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자~
하루 조용히~
근데 그게 70-80km는 차를 타고 가야 하고
그게 조용히 쉬는 건가?
요 근래 어찌 된 일인지 등짝이 아프더니 목뒤가 아프고
덩달아 허리도 안 좋다.
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
이 나이에 그런 말 하면 빈정대는 소리가 들릴게
뻔한지만,
누구 놀리쇼? ㅎㅎ~ 뭐 그런 말~
아무튼 해서 온천을 가 보고 싶었다. 다녀 오면 몸이 좀 풀리것
같았다. 예전에 겨울이면 더러 가 보던 곳이다.
능암온천이라고 충청도 앙성이라는 곳에 있는 온천이다.
우리나라의 온천이 뻔하지만 다행히 이곳은 탄산온천으로
나름 온천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차가운 온천수에 탄산이
마치 칠성사이다처럼 뽀글뽀글 솟아오른다.
탕 중앙에는 음수대가 있어 맘껏 목욕하면서 마실 수도
있다.
점심을 안 먹고 탕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느긋하기가
어려울듯하여 인근 식당에서 설렁탕을 한 그릇 주문했다.
한산한 식당에 내가 첫 손님인 듯,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끓여 온 설렁탕은 도회지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진득한 국물맛에 덤으로 전을 한 접시 내왔다.
설렁탕을 먹고 온천탕에 들어가길 잘했다. 무려 한 시간 반
이상을 탄산수에서 버텼으니까~
목욕 마치고 탈의실에 바디후렌드가 보이길래 2000원 내고
마사지도 받았다.
그래서 그런가?
뒷목도 허리도 훨 부드러워졌다.
예전에 잘 가던 온천 뒤쪽 남한강이 흐르는 곳에 비내섬이 있고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던 동네~
그러나 차량이 조금 많아져 예전의 그 적막감은 느끼기 어렵게
되었다.
마치 반포 잠수교와 같은 복여울교를 건너 맞은편 복탄이란
동네로 가 본다.
복여울교 중간에 내려 남한강을 조망해 본다.
그리 높지 않은 산, 마치 시골 강아지를 보는 듯 평화롭고 따스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강 건너 마을로 차를 몰고 천천히 들어가 본다.
온천 후의 나른함과 이날 유달리 따스한 겨울 날씨에 마치 봄이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까마귀 몇 마리가 내 주위를 맴돌며
함께 놀자는 듯 낮게 날아 돈다.
복숭아나무의 티눈이 마치 버들강아지 같다.
겨울을 대비하는 밭고랑을 바라본다.
흰 눈이 쌓이면 저 밭둑 건초 더미에 촉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들 것이다.
남한강은 유유히 흐르고 까악 까악 주위를 맴돌던
까마귀들과 작별한 채 발길을 되돌린다.
뭐라도 하나 기념으로 사 오려 했지만 겨우 요구르트
2병이 전부다. 겨울이라 그런가 지역 특산물도 눈에
띄는 게 없다.
그저 모두가 숨죽이고 겨울을 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진정한 휴식일까?
아마도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코로나를 지나기도 했지만 몇 년 만의 능암 온천행
이기 때문이다.
(2023.12.11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