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님바람 / 조미미 (황정자 원곡)

 

꽃바구니 데굴데굴 금잔디에 굴려 놓고
풀피리를 불어봐도 시원치를 않더라
나는 몰라 웬일인지 정녕코 나는 몰라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삼단같이 치렁치렁 동백기름 검은 머리
천지 정색 봄바람에 속 타는 줄 모르리
꿈도 많고 한도 많은 열여덟 봄 아가씨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아지랑이 가물가물 낮잠꾸는 한나절에
칠보단장 꾸민 얼굴 어느 뉘게 보이리
안절부절 못하고서 뒷문만 들락날락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1958년 고명기 작사, 한복남 작곡

 

 

 

 

 

봄바람은 님의 바람인가?

 

여기서 꽃 바구니는 무슨 바구니일까?

냉이꽃, 민들레꽃, 산수유 매화꽃, 그도 아니면 진달래꽃을

따서 바구니에 담았던 걸까?

 

 

그 바구니는 그저 저쪽 잔디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데굴데굴

굴러가고~ 이 봄 따스한 바람에 풀피리 하나를 뽑아 불어 본다

 

 

각설하고 봄의 아른한 정경, 따스한 바람에 살 것 같은 생각이 들며

어딘가 멀리 떠나 보고도 싶고 저 언덕 너머에 멋진 총각이 있을 것도

같고 마음은 살랑살랑 들뜨는데, 아하! 이걸 어쩐다 말이냐!!

 

 

동 서양의 수많은 봄을 노래한 것들 중에 단연 최고의 감성, 마치 손에

잡힐 듯 또렷이 연상이 되는 그 열여덟 처녀의 풋가슴을 이토록 잘 보여

주는 노래는 없을듯하다.

 

왜냐~

나는 여기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다!

 

 

뭐 봄의 풍광이 어떻고 사진이 어떻고 다 해도 이 노래 한 곡을

끝까지 듣는 만 못하다.

 

시인 백석을 끝내 사랑했던 전 길상사 주인 김영한이

 

"1000억 땅이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 " 했을 때 과연 그럴까?

했다. 허나 세상엔 이런 일이 가끔 있는 게 사실이다

 

 

 

 

1958년~ 아 어째서 그 모든 노래들, 영화들은 1958년도에 유독 많이

등장했을까? 내 나이 미처 열 살이 안됐을 시절!

이 노래 가사를 쓴 고명기란 분도 대단하시다

 

동백기름 바른 삼단 머리를 치렁치렁 봄바람에 흩날리며 꿈도

많고 한도 많은 열여덟 봄처녀는 속 타는 가슴을 어쩔 줄 몰라하네~

 

왜냐? 그것 역시 봄 이기 때문이다.

 

 

아지랑이 가물가물 저 언덕 넘어에서 올라오면 오래된 나무판대기

대문을 빼꼼히 열고 들락거리는 봄 아가씨가 생각난다. 찬 바람이 선듯

선듯하던 이 봄은 어느새 더운 바람이 불어 온 몸을 나른하게 만든다.

 

진달래 개나리는 어느새 다 피어 온 동네를 환히 비추고 우물가의

앵두나무는 하얀 꽃이 푸른 달빛에 반짝인다 ~

 

눈을 감으면 더 또렷해지는 그 시절의 봄 풍광!

 

이 노래 하나에 모든 봄이 다 녹아 있다~

 

 

 

p.s ; 왜 하필 조미미의 노래냐?

원곡을 부른 황정자 노래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목소리 창법은 없을까? 해서 찾아 보니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허나 명불허전이랄까? 그 매끄러움! 어디 하나 막힘없이 잘 부른 이는

조미미였다. 이 노래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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