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딱벗고 란 새가 지금 줄기차게 울어대고 있다.
자세히 들어보니 홀딱벗고가 아니라 홰홰호호 정도로
들린다.
누군가가 재미있으라고 붙인 이름일 게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 새를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제비정도의
크기를 가진 새가 아닐까?
초저녁이면 울어대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소쩍새도 못 본 건
마찬가지다. 이런 새들은 자신의 존재를 여간해서는 드러내지
않는 독특한 녀석들이다.
이 동네 숲에는 여러 새들이 있다.
까마귀, 까치, 비둘기는 물론이고 뻐꾸기와 박새, 꾀꼬리, 직박구리도 있으며
오색딱따구리도 간간이 보인다.
숲에 새가 있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할까? 아니 중요하단 말인가?
숲이 있으면 그 어느 곳이든 새가 자연적으로 깃들게 되어있다.
울창한 숲에 새가 없다면 그건 뭔가 이상한 것이 틀림없다.
여러 종류의 새가 숲에 충만하다는 것은 건강한 좋은 숲이 아닐까?
아파트 단지 건 주택지 건 새가 많을수록 좋은 동네로 생각된다.
일 년 내내 새소리 하나 안 들리는 동네엔 살고 싶지 않다.
숲이 인간에게 주는 유익함과 효과는 막대하다. 반면, 인간이
숲에게 제공하는 이익은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수시로 숲을 파괴하고 나무를 잘라 내는 걸
서슴지 않는다.
인간이 숲에 대해 도대체 무슨 권리가 있다는 걸까?
오늘 아침 동네 숲길을 맨발로 걸으며 지난 수 십 년간 숲과는
먼 삶을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본다. 시골 태생인 내가 서울살이
랍시고 새소리 제대로 들리지 않는 동네를 전전한 게 몇 해였던가?
그럴 수밖에 없는 형편과 사정이 있었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요
세월이었다.
누군들 그러고 싶어 그랬을까마는~
되돌아 산을 내려가는 길엔 홀딱벗고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대신 뻐꾸기 소리가 길게 들린다.
뻐꾹~ 뻐국~
뻐꾸기 소리가 들리면 여치가 생각나고 누런 보릿대로 만든
여치집이 생각나고 그리고 아득한 그 옛날 시골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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