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산채를 풍성히 먹어 볼 시기이다

 

몇 년 전에는 양평 용문산 입구로 산채를 먹으러 몇 번 갔었다

헌데 휴일 그 일대가 교통 요지경이 된지는 오래다. 저녁 시간에

이쪽 서울 근교로 돌아올라치면 어마 무시한 교통 체증을 각오

해야 한다

 

그러니 양평 쪽은 생각을 접어야 했고 그 대체 후보지를 물색하다

보니 진천 쪽을 택하게 되었다. 더구나 유튜브에 산나물 등으로 이미

잘 알려진 산채 정식집이 마침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김유신 장군 탄생 유적지 인근인 그곳에 약속 시간을 잡고 마침 대전에

사는 집사람 여 동창 부부와 만나기로 했다. 집에서 한 시간 여! 대전에서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단다.

 

안성 고삼을 지나 입장을 끼고 서운산을 돌아 올라간다. 예전에 산삼을

캤다는 서운산은 푸르고 청청했다. 이 산을 넘어가면 히든밸리라는 골프

장이 그야말로 숲 속에 감춰져 있는 곳이다.

 

히든밸리를 지나면 앞서 안성 땅과 확연히 달라지는 충청도 땅이 느껴

진다. 산속 골은 깊고 숲은 울창하다. 인적은 드물고 집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백곡 저수지 3거리에서 천안 쪽으로 한참을 돌아 나가면 유명한 사찰인

보탑사 삼거리가 나온다. 보련산 중턱에 자리 잡은 보탑사는 전에도 두어 번

와 본 적이 있는 곳이다. 고려시대의 절터에 비구님 스님 3분이 1996년도

에 대목수 신영훈이 참여하여 창건한 사찰이라 하니 연혁은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그 풍모가 상당히 고풍스럽게 느껴진다.

 

김유신이 어찌하여 이 동네에서 태어나셨을까? 처음엔 매우 의아했으나

몇 번 와 보니 과연 충분히 그럴만한 곳이라고 생각이 된다. 인근 만뢰산

보련산 등의 산세는 깊고도 수려하다. 말하자면 충청의 오지 중의

오지라 할까?

 

"산골 맛집"의 산채밥을 넷이서 주문해 먹고 동동주도 한 사발 시켰다.

진천의 막걸리가 참으로 맛이 좋은데 그건 판매를 하지 않는단다. 그 좋은

자기 고장의 명물 막걸리를 외면하다니~ 마진의 문제일까?

 

동동주 한 잔에 기진맥진하여 나머지는 페트병에 넣어 달라해서 대전

사모님께서 챙겨 가져 갔다. 한 달 전쯤 제천의 한약 밥을 워낙 감명 깊게

먹은 터라 이제 웬만한 산채밥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깔끔하고도 수준급

이었지만 말이다

 

보탑사로 올라가니 때 마침 초여름 꽃들이 지천이다. 비구니 스님들이 기거

하셔서 그런지 정말 꽃들이 다양하다. 나는 미리 준비해 간 큰 물통에 사찰 중

간쯤에서 콸콸 솟아 나오는 약수를 가득 담았다. 그리고 사찰 주변에 흐드러

지게 핀 여름 꽃들을 분주히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 와서 그런가

사찰 풍광은 둘째고 아름다운 주변 꽃만 보인다

 

 

요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이다

 

그러나 산사에서 보는 꽃은 조금 느낌이 다르다

 

꽤나 많은 참배객들,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보탑사이다

예전엔 사찰 정문 앞쪽으로 연꽃이 자라는 연못이 있었는데

메꾸고 주차장 공간으로 만든 것 같다

 

혹시나 때 이른 연꽃이나 혹은 좀 일찍 피는 수련을 기대했는데

살짝 아니 꽤나 아쉬움이 남는다

 

 

소나무에 기댄 붓꽃!

 

"그래 내가 너의 쉴 기둥이 되어줄게~" 소나무가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정말 본 적이 없는 디기탈리스가 요즘은

매우 흔하다. 강심제로 쓰이는 디기탈리스,, 그러고 보니 꽃 모양이

염통을 조금 닮은 거 같다

 

 

삼층 목조 건물의 맨 윗 단부터 이런 현판이,

대자보전, 수다라전 , 극락보전

 

 

 

 

 

 

도대체 절에 와서 꽃만 찍는 이유가 뭐요?

그렇게 물어볼 사람도 없겠지만~

 

그거야 뭐~ 글쎄 말입니다!

 

 

사찰 뒤편에 자리 잡은 이 방, 삼 소실~ 스님들의 수행 공간

이라는데, 대체 뭘 3번 웃는다는 의미일까?

 

 

20 L 물통을 끌고 옆 길로 겨우 내려오다 보니 이렇게 삼층 목조 건물의

모습을 담게 되었는데, 못 하나 쓰지 않은 전통 기법으로 축조하여 가히

1,000년은 굳건히 버틸 걸로 지은이는 장담을 했다는데~

 

허긴 천 년이 아니라 2천 년도 버틸 수 있을게다! 사찰 건물이

대체로 불이 나서 사라졌지 오래돼서 쓰러졌단 얘긴 들어 본 적이

없으니께~

 

 

 

인근 만뢰산 자연휴양림으로 가기 위해 보탑사를 떠나 밑으로 내려

가다가 커피숍을 발견 찾아들었다

 

시원한 냉커피 한 잔을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니 산나물로 씔 여러 풀

들과 뱀딸기가 수북이 자라고 있었고 뽕나무에는 검게 뽕이 익어가는

중이었다. 노랑붓꽃이 예쁘게 뒤뜰에는 피어 있었다

 

철 지난 매발톱도 이렇게~

 

 

커피숍 주인 아주머니는 눈에 보이는 산나물은 맘대로

뜯어도 좋다 했다. 아내와 친구는 한참을 돌며 여러 산나물을

뜯었다. 예전엔 미처 식용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던 풀들이 모두

산나물이란 사실도 최근 알게 되었다

 

 

비교적 꽃 모양이 온전한 한련화를 만뢰산 자연 휴양림에서

발견했다. 한련화는 왜? 꽃 모양이 온전한 게 그리 없을까?

 

 

 

위 사진은 이름을 모르겠고 아래는 꿀풀로 알고 있었는데

'숙근 사루비아' 란다

 

 

 

자연휴양림이 전국 곳곳에 분포되어 있지만 사실 이곳

만뢰산 중턱에 자리 잡은 건 좀 의외다. 주변으로부터 접근성

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과연 이런곳을 누가 찾아올까 싶었지만

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숲 속에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집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와서 산채밥을 맛있게 먹고 인근 휴양림

에서 나머지 시간을 온종일 맑고 깨끗한 바람을 쐬며 쉰다!

 

그것도 하나의 좋은 힐링의 방편은 될 것이다. 나무 그늘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한숨 늘어지게 잔다 해서 뭐 안 될 것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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梨 花 月 白 三 更 天(이화월백 삼경천)
啼 血 聲 聲 怨 杜 鵑(제혈성성 원두견)
儘 覺 多 情 原 是 病(진각다정 원시병)
不 關 人 事 不 成 眠(불관인사 불성면)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 이조년(1268~1342) -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너무나 익히 잘 알고 있는

시조입니다. 뭐 처음에는 구전으로 전해져 오다

1700년 대에 漢譯으로 한 것이 위의 원문 입니다!

 

여기서 주제로 등장하는 건 어쨋던 배꽃입니다.

두견새가 울 건, 은하수가 흐르 건 , 잠이 안 오 건

간에 일단은 하얗게 핀 배꽃이 있다는 거죠!

 

 

 

아시다시피 이조년은 고려말의 학자이자 귀족 집안의

쟁쟁한 5형제 집안으로서 5형제 모두가 출중한 인물

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름도 백 년, 천년, 만년, 억년, 조년

이렇지요.

 

고려 말 충렬왕부터 충혜왕까지 무려 4분의 왕을 모신

이조년은 주색 가무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는 충혜왕

에게 사직서를 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후 상심한 마음을

달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손자인 이인임은 썩어가는 서까래 같은 고려

정가에서 부정부패와 사리사욕에 빠져 진흙탕 속 헤엄을

치고 있었죠!

 

이 모든 것이 할아버지 이조년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지~

 

하얀 배꽃이 은하수 아래 수를 놓고 두견새가 멋지게 우는

밤이지만 허허로운 맘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게 아닐까!

 

교과서에서 배울 땐 아무 배경 같은 거 설명 듣은 바도 없고

그저 멋진 배꽃을 노래한 시 로구나~ 생각만 했지,

 

아무래두 배꽃하면 이조년의 이 시가 등장할 수 밖에 없어

약간의 부연 설명을 곁들였읍니다

 

 

허나 요즈음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배꽃은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아니 의미는커녕 배꽃이 피는 줄을

알고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거 배꽃 피는 거 알면 뭐하고 모르면 또 어떻소? 살아가는데

무슨 지장이 있단 말이요? "

 

??

 

 

올해는 배꽃은 물론 모든 꽃들이 너무 일찍 피고 말았다. 지나

는 길에 보이는 꽃들은 그래도 시기가 감당이 되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배꽃이며 복사꽃 같은 것은 도대체 언제 피는지 알 길이 없게

되고 말았다.

 

부랴부랴 정신을 차리고 안성으로 달려가 보니 이미 배꽃은 전성기를

지나 하나 둘 떨어져 사라지고 없었다.

 

아뿔싸! 일이 이렇게 되다니!

 

 

몇 장 찍어 온 사진은 예년의 그것과 비교해 보니 영 형편이 없었

다. 나는 그것도 모른 채 언젠가는 멋진 배꽃을 다시 찍을 날이 오

기를 고대하고 있었는데!

 

 

 

 

그저 웬만한 배나무만 보아 오다 이렇게 아름드리 배나무를

보니 생각이 180도로 전환되었읍니다. 적어도 50년은 지나야

이 정도 나무가 되죠!

 

실은 안성 공도에 1백년이 넘은 배나무가 있다는 얘길 듣고 몇 년 전

그 나무를 찾아 나섰지만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백 년 넘은 배꽃도

보려고 한 것이지만,

 

 

배꽃의 아름다움에 반한 이유는 바로 이 붉은 꽃술에 있었지요!

배꽃은 그냥 하얀 줄만 알았는데, 뜻밖에도 저런 꽃술이 있었어요!

 

 

2014년 안성지역을 지나다 발견한 이 멋진 배꽃!

그러니까 아직 채 10년도 안 됩니다. 배꽃의 아름다움에

반한 지가~~

 

그 보다 몇년 전 용문산을 가는 도중 배꽃의 저 붉은 걸 처음

발견하고 환호했던 적이 있긴합니다

 

 

그렇다고 아무 농장이나 지나다 들어가 배꽃을 찍거나

감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과수원 한 곳을 아예 터놓고

허락을 얻게 되었습니다.

 

"배꽃 사진을 맘대로 찍는 대신 가을에 배를 많이 사서

먹겠다고~"ㅎ ㅎ

 

약속대로 가을에서 겨울까지 익은 배를 여러 차례 구입했습니다.

한 2년 동안은 겨우 내내 배를 먹기도 했습니다

 

<<  이상의 사진들은 2014~2018 까지의 것들 입니다 >>

 

지난 일요일(4.18) 안성 공도지역 배 밭에서 떨어져 가는

배꽃 한 장 건진 게 이것입니다. 그런데 이곳도 우람한 배

나무가 올 가을의 그림을 그려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끼가 낀 배나무 등걸!

사실 이 정도가 되면 과수원의 배 나무를 교체해야 할듯도

합니다만~

 

배밭 주변엔 복숭아 과수원도 있었고 주차했던 공터에선

망초대 나물을 뜯기도 했습니다. 거 망초 나물이라는거

평생 처음 먹어

봤는데, 맛이 아주 좋더군요!

 

 

사실 이화에 월백하며

은한이 삼경 ~ 운운 이런 풍광을 직접 보고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환경에 보통 사람이 살아가기는 거의 불가하지요!

 

그저 어쩌다

운 좋게 어딜 지나다 그런 때를 만나면 행운이라 여기고

있습지요!!

 

엊저녁 퇴근길에 산에서 소쩍새가 울더군요!

아! 저거로구나~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예년처럼 4월

하순에 배꽃이 피었다면 필경 밝은 달밤에 하얗게 핀

배꽃을 볼 수 있었을덴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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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로 시작되는 봄의 꽃 중 가장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은 무엇일까?

 

사람의 취향은 모두 다르니 딱 잡아 뭐라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핑크 혹은 붉은색으로 피어나는 꽃과, 노랑으로 피어나는 꽃 그리고

흰색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있다. 그런데, 이 봄 가장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칼라는 핑크색이다. 그중의 으뜸이자 최초의 꽃은 바로

진달래인 것이다

 

사실은 나의 일생 거의 대부분은 진달래의 꽃 모양새에 주목하지

는 않았다. 그냥 이른 봄 멀리 산천을 물들이는 연분홍색을 무작정

좋아했을 뿐이다.

 

 

진달래가 피면 봄이 온다!

아니 봄이 오면 진달래가 핀다!

우중충한 갈색 산속에 발그레한 분홍색이

감돈다

 

봄은 희망이다. 따스함도 곧 희망이다.

 

 

산에 산에 피어있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

 

그러나 진달래 먹을 즈음엔 물장구를 칠 수가 없다. 산과 들의 물은

아직 너무도 차기 때문이다. 허나 다람쥐는 쫓을 수 있겠지~~ ㅎㅎ

 

내 나이 열살도 되기 전 당시 봄이면 아버지가 멀리 마곡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가 오실때 늘상 지게 머리에 진달래를 한묶음 꼿고 오셨다

마당에서 놀다 보면 저 멀리서도 붉은 진달래 송이가 보였다.

 

마치 마중하듯 달려가 지게에 꼿혀있는 진달래를 쑥 뽑아 우리들은

열심히 진달래 꽃잎을 먹었다. 그것이 내가 진달래를 접한 최초의

일이었다

 

진달래의 모양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다.

그때부터 자꾸 꽃의 예쁨 평범함을 구별하기 시작했다. 더 예쁜 꽃

더 아름다운 꽃, 뭔가 더 평범치 않은 꽃! 등등

 

그저 꽃이면 됐지 자꾸 뭘 구분하려는 마음이 과연 좋은 걸까?

 

 

 

해마다 봄이 오면 진달래가 혹시 미처 내가 보지 못한 사이 다 피고 지나

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것이 보통 3월 28일 전후였다. 여기 서울

남부 경기도 지역에선 그랬다. 그런데 올해는 1주일 이상 빨랐다.

 

봄꽃이 일찍 핀다는 건 일찍 진다는 걸 의미한다. 아무래도 올봄은

빨리 지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저만치 혼자 피어있는 진달래!

 

연한 분홍빛과 그리고 꽃잎이 얇아 바람에 쉽게 떠는 진달래는

그 가냘픔이 매력이 아닐까?

 

이른 봄 피어나는 꽃 치고 씩씩한 느낌의 꽃이 있을까 마는 어둑한

산속에서 발그레하게 피어오르는 진달래의 수줍음은 그래서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지난 10여 년간 봄이면 진달래를 기다리고 사진으로 남겨 보았다

초창기의 둔탁한 진달래 사진부터 점차 조금씩 예리한 모습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화려한 군락의 진달래가 없는 건 아니다

 

진달래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 것도 아니다. 그저 사는 동네

주변을 쫓아다니고 어쩌다 고향 동네 근처를 지나다 들여다본 게

전부다. 나에게는 소위 '출사'란 남의 동네 얘기나 마찬가지다

 

수십 년 만에 고향 뒷동네 산을 가서 예쁜 진달래를 만난 적도 있다

그때 감격은 몇 배 이상이었다. 왜? 내 고향의 진달래는 그 느낌이

더할까?

 

 

고향의 물레방아~

오늘도 돌아 가는데!!

 

이번 봄은 출퇴근길에서 봄을 만났다. 노란 생강나무 꽃도

거기서 만났고 그토록 고대하던 진달래도 거기서 매일 들여다

보며 길을 걸었다.

 

 

진달래꽃 한 잎을 따서 입에 넣어본다. 한 잎에서는 새큼한

진달래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툭툭 잎을 훑어서 입에 넣을 수는 없다.

여러 잎을 입에 넣으면 혀가 새파랗게 변한다. 새파란 혀를

날름 대며 하루 종일 뛰놀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가슴이

저며 오기도 한다

 

 

오래 묵은 아카시아 나무 뒤에서 살짝 웃는 진달래다.

 

수년간 항상 그 자리에서 그렇게 봄이면 인사를 했다.

혹시 언젠가 이곳 진달래가 꺾여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그렇다!

 

진달래가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고 내 희망도 핀다

비록 더 이상 찍을 새로운 진달래가 없다 해도 나는 봄이 되면

카메라를 들고 인근 산을 여전히 헤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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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도 어느덧 중반에 이르렀다.

옛날 노래 중

 

 

정 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

이 땅에도 또다시 봄이 온 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강남을 넘어 가세~

 

 

 

사실 정 이월은 춥다고 웅크리다 보면 어느새 훌쩍 다 지나간다

사람들의 마음엔 어서 추운 겨울 지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그러다 보니 1년의 1/6 이 그냥저냥 뭐 한 것도 없이 그야말로 속

절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3월도 그리 만만한 시기는 아니다. 바람은 차고 꽃샘추위라는

게 있어 간간이 불어 닥치는 찬 바람이 쉽게 가슴을 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자, 그런데 3월의 중순, 아니 하순에 접어들었다!

 

 

요즘 그 누가 쑥 뜯으러, 아니면 냉이를 캐러 밭으로 나가는가?

 

봄의 흥취를 가슴에 느껴 보고 더하여 봄바람을 흠뻑 대지로부터

쐬어 보고자 인근 밭으로 나갔다. 지난가을 그 밭에서 자란 배추로

김장을 담갔던 곳이다. 준비물은 작은 칼과 검은 비닐봉지, 그리고

1회용 비닐장갑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밭에 냉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쑥은 저만치

밭과 경계를 이루는 끄트머리 산비탈에 조금 있을 뿐이었다. 아니

벌써 누가 냉이를 다 캐갔단 말인가? 그러나 자세히 보니 냉이가

없는 게 아니었다. 땅에 납작 엎드려 흙에 붙어 있는 것이 냉이였고

고개를 쳐들고 있는 건 황 냉이란 놈이었다. 어릴 적엔 황 냉이를 먹은

것 같기도 하고 버렸던 거 같기도 해서, 일단은 채취에서 제외시키다

보니 냉이만 캐기엔 좀 힘들었다.

 

거기다 밭고랑에 좀 앉아있다 옆으로 이동할라치면 허벅지와 종아리

가 끊어질 듯 아팠다. 도무지 이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봄철

밭에 앉아 냉이 캐는걸 예사로 보았는데, 막상 해보니 이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 냉이 캐는 게 이리 힘든 일이란 말인가? '

 

아니면 쪼그려 앉아 냉이를 캐기엔 이제 체력이 달리는 걸까?

마땅히 냉이를 캘 밭도 없지만 이게 힘들어서 아무나 달려드는 게

아닌 것도 같았다

 

거기다 냉이를 가져간 칼로 싹둑 뿌리를 잘라 잎만 거둬들이고 말았

는데 냉이는 절대 뿌리 맛으로 먹는 거라고 나중에 집에 가져가서

정리를 하다 집사람으로부터 된통 핀잔을 들어야 했다. 밭에 냉이가

지천으로 깔려 있고 슬렁슬렁 그걸 캐는 걸 봄철 낭만쯤으로 생각

했던 것이 얼마나 현실감이 없는 것인지를 실감해야 했다.

 

거의 2시간 반 정도 냉이를 캤고 쑥은 밭고랑 끝 언저리에서 캐는 둥

마는 둥 조금 뜯었다

 

 

집에 돌아와 수도 없이 여러 번 냉이를 물에 헹구고 씻고 해서 된장국과

냉이 나물이 만들어졌다. 사실 입버릇처럼 냉이 캐기, 쑥 뜯기를 늘 봄철

이면 생각해 왔지만 아주 오래전에 용문산 입구에서 한번 뜯어본

기억이 있고 3-4년 전 봄에도 골드 cc 입구 마을에서도 쑥을 뜯은

적은 있었다

 

이른 봄 쑥만 뜯어먹어도 웬만한 질병은 다 낫는다고 옛 선인들이

말했는데, 그 좋은 보약 같은 쑥을 제대로 뜯어먹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암튼 일요일은 점심을 늦은 시간에 냉이 비빔밥으로 해결했다.

저녁 또한 냉이 비빔밥을 먹었다. 내 평생에 냉이로 연거푸 두

번 식사를 한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트나 농협에 가면 손쉽게 냉이나 쑥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맛은 직접 밭에서 캔 것을 따라올 수가 없다. 그렇다고 힘든 냉이

쑥을 직접 캐기도 만만치 않다. 차선책은 마트에서 구입해서라도

이 봄에 여러 번 먹을 수 있으면 좋을듯하다

 

 

봄을 가장 봄답게 온몸에 받아들이는 건 밭에서 흙의 냄새를

맡는 것이 첫째요~

 

또 그 밭에서 나온 쑥과 냉이를 먹는 것이

두 번째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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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님바람 / 조미미 (황정자 원곡)

 

꽃바구니 데굴데굴 금잔디에 굴려 놓고
풀피리를 불어봐도 시원치를 않더라
나는 몰라 웬일인지 정녕코 나는 몰라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삼단같이 치렁치렁 동백기름 검은 머리
천지 정색 봄바람에 속 타는 줄 모르리
꿈도 많고 한도 많은 열여덟 봄 아가씨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아지랑이 가물가물 낮잠꾸는 한나절에
칠보단장 꾸민 얼굴 어느 뉘게 보이리
안절부절 못하고서 뒷문만 들락날락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1958년 고명기 작사, 한복남 작곡

 

 

 

 

 

봄바람은 님의 바람인가?

 

여기서 꽃 바구니는 무슨 바구니일까?

냉이꽃, 민들레꽃, 산수유 매화꽃, 그도 아니면 진달래꽃을

따서 바구니에 담았던 걸까?

 

 

그 바구니는 그저 저쪽 잔디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데굴데굴

굴러가고~ 이 봄 따스한 바람에 풀피리 하나를 뽑아 불어 본다

 

 

각설하고 봄의 아른한 정경, 따스한 바람에 살 것 같은 생각이 들며

어딘가 멀리 떠나 보고도 싶고 저 언덕 너머에 멋진 총각이 있을 것도

같고 마음은 살랑살랑 들뜨는데, 아하! 이걸 어쩐다 말이냐!!

 

 

동 서양의 수많은 봄을 노래한 것들 중에 단연 최고의 감성, 마치 손에

잡힐 듯 또렷이 연상이 되는 그 열여덟 처녀의 풋가슴을 이토록 잘 보여

주는 노래는 없을듯하다.

 

왜냐~

나는 여기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다!

 

 

뭐 봄의 풍광이 어떻고 사진이 어떻고 다 해도 이 노래 한 곡을

끝까지 듣는 만 못하다.

 

시인 백석을 끝내 사랑했던 전 길상사 주인 김영한이

 

"1000억 땅이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 " 했을 때 과연 그럴까?

했다. 허나 세상엔 이런 일이 가끔 있는 게 사실이다

 

 

 

 

1958년~ 아 어째서 그 모든 노래들, 영화들은 1958년도에 유독 많이

등장했을까? 내 나이 미처 열 살이 안됐을 시절!

이 노래 가사를 쓴 고명기란 분도 대단하시다

 

동백기름 바른 삼단 머리를 치렁치렁 봄바람에 흩날리며 꿈도

많고 한도 많은 열여덟 봄처녀는 속 타는 가슴을 어쩔 줄 몰라하네~

 

왜냐? 그것 역시 봄 이기 때문이다.

 

 

아지랑이 가물가물 저 언덕 넘어에서 올라오면 오래된 나무판대기

대문을 빼꼼히 열고 들락거리는 봄 아가씨가 생각난다. 찬 바람이 선듯

선듯하던 이 봄은 어느새 더운 바람이 불어 온 몸을 나른하게 만든다.

 

진달래 개나리는 어느새 다 피어 온 동네를 환히 비추고 우물가의

앵두나무는 하얀 꽃이 푸른 달빛에 반짝인다 ~

 

눈을 감으면 더 또렷해지는 그 시절의 봄 풍광!

 

이 노래 하나에 모든 봄이 다 녹아 있다~

 

 

 

p.s ; 왜 하필 조미미의 노래냐?

원곡을 부른 황정자 노래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목소리 창법은 없을까? 해서 찾아 보니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허나 명불허전이랄까? 그 매끄러움! 어디 하나 막힘없이 잘 부른 이는

조미미였다. 이 노래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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