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모처럼 휴일에 시간이 났다.

 

아니 왜?

휴일에 시간이 없다는 게 말이 돼요?

 

아무튼 그럴 일이 작년 봄부터 쭈욱 이어져 오는 중이다. 

 

그래 뭐 하지?

 

봄맞이 묵은 때도 벗기고 휴식도 취하고, 봄 풍경도 두루

차창으로 내다 보고~

그러려면 앙성이 딱 이네. 

그래 거기를 가자^ 

 

아직 동네 벚꽃은 망울을 키우는 중이고 앞뒷산의

진달래와 개나리 매화 등이 활짝 피어 있지만, 

그게 눈에 확 띄지는 않는다. 

 

앙성으로 달리면서 동네 야산을 흘끔흘끔 쳐다봐도

진달래가 보이지 않는다. 뭐 더러 길가의 개나리는 보이지만

사진으로 남길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그 온천이라는 게 기분이 그래서 그럴까?

잠시 1시간여 탕에 들어갔다 나오면 뭔가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고 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이거이 느낌뿐 아니라 실제로 그런 거 같다. 

 

 

온천 후 남한강 비내섬을 지나 늘 가는 그곳이다

 

강변에는 버들이 자욱하게 피어나고 강물은 뒤척이는 

소리를 내며 흐른다. 

 

봄강~ 얼음이 풀린 지는 이미 오래지만, 나는 이 봄의 강을

좋아한다.

 

그래서 블로그 필명을 춘강(春江)으로 했다. 

 

'거 촌스럽게 춘강이 뭐요? ' 

 

春 자가 들어간 필명을 많은 친구들이 별로라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나 자신 어려서부터 봄이 좋았고

봄에 모든 중요한 개인의 대소사가 다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때는 남자가 봄을 좋아한다는 게 조금 쑥스럽기도 했다.

다들 '남자는 가을이지~' 이랬기 때문이다. 

 

헌데,  봄은 원체 좋았고 가을 또한 봄 못지않게 좋아

졌으니 이제는 계절적 균형을 맞춘 셈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개인적 생각으로는,

 

봄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로 몸이 냉한 사람이라고

본다. 또 가을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은 반대로 몸에 열이

많은 경우다. 

 

수족이 차고 몸에 냉기가 도는 이가 겨울을 좋아할리는 없다. 

또 열이 펄펄 끓듯 더워하는 이가 봄 여름을 좋아할 리도

당연 없다고 본다. 

 

따라서 어떤 계절을 좋아한다는 것은 내 몸의 상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몸이 냉한 사람은 

비가 오는 날을 아주 싫어할 것이다. 반대인 사람은 비

오는 날을 아주 즐기며 산다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

 

 

특별한 정서적 뭐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단순한 우리

몸의 열 변화의 연장선에서 계절적 호 불호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것은 과학적 뒷받침이라기보다 개인적 경험에 의한

유추일 뿐이다.

 

 

 

냉이가 땅을 헤집고 여기저기 올라오는 밭에 허연 대궁이를

치켜세우고 도열해 있는 이건 뭐일까? 

 

신발을 벗어놓고 맨발로 냉이를 캐기 시작했다. 

저 마른 가지에서 떨어져 나온 마치 아주까리 모양으로

생긴 껍질에 날카로운 가시가 둘러져있는 열매가 발바닥을 찌른다.

 

 

강 뚝에서 쑥을 뜯는다. 

죽은 고목 위로 새 잎이 스쳐 돋아나고 있다. 

이래서 봄은 경이롭고 새롭다. 

 

 

찔레와 얽히고설킨 채 이 봄을 맞는 덩굴들~

뭔가 꼬인듯하지만 자연은 아무 문제 없이 잘

이들을 키워나간다.

 

자! 이제 온천 저 남쪽으로 높이 솟은 보련산(764 m)을 넘어 

노은으로 가 볼 차례다. 고개를 넘어가니 수룡 휴양림이 나온다.

차를 대고 잠시 올라가니 몇몇 분들이 주저앉아 쑥을 뜯고 계신다.

 

공기 좋고 오염 없는 이런 곳에 자라는 쑥은 그야말로 약쑥일 텐데

뜯은 쑥을 다듬는 이들이 너무도 여유롭고 정겨워 보인다. 

 

생각보다 노은면은 도로가 너무 많이 지나간다. 고속도로도 있고

자동차 전용도로도 있어 예전의 한적한 맛이 나질 않는다. 

 

감곡면이 가까워지니 멋진 복숭아 과수원만 눈에 들어온다.

7월 말경 이쪽으로 복숭아 먹으러 올 수 있으면 너무 좋을 텐데~

 

전부터 생각해 오던 거지만 실제 이 동네가 아니고 조금 더 

장호원 쪽으로 붙은 동네로 두 세 차례 복숭아를 사러 오긴 

했었다. 

 

좋은 도로를 피해 일부러 꾸불꾸불 시골길로 넘어오니 결국

우리 고향 동네다. 산북리~

근데 웬 공장이 이리 많을까? 

 

도대체 시골의 면모는 다 어디로 가고, 전부 공장 천지가 됐다.

 

그래도 진달래며 매화가 한자락 남은 야산에 아슴푸레 피어

객을 반긴다.

 

 

 

 

봄꽃을 은근 기대하며 떠나 본 앙성 온천길^

 

꽃은 쉽게 눈에 띄질 않고

봄이 온 건지 겨울이 떠나질 않는 건지 

아직은 안개같이 희미한 계절이다

 

시골길을 애써 찾아 달리며 둘러 보아도

보이는 건 앙상한 가지와

마른 잎

빛바랜 진달래가 바람에 나부낀다

 

들판의 쑥은 짙푸르게 커 오르고

냉이는 벌써 꽃을 다 피웠다

강물은 소리 내어 짝지어 흐르며

도랑물은 졸졸졸 

햇빛에 반짝인다

 

춘강마로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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