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산채를 풍성히 먹어 볼 시기이다
몇 년 전에는 양평 용문산 입구로 산채를 먹으러 몇 번 갔었다
헌데 휴일 그 일대가 교통 요지경이 된지는 오래다. 저녁 시간에
이쪽 서울 근교로 돌아올라치면 어마 무시한 교통 체증을 각오
해야 한다
그러니 양평 쪽은 생각을 접어야 했고 그 대체 후보지를 물색하다
보니 진천 쪽을 택하게 되었다. 더구나 유튜브에 산나물 등으로 이미
잘 알려진 산채 정식집이 마침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김유신 장군 탄생 유적지 인근인 그곳에 약속 시간을 잡고 마침 대전에
사는 집사람 여 동창 부부와 만나기로 했다. 집에서 한 시간 여! 대전에서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단다.
안성 고삼을 지나 입장을 끼고 서운산을 돌아 올라간다. 예전에 산삼을
캤다는 서운산은 푸르고 청청했다. 이 산을 넘어가면 히든밸리라는 골프
장이 그야말로 숲 속에 감춰져 있는 곳이다.
히든밸리를 지나면 앞서 안성 땅과 확연히 달라지는 충청도 땅이 느껴
진다. 산속 골은 깊고 숲은 울창하다. 인적은 드물고 집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백곡 저수지 3거리에서 천안 쪽으로 한참을 돌아 나가면 유명한 사찰인
보탑사 삼거리가 나온다. 보련산 중턱에 자리 잡은 보탑사는 전에도 두어 번
와 본 적이 있는 곳이다. 고려시대의 절터에 비구님 스님 3분이 1996년도
에 대목수 신영훈이 참여하여 창건한 사찰이라 하니 연혁은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그 풍모가 상당히 고풍스럽게 느껴진다.
김유신이 어찌하여 이 동네에서 태어나셨을까? 처음엔 매우 의아했으나
몇 번 와 보니 과연 충분히 그럴만한 곳이라고 생각이 된다. 인근 만뢰산
보련산 등의 산세는 깊고도 수려하다. 말하자면 충청의 오지 중의
오지라 할까?
"산골 맛집"의 산채밥을 넷이서 주문해 먹고 동동주도 한 사발 시켰다.
진천의 막걸리가 참으로 맛이 좋은데 그건 판매를 하지 않는단다. 그 좋은
자기 고장의 명물 막걸리를 외면하다니~ 마진의 문제일까?
동동주 한 잔에 기진맥진하여 나머지는 페트병에 넣어 달라해서 대전
사모님께서 챙겨 가져 갔다. 한 달 전쯤 제천의 한약 밥을 워낙 감명 깊게
먹은 터라 이제 웬만한 산채밥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깔끔하고도 수준급
이었지만 말이다
보탑사로 올라가니 때 마침 초여름 꽃들이 지천이다. 비구니 스님들이 기거
하셔서 그런지 정말 꽃들이 다양하다. 나는 미리 준비해 간 큰 물통에 사찰 중
간쯤에서 콸콸 솟아 나오는 약수를 가득 담았다. 그리고 사찰 주변에 흐드러
지게 핀 여름 꽃들을 분주히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 와서 그런가
사찰 풍광은 둘째고 아름다운 주변 꽃만 보인다
요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이다
그러나 산사에서 보는 꽃은 조금 느낌이 다르다
꽤나 많은 참배객들,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보탑사이다
예전엔 사찰 정문 앞쪽으로 연꽃이 자라는 연못이 있었는데
메꾸고 주차장 공간으로 만든 것 같다
혹시나 때 이른 연꽃이나 혹은 좀 일찍 피는 수련을 기대했는데
살짝 아니 꽤나 아쉬움이 남는다
소나무에 기댄 붓꽃!
"그래 내가 너의 쉴 기둥이 되어줄게~" 소나무가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정말 본 적이 없는 디기탈리스가 요즘은
매우 흔하다. 강심제로 쓰이는 디기탈리스,, 그러고 보니 꽃 모양이
염통을 조금 닮은 거 같다
삼층 목조 건물의 맨 윗 단부터 이런 현판이,
대자보전, 수다라전 , 극락보전
도대체 절에 와서 꽃만 찍는 이유가 뭐요?
그렇게 물어볼 사람도 없겠지만~
그거야 뭐~ 글쎄 말입니다!
사찰 뒤편에 자리 잡은 이 방, 삼 소실~ 스님들의 수행 공간
이라는데, 대체 뭘 3번 웃는다는 의미일까?
20 L 물통을 끌고 옆 길로 겨우 내려오다 보니 이렇게 삼층 목조 건물의
모습을 담게 되었는데, 못 하나 쓰지 않은 전통 기법으로 축조하여 가히
1,000년은 굳건히 버틸 걸로 지은이는 장담을 했다는데~
허긴 천 년이 아니라 2천 년도 버틸 수 있을게다! 사찰 건물이
대체로 불이 나서 사라졌지 오래돼서 쓰러졌단 얘긴 들어 본 적이
없으니께~
인근 만뢰산 자연휴양림으로 가기 위해 보탑사를 떠나 밑으로 내려
가다가 커피숍을 발견 찾아들었다
시원한 냉커피 한 잔을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니 산나물로 씔 여러 풀
들과 뱀딸기가 수북이 자라고 있었고 뽕나무에는 검게 뽕이 익어가는
중이었다. 노랑붓꽃이 예쁘게 뒤뜰에는 피어 있었다
철 지난 매발톱도 이렇게~
커피숍 주인 아주머니는 눈에 보이는 산나물은 맘대로
뜯어도 좋다 했다. 아내와 친구는 한참을 돌며 여러 산나물을
뜯었다. 예전엔 미처 식용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던 풀들이 모두
산나물이란 사실도 최근 알게 되었다
비교적 꽃 모양이 온전한 한련화를 만뢰산 자연 휴양림에서
발견했다. 한련화는 왜? 꽃 모양이 온전한 게 그리 없을까?
위 사진은 이름을 모르겠고 아래는 꿀풀로 알고 있었는데
'숙근 사루비아' 란다
자연휴양림이 전국 곳곳에 분포되어 있지만 사실 이곳
만뢰산 중턱에 자리 잡은 건 좀 의외다. 주변으로부터 접근성
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과연 이런곳을 누가 찾아올까 싶었지만
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숲 속에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집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와서 산채밥을 맛있게 먹고 인근 휴양림
에서 나머지 시간을 온종일 맑고 깨끗한 바람을 쐬며 쉰다!
그것도 하나의 좋은 힐링의 방편은 될 것이다. 나무 그늘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한숨 늘어지게 잔다 해서 뭐 안 될 것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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