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

~


유월이 끝나고 칠월이 왔다
필 만한 꽃도 나올 싹도 다 나오고 나니
이젠 열매가 익어갈 차례다

 

수박도 오이도 참외도 딸기도 뽕도 살구도 자두도
그리고 복숭아도 포도도 먼산의 머루도 모두 모두 익어가는
시절이다.

 

상치는 이제 끝이다. 두텁고 싱싱한 잎새로 밥상을
풍성히 차려 주던 상치는 어느덧 긴 대궁을 남기고 그 끝에는
노란 꽃을 느즈막히 피우며 이제 자신의 시절은 끝났음을
알린다


봄의 서막에 줄줄이 피던 꽃들이 지고 나면 들판에는 비로써
작물들의 꽃 잔치가 벌어진다. 콩,감자,동부,호박,오이,가지
땅콩,고구마,참외는 물론 씨를 맺는 모든 것들은 일제히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6월 말의 도라지

 

사람들이 어떤 꽃에 관심과 애정을 주든 그건 각자의

자유일 것이다. 아니 자유라기보다 그냥 취향이나 관심의 여부

정도라 볼 수도 있을것이다. 시골 농촌에서 밭 갈고 논 관리하며

농사를 짓지 않는 이상 농작물에 관심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6월 말이 지나 7월로 접어 들면 우리 눈에 보이는 꽃은

사라지고 만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쯤에서 꽃에서 멀어지는 건 아닐까?

 

허나 농작믈은 이 시기에 절정을 치닫는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결실을 향해 익어 간다. 단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을뿐~

 

 

고추,수세미,가지,뽕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농작물 꽃은 그리 인간의 눈에 확 뜨일 만큼

모양이 예쁜 건 아니다. 아니 그 보다도 그저 꽃이려니 할 정도로만

수수하다. 어찌 보면 곁에 두고 볼 만큼 아름다울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농작물 꽃은 그 결과로 말을 하기 때문이다.

 

그 맺는 과실,뿌리, 종자 등이 인간에게 유익할 따름이다.

아니 애초부터 그런 작물이 인간에 의해 채택이 되었고

지금껏 이어져 온게 아닐까?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으니 바로 너무 예쁜 꽃은 그 열매가 빈약하다

는 것이다. 충실한 열매를 맺는 꽃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는 점이다

 

인간도 이와 비슷하다. 너무 인물이 번듯한 사람은 그 열매가 부실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서 열매라 함은 여러가지를 뜻한다. 그가

가진 다방면의 재주는 물론 인성, 품성, 후대를 양산하는 것까지

포함할 수 있을것이다.

 

이것이 7월의 뙤약볕 아래 열매를 익혀가는 농작물을 보며 느끼는 나의

소회이다. 너무 비약이 있지 않아요? 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일치

한다고 나는 믿는다.

 

어성초,토마토, 치커리,메꽃

 

다행히  내가 사는 동네 가까운 곳에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커다란 밭이 있다. 도회지 근처에 더러 있는 일이지만, 내가 직접

작물을 재배하지는 않지만 언제고 가서 관찰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여기 꽃들도 전부 거기서 찍은 것이다

 

해마다 5월이면 상치를 따기 시작해서 차차 오이며 토마토 고추등을

 직접 채취해 먹을 수 있다. 그외 부추, 가지는 물론 애호박도 또

열무도, 가을이면 김장 배추까지 공급 받을 수 있다. 물론 큰 밭을

관리하느라 노고가 많으신 할머니가 한분 계시긴 하지만!

 

 

 

고추며 오이 토마토 등을 따서 식탁에 올려 놓은 모습이다

거의 매일은 아니지만 5월부터 7월까지는 며칠에 한번은 이런

식탁을 마주하게 된다. 올해도 정말 부지런히 상추를 채취해

먹었지만 6월이 다 가니 상추는 끝나고 말았다

 

정말이지 7월부터는 농촌이 아닌 도회지 사람에게는 조금 따분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그 이유는 날씨는 덥지 주변에 눈을 호강시켜줄

아름다운 꽃은 별로지 뭐 이렇다 할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넓은 대지에는 맹렬한 기세로 농작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느라

분주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얼핏 따분하고 무더위로 치닫는 이 시기야

말로 인간에게 필요한 곡식과 과일 그리고 그 모든것들이 익어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청포도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다.

 

 

상치꽃,블루베리,쑥갓,접시꽃

 

 

이것이 7월의 초 하루에 이육사 선생의 청포도 시를 떠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더욱 답답하고

암울한 7월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래 詩가 그 따분함을 좀

달래줄 수 있을까?

 

 

 

내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돗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사람들은 쉬고 싶어한다!

 

그러나 막상 어렵게 쉬는 시간을 얻게 되면 한 군데에 조용히

침잠하기 보다는 분주히 움직이길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기 보다 습관적으로 그렇게 되고 만다

 

움직임이 곧 쉬는 것이요 쉬는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시끄러운 곳에 있는것이 조용히 있는것과 같다 라는 이치이다

 

이런 방식이 휴식이란 의미와 상통할까?

 

 

과연 그럴까?

 

 

 

 

통영 미륵산의 아침이다

 

저 멀리 바다 건너 첩첩 산중 쯤이 아마도 한산도

일것이다. 얕은 해무가 낀 통영의 남쪽 바다는 잔잔한 마음의

평화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 평화로운 광경을 그러나 몇 分이나

음미하고 느낄 수 있을까? 사람들은 배경에 자신을 넣어 인증 사진을

찍고는 곧 돌아설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휴식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평화로운 아침을 힘들여 찾고도 바로 돌아서야 하는게 현대인이란

존재들이다

 

 

 

깨끗한 회벽을 타고 연한 새잎이 올라오고있다. 저 잎에서는 무슨 향기가

날까? 아니 그보다 연둣빛 저 새싹과 얘기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 아이고! 힘들여 예까지 올라왔네! 너는 어찌 그런 푸른색을 띄고

있니?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 '

 

베란다에 의자를 놓고 몇 시간이고 앉아 쉬고 싶은데~

눈 앞으로는 이런 풍광이 펼쳐지고 있었다~

 

싱그런 소나무에서는 솔향이 은은히 퍼진다

앞 바다에는 고기 양식장이 드문드문 설치되어 있고 이따금

바다 위로는 통통배가 지나 간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싱그런 바닷 바람에 섞여 날리는 솔향을

맡으며 쉬는 것이다. 하늘에는 바닷새가 한마리 유유히 날고 있다

그렇다! 아주 평화로움이 짙게 배어 나오는 중이다

 

 

웬지 저 문을 지나면 새 세상이 펼쳐질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 이유도 없이 저 문을 여러차례 들락날락 하고 싶다

 

보통 도시의 주거 공간에서는 저 담쟁이를 버거워

한다. 그래서 상당히 많이 자라 건물을 뒤엎은 것도 싹뚝 자르곤 한다.

담쟁이가 인간에게 주는 효과는 무엇인가? 그저 단순 풍광을 풍요롭게

하는것 외에 무엇이 더 있을까? 여기서 담쟁이를 키워 존치 시키느냐

아니면 건물을 위해 잘라 버릴거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여러분이라면

어느쪽을 택하실 건가?

 

 

만일 사람들이 건물 유지의 효율성만을 따진다면

이런 담쟁이는 용납될 수 없을것이다. 오래된 시멘트 벽이나 붉은 벽돌

담을 온전히 관리하기는 쉬운일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러나 온통 벽면을

다 덮은 이 담쟁이가 인간에게 주는 효과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여기서는

저렇게 담쟁이를 키우고 있지 않나? 그 이유가 뭘까? 리조트는 이게 가능하고

우리가 사는 동네는 불가하다는 고정 관념이 있는건 아닐까?

 

 

리조트 앞 척포항에서~

이런 바다가 인간에게 평화와 휴식을 주는가?

 

누구나 휴식을 찾는 방법은 다 다를 수 있을것이다. 꼭 평화로운

풍광을 접해야만 휴식이 찾아오는 건 아닐것이다. 누구는 바다를

봐야하고 누구는 산을 찾아야하고 누구는 여행을 해야하고 또 누구는

고급진 호텔에 머물러야하고 혹자는 시골의 정취에 접해야 하고 경우

에 따라서는 번잡한 도시의 백화점을 찾아야 휴식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 외에도 사찰이나,교회,혹은 성당을 가야 충분한 휴식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이도 당연 계실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휴식도 찰나

일뿐이다. 인간은 다시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야 안심이 된다.

휴식과 일상은 서로 공존의 관계이다. 균형의 관계이다. 그 어느

쪽도 너무 지나치면 정상적 리듬이 깨지고 만다.

 

그러나 정작 휴식의 시간에 충분히 머물지 못함은 성찰의 부족이라

말할수 있을듯도 하다. 왜 머물러야 하는지~ 얼마만큼 쉬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할것인지는 각자가 결정할 일이다

 

 

통영 E,S 리조트에서~

 

 

 

 

 

 

 

  

어떤 노래를 꺼내 보는데는 몇가지 연유가 있을듯 합니다

 

그 노래가 좋다~ 들으면 힘이 난다~

추억이 떠 오른다! 내 취향에 딱 맞는다! 가사가 마음에

쏙 들어 온다. 가슴이 뛴다.

 

그런데 이런것과는 좀 다르게 이런 면이 있다면 혹 동의하실런지요?

 

인생과 세상이 보이는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런 곡을 누가 불렀다면 그 가수의 면모를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는것! 1964년도에 발표되었다는 바로 이 노래입니다

 

'검은 머리'

 
 

 

죄없는 내 마음에 멍을 들이고
추억은 안개처럼 사라져 갔네
뒷골목 그늘에서 눈물 흘리며
검은 머리 쓰다듬는 여인이지만
태양이여 나에게도
비쳐 주소서
 

 

세상길 가시 밭길 험하다해도
이다지 거칠줄은 진정 몰랐소
병들은 몸과 마음 뒷골목에서
내일없는 희망속에 살아가지만
태양이여 나에게도
비쳐 주소서
 

 

그녀가 등장하는 이 영화를 한번도 본적이 없읍니다. 단지
어릴적에 들어서 알고만 있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리타킴 이라는
여자 가수도 이 노래를 불렀고 한참전에는 유상록이 메들리에 섞어서
이 노래를 부른걸 들었읍니다. 물론 그래서 유상록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읍니다만, 엇? 유상록도 이 노래를 부른단 말이야? 뭐
이런 느낌! 그외 다른 가수가 이 노래를 부른걸 들어 본 적은 없읍니다
 

 

그런데 어제 우연히 본 주현미tv 에서 이 노래를 상세히 소개하더군요.
주현미도 문정숙 본인이 직접 이 노래를 부른 줄은 처음 알았다 하면서~
음, 뭐랄까 주현미의 곱고 맑은 목청과 험하고 어두운 세상을 노래하는 이
곡과는 썩 잘 매칭이 된다고 생각이 되지는 않았읍니다만
리타킴도 물론입니다. 오로지 이 노래는
문정숙 이라야 어울리지 않나 생각됩니다
 

 

누군가 어떤 노래를 부를때 웬지 그가 그 노래 때문에 다르게 보였던
적은 없으신가요?

 

이만희 감독의 역작 검은머리의 줄거리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는
어려운 면도 있을듯 합니다. 1960년대의 시대상이 반영된 측면도
있고요. 최근에 이만희 감독의 영화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읍니다
 
문정숙이 부른 아래 노래는 위의 검은 머리와는 다르게 저의 어릴적
향수를 지독히도 자극할뿐 아니라 제가 옛 노래등에 관심을 갖게된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준 노래입니다
 

 

바로 ' 나는 가야지' 라는 최무룡 주연의 '꿈은 사라지고' 에서
문정숙이 출연하면서 직접 부른 노래입니다.
이 영화도 역시 본 적은 없군요!
 
 

 

겨울이 가고 따뜻한 해가
웃으며 떠 오면
꽃은 또 피고 아양 떠는데
노래를 잊은 이 마음
 
비가 개이고 산들 바람이
정답게 또 불면
새는 즐거이 짝을 찾는데
노래를 잊은 이마음
 
*아름다운 꿈만을 가슴 깊이 안고서
외로이 외로이
저 멀리 나는 가야지
사람을 위해 사랑을 버린
쓰라린 이 마음
다시 못오는 머나 먼 길을
말없이 나는 가야지
 

 

노래 가사가 좀 쓸쓸한 면이 있지만 영화를 못봐서 어떤
연유로 '말없이 나는 가야지' 란 가사가 나온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노래야 말로 가사가 아닌 오로지 음율만으로 나의 가슴을 지금도
깊이 울리는 그런 노래입니다!

 

등장하는 가사와는 거의 아무 관계도 없는, 추운 겨울이 가고
어렴풋 봄이 오는 언덕에서 들려오던 아련한 기억의 노래
입니다

 

 

 

 

 

작년보다 약 1주일정도 절기가 빠른걸로 되어 있는
금년 지금이 5월 27일이니 이미 예년의 6월인 셈이다
5월의 하늘이 푸른날은 손꼽아 며칠 되지 않는다^

 

푸른하늘에 흰구름이 둥실 떠 있다면 만사를 제치고
어딜 좀 가서 멋진 사진을 좀 찍어 남기고 싶지만,
세상일이 어디 뜻대로 되는게 얼마나 있으랴~

 

어제 밤에 약간의 비가 뿌렸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이리 맑으니
아마도 나무잎은 눈이 부시도록 빛날 것이라 ~~
카메라를 챙겨 앞산 산책에 나섰다

 

 

우선 현관앞부터 햇빛은 찬란하고 나무잎은 빛난다
사진만 봐서는 아주 멋진 동네처럼 보인다.
사실 멋진 동네이긴 하지! 자동차 소음 없는 편이지,
공기 좋지, 언제든 산책에 나설수 있지 ~ 이만하면 됬지,
사람이 사는데 뭐 얼마 나 좋은곳을 바랄까?

 

그러나 앞산에서의 눈부신 신록이나 예상치 못한
신비한 풍광 같은거는 이제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나무잎이 다 뒤덮힌 산에서 이젠 4월 중순의
그것을 기대하기는 무리 였다

 

 

이제 이곳 단독주택 단지도 얼추 거의 집이
다 들어 차는 중이다. 예전의 황량했던 나 대지 보다는
훨 나아 보인다 역시나 텃밭 입구의 더덕 잎새는
눈이 부시게 잘 자라고 있다

 

 

산 입구만 들어서도 벌써 화악 공기가 다르고
산새 소리가 왁자지껄 들려온다.

 

동네 가까운데 이런 산이 있다는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러나 산 속은 이제 찍을게 거의 없다 오늘의 산책은
이걸로 마치기로 했다. 아내는 다음엔 카메라 들고 올
생각을 말라고 일침을 가한다.
허! 그럴만도 허지! 아내는 집으로 올라가고 나는
지하 주차장에서 곧바로 출근 길에 오른다.

 

아까 산에서 봤던 건너편 2단지 산속 주택 담장 에 보이던
담쟁이 덩쿨이 자꾸 눈에 밟힌다. 차를 살짝 돌려 2단지
입구 안쪽에 세웠다 그러나 담쟁이 집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입구에 예쁘게 핀 장미집이 보인다.
담쟁이 장미는 이런곳이 아주 적격이다.

 

들장미는 여기서 제 몫을 하는거 같다! 한적한 주택에
이렇게 멋지게 장미가 피어나다니!
평소 내가 그리 좋아하던 장미 의 종류는 아니지만,,

 

 

이 동네가 좋은건 고요함과 한적함을 간직한것에 더해 생활
편의도 매우 괜잖다는 점이다.
사람이 사는곳이 일단 마음이 편해야 하거늘!
아! 이제 하늘에 흰 구름이 뜨는 날을 고대해 봐야겠다

 

5월은 이렇게 흘러 지나고 있구나!!

 

 

    새순이 돋고 잎이 자라났다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 

 

 마찬가지로 늦게 나는 잎은 있어도 나지 않는 잎은 없다

 그것이 자연이고 또한 인간이다

 

 

이제 앞산에 연두빛은 사라졌다

들판에 모내기가 끝나고 목장에 푸른 목초가 무성히 자라 오를

때가 얼추 되면 바야흐로 초원의 시대가 도래한다

 

  그렇다, Green Field 다!

 

 

  2018년부터 3년간 안성 목장을 찾았다. 사람들은 아침 여명과 짙푸른

안개에 환호한다. 목장의 바로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정말 우르르 몰린다.

 

헌데, 목장의 멋은 넓은 목초 지대와 녹색이 주는 휴식, 평화에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암튼 나는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2020년 바로 며칠전에도 안성 목장을 찾았다. 그러나 아직 하늘은

잿빛에 가까웠고 목초도 아직 자라는 중이었다. 기대 만큼의 풍광은

아니었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암튼 이 꽃이 안성 목장엔 정말 많다

 

3년 전부터 갔지만 많은 사람들이 저기 저 집 한 채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인다

 

 

 

안성은 원래 포도가 유명했다. 그러다 차츰 목장지대가

늘었고 그중 대표가 바로 이곳이다. 현재는 어쩌면 에버랜드같은

성격이 목장의 일부를 대신하고 있기도하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시편23:1~2)

 

목자와 푸른 초장! 언제 어느때 들어도 항상 평화가 느껴지는

성경 글귀다.

 

비록 수백만평에 이르는 외국의 어마 무시한 그런 목장은 아니지만

이 나라에서 그저 쉽게 닿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러나 5월에 하늘 푸르고 지평선에 흰 구름까지 떠 있기는

쉬운게 아니다! 3년을 계속 갔지만 그런 조합은 쉽지 않았다

2019년 5월에는 새벽 여명에 갈 기회가 우연히 생겼다

그 새벽에 그곳은 이미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그때 이런 풍광이었다. 안개가 조금 더 끼었다면

좋았을 것이지만, 그것을 위해 목숨을 걸 만큼 가고 또 가고

그런 열정은 부족할 뿐더러 그것은 나의 사진 목표는 현재 아니다

 

만일 내가 사진 외에 저 목초지에서 1시간 이상을 쉬며 명상과

침잠에 빠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저 달려 와서 사진만

찍고 돌아서는 조급한 스타일을 조금은 바꾸고 싶다!

 

 

 

아침 여명도 좋지만 나는 이런 목장 본연의 풍광을 더 좋아한다

이런 모습에 시 한수 노래 한 곡이 나오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

아닐까?

 

 

 

푸른오월/노천명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여인네 행주치마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것을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면
생각은 무지개로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 나물 홋잎 나물 젓갈 나물 참 나물

고사리를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다리 모양 내 맘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푸른 오월, 노천명

- 시집 『산호림(珊瑚林)』1938 -

 

 

 

 

진명여고 이화 여전 영문과를 나왔던 노천명은 1940년대

이후 친일 행적에 적극 가담한 연유로 아마도 교과서에서는

사라진것 같다. 그러나 그녀가 그린 오월은 예나 지금이나

꽤나 근사하다

 

 

흰구름 둥실 떠 있는 저 산 너머로 그저 무작정 가 보고 싶다

산꿩이 울고 장미가 넝쿨채 피어 있는 어느 담장을 끼고 돌면

곤한 이 다리에 산 새의 울음소리 만큼이나 새 희망이 솟을

것이리니!

 

가자! 오월의 초원으로^

지금이 바로 그 때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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