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도 어느덧 중반에 이르렀다.

옛날 노래 중

 

 

정 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

이 땅에도 또다시 봄이 온 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강남을 넘어 가세~

 

 

 

사실 정 이월은 춥다고 웅크리다 보면 어느새 훌쩍 다 지나간다

사람들의 마음엔 어서 추운 겨울 지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그러다 보니 1년의 1/6 이 그냥저냥 뭐 한 것도 없이 그야말로 속

절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3월도 그리 만만한 시기는 아니다. 바람은 차고 꽃샘추위라는

게 있어 간간이 불어 닥치는 찬 바람이 쉽게 가슴을 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자, 그런데 3월의 중순, 아니 하순에 접어들었다!

 

 

요즘 그 누가 쑥 뜯으러, 아니면 냉이를 캐러 밭으로 나가는가?

 

봄의 흥취를 가슴에 느껴 보고 더하여 봄바람을 흠뻑 대지로부터

쐬어 보고자 인근 밭으로 나갔다. 지난가을 그 밭에서 자란 배추로

김장을 담갔던 곳이다. 준비물은 작은 칼과 검은 비닐봉지, 그리고

1회용 비닐장갑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밭에 냉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쑥은 저만치

밭과 경계를 이루는 끄트머리 산비탈에 조금 있을 뿐이었다. 아니

벌써 누가 냉이를 다 캐갔단 말인가? 그러나 자세히 보니 냉이가

없는 게 아니었다. 땅에 납작 엎드려 흙에 붙어 있는 것이 냉이였고

고개를 쳐들고 있는 건 황 냉이란 놈이었다. 어릴 적엔 황 냉이를 먹은

것 같기도 하고 버렸던 거 같기도 해서, 일단은 채취에서 제외시키다

보니 냉이만 캐기엔 좀 힘들었다.

 

거기다 밭고랑에 좀 앉아있다 옆으로 이동할라치면 허벅지와 종아리

가 끊어질 듯 아팠다. 도무지 이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봄철

밭에 앉아 냉이 캐는걸 예사로 보았는데, 막상 해보니 이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 냉이 캐는 게 이리 힘든 일이란 말인가? '

 

아니면 쪼그려 앉아 냉이를 캐기엔 이제 체력이 달리는 걸까?

마땅히 냉이를 캘 밭도 없지만 이게 힘들어서 아무나 달려드는 게

아닌 것도 같았다

 

거기다 냉이를 가져간 칼로 싹둑 뿌리를 잘라 잎만 거둬들이고 말았

는데 냉이는 절대 뿌리 맛으로 먹는 거라고 나중에 집에 가져가서

정리를 하다 집사람으로부터 된통 핀잔을 들어야 했다. 밭에 냉이가

지천으로 깔려 있고 슬렁슬렁 그걸 캐는 걸 봄철 낭만쯤으로 생각

했던 것이 얼마나 현실감이 없는 것인지를 실감해야 했다.

 

거의 2시간 반 정도 냉이를 캤고 쑥은 밭고랑 끝 언저리에서 캐는 둥

마는 둥 조금 뜯었다

 

 

집에 돌아와 수도 없이 여러 번 냉이를 물에 헹구고 씻고 해서 된장국과

냉이 나물이 만들어졌다. 사실 입버릇처럼 냉이 캐기, 쑥 뜯기를 늘 봄철

이면 생각해 왔지만 아주 오래전에 용문산 입구에서 한번 뜯어본

기억이 있고 3-4년 전 봄에도 골드 cc 입구 마을에서도 쑥을 뜯은

적은 있었다

 

이른 봄 쑥만 뜯어먹어도 웬만한 질병은 다 낫는다고 옛 선인들이

말했는데, 그 좋은 보약 같은 쑥을 제대로 뜯어먹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암튼 일요일은 점심을 늦은 시간에 냉이 비빔밥으로 해결했다.

저녁 또한 냉이 비빔밥을 먹었다. 내 평생에 냉이로 연거푸 두

번 식사를 한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트나 농협에 가면 손쉽게 냉이나 쑥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맛은 직접 밭에서 캔 것을 따라올 수가 없다. 그렇다고 힘든 냉이

쑥을 직접 캐기도 만만치 않다. 차선책은 마트에서 구입해서라도

이 봄에 여러 번 먹을 수 있으면 좋을듯하다

 

 

봄을 가장 봄답게 온몸에 받아들이는 건 밭에서 흙의 냄새를

맡는 것이 첫째요~

 

또 그 밭에서 나온 쑥과 냉이를 먹는 것이

두 번째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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