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핸드폰은 모토로라에서 만든 수류탄 만한 크기의

카폰이었다. 당시는 그걸 자동차에 탑재하고 차 뒤에는 

안테나를 달아서 아주 유유자적 폼을 내며 다녔다. 30여 년

전에 120만원 정도 했으니 결코 적은 금액도 아니었다.

 

당시 승용차에 카폰이 있다는 건 매우 자랑거리였다. 아마도

1990년대 초 정도였던거 같다. 불과 30년  전이다. 

 

허긴 30년이면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그러다 핸드폰이 점차

보급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0년 대에 지금의 스마트 폰이

등장했다. 어디 운동하러 가다가 먼저 스마트 폰을 구입한 친구가

이건 이래서 좋고 어쩌고 하며 설명을 할 때 몇몇 친구가

삥 둘러앉아 반신반의 얘기를 듣던 때가 엊그제 같이 떠오른다.

 

그동안 폰을 바꿔 가면서 전화 번호부는 계속 이어져 내려왔고

해서 현재의 폰에는 대략 1000개 미만의 연락처가 어지러이

채워져 있었다. 

 

그중에는 011,017,016 등 예전의 번호도 더러 있었고 실상 

1-20년간 한번도 통화를 한 적이 없는 번호도 꽤나 있었다.

그러다 딸 아이 혼사로 알려야 할 곳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았다.

 

이미 다들 먼저 경험해 보셨겠지만, 이것이 연락을 한다는 게

당연한 번호도 있지만 두 번 세 번 숙고해서 결정을 하게 마련

이다.  만일 생각지도 않은 어떤 지인에게서 그런 연락이 왔다

할 때 우선은 감사히 여길 일이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 아니 뭐 이 양반은 아무 연락도 없다가 뭐 이럴 때만 연락을

하시나?"  이렇게 반응을 보일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연락을

한 지인은 그래도 나를 생각해서 했을 거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저 짜증만 낼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응답이 없을 경우가 있는데, 

그 첫째는 연락이 잘 안 됐을 경우이다. 둘째는 아무 상호 해당

사항이 없을 경우이다. 자녀 혼사,부모님이 이미 모두 돌아가신

경우 등이다.아무 응답이 없을때는 대략 거기에 해당된다고 생각을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관혼상제에 아직도 허례허식이 상당부분 많이 남아 있는

우리 풍습에서 이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암튼 여러 고려 사항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게 우리의 전화번호

부이다. 

 

나는 이참에 번호부를 정리하기로 작정했다. 1차로 200명 정도를

삭제했다. 이 얘기를 했더니 친구 하나는 자기는 3,000명 정도의

연락처가 적혀 있다고 했다. 참 많기도해라~그건 뭐 각자

나름이니까 ~ 

 

허나 아직도 연락할 일이 없는 번호가 꽤나 빼곡히 폰에는 남아있다.

누가 그러던데 일상에서 자주 연락하는 번호는 1-20개 정도라고~ 

 

아무래도 다시 200개 정도를 지워야 할 것 같다. 그 많은 번호를

속에 품고 있느라 폰이 고생을 많이 한 셈이다. 이제 좀 속을 시원

하게 비워주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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