梨 花 月 白 三 更 天(이화월백 삼경천)
啼 血 聲 聲 怨 杜 鵑(제혈성성 원두견)
儘 覺 多 情 原 是 病(진각다정 원시병)
不 關 人 事 不 成 眠(불관인사 불성면)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 이조년(1268~1342) -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너무나 익히 잘 알고 있는

시조입니다. 뭐 처음에는 구전으로 전해져 오다

1700년 대에 漢譯으로 한 것이 위의 원문 입니다!

 

여기서 주제로 등장하는 건 어쨋던 배꽃입니다.

두견새가 울 건, 은하수가 흐르 건 , 잠이 안 오 건

간에 일단은 하얗게 핀 배꽃이 있다는 거죠!

 

 

 

아시다시피 이조년은 고려말의 학자이자 귀족 집안의

쟁쟁한 5형제 집안으로서 5형제 모두가 출중한 인물

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름도 백 년, 천년, 만년, 억년, 조년

이렇지요.

 

고려 말 충렬왕부터 충혜왕까지 무려 4분의 왕을 모신

이조년은 주색 가무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는 충혜왕

에게 사직서를 내고 고향으로 돌아온 후 상심한 마음을

달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손자인 이인임은 썩어가는 서까래 같은 고려

정가에서 부정부패와 사리사욕에 빠져 진흙탕 속 헤엄을

치고 있었죠!

 

이 모든 것이 할아버지 이조년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지~

 

하얀 배꽃이 은하수 아래 수를 놓고 두견새가 멋지게 우는

밤이지만 허허로운 맘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게 아닐까!

 

교과서에서 배울 땐 아무 배경 같은 거 설명 듣은 바도 없고

그저 멋진 배꽃을 노래한 시 로구나~ 생각만 했지,

 

아무래두 배꽃하면 이조년의 이 시가 등장할 수 밖에 없어

약간의 부연 설명을 곁들였읍니다

 

 

허나 요즈음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배꽃은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아니 의미는커녕 배꽃이 피는 줄을

알고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거 배꽃 피는 거 알면 뭐하고 모르면 또 어떻소? 살아가는데

무슨 지장이 있단 말이요? "

 

??

 

 

올해는 배꽃은 물론 모든 꽃들이 너무 일찍 피고 말았다. 지나

는 길에 보이는 꽃들은 그래도 시기가 감당이 되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배꽃이며 복사꽃 같은 것은 도대체 언제 피는지 알 길이 없게

되고 말았다.

 

부랴부랴 정신을 차리고 안성으로 달려가 보니 이미 배꽃은 전성기를

지나 하나 둘 떨어져 사라지고 없었다.

 

아뿔싸! 일이 이렇게 되다니!

 

 

몇 장 찍어 온 사진은 예년의 그것과 비교해 보니 영 형편이 없었

다. 나는 그것도 모른 채 언젠가는 멋진 배꽃을 다시 찍을 날이 오

기를 고대하고 있었는데!

 

 

 

 

그저 웬만한 배나무만 보아 오다 이렇게 아름드리 배나무를

보니 생각이 180도로 전환되었읍니다. 적어도 50년은 지나야

이 정도 나무가 되죠!

 

실은 안성 공도에 1백년이 넘은 배나무가 있다는 얘길 듣고 몇 년 전

그 나무를 찾아 나섰지만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백 년 넘은 배꽃도

보려고 한 것이지만,

 

 

배꽃의 아름다움에 반한 이유는 바로 이 붉은 꽃술에 있었지요!

배꽃은 그냥 하얀 줄만 알았는데, 뜻밖에도 저런 꽃술이 있었어요!

 

 

2014년 안성지역을 지나다 발견한 이 멋진 배꽃!

그러니까 아직 채 10년도 안 됩니다. 배꽃의 아름다움에

반한 지가~~

 

그 보다 몇년 전 용문산을 가는 도중 배꽃의 저 붉은 걸 처음

발견하고 환호했던 적이 있긴합니다

 

 

그렇다고 아무 농장이나 지나다 들어가 배꽃을 찍거나

감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과수원 한 곳을 아예 터놓고

허락을 얻게 되었습니다.

 

"배꽃 사진을 맘대로 찍는 대신 가을에 배를 많이 사서

먹겠다고~"ㅎ ㅎ

 

약속대로 가을에서 겨울까지 익은 배를 여러 차례 구입했습니다.

한 2년 동안은 겨우 내내 배를 먹기도 했습니다

 

<<  이상의 사진들은 2014~2018 까지의 것들 입니다 >>

 

지난 일요일(4.18) 안성 공도지역 배 밭에서 떨어져 가는

배꽃 한 장 건진 게 이것입니다. 그런데 이곳도 우람한 배

나무가 올 가을의 그림을 그려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끼가 낀 배나무 등걸!

사실 이 정도가 되면 과수원의 배 나무를 교체해야 할듯도

합니다만~

 

배밭 주변엔 복숭아 과수원도 있었고 주차했던 공터에선

망초대 나물을 뜯기도 했습니다. 거 망초 나물이라는거

평생 처음 먹어

봤는데, 맛이 아주 좋더군요!

 

 

사실 이화에 월백하며

은한이 삼경 ~ 운운 이런 풍광을 직접 보고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환경에 보통 사람이 살아가기는 거의 불가하지요!

 

그저 어쩌다

운 좋게 어딜 지나다 그런 때를 만나면 행운이라 여기고

있습지요!!

 

엊저녁 퇴근길에 산에서 소쩍새가 울더군요!

아! 저거로구나~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예년처럼 4월

하순에 배꽃이 피었다면 필경 밝은 달밤에 하얗게 핀

배꽃을 볼 수 있었을덴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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