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로 시작되는 봄의 꽃 중 가장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은 무엇일까?

 

사람의 취향은 모두 다르니 딱 잡아 뭐라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핑크 혹은 붉은색으로 피어나는 꽃과, 노랑으로 피어나는 꽃 그리고

흰색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있다. 그런데, 이 봄 가장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칼라는 핑크색이다. 그중의 으뜸이자 최초의 꽃은 바로

진달래인 것이다

 

사실은 나의 일생 거의 대부분은 진달래의 꽃 모양새에 주목하지

는 않았다. 그냥 이른 봄 멀리 산천을 물들이는 연분홍색을 무작정

좋아했을 뿐이다.

 

 

진달래가 피면 봄이 온다!

아니 봄이 오면 진달래가 핀다!

우중충한 갈색 산속에 발그레한 분홍색이

감돈다

 

봄은 희망이다. 따스함도 곧 희망이다.

 

 

산에 산에 피어있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

 

그러나 진달래 먹을 즈음엔 물장구를 칠 수가 없다. 산과 들의 물은

아직 너무도 차기 때문이다. 허나 다람쥐는 쫓을 수 있겠지~~ ㅎㅎ

 

내 나이 열살도 되기 전 당시 봄이면 아버지가 멀리 마곡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가 오실때 늘상 지게 머리에 진달래를 한묶음 꼿고 오셨다

마당에서 놀다 보면 저 멀리서도 붉은 진달래 송이가 보였다.

 

마치 마중하듯 달려가 지게에 꼿혀있는 진달래를 쑥 뽑아 우리들은

열심히 진달래 꽃잎을 먹었다. 그것이 내가 진달래를 접한 최초의

일이었다

 

진달래의 모양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다.

그때부터 자꾸 꽃의 예쁨 평범함을 구별하기 시작했다. 더 예쁜 꽃

더 아름다운 꽃, 뭔가 더 평범치 않은 꽃! 등등

 

그저 꽃이면 됐지 자꾸 뭘 구분하려는 마음이 과연 좋은 걸까?

 

 

 

해마다 봄이 오면 진달래가 혹시 미처 내가 보지 못한 사이 다 피고 지나

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것이 보통 3월 28일 전후였다. 여기 서울

남부 경기도 지역에선 그랬다. 그런데 올해는 1주일 이상 빨랐다.

 

봄꽃이 일찍 핀다는 건 일찍 진다는 걸 의미한다. 아무래도 올봄은

빨리 지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저만치 혼자 피어있는 진달래!

 

연한 분홍빛과 그리고 꽃잎이 얇아 바람에 쉽게 떠는 진달래는

그 가냘픔이 매력이 아닐까?

 

이른 봄 피어나는 꽃 치고 씩씩한 느낌의 꽃이 있을까 마는 어둑한

산속에서 발그레하게 피어오르는 진달래의 수줍음은 그래서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지난 10여 년간 봄이면 진달래를 기다리고 사진으로 남겨 보았다

초창기의 둔탁한 진달래 사진부터 점차 조금씩 예리한 모습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화려한 군락의 진달래가 없는 건 아니다

 

진달래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 것도 아니다. 그저 사는 동네

주변을 쫓아다니고 어쩌다 고향 동네 근처를 지나다 들여다본 게

전부다. 나에게는 소위 '출사'란 남의 동네 얘기나 마찬가지다

 

수십 년 만에 고향 뒷동네 산을 가서 예쁜 진달래를 만난 적도 있다

그때 감격은 몇 배 이상이었다. 왜? 내 고향의 진달래는 그 느낌이

더할까?

 

 

고향의 물레방아~

오늘도 돌아 가는데!!

 

이번 봄은 출퇴근길에서 봄을 만났다. 노란 생강나무 꽃도

거기서 만났고 그토록 고대하던 진달래도 거기서 매일 들여다

보며 길을 걸었다.

 

 

진달래꽃 한 잎을 따서 입에 넣어본다. 한 잎에서는 새큼한

진달래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툭툭 잎을 훑어서 입에 넣을 수는 없다.

여러 잎을 입에 넣으면 혀가 새파랗게 변한다. 새파란 혀를

날름 대며 하루 종일 뛰놀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가슴이

저며 오기도 한다

 

 

오래 묵은 아카시아 나무 뒤에서 살짝 웃는 진달래다.

 

수년간 항상 그 자리에서 그렇게 봄이면 인사를 했다.

혹시 언젠가 이곳 진달래가 꺾여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그렇다!

 

진달래가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고 내 희망도 핀다

비록 더 이상 찍을 새로운 진달래가 없다 해도 나는 봄이 되면

카메라를 들고 인근 산을 여전히 헤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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