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즉 춘분을 전후하여 현충사를 갔었다. 목련은 1/3 쯤

피어 푸른 하늘에 드리워져 있었고 이순신 생가 앞의 홍매화가 아주

곱게 피어 있었다.

 

올해 또 현충사를 갈 찬스는 왔지만 이번엔 선배님 부부와 만나는 날

이었다. 장소는 이천 임금님 쌀밥 집! 어차피 이리된 거 일찍 가서 백사

면 산수유나 함 둘러보자^

 

 

하늘은 흐리고 기온은 쌀쌀하고 비가 간간이 뿌린다. 봄철 산수유는

몇 년 전 구례 산수유 마을에서 이미 충분히 보고 체험을 한 바라

특별 기대는 없었다. 이천 산수유 축제는 취소뿐 아니라 주차장에

접근 자체를 막고 있었다. 처음 온 방문객들은 인근 농로나 갓길에

어떡허든 차를 세우고 산수유 마을로 꾸역꾸역 들어가고 있었다

 

참, 세상에 꽃 보러 온 방문객들을 돌려보내다 못해 접근을 저지하

느라 인력까지 동원을 하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임금님 이천쌀밥 점심까지 잠깐 둘러본 백사면의 산수유는 예상대로

사진을 남길게 거의 없었다.

 

아! 산수유가 이 정도였나? 가을의 예쁜 산수유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정말 허접하기 그지없는 봄철 산수유였다

 

 

 

 

 

 

 

 

 

그나마 위안은 아직 가지에 달려있는 빨간 열매에 노란 꽃이 대비를

이뤄 조금은 봐줄만 하다는 것^

 

아! 이것이 산수유의 실체란 말인가!!

 

원래 산수유는 꽃 자체가 그리 임팩트가 있는 게 아니다. 봄철 빨리

핀다는 것 외엔 그다지 특별함이 없다고나 할까? 그건 매화도 마찬

가지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약 3-4년간 매화에

집중해 본 결론은 매화 역시 명성에 걸맞는 꽃은 아니라는 거였다

 

'임금님 이천 쌀밥'은 특히 돌솥에 나오는 쌀밥이 백미였다. 분명 쌀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듯했다. 수년 전부터 일본 여행 시 느끼던 바와 같다.

대체로 우리 음식점들은 여전히 정부미로 밥을 해 주는 곳이 많다고

생각한다

 

최상품의 쌀로 밥을 해 주지 않고 식당이 번성하기를 바랄 수도 있을까?

 

 

자고로 이천은 쌀과 도자기의 고장이다. 인근 도자기 공방이 밀집된 마을

을 찾았다.

 

 

꽃과 도자기 구경이라면 2박 3일을 돌아봐도 전혀 실증을

내지 않을 옆지기 이시다! ㅎㅎ

 

 

 

 

예쁜 도기에 야생화인지? 꽤나 예쁘게 심어져 있는 꽃들^

 

 

 

도자기!!

 

우리의 이천 도자기들은 약간 도톰하고 칼라가 진중한 느낌이다

당연 무게가 나간다^

 

반면 우레시노의 히젠요시다 도자 전시관에서 본 그릇들은 아기자기한

문양은 예쁘지만 매우 가벼워 보인다. 실제로 가볍다

 

히젠요시다 도자 전시관

 

도예공방 곳곳에 키워지고 있는 꽃들은 매우 운치가 있었다

화원도 아닌데, 꽃 키우는 실력과 전시 능력이 놀라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이천 도자기는 은은한 칼라에 매우 격조 높은 품질을 자랑하고

있는듯했다. 위의 문양과 비슷한 잔 2개를 구입했다. 그 외에도

자잘한것들과 툭배기 2개, 화분용 몇개 등등을 포장지에 담았다

 

진달래도 이렇게 실내에 피니 나름 운치를 더한듯하다

 

 

구입해 보고 싶은 자기들은 많았다^ 그러나 집에 가져가면

일단 공간을 차지한다. 그잖아도 많은 짐에 참기로 했다. 비용도

만만찮고!

 

 

도자기에 그린 그림이다. 마치 옛날 크리스마스 때 그리던 카드가

생각났다

 

 

이천의 사기막골! 옛날 임진왜란 당시 왜구의 도공 납치를 피해 산골로

피신해 온 곳이 이곳이라는데, 같은 지명이 성남에도 있다.

우리는 이날 공방 15군데 정도를 쭈욱 둘러보았다. 각 공방마다 특색을

지닌 매우 인상적인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군데 더 이왕 이천에 왔으니 들러볼 곳이 있다 해서 찾은 곳은 바로 여기

였다

 

 

이진상회!

 

 

최근 이런 베이커리 겸 카페가 대세이긴 하나 정말 이곳도

방문객이 엄청 많았다. 수도권 여부를 떠나 번성을 누리는 곳은

바로 이와 유사한 곳 들이 아닐까?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귀로에 백암이

있고 거기엔 지난겨울에 봐 뒀던 거대한 왕버들 나무가 있다

나는 잎이 돋는 버드나무가 궁금했다. 지금쯤 어떨까?

 

허나 백암에 도착해서 왕버들 나무를 보니 아직 아무 잎도 나오지

않았다. 왕은 다른가? 천천히 느즈막하게 잎이 나오는가? 적어도

10일 이내엔 변화가 없을 것 같았다.

 

백암- 고초골-문수터널을 거치는 나의 애용 드라이브 길을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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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님바람 / 조미미 (황정자 원곡)

 

꽃바구니 데굴데굴 금잔디에 굴려 놓고
풀피리를 불어봐도 시원치를 않더라
나는 몰라 웬일인지 정녕코 나는 몰라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삼단같이 치렁치렁 동백기름 검은 머리
천지 정색 봄바람에 속 타는 줄 모르리
꿈도 많고 한도 많은 열여덟 봄 아가씨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아지랑이 가물가물 낮잠꾸는 한나절에
칠보단장 꾸민 얼굴 어느 뉘게 보이리
안절부절 못하고서 뒷문만 들락날락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1958년 고명기 작사, 한복남 작곡

 

 

 

 

 

봄바람은 님의 바람인가?

 

여기서 꽃 바구니는 무슨 바구니일까?

냉이꽃, 민들레꽃, 산수유 매화꽃, 그도 아니면 진달래꽃을

따서 바구니에 담았던 걸까?

 

 

그 바구니는 그저 저쪽 잔디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데굴데굴

굴러가고~ 이 봄 따스한 바람에 풀피리 하나를 뽑아 불어 본다

 

 

각설하고 봄의 아른한 정경, 따스한 바람에 살 것 같은 생각이 들며

어딘가 멀리 떠나 보고도 싶고 저 언덕 너머에 멋진 총각이 있을 것도

같고 마음은 살랑살랑 들뜨는데, 아하! 이걸 어쩐다 말이냐!!

 

 

동 서양의 수많은 봄을 노래한 것들 중에 단연 최고의 감성, 마치 손에

잡힐 듯 또렷이 연상이 되는 그 열여덟 처녀의 풋가슴을 이토록 잘 보여

주는 노래는 없을듯하다.

 

왜냐~

나는 여기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다!

 

 

뭐 봄의 풍광이 어떻고 사진이 어떻고 다 해도 이 노래 한 곡을

끝까지 듣는 만 못하다.

 

시인 백석을 끝내 사랑했던 전 길상사 주인 김영한이

 

"1000억 땅이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 " 했을 때 과연 그럴까?

했다. 허나 세상엔 이런 일이 가끔 있는 게 사실이다

 

 

 

 

1958년~ 아 어째서 그 모든 노래들, 영화들은 1958년도에 유독 많이

등장했을까? 내 나이 미처 열 살이 안됐을 시절!

이 노래 가사를 쓴 고명기란 분도 대단하시다

 

동백기름 바른 삼단 머리를 치렁치렁 봄바람에 흩날리며 꿈도

많고 한도 많은 열여덟 봄처녀는 속 타는 가슴을 어쩔 줄 몰라하네~

 

왜냐? 그것 역시 봄 이기 때문이다.

 

 

아지랑이 가물가물 저 언덕 넘어에서 올라오면 오래된 나무판대기

대문을 빼꼼히 열고 들락거리는 봄 아가씨가 생각난다. 찬 바람이 선듯

선듯하던 이 봄은 어느새 더운 바람이 불어 온 몸을 나른하게 만든다.

 

진달래 개나리는 어느새 다 피어 온 동네를 환히 비추고 우물가의

앵두나무는 하얀 꽃이 푸른 달빛에 반짝인다 ~

 

눈을 감으면 더 또렷해지는 그 시절의 봄 풍광!

 

이 노래 하나에 모든 봄이 다 녹아 있다~

 

 

 

p.s ; 왜 하필 조미미의 노래냐?

원곡을 부른 황정자 노래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목소리 창법은 없을까? 해서 찾아 보니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허나 명불허전이랄까? 그 매끄러움! 어디 하나 막힘없이 잘 부른 이는

조미미였다. 이 노래만큼은!

 

 

 

 

아직 나무엔 변화가 없다. 얼핏 봐서는 이 봄에 뭐가 달라

지는지 알아챌 수가 없다. 아주 미세한 변화가 있지만 자동

차로 휙휙 지나다녀서는 전혀 발견할 수가 없는 미세 변화

가 있을뿐이다.

 

다행히 지난 1월부터 걸어 다니는 출퇴근에 이 변화를 감지

할 수 있어 3.14일부터 15,16,17일까지의 변화를 일단 담아

보고자 한다.

 

꽃이 한송이 피어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미세하게 진달래가 망울을 터뜨리는 중이다

 

봄철 산중에서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생강나무다

물론 이 보다 앞서 매화, 산수유가 꽃을 피우긴 하지만

올해는 그 두 가지를 추적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수년에

걸쳐 이른 봄 사진 찍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매일 다니는 통미산의 진달래는 이 모습을 하고 있었고 수원

매탄동의 아파트에서 아쉬워 산수유 한 장을 찍었다

 

 

3.16일의 모습이다. 많이 달라질 거 같지만 아직 큰 변화가

없다. 꽃이 피기 전 봉우리의 모습이 오히려 더 좋게 느껴

진다

 

남부cc 연습장 모서리에 멋진 모습을 한 목련!

산목련으로 보이는데 활짝 폈을 때 어떤 모습일지

매우 궁금하다

 

이 봄에는 새싹이 돋는것만 봐도 가슴이 뛴다

산자락 밑에 몇 그루 거대한 나무가 45도 각도로 서 있는데

대체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퇴근길 밤에 한 번씩 손으로

툭툭 만져 주고 가는 나무다

 

완전히 꽃망울을 다 터뜨린 진달래
3.17일 이번엔 렌즈를 100마 로 바꾸어 나갔다

혹시나 더 예리하게 찍히진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금세 다 필 것 같았지만 여전히 진달래는 피어나는 중이다

 

오늘은 작은 계곡에서 줄기가 엉클어진 진달래를 봤다

이거야 말로 꽃이 좀 피면 무척 아름다울듯하다

주변 환경도 청정 자체니 말이다

 

오늘 역시 오색딱따구리를 봤다. 마침 카메라를 지참한 관계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찍는 데 성공했다. 하필 오늘 망원렌즈를 안 가지고

온 날이다. 지난 이틀 내리 망원을 가지고 왔었는데~

 

100mm 로 찍어 본 생강나무 꽃

 

100mm 의 진달래~ 하루 단위로 이렇게 진달래를 촬영해 보기도 처음!

 

 

이제 3.17 인데 벌써 수원 아파트 약국엔 라일락이 피고 있다

이렇게 계절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라일락은 예전엔 4월이 지나야

피던 꽃이다.

 

아파트 화단에 심긴 목련은 이미 만개를 앞두고 있다

전에도 느낀 점이지만 목련은 마치 집 강아지처럼 동네의

것이 야생보다 훨 꽃이 곱고 이쁘다.

 

 

산수유, 매화로 출발하는 봄 꽃 소식이 아니지만 나름

일부러 찾아 다닌 것이 아닌 출근길에 살펴 본 나의 봄 탐방기

이다. 이어서 몇 차례 2탄, 3탄으로 연결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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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사람이란 살아가면서 여러 방면 즉

자신의 삶 중에 여러 사건, 체험, 노래, 음악, 학교, 친구

등등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살아가게 되는데 그 많은 것 중 노래에

국한해서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한다

 

물론 그것이 어디 한 두곡일까마는 대체로 유년시절의 그것, 중고

등학교의 그것, 대학 기타 성인이 되었을 때의 그것을 나누고 싶다

 

그중 어릴 적 즉 유년시절의 노래로 기억을 쭈욱 더듬어 간다

 

대략 우리 나이쯤 되는 분들은 그것도 시골서 자란 분들은 공통으로

기억하시는 것이 라디오에 접근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원체

그런 게 부족하다 보니 동네마다 유선으로 연결한 스피커라는 게

있었다.

 

그 스피커 라는 건 그야말로 스피커 한 개를 집안 마루나 안방 앞 등에

설치를 하게 되는데 정규 라디오 방송이 이를 통해 각 가정에 방송

되었고 그 마저도 스피커를 달지 못하는 집은 옆집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마도 스피커 사용료가 한 달에 얼마 정도였을까?

가난한 시골 농가에서는그 비용조차 버거웠다. 아쉽게도 우리 집은

스피커가 없었다

 

아무튼 동네 앞 저 멀리서도 스피커는 잘 들렸고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김삿갓 북한 방랑기'였다. 두만강 푸른 물에~ 로 시작되는 노래 연주

가 나오고 구수한 성우의 목소리로 김삿갓이 북한 지역을 방문한 내용이

흘러나왔는데, 무려 이후 30여 년간 지속된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세상에서 유일하게 외부 소식을 들려준 그 스피커에서 때론

노래가 흘러나왔으니 그것이 내가 어릴 적에 들은 유일한 노래였다

50년대 중반 이후 수많은 가요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바로

문정숙이 부른 " 나는 가야지" 였다.

 

겨울이 가고 따듯한 해가

웃으며 떠 오면 ~

 

꽃은 또 피고 아양 떠는데

노래를 잊은 이 마음

 

비가 개이고 산들바람이

정답게 또 불면 ~

새는 즐거이 짝을 찾는데

노래를 잊은 이 마음

 

*아름다운 꿈만을

가슴 깊이 안고서

외로이 외로이 저 멀리

나는 가야지

 

사람을 위해 사랑을 버린

쓰라린 이 마음

다시 못 오는 머나먼 길을

말없이 나는 가야지

 

 

 

그 시절은 지금과 달리 겨울이 무척 추웠다. 난방이래야 인근 산에서

구해온 잡목 가지, 낙엽, 솔잎, 등이었고 의복도 솜으로 만든 것, 양

말도 부실했고 신발은 더 열악했으니 겨울 추위의 체감 정도가 지금

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지나고 비로소 따뜻한 해가 떠 오르는 봄이 되면 이것

은 단순한 계절의 바뀜 수준이 아니었다. 봄은 마치 나에겐 구세주~

나아가 해방을 맞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봄이란 것은 애절하고

다가오는 느낌이 막중했었던 것이다. 당시 농촌에서 살던 또래의 많은

친구들은 느낌이 비슷했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때를 맞추어 이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던 것이다.

그 봄에 들리던 이 노래는 정말 일생을 통해 잊을 수가 없는 노래

가 되었을 뿐 아니라 내가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라 생각한다.

 

가사 조차 '겨울이 가고 따뜻한 해가 ~ ' 로 시작하지 않던가?

 

무슨 가수가 되는 꿈같은 건 꾸어본 적이 없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어려서 듣던 것과 결이 비슷한 트롯은

내 삶의 실 뿌리처럼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왔다.

 

옆집 스피커로 듣던 노래가 바로 나의 애창곡이 되었고 그 이후

수 많은 노래들도 전부 여기서 출발한 셈이 된 것이다.

 

올봄도 이제 서서히 상륙 중이다. 봄이 오면 다시 한번 들어 본다. 수많은

노래 중 '나는 가야지~ 와 봄날은 간다 '는 나의 단골이다. 항상 이 노래를

들으며 나의 봄은 시작이 되었었다

 

나의 봄은 저 멀리서 날아와 나를 통과하고 다시 저 쪽으로 빠져

날아간다^

 

그렇게 올봄도 흘러갈 것이다!

 

 

 

 

 

 

 

 

 

 

 

 

한국 요트산업의 메카라고나 할까?

벌써 조성된지는 꽤 되었다지만 눈으로 가서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요트 보트 매표소엔 사람이 거의 없다. 뭐야! 일요일

인데도 저리 한산하면 평일엔 절간 수준 아닐까?

요트는 주인만 탈까?

 

우리의 방문 목적은 요트가 아니라 봄철 숭어였다. 지금

바로 그 숭어가 최상의 맛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꽤나 미식가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숭어 한 마리에 3만원, 매운탕까지 4만원! 값싼 숭어의 원가

에 비하면 꽤나 비싸지만, 횟집도 좀 남겨야지~

 

그러나 숭어는 역시 우릴 배신하지 않았다. 다른

무엇을 더 넣어 준다는 매운탕에 실컷 배를 불리고,~

 

직접 배를 가지고 고기를 잡는 이들만 입주할 수 있다는 '바다호'

회 센터의 나이 든 어머니는

 

" 갈수록 어째 일이 하기 싫어지니 이를 어쩐댜~ 쟈 들이

나 보약 멕여 가면서 일을 시키누먼~ "

 

이러고 하소연을 한다. 듬직한 딸은 연신 고기를 구경시켜주랴

횟상 봐주랴 정말 열심히 장사를 잘 한다. 저리 구순구순한것이

장사의 비결인겨~ 암!

 

 

민어 말린 것 두 마리와 돌게

간장 게장 한 통, 같이 오려다 못 온 외사촌 동생 줄 숭어

한 마리 회까지 보냉 통에 넣고 남양 성지로 출발!

 

비가 올 듯 말 듯, 희뿌연 하늘!

이런 날은 사진도 잘 안 나온다. 아니 어째 사진이 찍히는 거

같지도 않잖여? 혹시 고물 다 된 거 아닐까?

 

 

 

2012년 뱅쿠버에서 봤던 소형 요트? 선착장

 

 

위 사진을 보면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가 얼마나 지대하게 사진의

퀄리티를 좌우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허나 뭐 지금은 계절이 계절이니 만치 뿌연 하늘^ 회색 빛 나무들!

뭐 하나 칼라를 내 비치고 있지 않으니~ 어쩔수가 없다

 

 

성지 입구에서 할머니 한분이 냉이, 달래를 사 가라고 조르신다

역시 모두 떨이로 봉투에 전부 담았다.

 

몇 번째 방문하는 이곳! 대 성전은 완공이 되어 있지만 아직 부분

덜 공사가 끝난듯하다. 촛불 2 개를 정성 들여 봉헌 후 한 바퀴

돌고 나온다.

 

산수유가 자욱이 안개처럼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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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오기 전 2019년 2.27~3.3 이 시기엔 니가타의

묘코고원에서 스키를 타고 있었다. 즉,아직은 겨울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

 

봄이 오는 문턱이긴 하지만 아직 따스한 봄바람은 아니며

그렇다고 겨울의 깊은 흔적이 남아 있지도 않은 하지만 봄의

기운이 살짝 더 강한 그런 시기이다.

 

27일 오후 좀 일찍 집에 오니 아무도 없다. 일전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았던 평택 무봉산이 생각이 났다. 거기나 한번 가볼까?

 

그곳 만기사란 절 엔 한국 현대사가 낳은 비극의 장본인 이정

박헌영의 아드님이신 원경 스님이 주지로 계신다는 곳이다.

 

 

무봉산은 그리 높은 산도 아니고 그저 야트막한 산이다

집에서는 불과 20여분 정도면 도착하는 곳이다. 이 나이

먹도록 그런 사실조차 잘 몰랐고 더구나 가까운 곳에 그런

사연이 있는 사찰이 있다니~

 

 

 

만기사 돌기둥에 새겨진 글씨!

 

아주 단순한 글이지만, 이제껏 어디서도 두 문장을 대비하여 들어 본

바가 없는 글이다.

 

" 원수는 갚지 말고, 은혜는 갚아라! "

 

 

 

그리고 원경 주지 스님이 봉안하고 계신다는 탑은 이렇게

되어 있었다

 

 

스님과 관련된 일화이긴 하지만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서울

성북동의 길상사와 박헌영 일가와 연관해서는 매우 흥미 있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금세 이야기의

전말에 도달하실수가 있을 것이다

 

 

봄바람인지 겨울바람인지 모를 살짝 찬 바람이 불어오는

만기사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어디 멀리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연 이틀을 앉아 쉴 수

도 없어 즉흥적으로 생각을 해 낸 게 횡성이다. 횡성 하면 아주

먼 곳 같지만 집에서 100km 정도의 거리이다. 사실은 그 동네

에 이곳 수원에서 몇 년 전 카페를 지어 이주를 한 선배 한분이

계시기도 해서 겸사해서 가 보기로 했다.

 

1차 목표는 송어회였다.

 

"그래 겨울에 먹는 송어회가 진짜지!

송어는 원래 찬물에서 사는 고기가 아닌가? 그러니 지금이

제격일 거야! "

 

몇 년 전 죽산에 있는 장광 호수라는 데서 겨울 얼

음을 뚫고 송어를 잡은 적이 있었지만, 왠지 진짜 송어 맛은 아

난 듯 느껴졌다.

 

횡성 산속엔 많은 송어 양식장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

와 보니 송어 양식장은 눈에 보이질 않는다. 왜? 그럴까?

 

속실이라는 동네는 횡성에서도 아주 먼 끝자락에 있었다. 여름

철에 와 보면 아주 좋을 듯했다. 산이 깊고 계곡도 아주 깊었다

 

산속 끝자락에 위치한 속실 송어회집!

 

 

쫀득한 맛을 자랑하는 이곳 송어회

 

5월 초쯤 오면 목련이 기막히게 필 거라고 말하는데

글쎄! 송어회 맛보러 이런 깊은 산골을 누가 그리 많이

찾아올까?

 

제철 송어회를 맛본 소감은 뭐랄까! 사람들이 일상으로

찾아서 먹을 그런 맛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게 아닐까! 였다

 

 

횡성 한우마을 근처에 위치한 선배의 카페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았다

 

카페 아마떼 횡성 점

 

이곳 카페를 운영하고 계시는 선배는 원래 가수 출신이시다

김성봉 가수라고 수원에 요지의 꽤 큰 땅을 처분하고 한적한 이곳

횡성에 둥지를 틀었다. 대표곡으로는 " 우리 사랑은 " 이 있다

 

우리는 차 한잔 후 카페 건물에 설치된 카카오 스크린 골프로 한참을

놀았다.

 

 

* *

 

그렇게 연휴 1일 차를 보내고 3.1절이다. 아침부터 봄비가 세차게

창문을 때린다.

 

오늘 일정 역시 즉시 정해졌다. 진천 초평 저수지를 가 보자. 초평

엔 붕어찜이 아주 유명하다. 붕어찜, 어느 집이 좋을까? 해서 출발을

해 보니 비가 장난이 아니다. 아니 이 비에 붕어찜 먹자고 80km 나

되는 초평으로 거센 빗길을 달린단 말인가?

 

초평의 붕어찜 전문점 단골집

 

단골집이라 하니 단골로 가는 집인가 하는데 식당 이름이

단골집이다. 세찬 비가 흩날리는 초평 저수지는 그러나 매우

아늑하게 느껴졌다. 주변 산세가 완만하지만 상당히 높은 편이고

봉긋하니 호수가 그 산중에 쌓여 있는 느낌이다.

 

막걸리까지 한잔 하니 정신이 몽롱하다. 희 뿌연 운무를 헤치며

호수 구경에 나섰다. 아! 이런 봄비 오는 호수 풍광도 보게 되는구나!

 

 

 

봄비가 내리는 호수는 생각보다 매우 아름다웠다. 5월쯤 아카시아가

향기를 내뿜는 그때 오면 정말 근사하지 않을까? 호수 주변이 온통

아카시아 나무이니!

 

허긴 몇 년 전 겨울 근처 농다리를 보러 왔을 때도 그 생각을 했

지만 아직 5월 그 시절엔 와 보질 못했다.

 

사람 간에 약속도 지키긴 어려운 거지만 나 와의 약속도 그리 쉽게

지켜 나가긴 어렵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이렇게 2말 3초의 연휴는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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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떳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중략~

 

이거 가끔 어디 시골이나, 경춘가도 등 카페에 더러 붙어 있는

글귀를 보신 적이 있으실 듯도 한데, 나는 이 글귀

 

" 달이 떳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를

 

통영의 E.S 리조트 거의 다 가서 어느 카페인지, 민박집인지, 아니면
바다낚시 집인지,, 에 간판처럼 써 놓은걸 본 적이 있다. 처음엔 별 사람도

다 있네,, 했다. 그래 달이 떳다고 전화를 줄 수도 있긴 하지! 여기 달이 떴으니

얼른 와 보라는 얘기 아녀? 참 장삿속도!! 츠츠


그렇다고 그런 걸 뭐 간판처럼 써 붙여 놓냐?

 

그러나 그건 내 무식의 소치임을 이제사 깨닫는다

 

오늘이 보름이니,, 달이 분명 크게 뜰 것이다. 그리고 위에 적힌 글은 바로

김용택 시인의 시구였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으니 말이다. 그 집에선

나름 시인의 싯귀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 *

 

초승달이 예쁘게 뜬 걸 보았을 때, 아니면 보름달이

훤하게 비치는 걸 볼 때 당신은 그 누구에게 그 작은 기쁨을

전화로 알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아니 그런 적이 일생에 한번이라도 있었는가?

 

그 대상이 자식이건, 부인이건, 남편이건, 아니면
친구이건, 아니면 그 어떤 이 건 상관은 없다!

 

"초승달이 뜨면 떴지 뭐 그런 걸 누구한테 전화를
한답니까? 참 할 일도 없스슈! "

 

 

이런 사람은 애초에 더 길게 달 얘기를 나눌 상대가 될 수 없다.

 

달 하나 뜬것에 감동하고 길 가다 예쁜 새싹이 돋
은 것에 감격하여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그 작은 기쁨이 모여
행복이란 큰 물줄기를 이뤄 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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