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25년쯤 전이다. 남쪽 나라로 여행을 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옆자리의 후배 약사

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 자 자유로운 여행이니 한번 스스럼 없이 얘기나 해 보자고! 그래 당신은

약사가 되어서 가장 좋은 점 이랄까? 여튼 타 직업에 비해 독보적인 것이

뭐라고 생각 하시오? "

 

그는 잠시후 이렇게 말했다

 

"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 맘대로 약을 쓸수 있으니 인생의 큰 보람으로 알고 있지요~

세상 고관 대작인들 그 누가 나처럼 약을 쓸 수 있단 말이요?"

 

당시는 사실 약사는 거의 대부분의 약을 쓸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대답은 나의 기대치와는

살짝 달랐다. 약사의 기본적 권한 정도가 최고의 만족이라 하기엔 웬지 좀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약사로서의 개인적인 어떤 인생관 내지는 특별한 보람이나 혹은 사회적 구속력을

넘어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고 있다던지 뭐 그런것을 기대하고 있었지 않았나 기억한다

 

과연 이 땅에 약사로 살면서 추구해 볼만한 삶의 방식은 무엇일까? (물론 이것은 개인적

소견임)

 

 

 

첫째, 자기 본업에만 매진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한 눈 팔지

않고 내 일에만 매달렸더니 오늘의 성공을 거두었노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다시 태어나도

나는 이 일을 할 것이라고도 말한다. 매우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골프, 야구, 축구, 바둑, 테니스, 기타 특정 예술인 등 이들은 자기가 주력하는 일 외엔 다른 건

모르고 평생을 살아 간다. 그러나 먼 후일 과연 그것이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는 사실 아무도

속단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본업도 열심이지만 적절한 취미를 살려 보다 풍부한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다. 익히

알려진 취미 중에 자동차, 사진, 오디오, 골프, 등산, 여행, 옷맵시, 책 읽기, 글쓰기, 등을 간략

히 예로 들면(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취미 군은 있다) 그 모든 것이 상당 기간의 연마 과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잘 해 봐야지 한다고 잘 될 수가 없는 것들이다. 죽어라

일 해서 돈을 모은 후 나중에 그 돈으로 여러 취미 생활을 즐기며 노후를 보내겠다고 맘 먹

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약사들은 정년이 없는 대신 오래 일할 가능성이 많다. 예전엔 60세 정도면 은퇴를 고려

했지만 지금은 그 보다 훨 뒤로 미루어졌다. 그러나 은퇴 후 막상 나머지 여생을 즐겁게 살려고

해 보지만 별로 할 줄 아는 게 없고 어쩌면 현재보다 더 무미건조하게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본업과 여가 생활은 분리되어 先, 後가 있는 게 아니라 동시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즉 현 업에도 충실하고 여가 시간도 소홀히 하지 않고 공존하는 삶이 유지되도록 부단히

애써야 한다는 점이다.

 

삶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간혹 뭔가 외부적 명예나 감투 등에 집착을 하는 사람도 있다.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내재적 충만감 부족이 때로는 자신 밖의 외부에서 그것을 채우

려는 속성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바, 우리 사회가 기, 승, 전, 결, 의 마지막 '결' 대신에 정치가

들어간다는 얘기는 여전히 정치란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추종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사실 최 선진국으로 갈수록 정치적 가치보다는 개인의 행복 추구가 최상의 가치로 자리잡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각자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 따른 것이니 꼭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본업과 취미의 관계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취미 자체가 본업인 사람도 세상엔 더러 있지만

막상 그것이 본업이 되면 취미 때와는 다르게 재미없을 확률이 커진다. 따라서 보통 사람이면

본업 따로 취미 따로가 바람직한 관계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면 취미가 본업으로 됐을 때 오는

지루함 답답함은 그 무엇으로도 해결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도 얼마든지

있긴 할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내 인생의 동반자라고 봐도 무방 할 것이다.

 

취미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이다

 

 

 

 

셋째, 삶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점이 바로 자유로운 생각과 자유로운 행동과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다. 반드시 예술가나 특정 직업군만 자유의 삶을 추구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

은 접어둘 필요가 있다. 약국 현실과는 좀 먼 얘기 아니요? 할수도 있지만, 그러나 조직화된 공무

원,군인, 회사원 등과는 엄연히 다른 삶의 방식을 취하는게 약사들이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온갖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인으로 살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마땅히 내 놓을게 없다. 그러나 끊임없이 상상하고 삶의 변화에 지속

적으로 반응하며 그것과 함께 호흡하는 생활을 부단히 이어갈 때 우리의 내면의 자유는 증가

할 것이 분명하고 그에 따른 기쁨 또한 배가될것이 확실하다.

 

과연 당신은 약사로서 자유인으로 능동적으로 살기를 소망하고 있는가?

 

넷째, 우리가 익숙히 많이 듣던 단어 중 하나가 사회 봉사활동이다. 아마도 전문가 집단중에

봉사를 캐치플레이로 내세운 곳으로는 약사회가 그 선두에 있지 않을까? 사회 통념상 약사는

아픈 이들을 위로하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동고동락하는 이미지가 강했다고 본다. 그 연장

선상에 약사의 사회봉사 활동이 존속 되어 오지 않았을까?

 

10여년전 약국신문 릴레이 인터뷰에서도 밝힌바 있지만 나의 최대 사회봉사는 바로 약사 자신

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길이라고 생각을 해 본다. 주변의 많은 동료 약사들이 시간에 찌들지

않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갈 때 약사의 사회적 위상은 고양되고 그 선한 영향력은 주변에 행복을

전파할 것이라 확신한다. 이것은 단순히 나만 잘 살고 행복하면 모든게 끝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우선 너 자신이 행복함을 느껴라! 그것이 약사이건 어느 직업군이건 간에 스스로 만족하는 행복

한 삶을 이뤄야 타인도 행복하게 해 줄 가능성이 커진다! 는 의미이다

 

 

다섯째, 약사의 희망이자 보람이라면 질병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 받는 아픈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왜? 의술과 약으로 세상의 모든 병이 고쳐지지 않는지를 잘 이해

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진정한 건강이 무엇인지, 인체가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교육 받거나 공부를 한적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단적으로 말한다면 약으로 모든 병을 고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이 세상에 치료가 힘들어 고통받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구제하는 것보다 더 큰

보람과 봉사가 있을 수 있을까? 인간으로 태어나 더 큰 봉사와 보람이 당연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정도라면 아주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 한 가지가 더 있으니 바로 약사의 노후 준비이다. 정년이 없는 평생 일자리라고

안일하게 세월을 보내서는 필경 나중에 후회하게 될것이다. 좀더 이른 나이에 투철한 금융

지식을 쌓고 적절한 나이에 흔쾌히 은퇴를 할수 있게 대비하는 길이다. 적어도 10년,20년,혹은

30년 후를 내다 보고 미리 준비를 할 일이다. 세상은 항상 변한다. 지금 괜찮은 형편이 먼 장래

까지 이어지긴 힘들다. 내가 만일 2-30년 전에 이런 얘기를 선배들로부터 진지하게 들었다면

아마도 나는 조금은 다른 선택과 실천을 해 나갔을 것이다

 

 

긑으로 아모르파티중 가사 일부를 소개하며 마치고자 한다

 


인생이란 붓을 들고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자신에게 실망 하지마
모든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아모르파티!!!

 

* * *

 

이 글은 2020.10 월호 경기도 약사회 월간지에 제가 칼럼으로 쓴 글입니다

(원문에서 약 1% 정도의 변형을 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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