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일요일, 고향을 가고 싶은 게 아니라 고향
저편 뒷산 노승산을 한번 올라가 보고 싶었다.
해발 310m! 이것도 산 인가? 그렇다 산이다!
어릴 적엔 그 보다 높은 건 없었다. 멀리 마을 뒤편으로
거대하게 솟아 있던 산! 세상에서 제일 높던 산이었다.
암튼 그 산을 근 60년 만에 올랐다. 가까워도 자주 가지 않던
산~ 산을 갈 필요를 못 느끼며 살던 바로 그 산!
노승산 뒷편으로 예전부터 있던 절, 그러나
아마도 처음 가 보는 절! 그 옛날에도 이곳 절을 가 본 적은 없다
마치 가야산 해인사를 들어가듯, 내설악 백담사를 들어가듯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간다!
이렇게 작은 규모의 대웅전을 보는 것도 처음이다
종루 아래 위치한 이 샘에서, 먼저 산을 올랐다 내려온 후 나는
물을 한통 길었다. 물론 복전함에 약간의 지폐를 넣었다.
저 아래 동네가 내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동네이다
그 누구라도 만약 고향의 전경이 보고 싶으면 이렇게 고향 주변 산에
오르면 될 것이다
비록 야트막한 야산이지만 산 뒤편으로는 굵직한 참나무며
오래된 소나무가 상당히 많았다. 또 오동나무도 몇 그루 있어
5월 초쯤 오면 신선한 꽃을 볼 수 있을듯했다.
조촐하게 자리 잡은 원경사 전경, 주변에 유독 소나무가 많다
산 북쪽으로 본 이천군 설성 방향! 멀리 금당 저수지가
보인다 맞은편 봉우리가 설성산 인 듯!
노승산 남쪽 편 즉 일죽면 쪽으로는 어떤 물류 회사가 산을 사 들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무슨 다른 용도로 산을 구입했다가 여의치
않아 물류창고 부지로 전환했는지 정확치는 않으나 아무리 높지 않은
산 이라 해도 산 중턱에 창고를 짓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일이 이렇게 진행되고 말았으니 어쩔 순 없다 해도
멀쩡한 산을 파헤쳐 이런 공사를 한다는 게 과연 제 정신
으로 하는 걸까? 국토의 70%가 산이라 하지만, 글쎄~
떨떠름한 마음을 안고 산을 내려온다. 아까 첨 올라갈 때
보았던 소나무 숲이다. 꽃무릇을 식재해 놓았다. 9월 말쯤이면
예쁜 꽃이 필 것이다.
노승산 절 - 원경사 인 줄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초등학교 시절
누님들 따라 올라가서 가재도 잡아 보았고 산철쭉이 필 때 산에
올라 뿌연 운무에 신비롭게 산 등성이들이 보이던 그곳!
가을이면 겨울 땔감을 구하기 위해 1주일씩 동네 합동으로 영
나무란 걸 하던 산, 어린 나에겐 모든 신비로움의 대상이던 그곳
이른 봄 칡뿌리를 캐러 두리번거리던 산!
작은 폭포까지 있던 산이다
그러나 지금 노승산은 좌우 앞으로 너무 유린을 당하고 있다
남 쪽으로는 물류 창고 공사로 초토화가 되어 산의 원형을 거의
찾기가 힘들다. 서 쪽 옆구리로는 호국원이라는 장묘터가 들어
와 역시 산의 원형은 상당 부분 훼손되었다.
겨우 310m짜리 산에 어째 이리 시련이 많을꼬!
겨우 북측에 자리한 원경사로 인해 간신히 원형을 유지하는
중이다. 노승산이 이제 더 이상 훼손되는 건 불가하다. 산의 원형
을 이 상태라도 유지하고 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영원히 일죽이란
동네를 품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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