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2년 7월, 미국에 본부를 둔 전 세계 아마추어 골퍼 중 티칭을 목적으로 한

일종의 자격을 주는 시험이 한국에 상륙한 지 몇 년 안 됐을 때이다. 

 

거 뭐 그냥 골프 잘 치면 됐지 무슨 자격증을? 이런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뭔가 인증 같은걸

받아두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심심풀이라도 초보 골퍼들을 지도해도 면(面)이 서고 말 빨이

먹힐게 아니냐? 이런 생각에 시험에 응시했다. 

사실 IMF를 막 지나 나라 살림은 겨우 기지개를 켤 시기였고 2000년 7월 의약분업이 실시되어

약국 환경도 혼란할 때였다. 그러나 슬럼프가 있기도 했지만, 나의 골프 실력은 아마추어로서는

어느 정도 상위급에 도달한 시점이었다. 

 

이미 그런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경북의 어느 약사님에게 전화를 해서 이러저러 의문점

을 묻기도 했으나 그분은 별로 특별한 메리트는 없다고 답을 한 터였다.

 

PGTCA(Professional Golf Teachers & Coachs of America)는  USGTF와 더불어

당시 한국에 상륙한 유력한 골프 티칭 기관이었다. 한국의 두 프로 골퍼 단체 KPGA, KLPGA

에서 이렇다 할 티칭프로를 양성하고 있지 않을 때여서 미국의 티칭프로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이 그런대로 매력이 있기도 할 때였다. 

 

물론 나중에 차차 KPGA, KLPGA에서도 티칭프로를 선발하게 되었지만,  프로를 목표로

훈련하던 선수 지향 출신들과 나이 들어 아마추어로 골프를 잘하고 좋아하던 사람이 지향하는 목표는

애당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미국의 두 기관이 주관하던 티칭프로는 당연 보통 일반인을 위한 것이라서 그 실력이나 수준을

프로급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겨우 체계적 골프 교습이 마약 시작되던 때라서 두 기관의 티칭

교육 수준은 나름 꽤 높은 정도였다고 생각된다.   

 

암튼 7월인가? 많은 지원자들과 함께 블루헤런 골프장에서 선발 시험을 치렀다. 사전에 그곳

회원권을 갖고 있는 약사 후배들과 팀을 만들어 예행연습도 했다. 사실 블루헤런은 한국

여자 프로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코스가 만만치 않게 어려운 곳이다. 

 

아웃코스로 출발해서 전반 7번 홀까지 이븐파로 순항 중이었다. 한데 8번 홀에서 사달이 나고 말았다

8번 홀은 그린 앞에 조금 큰 연못이 있는 곳이데 연못 앞까지 티샷을 날려 불과 100여 미터 타깃을

남기고 있었다. 그런데 세컨드샷이 연못에 빠지고 말았다. 한번 더 샷을 했지만 그마저도 연못에 빠지는

기이한 일이 연출되었다. 아마도 그날 그곳 일정 부분의 잔디나 흙의 상태가 안 좋은 곳이 있었던 거

같다. 결국 여기서 양파 즉 4타를 까먹고 말았다. 

 

잘 나가다 전의가 상실됨은 물론 후반에서 만회를 하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아시다시피 블루헤런은

후반 9홀이 전반에 비해 훨씬 어려운 곳이다. 8번 홀의 충격은 계속되었고 홀이 지날수록 스코어는

늘어나고 있었다. 결국 9 오버파로 대회를 마쳤고,

나는 티칭프로의 꿈을 버렸다. 

 

그런데 이듬해 7월 난데없이 작년 테스트에 추가 합격을 했으니 몇 날 며칠까지 준비하여 합숙훈련에 

참여하라고 연락이 왔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나는 훈련에 참여하기로 했다. 당시 1주간의 합숙훈련

을 용평에서 실시했는데, 골프장비를 차에 싣고 7월 여름 용평으로 달렸다.

약국 입장에서 1주간의 시간을 내기는 사실 쉬운 일도 아니었다.

 

용평 호텔에서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며 1주간의 훈련을 마쳤다. 볼의 탄도 이론, 구질에 관한 것, 등등

기타 드로우 페이드샷의 실기 테스트 같은 나름 이론과 실전을 겸한 훈련이었다.

당시 골프 이론을 배운후 시험을 보았는데, 어느 골프장인가에서 티칭을 하다 온 프로 2명 인가가

있었는데, 시험 시간이 다 되어도 그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해서 티칭을 업으로 해 온 이 친구들이

골프 이론에는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했다.  

 

당시 동기들 중에는 상당히 실력이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 비록 아마추어로 골프를 쳐 왔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골프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높았고 골프를 즐겨왔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해서 무사히 교육을 마치고 벼가 일부 패어 희끗한 7월의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영어로 써진 아주 멋진 티칭프로 자격증을 나중에 보내준 건 물론이었다. 

 

꽤나 근사하게 디자인된 티칭프로 자격증

 

 

나는 이 자격증을 약국에 한참을 걸어 두었었다. 그 이유는 내가 티칭 프로라는 걸 알리기 위함도

물론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끔씩 약국에 오는 손님 중,

 

" 아! 이거 골프 좀 쳤더니 어깨가 뻐근해서 말이요~ 뭐 좀 좋은 거 없소? "  이러면서 아주 거들먹?

( 내가 보기엔 그랬다) 거리는 사람들이 제법 있던 시절이었다. 그들에게 

 

" 아~ 그러셔유? 나 골프 티칭 프로요~

저기 저 증명서 좀 보시구려! 까불지 마시고 "

 

사실 약국에 걸어 놓은 자격증을 누가 유심히 볼까마는, 암튼 나름대로 나에게 그런 심리가

좀 있었다 할까?  즉 괜히 골프 좀 친다고 목에 힘주지 마셔~ 이런 의도가 있었다. 

 

그렇지만, 약국의 약사가 티칭프로 자격까지 있다는 게 무슨 약국 경영에 도움이 될까? 백번

손해일뿐이지~ 약국은 안 보고 맨날 골프장에만 가 있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할게 뻔하지 않은가? 

해서 한참 지난 후 저 액자는 집으로 서둘러 가지고 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티칭프로 자격증을 단 한 번도 써먹어 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동료들과 골프를

칠 땐,,

 

" 아니 프로가 그것도 못 넣어? "혹은 "프로가 샷이 왜 그래~?"

 

이들은 늘 그렇게 나를 골려 먹기 일쑤였다.

 

어쩌다 샷이 멋지게 될 땐 " 역시 프로는 다르군~" 이러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매우

드물었다. 어느 쪽이 됐든 이런 것들은 나의 골프에 방해만 됐지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해서, 에이 괜히 그놈의 티칭프로 자격 땄나 봐~ 그냥 조신히 있을걸~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그런 얘기하는 친구는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 티칭 프로가 미국으로 건너가 좀 더 훈련과 공부를 하면 Master라는 윗급의 자격을 획득하는

방법이 있었다. 뭐 현실적으로 가망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더러는 그런 꿈을 가지고 티칭 프로가 된

이도 있었을 것이다. 비슷한 연배의 약사 한 분도 USGTF 티칭 프로였는데 원체 재정이 넉넉한지라

충분히 미국에 건너가 Master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 버려 너무도

아쉽다. 

 

티칭 프로 자격이 나의 골프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주변에 골프를 썩 잘 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자기가 쓰는 골프 채의 스펙은 물론 아주 기초적인 것도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또한 티칭 프로가 되었다 해서 나의 골프가 반석 위에 올려진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골프란 누가 필드에 자주 가느냐의 문제이지 자격증이 관건이 아님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사실 나도 골프가 너무나 안 되는 슬럼프 기간을 오래 겪었는데, 그 시기에 골프채의 특성을 가장 많이 

연구했었다. 골프가 갑자기 잘 안 되니 이것저것 뒤적여 본 것인데, 물론 그것 역시 골프 실력 향상과는

그다지 연관이 없었다. 골프란 참 이상한 것이 한때 잘 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안되기 시작해서 아주

오랫동안 그 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확실히 다른 운동보다도 예민한 그런 면이 있다. 

 

티칭 프로 이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런 시도를 해 본걸 나는 그리 후회라거나 잘못된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직업으로 활용해 본 적도 없고 한국에서 특별히 인정해 주는 자격증도 아니지만, 

아마도 지금도 두 기관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자골프를 위시해서 한국의 골프는 이제 그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더불어 한국의 골프 티칭 수준도

이젠 세계적 수준에 필적해 간다고 생각된다. K-Pop 이 세계로 뻗어 나가듯 골프 또한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뭐든 인생에는 한때라도 해 보는 게 있다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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