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모든 여행에는 뭘 보고 느끼는 게 첫째이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게 있으니 그것은 입에 맞는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제주에 아침 일찍 도착하면 아침 식사를, 저녁에 도착하면 저녁을 일단 먹고
도착지로 향한다.
이번엔 저녁에 공항에 도착한 관계로 저녁을 먹어야 했다.
그 목적지가 바로 고을면 이라는 꿩고기 집이었다.
제주엔 꿩이 많다. 또 고사리도 많다.
제주에 와서 해산물만 찾는건 좀 아쉬운 일면이다.
평소 꿩고기를 접할 일이 별로 없는 이들은 생각해내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담백한 꿩맛을 한번 보면 잊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여행에서 첫번째 음식이 왜 그리 중요한지는 경험해 보신 분들은 이해가 되실 것이라
생각한다.
약 33년 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몇 번씩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이름하여
' 벚꽃회' 선배 부부가 계시는데 마침 이곳 제주에 한 달 살기를 하는 중이었다.
해서 이왕이면 제주에서 한번 만남을 갖자! 이리된 것이다.
다음날 아침 겸 점심을 중문 컨벤션센터에서 뷔페로 먹기로 했다.
마침 이날은 제주시 약사회에서 연수교육을 하고 있었다.
대약회장을 비롯한 멀리 제주까지 와서 근무 약사를 하고 있는 친구까지 뜻하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제주 중문 컨벤션센터 전경
주상절리 주변의 깨끗한 바다 전경
선배님 부부
우리 ~
주상절리 입구에 해녀가 따온 소라 전복 멍게 해삼 등 한 접시를
시켜 싱싱한 제주의 해물을 맛본다^
" 그래 이 맛이야~~ "
햇살은 뜨겁고 기온 또한 높다.
솔잎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한가롭다
인근의 천제연 폭포를 가자고 해서 차를 돌린다.
천제연은 1~3까지 폭포가 연이어 있었는데, 맨 위 1폭에는 떨어지는 물이
하나도 없는데 2,3 폭포에는 저렇게 근사한 폭포를 보여준다.
수학여행 등에는 여기가 아닌 천지연 폭포를 보여준다. 이곳은 3단으로 되어 관람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해서 단체 여행용 관광으로는 좀 힘들다.
물 또한 매우 맑은 편이다.
제주 4.3 희생자 위령비가 이렇게 세워져 있다.
불과 60여 년 전 일이다.
봉개동에 4.3 평화공원이 별도로 조성되어 있지만,
이곳 천제연 폭포에 위령비가 있을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사랑방에 땔감으로 써도 시원찮을 이념이란 나무 동강이를 정치란 괴물이 이용한
전대미문의 비인륜적 만행의 현장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비석에 새겨진 긴 문장을
끝까지 읽어보려 하지 않는다.
뭐 그리 시간이 빠쁜지!!
그리고 인근 중문의 여미지 식물원과 연결된 구름다리에서~
멀리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남원에 위치한 고사리 밭으로 가기로 하여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다.
한라산 남쪽을 동서로 관통하는 중산간 도로는 시속 60km 구간 단속이 설정되어 있어 통과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수망리라는 이름을 가진 동네인데 찻길에서도 멀리 들어간
오지 같은 곳이었다.
1인당 1만 원의 비용을 내고 5월 말의 한라산 고사리 꺾기에 들어갔다.
사실 고사리는 4월 초순이 전성기이고 그때가 맛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우리만 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것이지만, 선배 부부와 함께 하는 일이라
기꺼이 합류한 것이다.
인물도 잘 생기고 마음씨도 넉넉해 보이는 최재형 씨 , 이 분은 1만여 평에 달하는 고사리 밭을
가꾸고 있었다. 또 부인은
멀리 서울에서 도예를 전공한 분으로 이곳 제주 토박이다.
부친이 말(馬) 전문가 였다는데 딸 역시 말 비슷한 도예작품을 주로 구워 전시회도 하고
불가리아까지 가서 유학도 한 분이다.
그런데 이 오지에서 고사리라니~~ ㅎ 물론 주업은 아니지만, 새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제주의 산 속에서 유유자적 삶을 이어간다는 게 괜찮아 보였다.
인생이 뭐 별건가?
싸우고 볶고 모함하고 증오하며 힘든 일상을 영위하는 많은 도시의 사람들이 생각났다.
장근영 작가는 인근 남원 공방에 볼일이 있다며 이 날도 일찍 집을 나섰다.
노오란 꽃을 피운 씀바귀는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곳 고사리 집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줄기가 길고 끝에 꽃이 피는 게 특징이다.
낯선 방문객이 와도 짖지도 않는 이 녀석~
나중에 우리가 나가려고 차를 돌리자 냉큼 도로에 누워 차가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 오지에선 사람이 그리운 모양이다.
착하고 순하고 영리해 보이는 강아지!!
이날 고사리를 실컷 뜯은 선배 부부~
줄기가 길게 자라 버린 이날 뜯은 고사리!
" 혹시 이 근처에 어디 좀 가 볼 데가 있소? "
" 예, 여기서 몇 백 미터 나가면 찻집겸 다원이 있어요~ 그리고 교래 휴양림 가실 거면 근처에
붉은 오름이 아주 좋읍니다. "
" 아! 그리고 수망리 찻집에 가시면 꼭 '말차'라는 걸 드셔 보세요~ "
해서 우리는 말차를 주문했다.
말차는 특별히 차잎을 기른다 했다. 그리고 조제 과정에 특별한 기구로
휘젓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차를 아주 좋아하는 마니아가 아닌 한 말차의 특별한 맛을 잘 느끼기는
어려워 보였다. 저 비슷한 차는 미인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후쿠오카의 우레시노에서도
맛을 본 바가 있긴하다.
하지만 이 집은 방문객도 별로 없고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조그마한 차밭과 찻집~
수망리 찻집은 그런곳 이었다.
돌로 울타리를 만든 주변 입구에 핀 조촐한 꽃!!
조천에 위치한 성미가든은 평일임에도 점심을 먹으러 온 손님으로 북적였다.
그간 꾸준히 잘 관리를 해 온 징표였다.
닭 가슴살 샤부샤부가 먼저 나오고
녹두를 넣은 백숙이
그리고 죽이 뒤따라 나오는데,
거기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모든 음식이 다 정성스럽고 맛이 입에 달라붙는다.
뭐 닭이 다 그렇지 별거 있겠어요? 이렇게 말하기 힘든 이유는 여기 음식을 한번
먹어 보면 그 말이 쏙 들어간다는 점이다. 조천은 제주에서도 토종닭 총 집하장이 있는
곳이다.
선배 부부는 내일 새벽에 배를 타고 완도로 가야해서 점심 후 헤어지고 우리는 교래리 휴양림으로
향했다.
헌데 지난번 방문때는 나무에 싹이 돋는 초봄에 이른 아침이었고 이번은 잎이 무성하게 다 나온
오후 시간 이었다.
역시 느낌이 너무 달랐다.
같은 숲이지만, 계절과 시간에 따라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었다.
붉은오름은 어떤가?
삼나무 숲이 울창한 이곳은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불과 해발 300여 미터 정도인 오름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매우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리고 정상에서 둘러 나오는 길은 햇볕을 보기 힘든 빽빽한 나무숲의 연속이다.
이름에 걸맞는 붉은 흙은 아예 찾기도 힘들다^
리조트에서 위쪽 영실로 가는 길에 위치한 서귀포 휴양림도 사실은 매우
준수한 곳이다.
휴양림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편백나무 숲은 평화롭기 그지없는 자연의 멋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우리는 평상에 앉아 쉬면서 새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붉은오름 입구에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시간이 넉넉히 많다면 저런 곳에서 텐트를 치고 며칠 좀 묵었으면 좋겠다.
뭐 특별히 갈데가 있을까? 하며 찾아오는 제주~
그러나 예상치않은 한 두 곳만 봐도 전혀 새로운 느낌이 나는 곳이 바로 제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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