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막 지난 9월 26일! 

 

그날은 정말 한국의 중반 가을 하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근래 와서 한국의 가을은 예전과 다르게 맑은 날이 별로 없게 되었다

 

그런데 9.26일은 화창하다 못해 하늘에서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청명했다. 하얀 구름도 있었다. 뭐가 되었건 큰일 치르는데 날이 좋으면

좋지! 

 

그러나 코로나의 극성으로 인해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별히 준비

를 해야할것은 없었지만, 왜냐하면 세세한 준비는 딸과 사위가 다 알아서 

처리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결혼 준비는 저비용 고효율로 콘셉트를 잡았다 

해서 예물이며 기타 등등에 큰 돈을 들이지 않았다. 살림살이도 이미 

딸이 분양 받아 살고 있던 송파의 오피스텔에 다 마련되어 있어 그저 소소한

TV 등 가전 물품 한 두 개를 구입했을 뿐이다. 그것도 소형으로! 

 

우리가 한 것이라곤 분당의 성당 자매님으로부터 한복을 맞춘 게 전부라 할

만큼 쉬웠다. 엄청 뭐가 복잡하고 힘이 들 걸로 예상을 했는데, 진행과정을

보면 너무 쉽고 일사천리였다.

 

원래 되는 일은 그렇지 않던가? 

 

그 한복이라는것도 지금까지 입어왔던 한복 하고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청담

동에서 한복집을 운영하고 있는 바울라 자매님은 성당에서 봉사자로 지낸 경력이

없는 분은 예식에 쓸 한복을 만들어 주지 않는 분이다. 우리는 양가 모두 한복을

맞췄는데 거의 재료값에 불과한 저렴한 비용만 치렀다. 

 

조금 신경이 쓰인건 청첩을 알리고 초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였는데, 코로나

로 인해 양가 합 49명만 예식에 입장이 되고 식사도 그 숫자만 가능하다 보니

이걸 어떻게 선정하느냐가 사실 매우 예민한 문제가 되었다. 내가 아무리 친척

이 적다해도 24명 이내에 신부 아버지, 엄마, 신부 친구까지 합쳐 그 숫자를 맞

추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 넣었다 또 저렇게 넣기도 하고 식장 참여가 안 되면 안 가겠다, 가겠다

이리저리 번복이 심하고 그 숫자에 포함이 안 되면 대접을 못 받는 기분이 들고~ 

등등 보통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일들이 생긴것이다. 거기다 식사도 못하는데

그냥 참석만 하고 인사만 하러 오시라고 알려드리는 것도 참 어색하고 힘이 드

는 문제였다. 어차피 나는 인사만 하고 얼굴만 보러 갈 것이요!라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오겠다는 분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식사도 못할걸 그 먼데까지 뭐 할라

가냐?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는 문제다. 

 

코로나 상황을 끝까지 예의 주시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1일 최대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가자 이미 분위기는 끝난 셈이었다. 

 

예식 당일 앞 뒤 팀을 봐도 정말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우리 혼례식은 좀

하객이 많은 편이었다. 거의 대부분 약 2/3는 미리 계좌로 축하금을 보내왔다. 

 

이날은 정말 9월중 가장 좋은 날이었다~ 

하늘엔 실 구름~ 파란 색감~  

한국의 집은 혼례를 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다 

 

나는 그날 참석해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 일반 예식장,호텔이 아파트 같다면 이곳 한국의 집은 전원주택 같지 않냐고~ " 

예식 전 신부 친구들! 

 

 

동생 결혼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서 귀국하여

14일간 자가격리를 마친 아들과 함께~ 

 

전통 혼례는 이렇게 진행되었다!  아주 옛날 시골서 

큰 누님도 이렇게 비슷하게 혼례를 올린 적이 있었다. 7단계의

예를 거치면서 진행되는데 각 단계마다 상당한 의미가 있고

사실 호텔이나 예식장과는 상당히 다른 나름의 의미를 잘 살린

예식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부 아버지가 신부 손을 잡고 들어가는 것도 없고, 사실 나는 이것이

좋았다.  우리는 그저 혼례가 진행되는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기만

하면 된다 

 

조촐하지만 몇개의 축하 화환을 받았다. 일부 모임에서는 화환 대신

축하금을 주기도 했다. 어느 결혼식에서는 쌀로 대신 받는다, 그 값으로

불우 이웃 돕기를 한다등 여러 경우가 있긴 하지만 나는 이 정도의 비용은

써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호텔 등에서 꽃 값으로만 1-2천만 원을 들이는 것에

나름 합당한 이유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그것은

명백한 허례요 낭비라 생각을 한다.  어차피 어떤 생각을 갖느냐는 각자 자신의

인생관에 따른 것이니까~ 

이날은 일생에서 가장 즐거운 날!

 

나는 딸이 이날 이토록 환하고 밝은 미소와 표정을 보인 걸 어쩌면 평생

처음 보았다. 아니 가장 밝게 웃는 걸 이날 본 셈이다. 덩달아 나도

무척 즐거운 날이었다. 가끔 예식날 무거운 표정에 더러 울기까지 하는 

신부를 보기도 하는데 도무지 그래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이날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다. 서울 약대

친구들로 30년 넘게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aroma 친구들이다~ 

 

 

연로하신 90을 훨 넘기신 장모님은 휠체어를 타고 예식에

참여하셨다. 외손녀의 혼례를 기어이 보시고야 말겠다고! 

 

혼례식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두 달 후에나 나온다고 했다. 해서

그날 핸폰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보니 화질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라고 하듯 역시나 힘과 정열이 많이 드는 모양

이다.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고 후기를 적어 본다. 사진은 

많지만 일단 이 정도로 정리하기로 한다 

 

 정작 내 자신의 결혼식 당시의 사진은 이렇게 정리해볼 엄두도 안 난다

물론 기억해서 올릴 수도 있겠지만 많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딸의 혼사에 직접 참여해 주시고 또 후원을 아끼지 않으신 친척,

친구, 동문,선후배 등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바이다! 

 

나는 이번 딸의 혼례식을 매우 만족하는 편이다. 모름지기 혼례식은

조촐하게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 되게 치러야 마땅하지 않을까?

 

[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 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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