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휴일,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자유스런 날이다.

아내는 옛 분당 마태오 성당에서 함께 봉사했던 분의 자제 결혼식에 간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 멀지 않은 내 고향 근처에서 열리는 E1 채리티 여자골프 대회를 좀 가보자!'

 

예전엔 골프대회 참관을 참 많이도 했다. 

그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인데, 차츰 시들해지다가 급기야 아주 발을 끊고

말았다. 또 2년 여의 코로나도 한몫을 했다. 

 

요즘엔 골프에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 아예 흥미조차 잃어가는 중이다. 이러다 골프 관두게 생겼다.

해서 지금 대회장을 찾는 건 관심을 조금 올려보기 위한 응급처방인 셈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골프라고 예외일리가 없다. 

그래서 이 더움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가는 것이다. 

 

대회장인 사우스 스프링스 입구 '모가 체육공원'은 흙먼지가 뽀얗게 날리고 있었다. 

먼지 속에 주차를 하고 셔틀버스를 탄다. 줄잡아 5-6대의 버스가 대기 중이다. 

 

공짜로 이용하기엔 좀 미안한 마음도 들고  입구에 자선 기금함을 설치해 놓았지만, 여기에

금품을 넣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저 몇 홀만 바람쐬일 겸 한번 돌아보자^

 

 

 

새파란 잔디에 예쁘게 차려입은 선수들이 멋진 샷을 한다. 

 

 

매실이 거의 다 익은듯하다. 

 

 

이 더운 날씨를 아랑곳 않고 줄줄이 많이도 따라다닌다.

저 중엔 선수의 지인 친척도 상당수 일 듯하고 팬도 있고 골프를 한수 배우려는 열성파도

물론 있을 것이다. 

 

나는 선수들의 샷 임팩트 시 왼 발바닥을 주목해 보기로 했지만, 사실 그게 뚜렷이 구분되는 게

아니다 보니 봐도 잘 모르겠다. 퍽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날리는 드라이버 샷을 주목해 보지만

이 역시 왼발 바닥이 잘 눈에 띄는 게 아니긴 마찬가지다. 

 

 

후반 13번 홀에서 경기 관람을 마치기로하고 거꾸로 코스를 돌아 나가기로 했다. 

 

경기가 끝난 코스엔 적막이 감돈다. 

 

차를 돌려 멀지 않은 고향 동네로 향한다.

 

 

 

동네 중심부쯤 늘 차를 대는 곳에 주차를 하고 보니 바로 옆에

이렇게 물양귀비와 금계국이 반긴다. 

시골은 역시 시골이다. 꽃이 매우 청량하다. 

 

 

 

무슨 꽃이라도 좀 있나, 동네 주변을 돌아보는데 이 녀석이 컹컹 짖으며

다가온다. 

 

" 그닥 복스럽지도 않으면서 뭘 짖기는 그리 짖니? 짜슥! 꼬리를 흔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내가 60여 년 전에 살았던 이 동네 원주민이다. 이 녀석아!"

 

인적없는 동네 여기저기엔 뽕나무가 있었고 뽕이 새까맣게 익어 있는데, 아무도 따 먹는 이가

없는듯했다. 

 

옛 초등 동창 집은 완전히 방치되어 폐허가 되어 있었다. 

 

 

 

작은 능선을 넘어 예전 내가 살던 동네로 넘어가 본다. 

예전 6 가구가 옹기종기 살던 동네는 다 허물어지고 이제 남은 건 딱 2 가구다. 

그중의 한 집~ 

 

낡은 나무 의자 하나가 마당에 버려지듯 놓여있다. 주인 할머니는 어디 가셨나 대문이

잠겨있다. 

 

 

 

우리 집이 있던 집터~

저 검은 비닐이 덮여있던 곳이 초가집과 마당이 있던 곳이다. 

집이 사라진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와서 볼 때마다 가슴 한편이 허전하다. 

 

내 집이 남아 있다는 건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무조건 감사해야 할 일일게다. 

 

 

언덕에 올라 아랫마을 큰 동네를 바라본다.

뭔가 깔끔한 맛이 사라지고 어수선해 보인다. 

 

평야가 그나마 많던 옛 고향은 넓은 논에 들쭉날쭉 수많은 비닐하우스와 과수원 등이 들어차며

옹색한 면모를 보이고 차차 스마트한 시골 풍경과는 거리가 먼 왠지 좀 너저분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 

 

내 고향이 좀 더 멋진 곳으로 변해가길 희망해 보지만, 그것이 어찌 내 뜻대로 될 것인가?

내 눈에 보이는 모든 풍광은 그저 황성 옛터 같을 뿐이다.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려 가까운 죽산 성지로 차를 몰고 간다. 

시골스럽지 않게 변한 내 고향을 탓해서 무얼 하리~ 

 

늦은 오후 햇볕은 따가운데 군데군데 평상에는 여러 순례자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장미는 만발하였으나 햇빚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꽃송이가 축 쳐져있다. 

 

 

 

 

장미를 심혈을 기울여 촬영해 보지만 이곳 장미는 눈으로 보는 것만큼 사진이 잘 안 나온다.

장미 종자의 영향이 클터이지만, 그러나 이곳 황량한 순교자 벌판을 이토록 장미 동산으로 만드신 신부님의 그 

노고를 생각하면 그저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다.  

 

사진이야 좀 덜 나오면 어떤가? 

 

 

 

더위를 피해 느티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어본다. 

이천에서 처음 찾았다는 분들은 연신 미소와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이곳 장미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이렇게 하루 일정이 끝난다. 

 

사실은 무더위에 지쳐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얼른 집으로 돌아와

샤워 후 캔맥주 하나를 마시고 아까 미처 못 보고 돌아선 골프 중계방송을 시청한다.

 

집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는 생각이 더 실감 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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