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로 지칠대로 지쳤다.  봄 부터는 이미 코로나로

다들 기진맥진하지 않았는가? 겨우 평온을 찾은 늦은 8월!

오늘 따라 하늘의 구름이 희고 멋지다!  뭉게 구름이 바로 저것

이다!  기상 이변으로 저런 구름 보기도 이젠 하늘의 별따기 만큼

이나 힘들다^ 이래 저래 삶의 즐거움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혹시나 들판의 벼가 좀 익어가지 않을까? 누런 층층 계단 다락 논의

풍광이 생각났다. 양지 넘어 원삼부근의 그 모습을 한참 전 몇번이나

봐 왔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하얀 구름이 사라지기 전에 적당한 곳을 찾아

얼른 몇장 찍어 본다.

 

때 마침 흰 구름 옆으로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가는 중이다. 아마도 인천 공항으로

가는듯하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이런 구름 하늘을 보는 건 1년에 고작 몇번이다. 전에는 미세 먼지로 인해

저런 풍광을 보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무엇 때문에 보기 힘든지 잘 모르겠

다. 게다가 저런 하늘을 잠시 보았다해도 막상 사진을 찍으려 하면 얼기설기

거미줄처럼 쳐진 전깃줄 때문에 좋은 사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언제쯤

전봇대는 지중화가 이루어질까?

 

 

아직 들판의 벼는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듯하다. 이제 겨우 벼가 패서

익어가는 중이다. 적어도 한 5번은 나와 봐야 때를 좀 맞추지 않을까?

서북 방향으로 삥 둘러 산으로 쌓인 이곳은 언제봐도 안정감과 푸근함을

주는 곳이다. 10여년 전과 비교해도 그다지 파 헤쳐지지 않은것이 참 다행이다

 

 

저수지에는 마름이 자라 수면을 많이 덮고 있었다. 예전 시골 고향

산북리 저수지에도 저랬었다. 날카로운 가시가 두어개 자라나 만지기가

쉽지 않았던 마름!

 

저수지에는 한가로이 낚시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고 저녁해는 뒷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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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도 중순이라 이제 가도 목백일홍 꽃이 좀 남아 있을까?
지난 두어번 방문했던 논산 윤증 선생 고택이 웬지 한번 더
가고 싶어 8.16 일 느즈막하게 집을 나섰다. 장마 끝의 태양은
장난 아니게 뜨거웠다. 노성리 동네 쯤에서 점심을 먹었다.

 

'황산 항아리보쌈' 집인데 시골 동네 식당같지않게 매우 정갈한
음식이 나왔다. 그것도 보쌈 1인분에 단돈 1만원이라니~

 

 오후 2시경의 고택 전경~ 역시 한낮의 풍광은 조금 미진하다

 


역시 예상대로 배롱 꽃은 거의 다 진듯, 아니면 긴 장마에
꽃이 제대로 피지 못한 건 아닐까?  사실 여기 배롱나무는 연못에
있는것까지 합해 딱 3그루가 전부이다. 이전에 두번 왔을때와는

 다르게 사진이 시원찮다. 허나 이 더위에도 낮 시간에 방문객이
꽤나 많았다. 문화 해설사도 상주하고 있었다.


연못의 이끼는 푸르름을 잃었다. 7월 말쯤에 온통 연두색으로
뒤덮였던 연못은 8월 중순엔 전혀 제 모습이 아니었다. 나는 황량

해진 풍광에 기분이 영 별로가 되었다. 관광 버스 한 대가 사람들을

잔뜩 싣고 와서 내려 놓는다. 저 분들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오신

분들인가? 일행의 가이드인듯한 여자분을 따라서 우르르 몰려

다니고 있었다

 


이번에는 배롱꽃 보다 건물을 중점으로 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허사였다. 우선 건물은 볼 수 없도록 출입 금지라서
세세하게 관찰하기가 힘들었다. 옆에 있는 명륜당을 잠시
기웃거리다 얼른 철수를 결정했다.

 

지금까지 이상하게도 내가 방문했던 곳 들은 그 첫번째가
가장 좋았었다. 좀 더 좋은 사진을 남겨 볼 욕심에 2차,3차
찾은곳 치고 더 좋은 결과를 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번도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데다 방문 시간대도 좋지 않았다. 이번

이 두번째 방문인 아내는 아예 덥다고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이쯤에서 끝내고 부여로 가 보기로했다. 중학교 때인가?
수학여행을 부여로 갔지만 여행 비용이 없어 난 가질 못
했다. 그 이후 다시는 부여를 갈 기회가 없었다. 노성리에서
부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우선 기억나는대로 고란사와 낙화암
을 향해 달렸다.

 

능산리 고분

 

능산리 고분을 찾아드니 소나무 숲 사이에 아담한 능 들이
나타났다. 한낮의 땡볕에 매미 소리만이 우렁차게 들린다.
푸른 잔듸로 덮힌 능은 아담하고 예뻣다. 능을 쭈욱 둘러본 후

 매표소 입구 매점에서 청량한 매미소리를 안주삼아 아이스 바

하나씩을 먹고 고란사로 향했다.

 

낮은 건물이 주욱 자리하고 있는 부여는 깔끔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고란사를 향해 가는 백마강 부두에 닿으니 황포돗대가

왕복 7000원에 기다리고 있었다.

 

불과 1키로 남짓한 강을 왕복하는데, 배도 너무 크기만했다.
음 웬지 좀 바가지를 쓰는 기분이랄까? 처음부터 고란사로
가는 길은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대충 얘기를 들어 알고는 있었으나 낙화암의 전설은 정말
보고 또 봐도 어처구니가 없게 들렸다. 저 정도 바위에서
뛰어 내리면 백마강에 떨어지기는 커녕 모두 산 기슭에
걸리게 되어 있었다. 마치 꽃처럼 강으로 떨어졌다는 3000
궁녀의 얘기는 도무지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현실성도 없어 보일뿐 아니라 백제에 대한 아련한 기대가

한번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백제의 전설이 낙화암

하나로 끝나는건 아니기 때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얘기가

마냥 빈 말 만은 아닐것이라 생각은 하고 있지만 말이다!

 

잠시 고란사에 올라 장마로 누렇게 변한 백마강을 내려다
보았다. 산 너머 부소산성을 다 둘러 본건 아니지만 백제
의 도읍지인 이곳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왜
이 정도의 땅을 도읍지로 선택했을까?

 

공주에 이어 백제의 3번째 도읍지라는데, 주변에 어떤

지리적 유리함이 있었는지는 아직 충분히 파악을 못했지만 

단지 휘도는 백마강 하나 밖에 없어 보이는 이곳이 무엇이관대,,

 

나의 뇌리는 백제에 대한 실망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첫

인상이 그렇긴 하지만 이것은 백제에 대한 나의 빈약한

이해가 그 원인일수도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좀

유보해 두기로 했다. 

 

 

 

그저 자그마한 야산에 불과한 낙화암, 1400여년 전에도

저 모습은 그대로 였을듯

 


낙화암에서 실망한 마음은 유홍준 선생의 반곡리 휴휴당을

찾아 30여분을 달리게 했다. 간혹 TV 에서 휴휴당 모습을 더러

접했던 지라 이왕 온 거 함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여

 인근에 가깝게 있는줄 알았던 휴휴당은 보령쪽으로 꽤나

먼 길을 달려야했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도착한 휴휴당!


 

 휴휴당은 동네 맨 윗쪽에 있었다.  휴휴당 길 쪽을 걷는데

동네 노파 한분을 만났다.

 

 " 유홍준 선생의 고향이 이 동네인가요?"

 

" 아니에요! 여기 분 아니에요!  휴휴당 저 위 집이 살림집이구 

저쪽 골짜기 건너 쭈욱 산까지 다 그 양반 땅이에요!
난, 고라니가 곡식을 먹어 치워서 그거 막으러 지금 가는 중이라오"

 

노파는 구부정히 허리를 굽히고 조그만 끌것을 밀며 계곡을 지나

건너 가셨다

 

  반곡리 휴휴당 

 

휴휴당 황토 건물 위쪽에는 큼직한 시멘트로 보이는 낮은 건물 하나가
더 지어져 있었다. 거기가  살림집이라고 !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여기 반곡리 마을은 익히 알고 있는 김종필 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

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분의 가족묘까지 모두 이 동네에 있다했다.

 

휴휴당을 직접 찾아들어가서 유홍준 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면 더

없이 좋았을텐데, 갑자기 찾아와 가능한 일도 아닐테고 아쉽지만

돌담이 아름다운 반곡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동네 남쪽편으로

는 꽤나 준수한 산 봉우리들이 두어개나 청청하게 빛나고 있었다.

 

 부여에서 아주 가까운곳으로 알고 찾아 왔지만 사실 꽤나 먼 곳

이었다. 

 

 

 해도 어스름하게 지고 있었고 해서  동네를 빠져 나와 집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집 까지는 아주 멀었다. 서천-공주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로 올라 오는 길은 매우 지루하고 거칠었다.  아니 부여가

이리 먼 동네라 말이여?

 

지금도 이러니 그 옛날에는 얼마나 먼 곳이었을까? 도무지
쳐들어 갈려해도 멀어서 갈 수가 없는 외진 동네였단 말
아닐까?  그럴리야 없겠지만 백제가 660 여 년을 버틴 이유중

하나가 혹시 내륙 갚숙히 포진해 있어 공략하기가 매우 어려

웠던 그런 점은 없었을까?

 

 

 부여를 찾은 나의 첫 인상은 대략 이런거였다. 화려한 백제의

문화같은 건 둘째 문제인 셈이다. 차차 공부해 보면 뭔가 답이 나오겠지.

 

 여행이란게 특히 아무 준비없이 불쑥 찾아가는게 얼마나 무모한지를

 새삼 느낀다.  이번 논산- 부여행도 그런 경우에 해당할듯하다.

그러나 여행이 항상 좋을수만은 없지않나? 때로는 기대 이상의

수확을 얻는 반면 때로는 전혀 예상밖의 실망을 할수도 있는것

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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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명색이 30년 골프를 쳐 왔는데, 하루 아침에 골프와

연을 뚝 끊을순 없지 않나! 아니 그 보다도 올핸 왜 이리 비가

계속해서 오는지 참, 골프장 속 많이 썩겠다!

 

허긴 여름 내내 비가 안 오고 하늘이 맑으면 더워 죽을 맛 이겠다.

골프장은 좋아 비명을 지를지 모르지만, 그러나 올 핸 코로나의

여파로 골퍼들이 대거 국내 골프장에 몰렸다. 전 같으면 한 여름

혹서기 특별 그린피 할인도 있었지만, 올 핸 어림도 없는 일이다

뭐 올테면 오고, 갈테면 가라는 식이다. 그린피도 많이 덤을 붙여

놓았다. 해서 이래저래 요즘 골프장 갈 일이 없어졌다

 

 

그러니 이제 한 달에 한번이나 필드에 나갈까 말까다. 까짓거 안 가면

되지 이 덥고 비만 왕창 오는데 언제 반짝 날이 맑을까,, 궁리하고 번개

처럼 필드를 갈 계획은 접은지 오래다. 이 나라 골퍼들이 나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치면 치고 말면 말고,,했다면 이토록 올해 골프장이 문전성시는

이루지 않았을게 틀림 없겠지만, 사실은 아직도 많은 골퍼들이 나에게 골

프를 달라 아니면 죽음을 불사하겠다... 뭐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듯하다. 나도 한참 전 예전에는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까!

 

이제 웬만큼 골프도 쳤고 필드의 재미난 맛도 어느 정도 느낀 셈이고

하다 보니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는 거지만 암튼 뭐 현재의 나는 골프에

목을 매달고 있지 않은건 확실하다. 아니 그보다 고 비용 골프에 진절

머리를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골프 안 치고 그 돈을 모을수는 없

을지 모르지만, 만일 10년 20년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라운딩

숫자를 1/2 혹은 그 이하로 줄이고 10년,20년 후를 대비했을 것이다.

 

아니 뭘 대비했단 말이요? 

 

이건 골프와는 그닥 상관이 없는 얘기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골프

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한다면 전혀 상관이 없을수는 없을것이다.

그 시간에 그 노력과 비용의 1/2, 1/3, 혹은 1/5 만 썻더라도 말이다.

 

인생은 크게 봐서 두가지 패턴으로 살 수 있다. 하나는 먼 미래를 보고

현재의 삶을 아끼고 절약하며 고군 분투하는 것이요! 하나는 현재 자

체에 충실하고 최대한 그 시간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는 일이다. 여기

서 중요한 것이 그 어느것을 택하더라도 적절한 안배와 중심을 잃지

않는 자세이다. 즉,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를 얻는 전략을 택했다 해도

막상 그 미래가 닥쳤을때 과연 그 준비한 역량으로 찬란한 생을 살아

갈 수가 있겠냐는 것이요~  미래는 없다! 오로지 현재가 중요하다고 해

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잘 살아 냈을때 과연 미래까지 잘 준비하며 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기 때문

이다.

 

" 뭐 그런걸 따지시오? 걍 되는대로 삽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부류일게다. 이쯤 말하면

뭘 의미하려는지 다들 눈치를 챘을듯 싶다. 그러나 현재의 삶에 충실했

던 사람이 미래 빈 털털리가 되어 힘든 삶을 보낸다 할때 그 자체를 보고

실패한 인생이라 단정 지을 순 없을것이다. 또한 미래 준비만 하고 현재

를 반납한 사람이 막상 미래에 아무것도 할수없는 목석이 되어 산다 해

서 역시 실패한 인생이라 단정 지을 수도 없다.

 

 

 

그렇긴 하지만,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이란 그래서 쉽게 호락호락 얻어지

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고 어떤 경우엔 그 하나도

얻지 못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좋기로는 둘을 얻고 소소한 하나를 잃는

것일게다.  나 개인의 경우를 보면 현재 충실형의 인생을 산 셈이다. 따라

서 미래 대비형은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제 이 나이에 무슨 미래 대비형을 추구한단 말인가? 그러나 아주

전적은 아니지만, 이제라도 약간의 미래 준비형은 해 나가도 되지 않을까?

 

5년,10년 정도는 말이다. 그 이상의 먼

미래는 나에겐 의미가 없을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필드 위에서의 삶은 즐겁다. 이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상당부분 절제된 형태를 유지할 것이다. 그 나머지 시간과

비용은 아마도 가까운 미래를 준비하는데 쓰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것이

현재 나의 골프를 대하는 자세라 해도 그닥 틀린말이 아닐것이다. 이런

글은 현재 골프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귀에 들어 올리가 없을것

이다. 그러나 혹 나와 비슷한 생각이나 처지에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기는 건 어떨지^  너무 뜬 구름 잡는 글이라서 좀

애매하긴 하지만 말이다

 

 

 

 

 

 

 

 

 

7월 셋째주 약속을 잘못알고 둘째주인 7.12 일에 덕소의

프라움 악기박물관 레스토랑을 갔던 얘기는 이미 올린 바

있다. 헛탕친 약속이었지만,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우리는

그 길로 쁘띠프랑스로 찾아갔고, 잔뜩 흐린날이었지만 인근

설악면도 둘러 보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약속된 제 날짜에 푸라움 악기박물관에서

선배 부부를 만났다.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고 제법 괜찮은

만남을 가졌으나 한참을 사진을 찍다 보니 카메라에 메모리

카드를 빼놓고 온 것이 발견되었다.

 

 

카메라는 쓸모가 없게 되었으며 긴급 핸폰으로 몇장을 찍는데

그쳤다. 물론 이 사진은 추후 보정을 거친것이긴 하지만!

 

암튼 이곳이 풍수상 명당 자리라는것^

우리들은 바로 옆에 위치한 악기박물관을 관람했다. 레스토랑 식사자들은

반값으로 구경을 할수 있다는 점,

 

 

우리는 거북을 열심히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핸폰 사진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어쩌랴! 그러나 더 이상 사진을

남기고 싶은 맘이 없었다. 일주 전에 와서 본 감흥만큼 두번째 본 그곳은

실감이 덜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침에  팔당호를 건너 오며 비 그친 풍광을 열심히 찍기도 했는데

모든게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카메라의 메모리 칩은 빵으로 치면

앙꼬에 해당 할것이다.

 

혹시 인생을 살면서 더러 이런 일은 없는 걸까? 열심히 뭔가를 도모

하지만 막상 진짜 중요한 그 무엇을 빠뜨리는 건 아닐지?

 

울지마라 가야금아 / 마로니에

 

 

갑자기 불어닥친 트롯 열풍에 혹자는 어안이 벙벙할수도 있을것
이다. 언제부터 이 나라가 트롯으로 이렇게 떠들썩 했었던가?


암튼 그래서 도대체 트롯이 뭐야? 뭐가 트롯이고 트롯의 맛은
뭐인데? 이런 생각을 새삼 해 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노래 경연이란 것은 출전하는 가수들에게도 엄청난 훈련과
공부가 되지만, 이를 듣고 감상하는 청중들도 동시에 듣는 수준이 업그
레이드 되는 계기가 될것이 자명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경과할수록 출전자들 간에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개개인의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순 없으나 세밀하게 들어 보면 분명 그들간에 어떤 차이점이 있음을
점차 느끼게 된다

 

대체 나 라면 무슨 기준으로 미스트롯,미스터 트롯을 선정할 것이며
요즘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MBN 의 보이스 트롯을 평가할 것인가?
나 자신이 평가자가 되어 보는것도 꽤나 흥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
지기도 한다


요즘 여름 휴가철 이지만 전혀 느낌이 없다. 갈데도 마땅찮고 코로나
여파로 별 기분도 나지 않는다. 그 와중에 금요일 밤(7.31) 보이스
트롯이 있어 밤 늦게까지 시름을 놓아 본다.


한때 수준 낮은 노래쯤으로 여겨지던 트롯이 이 정도로 재미
있을줄은 미처 몰랐다고들 야단이었다. 그러나 TV 시청자가 나름
일정 수준 이상의 트롯 감수성과 판단 기준을 다 갖췄다고 말할순
없을 것이다. 젊은이.중 장년층,남자 여자,직업가수,아마추어,트롯
애호가 비 애호가 등등 천차만별의 감수성과 판단 기준이 혼존할건
당연지사이다!


전부터 이런 생각을 좀 했었는데, 10%를 넘는 시청률과 가수 지망생이
아닌 배우,코미디언,기타 방송관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주류를 이루는
이번 보이스트롯은 이전의 그것들보다 또 다른 매력을 주기에 충분
했다. 출연자 개개인의 애닯은 인생사는 물론 사연없는 노래가 없을
만큼 우리네 인생사를 손금처럼 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자칭 가요 애호가로써 애창곡 CD 7장을 15년여에 걸쳐 만들어 본
저의 극히 주관적인 판단의 글이오니 비평 보다는 그저 참고 정도로만
읽어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

 

 

"노래, 아니 트롯 그거 들어서 좋으면 됬지 거 뭐 복잡하게
무슨 판단 기준이니 뭐니 난 그런거 모르오!"

 

이렇게 얘기하는 건 각 개인의 삶의 태도이니 뭐라할 건 못되지만,
냉장고를 하나 사도 TV 를 구입해도 요모 저모 따지고 비교 평가하는데
어찌 노래라고 그런게 없겠는가?

 

또 트롯에만 국한된게 아니고 다른 장르의 노래에도 상당부분
적용될 수 있다고 나 나름 판단을 해 봅니다. 자 그러면!


1, 목소리의 결

 

목소리에 무슨 결이요? 하실 수 있으나 두부나 묵을 뽑아낼때 뭉친것
깔깔한것 없이 깔끔하고 매끈한 그런 어떤 걸 생각 하시면 될것이다.
아니면 실크원단과 무명천을 생각하셔도 될것이다. 무명천에는 두툴
두툴 뭔가 깔끔하지 않은 표면이 손에 느껴질 터이지만, 실크는 매끈한
감촉을 전해주지 않던가? 목소리도 이와 비슷하다. 맑고 꾀고리 같은
음색을 연상할 수 있으나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저음 고음을 막론하고
소리의 결에 주름이 잡히지 않는 깔끔한 목소리가 있다.
비단을 만지듯 고운결이
느껴진다


2, 분명한 발음,가사 전달 능력

 

아무리 빠른 가사도, 음이 낮은 가사도 또렷히 귀에 들리게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일견 쉬운 거 같지만, 구강의 구조와 폐활량의
크기, 단어를 어떻게 평소 발음하는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크게 소리를 지를때 발음이 약간씩 깨지는 가수가 많다. 음정이
아닌 발음 자체에서 그렇다. 저음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구분이
안 가는 가수도 많다. 사실 가사 전달 능력이 부족한 가수는 애초에
특급 가수가 되기는 힘들것이다. 발음은 또박또박 잘하는데 나머지가
시원찮은 가수도 있다. 그러나 명료하지 않은 발음을 하는 가수치고
훌륭한 가수는 없다


3,적절한 감정의 이입

 

입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가슴으로 느끼는 감정을 노래에 삽입
시키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개중에는 얼굴을 심하게 찡그려 가며
있는 감정 없는 감정 쥐어 짜내는 가수도 있는데, 그렇게하면 보는 사람이
불편해진다.감정은 가수의 얼굴 몸짓만으로 우러나는 건 아니다. 개중에는
너무 감정에 복받혀 노래를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람이니까! 충분히
그럴수도있다. 너무 밋밋해도 그렇고 너무 필요 이상 과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아무 느낌도 없고 그저 노래라고 하니 불러지는 노래도 많다


4,전체 음의 균형이 맞아야

 

부분 부분에서는 훌륭하게 잘 흘러가는데 어디선가 약간씩 음의 이어짐이
불안하거나 앞뒤가 안 맞거나 뭔가 어색한 부분이 감지되는 가수가 있다
이런 경우 노래를 감상할때 당연히 끊김이 발생하게 된다. 그 미세한 음의
불협화음이 나머지를 아무리 멋지게 뽑아낸다해도 결국은 노래를
망가뜨리게 된다. 그 예민한 흐름을 평가자들은 귀신같이 감지한다.
물론 일반 청중들도 그렇게 충분히 느낄 수 있을것이다.


5, 음의 색깔, 귀천

 

위에서 음의 결,즉 소리의 결을 얘기했었다. 거기에 덧붙여 음의 색깔
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음의 색은 여러가지로 따져 볼수가 있을것이다.
우중충한 느낌, 밝은 느낌, 시원한 느낌, 답답한 느낌, 용감한 느낌,
소극적 느낌,간지러운 느낌,진중한 느낌,정직한 느낌,소박한 느낌,등등


부르는 사람뿐 아니라 듣는 이의 개성이기도한데, 웬지 음색에 귀티가
흐르는 고급진 느낌이 드는가 하면 반대로 이상하게 목소리가 싼티가 나고
다른말로 표현하면 저급한 느낌이 드는 경우이다. 이것은 가수의 타고난
어떤 성향이라 할수 있는데, 연습으로 쉽게 바뀌는 건 아니다. 과거에 성악
이나 가요등을 부르는 이의 음색이 고급지고 귀하다는 선입견이 있었고 가요
특히 트롯을 부르는 가수를 저급한 목소리로 일괄 평가절하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은 노래의 장르로 결정되는게 아닌듯하다. 천상의 목소리는 장르로
규정할수 있는게 아니다. 또 천상의 목소리라해서 모든 이를 감동시키는것도
아니다. 배호의 목소리를 예로 들면 무겁고 낮게 깔리는 저음이면서도 고음
부에서는 아주 청량한 시원한 맛을 주었다. 이 시원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답답한 목소리,어딘가에 막힌듯한 목소리를 비교해서 들으면 금세 판별이
된다


6,목소리에 생명력이 있다. 죽은 목소리다
노래에 맛이 있다

 

어떤 목소리가 살아있고 어떤 목소리가 죽어있나? 그 판단 기준은
어디에 있나? 흔히 듣는 개인에게 감동을 주면 살아있다,, 아무
감동이 없으면 죽은 목소리다 이렇게 말하지만, 다른 말로 하면 노래에 맛이
있다, 맛이 없고 덤덤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것이다. 꽤 노래를 잘하는 거
같은데 웬지 마치 나무토막을 씹는듯 무미 건조한 맛이 없는 노래를
하는 이가 있다.

 

차제에 고음에대한 것인데,일부 사람들은 무조건 크게 소리를 지르고 쭉
뽑아 올리면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청중평가에서 고음으로 크게 소리를 내면 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이것이 무의식중에 이입되어 노래방을 가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이가 꽤나 많다. 물론 고음 부분이 중요하지만 고음이 전부는
아님을 기억하면 좋을듯하다


7. 듣는 나의 문제

 

노래 감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것이 듣는 이의 마음의 깊이, 음을 느끼는
감도의 수준, 다른 말로하면 듣는 이의 인문학적 수준이 많이 작용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것이다. 대체로 감성적 영역이 죽어있는 사람들에겐 천상의
목소리가 들리긴 힘들것이다. 그런 경우는 노래만 그런게 아니고
글이나,시,기타 문학적 예술적 전반에 걸쳐 감수성이 떨어지며 별
느낌을 받지못할 공산이 크다 할것이다. 즉 듣는 나의 수용체 능력이
예민하고 높아야 상대적으로 하이퀄리티로 노래를 판단 가능하다 말할 수
있을것이다


8. 장비의 문제

 

그리고 끝으로 노래를 정교하게 감상하려면 질좋은 헤드폰,혹은 이어폰은
필수이며 집에서 TV 시청이라면 하이 퀄리티의 스피커가 장착된 제품이 좋을
것이다. 무딘 스피커, 무딘 헤드폰으로 그냥 들어서는 위의 여러 사항을
고려한 적극적 노래 감상 및 평가는 힘들것이다. 물론 좋지않은 여건으로
들어도 좋은 노래는 좋게,엉터리 노래는 엉터리로 들릴 가능성이 많지만,
각각 악기의 미세한 울림, 목소리의 여러 특징,가사 전달,감정의 흐름 등등을
조밀하게 캐치하려면 당연 이런것이 갖춰지는게 좋을것으로 생각된다

 

 

 

트롯이 대세라 하니 나도 함 관심을 갖고 들어 볼까? 이렇게 하는것은
매우 좋은 계기가 될것이다. 이참에 트롯은 전혀 나의 관심사가 아니
었는데 트롯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그러나 아무리
트롯이 우리 민족의 전통 노래라해도 전혀 흥미가 없는 분들도 계신다.
특히 젊은 세대는 더 그렇다.

 

그렇다고 트롯을 좋아하니 세월 다 산 올드세대라 하지도 말자!
나이 들었다고 누구나 다 트롯을 좋아하게 되는것도 아니다.

 

트롯에서 인생을 읽는것도, 혹은 감동을 전혀 못 받는것도 다 개인적
취향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가능하면 그것이 트롯이건 다른
무엇이건 좋은 느낌, 좋은 감동을 많이 받는게

 

행복한 삶이라고 말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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