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hdi - Instrumental Paradise - Sacred Gathering
단풍~ 하면 일단 휘황찬란한 그런 풍광을 먼저 떠 올리게 되고 실제 일생에 몇 번은
그런 단풍을 다들 보신 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 단풍이라는 칼라는 아주 다양한거 같지만, 따져 보면 빨강,노랑, 주황,갈색
등 몇 가지로 구분된다. 즉 빛의 7가지 가시광선 중 빨, 주, 노 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등은 거의 단풍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통상 단풍 하면 마치 수많은 칼라가 혼합된 것으로 착각을 하게되어
더 많은 색상이 보여진다고 느끼기 쉽다.
사람들은 대체로 빨강 색상에 환호하는 경향이 많다. 주로 단풍나무에서 볼 수있는
빨강은 너무도 선명하고 매력적인 게 사실이다. 빨강은 단독으로도 멋지고 무리를
지어 있어도 멋지다. 울긋불긋이라고 보통 표현하는데 통상 불그스럼 하다는 얘기일
듯하다
노랑은 은은하면서도 포근함을 선사한다. 노란 단풍이 주는 매력은 어쩌면 가을의
진수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개 낀 늦가을 아침에 노랗게 빛나는 은행잎을 다들
보신 적이 있을것이다. 그때의 그 고즈넉함! 평화로움~ 그리고 가을 아침이 주는 그
넉넉함 여유로움도 또한 기억하실 것이다.
분당
초등학교 시절 학교 입구로 들어가면 둥근 정원 같은 게 있었고 거기엔 오래된 은행
나무가 두어 그루 자라고 있었다. 가을이면 노란 은행잎이 지천으로 떨어졌다. 은행
잎을 주어서 책갈피에 몇 개 넣었음은 물론이고 신비한 그 색감에 매료되었던것도 사
실이다. 당시엔 가을 단풍이 총체적으로 어떤 건지, 단풍엔 무슨 무슨 색깔이 있는지
등을 잘 몰랐고 굳이 알 필요도 없었다.
요즘 흔히 보이는 빨간 단풍 나무의 기억은 없었고 뒷산에 가을 영 나무를 할 때 보던
누렇고 다소 갈색이 돌던 참나무 단풍과 갈색으로 말라버린 오리 나무의 잎이 기억될
뿐이다. 또 가을에 숙제로 훑어와야 했던 싸리 나무의 노란 잎이 생각난다. 학교를 오
가는 신작로에 미루 나무의 잎이 누렇게 물들어 떨어지던 것도 기억난다.
말하자면 나의 첫 단풍의 기억은 교정의 은행 나무에서 출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은행이 노란 단풍의 진수를 보여주지만 그 풍미가 정말 멋진 건 만나기 힘들다. 그저
잎만 풍성하게 노랗게 물든다고 다 멋진 건 아니니 말이다. 내가 본 정말 좋았던 은행 잎은
오래 전(30년) 남이섬에서 봤던 은행잎이다. 살짝 아침 안개가 낀 그날 빛나던 은행잎은 너무도
깨끗했다. 그리고 그 느낌이 도타울 뿐 아니라 매우 신선한 기운을 전해주고 있었다. 마치
세속을 초월한 그런 느낌을 선사해 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공해의 흔적이 없이 깨끗하게 물들어 가던 깔끔한 노란색~
그런 은행잎은 고귀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저 윤기 없이 말라가며 물들어 가는 은행잎에선 그런 기운을 느낄 수가 없다.
갈색에서 빨강에 거의 가깝게 물드는 것 중 하나가 떡갈나무 잎이다. 이 색상은 생각보다
아주 멋지다. 대개의 참나무가 노란색에서 갈색 정도인데 반해 이 나무는 독특한 칼라를
선 보인다. 내가 떡갈나무의 색상에 매료된 것은 불과 5년 전이다. 거주하는 동네의 입구에
매년 가을 곱게 물드는 그 단풍을 보았기 때문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기억에서도 멀어지는 건 당연지사~ 그저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단풍은 그렇다.
요즘은 쉽게 예쁜 단풍이 눈에 띄지 않지만 벚나무 잎도 매우 아름다운 칼라를 보여주는
녀석이다. 짙은 고동색에서 거의 자줏빛에 가까운 칼라를 보여준다.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은 듯 빛나는 벚나무 잎을 보는 것은 그래서 매우 행복했다.
노란색에서 약간 갈색을 띠는 잎 중 느티나무가 있다. 지역에 따라 또 어디에 위치하느냐
에 다라 다르지만 예쁘게 물든 느티나무는 매우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비교적 일찍 물드는
이 나무는 그래서 그해의 단풍의 바로미터라 할 수도 있다. 꼭 오래된 몇백 년 된 나무가
아름다운 단풍을 선사하는 건 아니다. 내소사 경내에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의 단풍이 궁금
하다.
메타 세퀘어나 낙엽송의 노란 색상 또한 아름답다. 이것은 무리로 줄줄이 있어야 그 아름다움이
빛난다. 그저 어쩌다 한 그루 있다 해서 안 될 건 없지만 역시 무리로 많이 있어야 빛이 난다. 포천
을 가다 보면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동네에 줄지어 있는 메타세퀘어에서는 그다지 멋진 풍광
을 본 적이 별로 없다. 메타 세퀘어는 마치 불에 구워진듯한 너무 짙은 갈색을 띄기 때문이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단풍의 최종 단계는 단풍나무다. 모든 나무의 단풍이 그렇지만 이 역시
나이 어린 단풍나무는 꼿꼿하게 가지를 하늘로 뻗는다. 그보다는 30년 50년 100년이 지난
나무일수록 단풍이 장엄하고 가지의 휨과 더불어 더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정말 오래된
단풍나무의 장엄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장성 문수사의 단풍을 보면 좋을 것이다. 300년 이상
되었다는 그곳 단풍을 전성기에 찾는다면 보통의 단풍 나무와는 많이 색 다른 면모를 보여줄게
틀림없다.
선운사의 단풍도 멋이 있었고 마곡사 백양사 내장산의 단풍도 그런 면에선 매우 좋은 풍광을 보여
주었다. 일본 교토의 단풍도 전성기에 가서 봤으나 그다지 특별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와
거의 흡사한 단풍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가을! 단풍만 아름다운것은 아니다~
도처에 단풍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것들이 넘쳐나는 계절이다
단풍과 다른 이 감 나무도 이제껏 내가 보아 온 가을 풍광 중 단연 으뜸이었다
그러니 빨간 단풍나무만 찾는 것은 이 가을 단풍을 감상하는 전부는 아닌 셈이다. 오직 빨간 단풍
만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노랑, 갈색, 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고 좋기로는 이 모든 색상이 함께
어우러진 단풍을 천천히 감상하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르겠다.
아! 그런데 단풍이 점차 그 고운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해가 갈수록 우리 곁에서 점차 단풍이
예전의 그 맛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간이 자초한 일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언제쯤 단풍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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