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제주 여행은 시기가 무척이나 애매했다.
그것은 수국이 피기는 좀 이르고, 유채를 비롯한 각종 봄꽃들은
다 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애매한 시기에 제주를 간다?
그러나 안 가본 시기에 제주를 비롯 여러 곳을 가 보자는 게 아내의
적극적인 생각이어서 사실 나는 마지못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른 아침이야말로 사진을 촬영하는 최적기다.
새들은 지저귀고 아침 공기는 향기롭다. 귤꽃을 비롯한 여러 꽃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 때문일 것이다.
올라가는 길 옆에 검붉게 핀 자란,
과자를 구워놓은듯한 꽃,
그리고 중문앞 바다가 어슴프레 보인다.
붓꽃은 한 송이, 금계국이 만발하여 온통 노랗게 마치
초봄의 유채를 대신하듯 피어있다.
너무 흔히 보여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금계국이지만, 여기서는 좀
특별해 보였다.
공해의 흔적 없이 깨끗하게 피어나는 나뭇잎의 새순에 눈길이 머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할 것이다.
귤꽃의 향이 이토록 엄청난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귤은 그저 사서 먹을 줄만 알았지~
꽃에서 이리 향이 나는 줄 어찌 이 계절에 오지 않았다면 알 수 있었을까?
계절이란 그래서 철철이 세세하게 살펴야 겨우 그 진면목을 조금 느낄 수 있는 거
같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첫날 아침의 리조트 풍광은 이 정도로 마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통상의 느낌 정도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다음날은 아침 7시까지 남원 쪽으로 고사리를 채취하러 가야 해서
아침 리조트 풍광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오전 내내 아침부터 리조트를 다시 둘러볼 시간적 여유를 즐겼다.
숙소가 마침 목장과 맞다은 가까운 곳에 있기도 했지만, 내가 이곳에 온 지 처음으로
목장을 찾아 나서니~
작은 새끼 토끼가 혼자 굴을 들락거리며 풀을 뜯고 있었다.
어째서 이 녀석은 홀로 어미와 떨어져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그리고 저기 저 수탉은 수시로 꼬끼요~ 하고 울어댄다.
수탉의 울음소리~
요즘은 산에 가서 꾀꼬리 울음소리만큼이나 듣기 힘들다.
그러나 이른 아침 울어대는 수탉의 저 소리는 장엄한 느낌을 갖기에 충분하다.
아니 그보다는 어떤 신비한 옛 추억을 소환한다고나 할까?
멀리 리조트에 와서 목장은 뭐하러 돌아볼까?
전에는 그렇게 생각도 했었다.
그것은 후쿠오카 여행 시 올레길을 줄지어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 아니 이 바쁜 여행 시간에 무슨 올레길이나 걷는단 말인가? "라고 처음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얘기다.
결국 나는 가족들과 함께 우레시노를 뒤로 돌아가는 무려 5시간이나 걸리는 해발 600여 미터의
산길 올레길 트래킹을 했으니 말이다.
알을 품고 있던 거위 쪽으로 다가갔는데 (사실 나는 그냥 거위 집을 지나갔을 뿐인데~)
호위무사인 이 녀석이 꽥꽥거리며 나를 쫓아왔다.
"거위야! 나는 너희를 해칠 마음이 전혀 없다 공~ "
황금 털이 기막힌 이 녀석은 아무래두 밤에 목장 가족들을 살쾡이 등 들 짐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세워둔 녀석 같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부드러운 저 털을 만져 보았다.
아침 하늘은 이토록 시원하고 구름이 멋지게 퍼지는 중이었다.
구름은 확실히 제3의 자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귤은 통상 잘 식용으로 쓰지 않는 귤이다.
그러나 관상용으로는 이보다 더 멋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다 꽃은 그 어느 꽃보다 기막힌 향을 가지고 있으니~
맑고 깨끗한 수목에 둘러싸인 리조트는 이곳만이 가지는 특성이라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대체로 제주의 리조트들은 숲을 가지고 있고, 유사한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에스 리조트를 특별히 홍보할 위치에 있지도 않지만,
왜? 이곳이 여타의 그런 곳과 차이가 나는지를 이번에 비로소 조금 느낀 것 같다.
그것은 바로 휴식이란 무엇인가?
과연 힐링이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이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현실에 접목을 시킨 분이 바로 E.S 리조트의 이종용 회장
이란 느낌이 퍼뜩 들었던 것이다.
검은 현무암과 적절히 어우러진 금계국!
이른 아침 이런 계단길을 천천히 오르면 마음의 평안은 물론 그 느낌이
참으로 새로워진다.
바다는 모름지기 멀리 보여야 좋다.
아니 모든 물은 호수를 포함 좀 멀리 보여야 한다.
실제 인간의 주거와 물은 거리를 두는 게 건강상에도 필요하다.
살짝 이국적인 풍모를 보이지만 결코 화려하지 않은 이곳
리조트다.
마침 구름이 도와줘서 더욱 신선해 보이는 아침이다.
한라산의 산세 흐름에 저항하지 않는 나지막한 건물들^
하얀 벽체는 페인팅을 새로 하면 눈부시게 깔끔해질 것이다.
*
'그냥 번듯한 호텔이 좋아~ 편리하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걸 뭐라할 이유도 없다. 개인 취향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 숨쉬는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곳~
풀포기 하나, 꽃 한송이,나무 한 그루~ 그리고 건물의 배치까지!!
이 모든것이 휴식이란 철학에 알맞게 어우러져야 비로서 빛을 발하게
될터인즉,
바로 그곳이 E.S Resort 란 생각이다.
번듯한 건물, 도시의 냄새가 풍기는 호텔등이 범접하기 힘든 이유이다.
깨끗한 나뭇잎에 반하고~
파란 하늘과 구름에 역시 반하고~
황색의 기와지붕에 조금은 특별함을 느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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