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雪 / 마로니에

 

 

 

겨울에 눈 안 오면 겨울 헛거지!

 

바쁜 요즘 사람들은 겨울에 눈이 오는지조차 어쩌면

잊어버리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오면 오고 말면 말고다.

더구나 코로나 시국에선 그딴거 관심 둘 여유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난 주 눈이 왕창 내렸다. (1.6) 저녁 7시 30분경 눈이 하얗게

내리는 걸 보자 번개처럼 정리를 하고 조마조마 가슴을 조이며 차

를 휘몰아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밤 9시가 넘어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가 정말 오랜만에 눈을 맞으며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이런 눈 구경, 눈 맞음도 정말 오랫만이다

 

아니 눈 구경은 재 작년 니가타에 스키 타러 가서 실컷 보고 오긴

했다. 그러나 집 근처 동네에서의 이런 맛은 좀 특별하지 않은가!

 

미리내 성지 앞 미산 저수지에서

 

그런데 그다음 날부터가 문제였다. 차는 모셔 두고 마을버스와 전철

을 바꿔 타는 출근이 시작된 것이다. 첫날 즉 목요일(1.7)엔 마을버스가

간신히 수 십 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영하 15도에 바람까지 휘 몰아치는

정류장에서 꼼짝없이 떨어야 했다

 

원체 갑자기 버스를 타 보다 보니 앱 같은걸 활용할 생각을 미처 못했다.

다음 날 금요일은 눈 앞에서 또 버스를 놓쳤다. 에혀~ 그리고 정류장 두

곳을 전전하다 보니 훌쩍 수 십 분이 날아갔다. 마을 버스란게 원체

출퇴근 시간이 살짝 지나면 드문드문 다니기 때문이다

 

전철을 타면 4 정거장 10분이 걸리고 내려서 10분을 더 걸으면 약국에

도착하니 20여 분이면 되는데 문제는 전철역까지 가는 마을버스였다

 

버스 안 타고 뭐 다른 방법이 없을까?

 

아예 집에서 전철역까지 걸어서 다니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매연 자욱한 도로 말고 새로운 루트가 있어야 하는데~

 

토요일 일찍 마치고 전철역에서 뒤쪽 산으로 돌아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아 기웃거리니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통로가 발견되었다.

그곳은 약 6-700여 미터를 올라가는 산을 넘어가서 한적한 도로를

쭈욱 지나가면 되는데 대략 40분쯤 이면 집까지 갈 수 있는 길이다.

일부 구간은 지나가는 차도 어쩌다 만나는 산 등성과 숲과 언덕을

넘는 한적한 길이었다.

 

아! 이런 길이 있다니! 5년이 지나도록 왜 아직 몰랐을까?

나는 무릎을 치며 환호했다.

 

"그래 이 길로 쭈욱 출퇴근을 하는 거야. 봄이면 진달래를 보며 벚꽃을

친구 삼고, 좀 더 계절이 가면 아카시아 꽃 향기도 듬뿍 맡게 되겠지~"

 

 

작년에 마스크 때문에 일찍 움직이다 보니 동네 앞산을 출근 전 30분 정도

걸을 수 있었는데,, 몇 달은 잘했지만 결국 시들해지고 말았다.

 

아무리 걷는 운동이 몸에 좋다지만 인위적으로 계속하는 건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 매연이 거의 없는 이런 길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이란 말인가?

천천히 걸으면 편도 40분이 걸린다. 왕복으로 계산하면 도합 하루

100분 정도를 걷게 되는 셈이다. 이걸 계속할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혹여 갑자기 폭설이 쏟아진다 해도 아무 걱정이 없이 일할 수 있으니 개인적

으로는 맘껏 눈을 반길 준비도 된 셈이다

 

 

 

하지만 과연 승용차로 불과 20여 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그런 편한 방법을

두고 그 몇 배나 걸리는 불편함을 지속할 수 있을까? 지금이야 눈 때문에 불

가피한 선택이 됐다지만 정말 언제까지 그게 가능할까?

 

걷는 게 그리 좋다고 카톡에서 수없이 많이 보아왔고 또 수많은 경로를

통해 알고 있는 이 진리는 실천이 없으면 무용지물임을 잘 알고 있다

 

 

걸을 수 있다는 이 한 가지만으로도 사실 감사할 일이다

 

걸어서 좋고 덤으로 건강도 챙기고 이래저래 이번 눈으로 인해 얻은 게

많은 새해 벽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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