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hdi - Instrumental Paradise - Sacred Gathering

 

 

단풍~ 하면 일단 휘황찬란한 그런 풍광을 먼저 떠 올리게 되고 실제 일생에 몇 번은

그런 단풍을 다들 보신 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 단풍이라는 칼라는 아주 다양한거 같지만, 따져 보면 빨강,노랑, 주황,갈색

등 몇 가지로 구분된다. 즉 빛의 7가지 가시광선 중 빨, 주, 노 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등은 거의 단풍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통상 단풍 하면 마치 수많은 칼라가 혼합된 것으로 착각을 하게되어

더 많은 색상이 보여진다고 느끼기 쉽다.

 

사람들은 대체로 빨강 색상에 환호하는 경향이 많다. 주로 단풍나무에서 볼 수있는

빨강은 너무도 선명하고 매력적인 게 사실이다. 빨강은 단독으로도 멋지고 무리를

지어 있어도 멋지다. 울긋불긋이라고 보통 표현하는데 통상 불그스럼 하다는 얘기일

듯하다 

 

노랑은 은은하면서도 포근함을 선사한다. 노란 단풍이 주는 매력은 어쩌면 가을의

진수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개 낀 늦가을 아침에 노랗게 빛나는 은행잎을 다들 

보신 적이 있을것이다. 그때의 그 고즈넉함!  평화로움~ 그리고 가을 아침이 주는 그

넉넉함 여유로움도 또한 기억하실 것이다. 

 

분당

 

초등학교 시절 학교 입구로 들어가면 둥근 정원 같은 게 있었고 거기엔 오래된 은행

나무가 두어 그루 자라고 있었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이 지천으로 떨어졌다. 은행

잎을 주어서 책갈피에 몇 개 넣었음은 물론이고 신비한 그 색감에 매료되었던것도 사

실이다. 당시엔 가을 단풍이 총체적으로 어떤 건지, 단풍엔 무슨 무슨 색깔이 있는지

등을 잘 몰랐고 굳이 알 필요도 없었다.

 

요즘 흔히 보이는 빨간 단풍 나무의 기억은 없었고 뒷산에 가을 영 나무를 할 때 보던

누렇고 다소 갈색이 돌던 참나무 단풍과 갈색으로 말라버린 오리 나무의 잎이 기억될

뿐이다. 또 가을에 숙제로 훑어와야 했던 싸리 나무의 노란 잎이 생각난다. 학교를 오

가는 신작로에 미루 나무의 잎이 누렇게 물들어 떨어지던 것도 기억난다. 

 

      말하자면 나의 첫 단풍의 기억은 교정의 은행 나무에서 출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은행이 노란 단풍의 진수를 보여주지만 그 풍미가 정말 멋진 건 만나기 힘들다. 그저

잎만 풍성하게 노랗게 물든다고 다 멋진 건 아니니 말이다. 내가 본 정말 좋았던 은행 잎은 

오래 전(30년) 남이섬에서 봤던 은행잎이다. 살짝 아침 안개가 낀 그날 빛나던 은행잎은 너무도

깨끗했다. 그리고 그 느낌이 도타울 뿐 아니라 매우 신선한 기운을 전해주고 있었다. 마치

세속을 초월한 그런 느낌을 선사해 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공해의 흔적이 없이 깨끗하게 물들어 가던 깔끔한 노란색~

     그런 은행잎은 고귀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저 윤기 없이 말라가며 물들어 가는 은행잎에선 그런 기운을 느낄 수가 없다.  

 

   

갈색에서 빨강에 거의 가깝게 물드는 것 중 하나가 떡갈나무 잎이다. 이 색상은 생각보다

아주 멋지다. 대개의 참나무가 노란색에서 갈색 정도인데 반해 이 나무는 독특한 칼라를

선 보인다. 내가 떡갈나무의 색상에 매료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거주하는 동네의 입구에

매년 가을 곱게 물드는 그 단풍을 보았기 때문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기억에서도 멀어지는 건 당연지사~  그저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단풍은 그렇다. 

 

우리동네 입구의 떡갈나무

요즘은 쉽게 예쁜 단풍이 눈에 띄지 않지만 벚나무 잎도 매우 아름다운 칼라를 보여주는

녀석이다. 짙은 고동색에서 거의 자줏빛에 가까운 칼라를 보여준다.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은 듯 빛나는 벚나무 잎을 보는 것은 그래서 매우 행복했다. 

 

 

예쁘게 물들어 떨어진 벚나무 단풍

 

노란색에서 약간 갈색을 띠는 잎 중 느티나무가 있다. 지역에 따라 또 어디에 위치하느냐

에 다라 다르지만 예쁘게 물든 느티나무는 매우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비교적 일찍 물드는

이 나무는 그래서 그해의 단풍의 바로미터라 할 수도 있다. 꼭 오래된 몇백 년 된 나무가 

아름다운 단풍을 선사하는 건 아니다. 내소사 경내에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의 단풍이 궁금

하다.  

 

메타 세퀘어나 낙엽송의 노란 색상 또한 아름답다. 이것은 무리로 줄줄이 있어야 그 아름다움이

빛난다. 그저 어쩌다 한 그루 있다 해서 안 될 건 없지만 역시 무리로 많이 있어야 빛이 난다. 포천

을 가다 보면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동네에 줄지어 있는 메타세퀘어에서는 그다지 멋진 풍광

을 본 적이 별로 없다. 메타 세퀘어는 마치 불에 구워진듯한 너무 짙은 갈색을 띄기 때문이다 

 

햇빛에 빛나는 느티나무 잎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단풍의 최종 단계는 단풍나무다. 모든 나무의 단풍이 그렇지만 이 역시

나이 어린 단풍나무는 꼿꼿하게 가지를 하늘로 뻗는다. 그보다는 30년 50년 100년이 지난 

나무일수록 단풍이 장엄하고 가지의 휨과 더불어 더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정말 오래된

단풍나무의 장엄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장성  문수사의 단풍을 보면 좋을 것이다. 300년 이상

되었다는 그곳 단풍을 전성기에 찾는다면 보통의 단풍 나무와는 많이 색 다른 면모를 보여줄게

틀림없다. 

 

문수사의 300년 단풍나무

선운사의 단풍도 멋이 있었고 마곡사 백양사 내장산의 단풍도 그런 면에선 매우 좋은 풍광을 보여

주었다. 일본 교토의 단풍도 전성기에 가서 봤으나 그다지 특별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와

거의 흡사한 단풍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곡사

 

 

선운사

이 가을!  단풍만 아름다운것은 아니다~ 

도처에 단풍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것들이 넘쳐나는 계절이다

 

단풍과 다른 이 감 나무도 이제껏 내가 보아 온 가을 풍광 중 단연 으뜸이었다 

 

 

교또 난젠지의 단풍

 

그러니 빨간 단풍나무만 찾는 것은 이 가을 단풍을 감상하는 전부는 아닌 셈이다. 오직 빨간 단풍

만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노랑, 갈색, 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고 좋기로는 이 모든 색상이 함께

어우러진 단풍을 천천히 감상하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르겠다. 

 

아! 그런데 단풍이 점차 그 고운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해가 갈수록 우리 곁에서 점차 단풍이

예전의 그 맛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간이 자초한 일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언제쯤 단풍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우리동네의 단풍나무

 

백양사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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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막 지난 9월 26일! 

 

그날은 정말 한국의 중반 가을 하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근래 와서 한국의 가을은 예전과 다르게 맑은 날이 별로 없게 되었다

 

그런데 9.26일은 화창하다 못해 하늘에서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청명했다. 하얀 구름도 있었다. 뭐가 되었건 큰일 치르는데 날이 좋으면

좋지! 

 

그러나 코로나의 극성으로 인해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별히 준비

를 해야할것은 없었지만, 왜냐하면 세세한 준비는 딸과 사위가 다 알아서 

처리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결혼 준비는 저비용 고효율로 콘셉트를 잡았다 

해서 예물이며 기타 등등에 큰 돈을 들이지 않았다. 살림살이도 이미 

딸이 분양 받아 살고 있던 송파의 오피스텔에 다 마련되어 있어 그저 소소한

TV 등 가전 물품 한 두 개를 구입했을 뿐이다. 그것도 소형으로! 

 

우리가 한 것이라곤 분당의 성당 자매님으로부터 한복을 맞춘 게 전부라 할

만큼 쉬웠다. 엄청 뭐가 복잡하고 힘이 들 걸로 예상을 했는데, 진행과정을

보면 너무 쉽고 일사천리였다.

 

원래 되는 일은 그렇지 않던가? 

 

그 한복이라는것도 지금까지 입어왔던 한복 하고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청담

동에서 한복집을 운영하고 있는 바울라 자매님은 성당에서 봉사자로 지낸 경력이

없는 분은 예식에 쓸 한복을 만들어 주지 않는 분이다. 우리는 양가 모두 한복을

맞췄는데 거의 재료값에 불과한 저렴한 비용만 치렀다. 

 

조금 신경이 쓰인건 청첩을 알리고 초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였는데, 코로나

로 인해 양가 합 49명만 예식에 입장이 되고 식사도 그 숫자만 가능하다 보니

이걸 어떻게 선정하느냐가 사실 매우 예민한 문제가 되었다. 내가 아무리 친척

이 적다해도 24명 이내에 신부 아버지, 엄마, 신부 친구까지 합쳐 그 숫자를 맞

추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 넣었다 또 저렇게 넣기도 하고 식장 참여가 안 되면 안 가겠다, 가겠다

이리저리 번복이 심하고 그 숫자에 포함이 안 되면 대접을 못 받는 기분이 들고~ 

등등 보통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일들이 생긴것이다. 거기다 식사도 못하는데

그냥 참석만 하고 인사만 하러 오시라고 알려드리는 것도 참 어색하고 힘이 드

는 문제였다. 어차피 나는 인사만 하고 얼굴만 보러 갈 것이요!라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오겠다는 분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식사도 못할걸 그 먼데까지 뭐 할라

가냐?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는 문제다. 

 

코로나 상황을 끝까지 예의 주시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1일 최대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가자 이미 분위기는 끝난 셈이었다. 

 

예식 당일 앞 뒤 팀을 봐도 정말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우리 혼례식은 좀

하객이 많은 편이었다. 거의 대부분 약 2/3는 미리 계좌로 축하금을 보내왔다. 

 

이날은 정말 9월중 가장 좋은 날이었다~ 

하늘엔 실 구름~ 파란 색감~  

한국의 집은 혼례를 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다 

 

나는 그날 참석해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일반 예식장,호텔이 아파트 같다면 이곳 한국의 집은 전원주택 같지 않냐고~ " 

예식 전 신부 친구들! 

 

 

동생 결혼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서 귀국하여

14일간 자가격리를 마친 아들과 함께~ 

 

전통 혼례는 이렇게 진행되었다!  아주 옛날 시골서 

큰 누님도 이렇게 비슷하게 혼례를 올린 적이 있었다. 7단계의

예를 거치면서 진행되는데 각 단계마다 상당한 의미가 있고

사실 호텔이나 예식장과는 상당히 다른 나름의 의미를 잘 살린

예식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부 아버지가 신부 손을 잡고 들어가는 것도 없고, 사실 나는 이것이

좋았다.  우리는 그저 혼례가 진행되는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기만

하면 된다 

 

조촐하지만 몇개의 축하 화환을 받았다. 일부 모임에서는 화환 대신

축하금을 주기도 했다. 어느 결혼식에서는 쌀로 대신 받는다, 그 값으로

불우 이웃 돕기를 한다등 여러 경우가 있긴 하지만 나는 이 정도의 비용은

써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호텔 등에서 꽃 값으로만 1-2천만 원을 들이는 것에

나름 합당한 이유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그것은

명백한 허례요 낭비라 생각을 한다.  어차피 어떤 생각을 갖느냐는 각자 자신의

인생관에 따른 것이니까~ 

이날은 일생에서 가장 즐거운 날!

 

나는 딸이 이날 이토록 환하고 밝은 미소와 표정을 보인 걸 어쩌면 평생

처음 보았다. 아니 가장 밝게 웃는 걸 이날 본 셈이다. 덩달아 나도

무척 즐거운 날이었다. 가끔 예식날 무거운 표정에 더러 울기까지 하는 

신부를 보기도 하는데 도무지 그래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날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다. 서울 약대

친구들로 30년 넘게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aroma 친구들이다~ 

 

 

연로하신 90을 훨 넘기신 장모님은 휠체어를 타고 예식에

참여하셨다. 외손녀의 혼례를 기어이 보시고야 말겠다고! 

 

혼례식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두 달 후에나 나온다고 했다. 해서

그날 핸폰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보니 화질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라고 하듯 역시나 힘과 정열이 많이 드는 모양

이다.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고 후기를 적어 본다. 사진은 

많지만 일단 이 정도로 정리하기로 한다 

 

 정작 내 자신의 결혼식 당시의 사진은 이렇게 정리해볼 엄두도 안 난다

물론 기억해서 올릴 수도 있겠지만 많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딸의 혼사에 직접 참여해 주시고 또 후원을 아끼지 않으신 친척,

친구, 동문,선후배 등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바이다! 

 

나는 이번 딸의 혼례식을 매우 만족하는 편이다. 모름지기 혼례식은

조촐하게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 되게 치러야 마땅하지 않을까?

 

[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 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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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하루 아니 1분도 폰으로 대변되는 디지털에서

떨어져 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자잘한 게임부터 쌍방 단체

카톡, 사진 영상 뉴스 오락 등등 그 모든 게 폰에 들어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세상입니다

 

지하철을 타 보면 10에 9는 모두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이 그리 급박한지 앉으나 서나 오로지 폰만

쳐다봅니다. 그런데 정작 폰으로 얻어진 지식이나 영상 정보 등은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전무할 지경입니다.  예전에 독서를 통해 

얻어지고 기억되던 정보에 비해 허무할 정도로 쉽게 사라져 갑

니다. 물론 저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고 오히려 그런 영상이 더

잘 머리에 저장 된다는 분도 당연 있겠지요! 

 

현대인들은 그걸 당연히 여기는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2019

년에 얼핏 보았던 이 글을 잊지 못할 뿐 아니라 될수록 원문을 공

개 해서 내어 놓고 싶은 맘이 커서 아래에 올려 봅니다. 과연 이 시

대에 디지털은 무엇이며 인간에게 어떤 결과를 선물하는지~ 

 

특히 어린 손자 손녀를 두신 분들께서는 꼭 한번 아래 글을 보시고

무엇이 진정 미래 아이들을 위하는 것인지를 숙고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어느 놀이학교. 대기업 오너의 손주들이 많이 다닌다는 이곳은
뜻밖에도 첨단 건물이 아닌 2층짜리 낡은 주택에 있었다. 넓은 잔디 정원 한쪽에 모래
밭과 그네가, 미니 사육장에 토끼와 강아지가 있었다. 

독립서점처럼 꾸며진 작은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언제든 그림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디지털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원칙도 있었다. 30대 이상이라면 어릴 때 쉽게 누렸던 환경
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월 200만 원 안팎을 내야 다닐 수 있는 곳이 됐다.

이곳을 갑자기 떠올린 건 어린 시절 스크린을 많이 접할수록 뇌 발달 속도가 늦어진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를 접하고 나서다. 미국 신시내티 어린이병원 연구팀이 3~5세 아이들의
뇌를 자기 공명 영상(MRI)으로 분석했더니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많이 볼수록 중추신경
계에서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백질(white matter)의 질(質)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생각과 감정 표현하기, 사물에 빠르게 이름 붙이기 등 인지 능력이 낮게 나왔다.
그래서인지 최첨단 디지털 기술의 본산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테크 기업 임직원들은 역
설 적으로 자녀에게만큼은 스크린을 허용하지 않는 ‘노 스크린(no screen)’ 교육을 고수한다.

자녀들은 자연과 놀이를 강조하는 발도르프 학교에 보내고 보모에게는 스마트폰 사용 금지
약속을 받아낸다. 심지어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자녀들에게 아이패드를 아예 안 줬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식탁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하고 취침 전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도 제한했다.


디지털 기기가 처음 등장했을 무렵 디지털을 접하는 사람이 그러지 못하는 사람보다 얻는
게 많아지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디지털 격차)를 우려했지만 지금은 반대가 됐다.

오히려 소득·교육 수준이 높은 가구일수록 디지털 기기를 적게 쓰고 자녀에게 창의력과 깊이
있는 사고를 배양해 줘서 지적 자산을 대물림할 수 있다는 것. 디지털 과잉 시대에 걸맞은
‘신(新) 디지털 디바이드’인 셈이다.

실제로 미국 보건정책 연구단체인 카이저 가족재단의 조사 결과 부모 최종 학력이 고졸 이하인
경우 디지털 기기를 접하는 시간이 대졸 이상인 경우보다 하루 평균 90분 많았다. 한국에서도
저소득층 학생의 디지털 중독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람과의 접촉이 사치재가 됐다(Human Contact Is Now a Luxury Good)’는 올 초 뉴욕타임스
기사가 생각난다. 빈자(貧者)의 삶에 스크린이 더 많이 들어오고 부자의 삶에선 스크린이 사라
진다.

패스트푸드처럼 강하고 빠른 자극이 아닌, 오감을 풍부하게 하는 느린 자극을 받아 인지 정서
등의 발달 수준이 높은 아이가 사회적으로 더 성취할 확률이 크다. 이들은 무인 자판기에 줄
서서 주문해 허겁지겁 밥 먹기보다는 인간 웨이터가 서빙하는 식당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
고, 사무실에선 스마트폰을 안달복달 확인 안 해도 되는 삶을 살 개연성이 높다.

일부러 디지털 기기를 많이 보여주려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자녀를 보살필 마음의 여유, 체력의
여유, 시간의 여유가 없으면 디지털 기기를 내어주곤 한다. 전문가들은 사람이나 실생활(real world)
로부터의 자극을 늘려야 발달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며 아이 생각을 들어주고 아이에게 말을 걸며
사소한 눈 맞춤을 늘리라고 한다. ]

( 디지털 뉴스 김유영 차장, 2019년) 

 

^  ^ 

 

 

물론 이 글에 반론도 있을 것이고 실제 실리콘 밸리에 가서 그곳 대기업 오너들이

정말 자녀들에게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만일 위 글을 쓴 이의 정보가 틀리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지금과 같은 디지털 과잉이

특히 어린이들에게 매우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잖아도 팍팍하고 재미없는 세상에 이마저도 금하거나 아니면 사용을 제한 한다면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살아가란 말이요?  이렇게 즉각 반론이 나올 수는 있을것이나 이

것은 어디까지나 어른이 아닌 어린이 들에게 촛점이 맞춰져 있음을 기억하시면 좋겠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니 어떤 자세를 취할지도 각 개인의 자유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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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집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몇 정거장을 지나

거의 내릴때 쯤 전철 바닥에 작은 메뚜기 한 마리가 앉아

빙빙 돌며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었다.  제 딴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까? 나름 판단을 하는 것 같았다.

 

한 1분 후면 나도 내려야 하는데, 저 메뚜기를 잡아서 전철역을

빠져나가 풀밭에 날려 주고 싶긴 한데,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전철 바닥에 꾸부리고 앉아 메뚜기를 잡는다는게 좀체 내키질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오가는 발길에 밟혀 꼼짝없이 죽을

운명의 메뚜기가 안쓰럽기도 했다. 필경 저 메뚜기는 누군가의 옷

깃에 붙어 멋 모르고 여기까지 온 게 분명했다

 

잠시의 망설임 끝에 " 에잇 이 정도의 용기도 없어서야 어떻게 하

는가?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사실 그건 용기랄것 까지도 없는

일이긴 하지만, 설령 바닥에 주저앉아 메뚜기를 잡은들 그 누가 관심

있게 보기나 할 일인가? ㅎㅎ

 

그러나 도망가려는 메뚜기를 온전히 잘 잡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어차례 숨바꼭질을 한 끝에 간신히 녀석을 손에 잡는 데 성공했으

나 곧 이어 메뚜기는 한쪽 다리를 내 손에 떨구며 휙 하고 다시 날아

갔다.

 

다리가 저리 쉽게 떨어지는 걸로 봐서 이건 필시 적에게 잡혔을 때

다리 하나쯤은 버려도 상관없는 탈출 방편인 거 같고 살아가는데 지

장이 없거나 시간이 지나면 다리가 다시 재생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날아간 메뚜기가 출입문 앞에 앉은 걸 보고 전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 메뚜기 뒤에 발을 살짝 가져다 대니 역시나 문이 열리자 밖으

로 휙 날아갔다. 나는 훨씬 마음 편하게 이번에는 메뚜기를 잡을 수 있

었다. 아무도 전철 밖에서는 나의 메뚜기 포획을 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손에 잡힌 메뚜기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흡사 강아지를 안고

다니는 사람들을 연상하며 개찰구를 지나고 에스컬레이터를 두 번

거쳐서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입구 밖에는 바로 풀밭이 있었다.

 

햇볕이 쨍하게 비치는 초가을 풀밭을 향해 메뚜기를 날리니 녀석은

이때다 싶게 앞으로 날아 올라 풀숲에 떨어졌다. 그리고 금세 풀 속을

헤집고 들어간다.

 

다리 한쪽이 떨어진 저 메뚜기는 앞으로 잘 살아갈까?

 

예전에는 가을 벼가 누렇게 익으면 논두렁을 걸을 때 메뚜기가 양 옆

으로 교차해서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많이 날아올랐다. 메뚜기를 잡

아 솥에 넣고 볶아 약간의 소금을 쳐서 먹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메뚜

기를 잡아먹기까지 했던 내가 이제 한 마리의 메뚜기를 살려 본다고

이런 일을 하다니! 참! 

 

세월이 흘렀네, 생명을 좀 귀하게 여기게 되었나 보다~등 뭐라고 설명

은 할 수 있겠지만,  이건 단지 어쩌다 한번 우연찮게 일어난 일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쩌면 인간은 누구라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거! 

 

그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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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 오는 소리
다시 들으면
꽃잎이 피는 소리
꽃잎이 지는 소리


가로수에 나뭇잎은 무성해도
우리들의 마음엔 낙엽이 지고
쓸쓸한 거리를 지나노라면
어데선가 부르는 듯 당신을 생각뿐

*낙엽을 밟는 소리 다시 들으면
사랑이 오는 소리 사랑이 가는 소리
남겨준 한마디가 또다시 생각나
그리움에 젖어도 낙엽은 지고

사랑을 할 때면 그 누구라도
쓸쓸한 거리에서 만나고 싶은 것

  ^

 가을이 온다고 백 마디, 천 마디의 말을 할 수는 있다

 또 가을이 온다고 백 줄, 천 줄의 글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것보다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가슴에
그 느낌을 뭉클하게 전달해주는 건 이 노래 이상이 없
음을 나는 실감한다. 물론 가을을 알리는 노래가 수도
없이 많고 우리 모두는 제 각각 가슴을 울리는 노래가 
다 있을것이다! 

 
패티김의 비교적 초기 시절의 목소리로 생각되는 이
노래~  깔끔하고 신선한 느낌이다. 무릇 수많은 유명
가수들이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일수록 목소리에 기름
이 돌고 기교가 붙어서 초기의 그 순수한 맛이 사라지기
일쑤지만 말이다.

 
 꽃잎이 지는 소리, 피는 소리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밟는 소리~
사랑이 오는 소리~ 가는 소리!

 
그렇다 그것이 바로 9월이고 가을의 시작이고 결실의
시작이고 동시에 허전함도 덤으로 따라오는 세상의
이치다.

 어느덧 매미 소리는 쓰르라미 소리로 대치되기 시작했다.
가을 풀벌레가 왜 요란하게 밤이면 더 울어 대는지 나는
그 이유를 모른다. 풀벌레가 여름에도 물론 울기는 하지만
가을이 시작되면 유독 더 심해진다. 

 
창문을 열고 풀벌레 소리를 반주삼아  초 가을의 밤공기를
깊이 들어마신다. 시원하다~ 편하다~ 그리고 평화롭다.

 이렇게 가을이 오는 건가? 그래 가을이 오는 거냐고?

사실 가을은 8월 말 處暑(처서) 정도면 꽤나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들판의 익어가는 벼에게 물어볼까? 저녁 무렵 날아다니는
잠자리에게 물어볼까? 붉게 피어나는 백일홍에게 물어볼까?
그래 너희들도 가을을 아느냐고? 느끼느냐고!

 그 무엇에게 물어도 대답은 없겠지~
그건 순전히 대 자연의 이치일 뿐이니까~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을 보려고 나서는 이 누구일까?
코스모스 향기를 가슴 깊이 마셔보는 이 누구일까?

 진득한 능이 버섯의 香처럼 이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

 

참고로 1961년에 영화로 제작되었던 Come September 라는

곡이 있다. 이 멜로디도 매우 익숙하여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이도 많을것이다. 빌리본악단의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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