飯蔬食飮水(반소 식음수)
曲肱而枕之(곡괭이 침지)
樂亦在其中矣(낙역재기중의)
不義而富且貴(불의 이 부차 귀)
於我如浮雲(어아 여부운)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나에게는 뜬 구름과 같다
논어에 나오는 글귀라 하는데 우리는 흔히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으냐?
로 기억하고 있는 글이다
" 그래 기껏 대장부가 나물이나 먹고 물 마시고 사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
대충 이 비슷한 생각도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사는데 뭘 대단한 걸 먹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
오지도 않았지만!
좋은 음식이란 그럼 뭘까?
지난 주 설악산으로 단풍여행을 갔다. 단풍을 설악으로 보러 간 것은
무려 25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설악의 단풍은 철저히 내 기억에서
지워져 있었다.
너무 일찍 가다 보니 단풍은 내 예상의 10%도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속초 동명항에서
그 동네에 거주하는 약국 단골인 지인 부부와 자연산 활어회를 거나하게 먹게 되었다
술이 약한 나는 평소 회를 맥주 1잔과 먹는 편인데 이 날은 기분도 좋고 해서 맥주를
여러 잔 마신 게 화근이 되고 말았다. 거기다 물회까지 먹었다
![](https://blog.kakaocdn.net/dn/k0bzP/btrjQK6HFpP/FyEAuirZqm0R9kcAE2jsvk/img.jpg)
여기까진 매우 순조로웠다.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런데 숙소에 돌아온 밤
10시가 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무려 새벽 6시까지 15번에 이르는 설사가 계속되었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샐 수 밖에 없었고 맥박은 줄곳 분당 120여 회, 두 번의 구토까지 겹쳐 정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일정을 전부 취소함은 물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
와야 했다. 집에 오는 내내 포카리 스위트 1.5 리터를 다 마셨다
회는 아무 죄도 없었다. 함께 식사한 지인 부부는 너무도 멀쩡했기 때문이다.
아내도 몇 차례 설사를 했지만 나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도 내 평생 설사를 했던
그 어떤 경우보다 혹독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보통 대장 내시경을 할 때 전날 미리
먹는 설사 제품도 그저 5-6회면 끝인데 말이다
이번에 명확히 깨달은 건 우리의 위 대장이 얼마나 정교하게 외부의 침입에
대응하는가 였다. 일단 문제를 감지하면 위장에서 섭취한 음식물을 아래쪽
소장 대장으로 절대 내 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대장에 이미 내려온 음식물은
흡수 없이 최대한 설사 형태로 모두 내 보낸다. 그리고 끝까지 보관만 시키던
문제의 위장 내의 음식물은 도로 토해서 제거해 버린다.
이렇게 문제가 감지된 음식물이 위와 장에서 모두 비워진 연후에야 다시 음식
물을 입으로 섭취할 수 있게 활동을 개시한다! 참으로 신묘한 셀프컨트롤이다
내 몸의 장기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과학적이고 치밀하게 운용
되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몸에서 여러 약물을 흡수하고
내 버리고 서로 간섭하고 등의 수많은 기전들을 보면 상상도 못 할 만큼 정교한
여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무려 4일 이상 속을 달래느라 흰 죽만 먹고 지냈다. 일요일 날
몸이 괜찮은듯하여 백암 들판 사진 촬영을 나갔다가 갈비탕을 먹은 게 화근이
되어 다시 그날 밤 설사를 또 8번이나 했다.
불과 3-4일 사이에 도합 23번의 설사~ 이쯤 되면 몸이 기진맥진할 만도 하지만
실은 그렇진 않았다. 포카리스웨트로 깨진 몸의 이온 균형을 맞춰 주었고 식사는
오직 흰 죽만 먹었다.
그렇게 하니 아침에 일어나도 입에서 냄새가 나지를 않았고 밤에 샤워 후 발을
닦아도 발바닥에서 긁혀 나오는 노폐물이 현저히 적었다. 들어간 것이 적으니
당연 그럴 것이라 생각은 되지만,
물론 몸이 정상으로 작동하면 배 부르게 또 먹을 테지만, 뭘 이것저것 많이 먹는
게 과연 몸의 운용에 좋은 걸까? 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낯선 동네에 가서 좋은 음식이라고 먹다가 잘못된 경우는 몇 번 더 있었다.
해서 앞으로는 어느 지역을 가든 그저 평범한 음식 평소 먹던 음식만 먹기로
다짐을 했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눕든, 정자에 앉아 책을 읽든, 산책을 하든, 뭐를
하든 뱃속이 편하고 마음까지 편하면 그것으로 족 하고도 남음은 당연지사라
생각해 본다.
흰 죽만 먹고살 수는 없다 해도 적어도 단순히 밥 한 공기에 반찬 한 두 가지라 해도
살아 가는데 별 지장이 없음은 물론이다. 단순 소박하게 먹어 몸이 절단 나는 경우가
많을까? 너무 많이 먹어 몸이 탈 나는 경우가 많을까?
수많은 성인병은 모두 과도하게 많이 먹어서 생긴 병 들이다.
그동안 온갖 과도한 음식물들 소화해 내고 처리하느라 내 위장이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을까? 오죽하면 위가 그런 반란을 일으켰을까? 소싯적 25년 정도 위장 때문에
고생했던 내가 성년 이후 30대 후반부터 이제껏 위장이 탈 나는 걸 거의 모르고 살았는데,
몸이 정상으로 회복된 지금도 나는 진 간장을 즐겨 반찬으로 활용한다. 겪어 보니 간장
만큼 속을 편하게 해 주는 것도 없었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위장에 도움을 주며 살자!!
조금 먹어도 감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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