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양산 통도사를 여행하다 부주의로 망원렌즈를 떨어 뜨려
고장을 낸 후 약 3개월 정도 망원 없는 사진 촬영을 이어오고 있었다.
사실 렌즈를 떨어 뜨린 원인 제공은 부실한 카메라 가방이 첫째였다.
꽤나 알려진 National Geographic 제품이지만 카메라 수납 쟈크가 맨 아래로
위치해서 자칫 귀찮다고 쟈크를 잠그지 않고 임시로 렌즈를 넣어두었다 무심코 가방을
다시 어깨에 둘러맬 때 렌즈가 떨어지기 쉬운 구조다.
해서 훨씬 전부터 좀 더 안전한 카메라 가방을 새로 사기로 맘을 먹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기어코 일을 낸 것이라 내심 매우 기분이 언짢았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어찌 그리 딱 들어맞는지~
"에이 ~ 진즉 가방을 구입할걸!! "
해서 그 일 이후 눈여겨 봐 오던 새 가방을 후다닥 그날로 주문했다.
그러나 고장난 렌즈가 가방 새로 샀다고 다시 복구될리는 없는 것이어서 일단 인근의 카메라,
렌즈 지정 수리점으로 갔다.
헌데 이리저리 렌즈를 테스트해 보더니,
" 음 어제도 똑같은 렌즈를 고객이 가지고 오셨는데, 지금 이 렌즈는 내부 경통이
휘어졌고 모터도 작동을 안 하고, 등등해서 수리비가 65만 원 정도 나올 거 같습니다"
뭐여?
새 제품은 그 보다 훨 비싸지만, 쓸만한 중고 렌즈도 그 가격이면 비슷하게
구할 수 있는데, 이거참,,
" 그런데 어제 그분도 그냥 렌즈를 도로 가지고 가셨습니다~ "
" 아 그래요? 그럼 나도 그냥 가지고 가야것네! 쩝~ "
해서 그냥 도로 가져오고 말았다.
집에 가져다 놓고 아무래도 아까워서 이왕 버릴 거 내부라도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다.
해서 비슷한 다른 렌즈 유튜브를 참조해서 분해 작업을 시도했는데, 몇 단계 못 가서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분명 십자 나사로 풀어 내는게 맞는데 도무지 드라이버로 더 이상 돌려지지가 않아 분해 작업은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아주 작은 드라이버 세트를 두 개나 구입했지만 별무 소용이었다.
그렇게 렌즈는 집 안 책상 위에 두 달여 이상 방치되어 있었다.
(대충 접합부위 정도만 분해해 본 렌즈~
내 실력으로는 더 이상 분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며칠 전 끝까지 안 돌아가던 줌링을 에라이 까짓꺼 하는 맘으로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어느 순간 철컥 하며 잘 돌아가게 되었다.
" 어? 이게 뭐야~ 이러면 다시 조립해서 한번 테스트해 볼만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미 분해해놓은 부분을 다시 원 위치시키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간에 얇은 플라스틱 링을 여러 개 끼워 놓아 정확히 나사 구멍을 찾아 조립하기가 아주 힘들
었다. 몇 번 시도하다 지쳐 그냥 방치하기를 또 며칠!
가까스로 나사를 조여 맞춘 후 카메라에 접속을 해보면 이번에는 카메라 본체에 렌즈가 아예
끼워지지가 않았다.
그냥 때려치우고 새로 적당한 망원 렌즈를 구입해?
1주일에 한번 꼴로 카메라를 붙잡고 있는 나를 보고 집사람은
" 아니 기계치인 당신이 무슨 수로 카메라를 고쳐 본다고 그 난리를 치슈?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마시구랴~ "
사실 나는 기계에 대해서는 좀 무지한 편이다. 집안에 들여놓은 여러 가전제품들, 특히
조리기구 등을 잘 조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애써 잘해보려 노력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보다 훨 복잡하고 섬세한 카메라 렌즈였으니 아내가 그렇게 말 할만도 했다.
대신 길 눈은 밝아 웬만한 길은 내비게이션 없이도 잘 다닌다. 아내가 운전하는 나에게
'인간 내비게이션' 이란 말을 자주하니 말이다.
그러다 오늘 한번 더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맨 처음 분해할 때 부러졌던 플라스틱
조임 부분을 순간접착제로 붙였었는데 아주 약간의 미세한 높낮이 차이가 나서 일자(一字) 드라이버로
접착 부위를 긁어내고 등등, 몇시간의 노력 끝에 결국 조립을 마쳤다.
테스트를 해 보니 카메라 본체에 접속도 잘 되고 정상 작동이 된다. 모터도 잘 돌아가고~ 오토 포커스,
수동 초점 조절도 이상 없고 등등!
혹시나 무슨 일은 없나 해서 다른 렌즈와 교차 테스트를 해서 촬영한 사진을 비교해 보니 차이가
별로 없게 나타났다.
일단은 성공인 듯하다.
혹시 향후 사용 중에 어떤 일이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망가진 망원 렌즈는 결국
우물쭈물 내 손으로 만지다 복구가 된 셈이다.
주변의 꽃 사진등을 찍어 두어 차례 점검해 본 결과 전과 같음이 증명되었다.
수리 후 촬영해 본 베란다의 수국
그렇다면 애초에 수리점에 가져갔을 때 책임자가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
혹시 미처 내가 알지 못하는 기술적인 뭔가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간단히 고쳐지는 렌즈를 그도 미처 모른 건 아닐까?
만약 이 렌즈가 쭈욱 정상 작동이 된다면 글쎄~
조금은 착잡한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잃었던 소가 외양간 고치니 다시 돌아왔다? 뭐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걸까?
뭐 다 수리센타도 나름의 이유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아내로부터 기계치란 말을 듣는 내가 무슨 실력이 좋아서 고친 것은 절대 아니니
말이다.
연유야 어찌됐건 돌아온 탕자 이상으로 고맙고 기쁜 맘으로
사진을 찍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분간 망원렌즈에 대한 갈증은 좀 접어 두어도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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