이 될까? 

 

이제 봄은 오는데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식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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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Feuilles Mortes (Fallen Leaves)/Yves Montand

 

 

 

작년에 이어 올 가을에도 가까스로 시간을 하루 내어

단풍을 보러 갔다. 

작년에는 약국 마치고 밤에 달려가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일찍부터 서둘렀으나 정말 실망의 극치를 경험하고 돌아

왔었다. 

 

해서 올해는 그냥 아침 일찍 달려갔다.  

 

235km 3시간 남짓 걸리는 곳 선운사이다. 

하여튼 왕복 1,000리 길이 넘는 곳이다. 

 

이번까지 도합 5번을 갔다.

 

2014년 11월 14일 우연찮게 채석강을 갔다가 한번 들러보자~ 한 것이

너무 좋아 기절할뻔했고 그래서 단풍은 어디나 다 좋은 줄 알았었다.

내친김에 11월 21일 교토까지 단풍을 보러 갔었다. 

 

그런데 진짜 멋진 단풍을 본 건 3년 후 2017년 같은 선운사였다.

그때 도솔암의 단풍을 보고 정말 천상의 나라를 경험했다. 

 

물론 어디나 다 나름의 멋이 있는 거지만,

정말 그곳은 특별했다. 

 

해서 그 이후 이번까지 3번을 더 갔는데~ 

 

문제는 점점 더 좋은 단풍을 볼 수 없다는 거였다. 

 

이게 웬일인가? 

 

이제 이 나라에서 단풍은 한물간 옛 노래가 되고 만 걸까? 

실은 작년에 원체 실망을 해서 다시는 단풍을 보러 가나 봐라~ 

내 사전에 단풍은 없어~ 했는데,

 

며칠 전 어느 유튜버가 선운사 단풍을 올리면서 극찬을 하는 걸

보고 다시 마음이 쏠린 게 문제였다. 그분들이야 그렇게 눈에

보였을지 몰라도 2017년의 단풍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마음에 꽉차는 단풍이 아니었다. 

 

그러니 함부로 나서서 어디 단풍이 좋니 마니 발설하지 마시라~ 

유튜브가 그런 속성이 없는 게 아니지만, 에혀~

지금도 유튜브에 들어가면 어디 단풍이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는게 즐비하다. 허나,

 

누구를 탓하랴! 귀가 얇고 정보에 어두운 나를 탓해야징!!

 

선운사 단풍이 좋긴 대체 뭐가 좋다는 거냐? 

올해 그것이 어디 선운사뿐일까? 

 

올해는 그 많이 달리던 감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몇 개 남은 것도 까치가 연신 와서 다 쪼아 먹는 중이다.

아주 살판났네, 이넘의 까치들~

 

 

 

참당암 가는길, 길 옆 단풍 색감이 영 흐릿하다!

 

 

 

 

얼핏 보면 아주 시원찮은 것도 아니긴 하다. 그러나,

 

이것은 단풍 시기를 잘못 맞춰 생긴 일이 아니다.

 

단풍 자체가 이미 제대로 들기 어려움을 나타낸다.

시간이 더 경과한다 해서 아름답게 변할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강렬한 색감은 온 데 간 데 없고 그저

흐릿하고 밋밋할 뿐이다. 

 

아마 저 상태로 시들시들 말라 기온이 내려가면  그대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면 단풍 안 보러 가면 그만이지~

단풍이 뭐 대수요?  누가 멀리까지 가라 했소? '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 편하지만, 그것이  선운사의 잘못도

단풍나무의 잘못도 아닌 기후변화라는 괴물 때문임을 왜?

모르랴~ 마는 

 

미련인가?

집착인가?

아름다움에 대한 한없는 열망일까?

 

아니면 무엇이 나를 끝없는 단풍탐구에 나서게 하는 걸까?

 

 

 

허나, 오고 가고 바람 쐬고 차창밖 풍광 구경하고

선운사 입구에서 잘한다는 풍천장어 먹고 그러면

됐지 뭘 인생에서 더 바란단 말인가? 

 

그래 더 바랄 건 없지만, 이미 너무 예쁜 단풍을 봐 버린 게 잘못

이라면 잘못일게다.

 

어찌 보면 인생도 자연도 단순 밋밋해야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래에 2017년의 그 화려했던 같은 장소의 단풍 몇 장을 올린다.

 

이것은 카메라의 좋고 나쁨, 보정의 차이 같은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원재료의 질적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다. 

 

세상없는 사진 기술이 있다 해도 원재료가 부실하면 다 

헛것이다. 

 

만일 부실한 재료를  만져서 그럴듯하게 꾸몄다면 그건 사진이

아니라 가공품이고 보는 이를 기만하는 것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림을 그릴 것이지!! 뭐 할라 사진을 찍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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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더웠던 지난여름~

우리는 기억한다. 

언제쯤 이 더위가 물러날까? 

 

그리고 더위는 약속대로 물러났다. 

이제는 밤에 방에 불을 지펴야 한다.

 

벼가 다 익어 추수를 마치기 전에 꼭 한 번은

들판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러나 들판은 예전의 그것이 아니었다. 

벼는 푸석해 보였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던 황금빛은

간데없고 초췌해 보였다. 

 

가을들판이 언제부터 이리 변했단 말인가? 

 

 

 

사진으로 보이는 백암의 들판은 그럴싸~ 하다.

허나 이건 약간의 보정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윤기 흐르던 황금벌판은 이제 물 건너갔다. 

 

 

 

 

 

뭔가 꽃이라도 좀 볼 수 있을까?

해서 찾아본 용인 농촌테마파크엔 아직 피지 않은 

국화가 잔뜩 있었고 기대했던 그런 건 없었다. 

 

아^  

 

가을이 이런 건 아닌데~ 

 

내동 연꽃단지에 들러 스러져 가는 연꽃 줄기를

봤다.

 

 

 

 

 

 

그래~~

 

인생은 빈 잔이야!!

 

왜 그런 생각이 떠 올랐는지 나도 모른다.

 

저것이 빈 잔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부귀도 영화도 명예도 돈도 그 무엇도 다 빈 잔 같은 거

 

되돌아오는 길에 가을바람이 차가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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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목에 시계가 처음 채워진 날을 나는 기억 못 한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 때 까지도 시계를 가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간을 어림잡아 헤아려 밥을 먹고 학교를 가고

잠을 잤던 셈이다. 어떻게 그 시절엔 그게 가능했을지 지금

생각하면 희한할 지경이다. 

 

하여튼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싸구려 시계라도 손목에 차고

다녔을듯 하긴한데 그것조차 전혀 기억이 없다. 

 

그런데, 확실한 건 결혼할 때 예물로 받은 시계다. 

때는 1983년 시계와 반지를 받게 되었는데~

장인어른이 잘 아는 남대문 시장의 어느 시계포에서 

오 xx라는 시계를 구입한 것이다. 해서 몇 년을 손목에

차고 다녔는데 어느 날 보니 와이셔츠 소매 부분이 푸석

푸석 뜯어지고 있었다.

 

원인은 오 머시기 시계줄인듯했다. 

 

" 아니~ 여보 와이셔츠 손목이 왜 이래? 

이거 혹시 시계줄 때문 아닐까? "

 

"글쎄 그게 시계때문인것 같기는 한데~

뭔가가 잘못된 모양이구려!"

 

시계줄이 뭔가 마감이 덜 된 건지 내 와이셔츠  손목부위가

잘못된 건지 정확하지는 않아서 사실 시계가 문제라고 단정

할 수만도 없는 것이었는데, 하여튼 그렇게 되어 시계는 더

이상 내 손목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해서 96년도에 유럽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아내의 권유로

스위스에서 론 x이라는 시계를 원품으로 구입했다. 아내는

문제의 그 오 머시기 시계가 늘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러나 기분 좋게 차고 다니던 론 머시기 시계도 핸드폰의

등장과 함께 시계를 손목으로 볼 일도 적어지고 또 손목에

뭘 차고 다니는 게 애당초 불편했던 나로서는 그것도 장롱으로 

들어가는 게 당연한 수순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시계를 잊고 살기를 한 20여 년~ 

그 사이 유행 따라 론 머시기 시계줄도 금줄에서 가죽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시계를 어디다 두었는지 조차 몰라

아무리 찾아도 행방이 묘연하길 또 몇 년~ 

 

"까짓거 못 찾으면 어때! 차고 다니지도 않을걸~ "

 

그런데 아내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이번에 집에 돌아왔다.

1년 반 방치되었던 집안을 여기저기 정리하며 마침내

문제의 시계를 찾고야 말았다. 

 

아내는 매우 기뻐했지만 시계는 고요히 잠을 자고 움직일 줄

을 모른다. 

 

" 이게 뭐야? 이거 손목에 차고 흔들면 가는 게 아니었어?"

 

헌데 두께도 얇고 크기도 작은 마치 여성용 시계 같은 이

녀석은 아마도 내장용 배터리가 들어있는 모양이다. 

시계 수리 공구 세트를 마련한 아들이 아무리 해봐도 이건

뒤판을 열 수가 없단다. 

 

아내는 기억을 더듬어 그 한참 옛날에도 남대문에서 시계포

아저씨가 잘 못 열어 다른 가게에 부탁해서 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문제의 남대문을 여전히 아내는 애용하고 자주 다녔었던 것

이다. 

 

저 얇고 작은 시계를 다시 내 손목에 차고 다니는 게 나은가?

 

나는 자문자답해 본다. 

시계는 결국 열었고 배터리도 새로 구입해 넣었다. 

 

허긴 핸폰으로 시계 보는 것도 이제 할 만큼 해 봤으니 도로

손목으로 돌아가도 괜찮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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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걷기하며 보니 오솔길 왕복 총 500m 중에 약 10여 미터

정도 솔잎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요즘 새벽 기온은 약 8도 정도다. 

따라서 맨발로 쭈욱 걷다보면 발바닥이 얼얼해진다.

어떤 이들은 한겨울 눈이 내린 길을 맨발로 걷기도 한다는데

나의 경우는 좀 무리다. 

 

작년 겨울 눈이 내렸을 때 맨발로 앞산을 올라 봤는데 

30여 미터도 갈까 말까였다. 도저히 그 이상은 걸을 수가

없어서 포기했었다. 

 

 

허긴 눈 내린 흙길을 굳이 맨발로 걸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혹 모르겠지만, 나이 들어서 그렇게 까지야 뭐~

 

하여튼 아직은 이른 새벽에도 그럭저럭 걸을 만은 하지만

오솔길에 소복이 떨어진 솔잎을 보니 왠지 한번 그 길로

걸어보고 싶었다. 

 

왕복 500미터 코스를 오고 가며 솔밭길을 잠시지만 몇 차례

천천히 걸어봤다. 

그 따스함과 포근함이 발바닥에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예전 시골 살 때는 솔잎이 겨울에 큰 땔감이었다. 

부엌에서 불을 피우면 타닥타닥 아주 찰지게 타들어 갔다.

푸석한 여타의 마른 잎새와는 차원이 달랐다. 

 

솔잎이 뽀얗게 떨어져 쌓인 야산 등성이를 걸으면 소나무 향이

코에 스친다. 그렇게 가을은 깊어 갔었다.

 

아침에 며칠 전부터 떨어진 솔잎을 자세히 관찰해 보니 참으로

정연하게 두께가 일정하게 잘 쌓여있다. 자연이 하는 일은

이토록 치우침도 모자람도 없다. 

 

낙엽들이 다 떨어지면 구청 녹지과에서 이곳 오솔길 쌓인

낙엽들을 몽땅 수거해 간다. 물론 솔잎도 쓸어 간다. 

구청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전화해 본다 하면서 몇 년이

그냥 흘렀다. 

 

올해는 꼭 전화를 해서 그 연유를 물어보고 싶다.

그냥 내년 봄까지 쭈욱 좀 놔두었으면 하지만,

 

무슨 이유가 있겠지. 

 

솔잎이 남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맨발로 걸어 그 따스한

감촉을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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