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색감은 연꽃을 생각나게 한다

보드라운 꽃잎은 연꽃 이상이다

 

야들은 그늘에 키워야 제격이다

 

그 연약하고 고운 꽃잎이 무지막지한 태양과

맨땅에 견디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원 고향 덴마크에 비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꽤 괜찮은

튤립가든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덴마크의 대표적 튤립공원 큐켄호프~ 약 10만 평의

면적에 700만 개의 튤립을 심어 매년 봄 축제를 하고 

있는데, 규모도 규모지만 튤립과 더불어 오래된 거목

들이 줄잡아 100여 년은 자란 듯 눈길을 끈다

 

다른 건 다 따라 할 수 있지만 오래된 나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 낼 수 없느니 가능하다면 직접 가서 봐야 할 것이지만,

비슷하게 한다면 광릉수목원에 튤립공원을 조성하면 될지도

모른다

 

 

 

 

 

 

 

 

이만하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지않을까? 

잘 가꾸었다는 생각이 든다~

 

 

 

 

 

 

 

볼수록 귀한 느낌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또, 보는 이야 그저 잠시 스쳐 지나면 끝이지만 이걸

키우고 보듬는 일에 그 얼마나 무한한 수고가 따라야 할까?

비록 아직은 튤립가운데 심겨진 나무들이 가늘고 어리지만

오랜 세월 유지가 된다면 덴마크 못지않은 멋진 정원이 될 것이다

 

 

 

 

 

 

 

 

 

 

이미 소문이 났는지 이날도(4.17) 관광버스가 여러 대 들어오고

연로하신 어르신부터 꼬마 어린이까지 랜드가 북적북적 인파가

꽤나 많았다. 휴일엔 발 디딜 틈이 없을듯하다

 

특히 미류나무를 저렇게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은 상당한 미적

감각이 없고서는 불가능하다. 북해도 대학 안의 미류나무가 그렇고

우리의 공릉천? 인가 어디에도 그렇게 놔두는 거 같다 

 

 

 

견학을 온 건지 체험 학습을 왔는지 하여튼 어린이들이

행복해 보였다. 밤낮 교실에 처박혀 훗날 별 쓸모도 없는

죽은 공부나 달달 외우고 있으면 뭐 하나~

이런게 훨씬 낫지~  암!! 낫고 말고~ 

 

너희들은 튤립처럼 고귀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거라~~

 

 

 

젊은 베르테르의 시를 읽고 있을까?

아니면 우리의 단편 문학집을 보는 중일까?

 

 

평택시에서 만들었다는 튤립공원에서 하나 건진 팬지~

색감은 이것도 장난이 아니다! 

평택 농업생태원도 아주 잘 만들기는 했지만 그저 1% 정도가

부족하다 할까? 

공짜로 하는것도 좋지만 입장료를 받고 좀더 잘 관리를 해 주는게

좋을듯 싶다

 

 

 

 

 

 

 

 

 

렌즈를 바꿔가며 찍고 또 찍고~

내게 허용된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에 마음도 발길도 바쁘다

늦어도 오후 1시 반 까지는 약국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배가 고프다

랜드 안에서 파는 갈비탕 한 그릇을 비우고 

급히 인근의 공세리 성당을 갈 준비를 한다

 

식사가 조금 아쉽지만 시간이 없다. 공세리로 달린다

 

 

 

 

 

이날 평택 아산 일원으로 황사가 자욱했다

아니 전국이 그랬을 거다 

성당의 모습은 언제나 평화롭다

 

가을 공세리는 몇 번 갔었다

봄 공세리 성당은 이번이 처음이다

 

돋아나는 신록의 휘황찬란함이 올가을 단풍 수준을

말해주는거 같다

작년 가을엔 웬지 형편없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이 봄이 가는 중이다

아니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2월부터 느낌으로 오는 봄이 3월을 지나 벌써 4월 하고도

중순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 봄은 거의 완성단계를 지났다.

 

냉이가 꽃을 피우고 진달래 개나리를 필두로 이 땅을 물들

이던 봄~

 

목련 벚꽃도 안녕을 고하고 먼 산속의 산벚만 아직 하얀 색칠을

하고 있는 이 봄~ 언제나 그렇듯 올봄에는 뭔가 새로운

희망이 샘솟을듯하던 그 기대와 열망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어

가는 중이다. 

 

누구에게나 봄은 똑같지 않다. 

 

열병을 앓듯 봄이면 그 애절함에 몸부림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봄인지 뭔지 도무지 아무 감각도 느낌도 없는 이도 있다. 

 

이 봄의 흔적을 몇장 올려본다.

 

 

 

 

 

봄은 아주 작은 새싹 하나에서 시작된다

 

헌데 올핸 좀 늦게 봄을 찾아 나선 셈이다

 

3.27일이었다

 

 

 

 

3일 후 앙성을 들러 내 고향 일죽을 잠시 찾았다

이미 진달래는 산과 들에 다 피어났고 매화는 저만치

져 가고 있었다

 

될수록 봄의 맨 첫 꼭지부터 살펴보면 좋지만 그게 아무나

가능한 건 아니니까~ 

 

 

금세 4.5 일이 되었다

 

우리 동네 이곳저곳에 심겨진 화살나무의 새 순이~

역시나 새순은 위대하고 예쁘다

 

난생처음 내손으로 몇 개 따서 무쳐 먹었지만 그닥

예전의 맛을 못 느끼겠다

 

 

 

새순은 이제 본격적인 푸르름을 준비한다

굳이 동네의 벚나무를 올리는 이유는 가지를 치지 않고

온전히 키워낸 이유 때문이다. 이곳은 공세리 아파트다

 

무릇 세상의 모든 나무는 생긴 대로  그대로

키울 일이다

 

사람이 그렇듯 나무 또한 온전히 본모습대로 클 때 자연의

신비가 깃드는 법이니까~

 

 

인근 동네의 전원주택에도 이렇게 예쁜 봄이

찾아왔다

 

목련의 효용 가치는 비록 며칠이지만,

결코 아쉽지 않을 만큼 기품이 있고 멋지다

 

 

서수원의 명소가 된 황구지천이다

 

그저 벚나무는 심어서 30년만 지나면 어디든 다

이렇게 멋진 곳이 된다

 

 

이 봄 벚꽃을 능가할 화사함이 또 있을까?

 

그래서 벚꽃 한번 제대로 못 보고 봄을 지내 버리면

미련과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니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한 번은 꼭 찾아야 할 것이

벚꽃이다 

 

 

황구지천 벚꽃 명소에 다소곳이 핀 튤립이다

튤립은 이렇게 한 송이로도 충분하다

 

 

 

 

동네 앞산 보라산을 올랐다. 4.12일이다

 

해발 100미터도 안 되는 야트막한 산이다

그래도 산은 산인지라 평지에 비해 이제 막 푸른 잎들이 활개를

치듯 자라나고 있다

 

어디 멀리 나가 보기가 맘처럼 쉽지 않다 보니 늘 이렇게

가까운 동네를 주유하는 것으로 봄을 느끼고 있다

 

이제 봄은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고 곳에 따라서는 이미

초 여름으로 진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4.14일 한번 더 보라산에 올랐다

 

이제 나뭇잎은 그야말로 찬란하게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벌리고 있었다

 

아직도 겨울잠을 자는 느려터진 새 순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다

 

나무도 풀도 사람도 동물도 그 어느 것도 태어나 자라 오를 때가

가장 아름답다. 그러니 계절도 봄이 가장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결국 날 때와 죽을 때, 계절로 치면 봄과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셈이다 

 

 

 

 

생명이 요동치듯 피어오르는 저 모습~

 

봄꽃이 화려하다 하나 신록의 저 눈부신 자태는 꽃을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다. 봄의 늦자락에 발견하는 생명의 환희에 나는 

가슴이 전율한다

 

내가 맨발로 산 길을 걸으며 카메라로 저들을 포착하는 이 순간

 나는 최고의 행복을 느낀다

 

그렇다! 

 

봄의 환희는 바로 이런 데에 있지 않을까? 

 

 

 

아니러니 하게도 이 봄 벚꽃의 진수는 내가 자주 다니는

용인의 약국이 있는 동네 능이삼계탕집 입구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어디 멀리 있지않았다

 

4.14일이다

 

 

 

원삼의 고초골 공소에서 찾은 늦깎이 적목련과 복사꽃이다

 

사실 이 봄에 나의 눈길을 가장 강하게 잡아끄는 꽃은 단연

복사꽃의 그 은은한 핑크색이다

 

그런데 복사꽃은 멀리서 보면 화려하기 그지없으나 가까이

가서 보면 섬뜩한 느낌이 드는 그런 꽃이다.

또 깔끔하지도 않다

 

이제 이쯤에서 올봄의 여정을 마쳐야 할 듯하다

봄의 느낌이란 것이 사진만 몇 장 덜렁 올린다고 안될 건 없지만

 

이 봄 느껴지는 나의 생각은 대체로 이런 것이다

 

매년 돌아오는 봄~

매년 느낌도 다르고 보이는 것도 다르다

 

 

 

 

정말 모처럼 휴일에 시간이 났다.

 

아니 왜?

휴일에 시간이 없다는 게 말이 돼요?

 

아무튼 그럴 일이 작년 봄부터 쭈욱 이어져 오는 중이다. 

 

그래 뭐 하지?

 

봄맞이 묵은 때도 벗기고 휴식도 취하고, 봄 풍경도 두루

차창으로 내다 보고~

그러려면 앙성이 딱 이네. 

그래 거기를 가자^ 

 

아직 동네 벚꽃은 망울을 키우는 중이고 앞뒷산의

진달래와 개나리 매화 등이 활짝 피어 있지만, 

그게 눈에 확 띄지는 않는다. 

 

앙성으로 달리면서 동네 야산을 흘끔흘끔 쳐다봐도

진달래가 보이지 않는다. 뭐 더러 길가의 개나리는 보이지만

사진으로 남길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그 온천이라는 게 기분이 그래서 그럴까?

잠시 1시간여 탕에 들어갔다 나오면 뭔가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고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이거이 느낌뿐 아니라 실제로 그런 거 같다. 

 

 

온천 후 남한강 비내섬을 지나 늘 가는 그곳이다

 

강변에는 버들이 자욱하게 피어나고 강물은 뒤척이는 

소리를 내며 흐른다. 

 

봄강~ 얼음이 풀린 지는 이미 오래지만, 나는 이 봄의 강을

좋아한다.

 

그래서 블로그 필명을 춘강(春江)으로 했다. 

 

'거 촌스럽게 춘강이 뭐요? ' 

 

春 자가 들어간 필명을 많은 친구들이 별로라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나 자신 어려서부터 봄이 좋았고

봄에 모든 중요한 개인의 대소사가 다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때는 남자가 봄을 좋아한다는 게 조금 쑥스럽기도 했다.

다들 '남자는 가을이지~' 이랬기 때문이다. 

 

헌데,  봄은 원체 좋았고 가을 또한 봄 못지않게 좋아

졌으니 이제는 계절적 균형을 맞춘 셈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개인적 생각으로는,

 

봄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로 몸이 냉한 사람이라고

본다. 또 가을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은 반대로 몸에 열이

많은 경우다. 

 

수족이 차고 몸에 냉기가 도는 이가 겨울을 좋아할리는 없다. 

또 열이 펄펄 끓듯 더워하는 이가 봄 여름을 좋아할 리도

당연 없다고 본다. 

 

따라서 어떤 계절을 좋아한다는 것은 내 몸의 상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몸이 냉한 사람은 

비가 오는 날을 아주 싫어할 것이다. 반대인 사람은 비

오는 날을 아주 즐기며 산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

 

 

특별한 정서적 뭐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단순한 우리

몸의 열 변화의 연장선에서 계절적 호 불호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것은 과학적 뒷받침이라기보다 개인적 경험에 의한

유추일 뿐이다.

 

 

 

냉이가 땅을 헤집고 여기저기 올라오는 밭에 허연 대궁이를

치켜세우고 도열해 있는 이건 뭐일까? 

 

신발을 벗어놓고 맨발로 냉이를 캐기 시작했다. 

저 마른 가지에서 떨어져 나온 마치 아주까리 모양으로

생긴 껍질에 날카로운 가시가 둘러져있는 열매가 발바닥을 찌른다.

 

 

강 뚝에서 쑥을 뜯는다. 

죽은 고목 위로 새 잎이 스쳐 돋아나고 있다. 

이래서 봄은 경이롭고 새롭다. 

 

 

찔레와 얽히고설킨 채 이 봄을 맞는 덩굴들~

뭔가 꼬인듯하지만 자연은 아무 문제 없이 잘

이들을 키워나간다.

 

자! 이제 온천 저 남쪽으로 높이 솟은 보련산(764 m)을 넘어 

노은으로 가 볼 차례다. 고개를 넘어가니 수룡 휴양림이 나온다.

차를 대고 잠시 올라가니 몇몇 분들이 주저앉아 쑥을 뜯고 계신다.

 

공기 좋고 오염 없는 이런 곳에 자라는 쑥은 그야말로 약쑥일 텐데

뜯은 쑥을 다듬는 이들이 너무도 여유롭고 정겨워 보인다. 

 

생각보다 노은면은 도로가 너무 많이 지나간다. 고속도로도 있고

자동차 전용도로도 있어 예전의 한적한 맛이 나질 않는다. 

 

감곡면이 가까워지니 멋진 복숭아 과수원만 눈에 들어온다.

7월 말경 이쪽으로 복숭아 먹으러 올 수 있으면 너무 좋을 텐데~

 

전부터 생각해 오던 거지만 실제 이 동네가 아니고 조금 더 

장호원 쪽으로 붙은 동네로 두 세 차례 복숭아를 사러 오긴 

했었다. 

 

좋은 도로를 피해 일부러 꾸불꾸불 시골길로 넘어오니 결국

우리 고향 동네다. 산북리~

근데 웬 공장이 이리 많을까? 

 

도대체 시골의 면모는 다 어디로 가고, 전부 공장 천지가 됐다.

 

그래도 진달래며 매화가 한자락 남은 야산에 아슴푸레 피어

객을 반긴다.

 

 

 

 

봄꽃을 은근 기대하며 떠나 본 앙성 온천길^

 

꽃은 쉽게 눈에 띄질 않고

봄이 온 건지 겨울이 떠나질 않는 건지 

아직은 안개같이 희미한 계절이다

 

시골길을 애써 찾아 달리며 둘러 보아도

보이는 건 앙상한 가지와

마른 잎

빛바랜 진달래가 바람에 나부낀다

 

들판의 쑥은 짙푸르게 커 오르고

냉이는 벌써 꽃을 다 피웠다

강물은 소리 내어 짝지어 흐르며

도랑물은 졸졸졸 

햇빛에 반짝인다

 

춘강마로니에 

 

 

 

 

 

 

 

 

 

 

 

 

 

 

 

 

 

 

 

 

한나절 바닷길이 그렇게도 멀다면

 육로길 구름다리 타고 오시지

 이락포 기슭에서 유자 따는 남해 처녀

 섬 돌아 오는 배를 지켜보는 가슴에

 물결만 일렁이네 그리움처럼

금산의 실안개가 산허리를 감돌고

 치자꽃 시들어도 소식이 없네

 상주포 바닷물에 저녁노을 타는데

 애타는 내 가슴도 그리움에 설움에

 뜨겁게 노을처럼 타기만 하네.

 

       이원철 작사/한산도 작곡

 

 

 

이 노래는 1973년에 나왔으니 무려 지금부터 50년 전이다.

내가 알고 있던 노래도 아니고 최근의 미스트롯 3에 출전 중인

정서주를 보면서 이리저리 관심을 가지고 찾다 보니 알게 된

곡이다.

 

결국 정서주는 최종 미스트롯 진에 뽑혔으니 맑고 깨끗한 

목소리를 많은분들이 좋아한다는 반증으로 생각된다. 

 

노래라는 것은 각자 취향이 있기 마련이고 따라서 좋아하는 곡,

가수는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서주~ 

 

이 어린 중학생의 목소리는 트롯을 타고났음은 물론 그 신선함과

애틋함이 기성 가수들과는 아예 결이 다르다고 생각된다. 

어린 나이지만 노래의 맛을 너무 잘 표현할 줄 알고 반복해 들어도

조금도 싫증이 나지 않으니 이만하면 아주 훌륭한 보배가 아닐까?

 

정서주의 이 노래를 들으며 어찌 트롯을 그저 그런  노래라고

생각할 수가 있을까? 

 

유자는 남쪽 지방의 특산물이다.

 

노오란 유자는 왠지 모를 생명의 원천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유자가 그렇고 유채꽃이 그렇고 오렌지가 그렇고 귤  역시 

마찬가지다.

 

가사도 매우 서정적이다. 

 

남해의 이락포, 상주골이 어딘가 찾아봤다.

이락포는 그 유명한 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전사했다는

바로 거기였다.

 

그래서 그런가? 

 

노래가 더욱더 의미 깊게 다가온다. 

 

남해 이락포 뒷산 기슭에서 유자 따는 처녀를 마음속으로

그려보며 맑고 깨끗한 정서주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들어보니

유자 향기가 여기까지 은은하게 퍼져오는 느낌이다. 

 

비록 50년이 지난 옛 노래지만 ~

 

통영 미륵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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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필자 

 

 

30여 년 골프와 더불어 지냈던 세월을 뒤로하고 딱 손을

놓은 건 정확히 2022.7 월 이후다. 

 

당시 위층 의원이 5월 말에 폐업을 하고 7월부터는 함께 일하던

직원도 제 갈 길을 떠나고 달랑 혼자서 약국을 운영하기 시작

하면서부터 골프는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해서 그 길로 골프와는 딱 이별을 하고 말았다. 

 

그 훨씬 이전인 2,000년 도에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었다.

그땐 용인 88cc 앞에 대형 약국을 개업하여 나간 때였다.

1년간 골프와는 담을 쌓고 출퇴근 길에 어쩌다 태광 cc 골프

연습장을 가끔 들러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들을 보며,

 

' 저 사람들은 무슨 팔자에 이 시간에 저리 연습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말하자면 골프가 무척이나 그리웠을 때이다. 해서 약국 오가는

길에 연습장이라도 한번 들러보고 싶었던 거다.

 

그러던 마음이 이번에는 전혀 달랐다. 

 

그때와는 사정도 달랐지만 무슨 이유인지 연습장은 커녕 골프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나질 않았다.

어쩌면 나에게 닥친 현실에 충실하고자 하는 마음만 앞섰으니 이거이

뒤늦게 철이 든거라 해야할까?  

 

그러는 와중에 약국을 다시 이전 개업하고 이제 1년이 좀 더 지났다. 

 

거 뭐 골프 쉬어보니 별거 아니더라,

골프에 매달릴 이유가 하나도 없더라~

 

이런 상투적인 얘길 하려는 건 아니다.

 

여전히 골프에 목말라하고 재미가 있고 함께하는 친구 동료

선배들이 있어 그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즐거운 사람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그만큼 이 나라에서 골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소회라 할까 그것은,

 

골프 딱 끊어도 그것이 중독성의 여파로 못 살 거 같다든가 가는 길이

흐트러진다든가 일상생활 영위에 지장을 받는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 아닐까? 

골프가 뭐길래~

 

담배는 딱 그날로 끊기가 사실 불가능하다. 그만큼 몸에 미치는

중독성이 대단하다. 

 

그런데 골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나 개인에 국한된 얘기지만,

 

어떻게 30여 년 친 골프를 하루아침에 끊어도 아무 지장이 없지?

 

어찌 보면 나의 경우는 약국에 온전히 매달릴 수 있어 그런지 모르겠다.

또 하나 작년 봄 즉 23년 4월 아내가 갑자기 쓰러진 이후 1년 이상 병원에

쭈욱 입원해 있다 보니 나의 생활 자체가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졌고 시간적,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진 것이 어쩌면 결정적 원인일듯도 하다. 

 

약국을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온전히 주체적으로 하루 10시간 가까이

전적으로 매달리다 보니 1년 반 정도 사이에 뚱뚱하던 뱃살은 온데간데없고

호리 한 몸매로 바뀌었다. 

 

' 그래 열심히 일하니 뱃살도 사라지는구나~ ' 

 

배불뚝이 사람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내장 비만이 사라진 건

덤으로 얻은 아주 큰 소득이다. 

 

 *

 

생각해 보면 30여 년 전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가 바로 1991년 봄

4월 21일 따스한 봄바람이 불던 때이다. 당시 형편도 좀 나아지고

그동안 궁금하던 골프를 함 해보자는 마음이 불쑥 들었다.

 

골프 연습화 한 켤레를 신발주머니에 넣고 점심시간에 공원 건너

88 연습장(수원)으로 향한 게 시발점이었다. 

 

아하~그러니까 형편도 좀 피고 마음에 여유도 생긴 때로구나. 

 

헌데 지금은 형편은 어느 정도 되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탓일까?

도무지 골프를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이 안 생기니 이건 무슨 조화

일까? 

 

아마도 그것은 골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이미 깨진지 오래고 

터무니없이 비싼 그린피에 말도 안 되는 카트비 떠 넘기기,

수준낮은 식음료 비용, 캐디피등 무엇 하나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고 비용의 골프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내면의 소리 없는

저항이 주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이런 생각은 이 땅의 많은 골퍼들이 공통으로 직면하는 문제

이긴 할것이다. 

 

차라리 그 비용이면 1년에 몇 차례 동남아나 일본등에서 며칠씩

골프와 스키등을 즐기는 게 편하지 않을까? 그 경우엔 친목이나

친구 동료들 간의 유대관계가 다소 소홀해지는 안타까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대략 앞으로 그럼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을 해 본다.

 

결론은,

 

칠 수 있으면 치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둬도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것이다. 

 

그뿐이다.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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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이 훨씬 넘으신 할머니가 치과 약을 지으러 오셨다.

얼른 보기에도 주변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듯했다.

 

" 에혀~ 이거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데, 세 개 박는데

300이 넘게 들어~ 시골서 농사 지어서는 정말 힘들고

그냥 더 살고 싶지도 않은데, 참 ~"

 

" 쌀 한 가마가 얼만디요~?"

 

"몰러 한 20만 원 하징!"

 

그러고 보니 쌀 한가마는 80kg , 보통 20kg짜리로 구입해

먹으니 금세 감이 안 온다. 

 

"막내아들이 그냥 다니던 치과에서 하라구 해서~

여기 2층에 새로 생긴 치과가 엘리베이터도 있고 다니기 편한데,

그냥 다니던 저쪽으로 가는 겨~ "

 

그러고 생각하니 참 임플란트가 비싸긴 하구나. 시골서 애써

농사지어도 임플란트 하나 하려면 쌀이 몇 가마는 들어야 한다. 

쌀 몇 가마 만들어 내려면 그 시간과 품이 얼만가?

물론 임플란트가 치과에 혁명을 가져온 건 분명하지만 여전히

그 높은 비용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고령이 되어도 임플란트 하나 없이 치아를 온전히 보존한 사람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설령 한 두 개, 몇 개 정도의 임플

란트로 버틸 수만 있어도 성공적이라 본다. 

 

틀니로 연명하는 분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그 불편함이 

얼마며 음식을 씹어 맛을 온전히 느끼기엔 한계가 있어 그 또한 먹는

즐거움을 상당 부분 잃게 되니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어찌 됐건 틀니만 안 하고 여생을 보낼 수 있어도

행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헌데 이 글을 어느 카페에 올렸더니 반박이 들어왔다.

 

틀니가 그렇게 안 좋기만 한건 아니라고~

글쎄~ 그 부분은 해서 좀 더 판단을 유보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쉬자~

하루 조용히~

 

근데 그게 70-80km는 차를 타고 가야 하고

그게 조용히 쉬는 건가?

 

요 근래 어찌 된 일인지 등짝이 아프더니 목뒤가 아프고

덩달아 허리도 안 좋다. 

 

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

 

이 나이에 그런 말 하면 빈정대는 소리가 들릴게

뻔한지만, 

 

누구 놀리쇼? ㅎㅎ~ 뭐 그런 말~

 

아무튼 해서 온천을 가 보고 싶었다. 다녀 오면 몸이 좀 풀리것

같았다. 예전에 겨울이면 더러 가 보던 곳이다. 

 

능암온천이라고 충청도 앙성이라는 곳에 있는 온천이다.

우리나라의 온천이 뻔하지만 다행히 이곳은 탄산온천으로

나름 온천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차가운 온천수에 탄산이

마치 칠성사이다처럼 뽀글뽀글 솟아오른다. 

 

탕 중앙에는 음수대가 있어 맘껏 목욕하면서 마실 수도

있다. 

 

 

점심을 안 먹고 탕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느긋하기가

어려울듯하여 인근 식당에서 설렁탕을 한 그릇 주문했다.

한산한 식당에 내가 첫 손님인 듯,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끓여 온 설렁탕은 도회지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진득한 국물맛에 덤으로 전을 한 접시 내왔다. 

 

설렁탕을 먹고 온천탕에 들어가길 잘했다. 무려 한 시간 반

이상을 탄산수에서 버텼으니까~ 

목욕 마치고 탈의실에 바디후렌드가 보이길래 2000원 내고

마사지도 받았다. 

 

그래서 그런가? 

 

뒷목도 허리도 훨 부드러워졌다. 

 

예전에 잘 가던 온천 뒤쪽 남한강이 흐르는 곳에 비내섬이 있고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던 동네~ 

그러나 차량이 조금 많아져 예전의 그 적막감은 느끼기 어렵게

되었다. 

 

마치 반포 잠수교와 같은 복여울교를 건너 맞은편 복탄이란

동네로 가 본다. 

 

복여울교 중간에 내려 남한강을 조망해 본다. 

 

 

그리 높지 않은 산, 마치 시골 강아지를 보는 듯 평화롭고 따스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강 건너 마을로 차를 몰고 천천히 들어가 본다. 

 

온천 후의 나른함과 이날 유달리 따스한 겨울 날씨에 마치 봄이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까마귀 몇 마리가 내 주위를 맴돌며 

함께 놀자는 듯 낮게 날아 돈다. 

 

복숭아나무의 티눈이 마치 버들강아지 같다. 

 

겨울을 대비하는 밭고랑을 바라본다. 

흰 눈이 쌓이면 저 밭둑 건초 더미에 촉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들 것이다. 

 

남한강은 유유히 흐르고 까악 까악 주위를 맴돌던 

까마귀들과 작별한 채 발길을 되돌린다. 

 

 

뭐라도 하나 기념으로 사 오려 했지만 겨우 요구르트 

2병이 전부다. 겨울이라 그런가 지역 특산물도 눈에

띄는 게 없다.

 

그저 모두가 숨죽이고 겨울을 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진정한 휴식일까?

 

아마도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코로나를 지나기도 했지만  몇 년 만의 능암 온천행

이기 때문이다. 

 

(2023.12.11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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