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나 개인적으로는 나름 의미가 좀 있는 해이다.

뭔가 기념 여행도 조금 생각해 보기도 했고 등등인데 하나 이 모든 게 잠정

스톱 상태이지않나?

 

그래서 손쉽게 택한 제주 여행이다.

 

대체로 4월 초 즈음이면 결혼 기념이기도 해서 제주를 찾았었다. 물론

올해도 그렇다! 얼핏 보면 제주는 며칠이면 다 둘러볼 것 같지만 가면

갈수록 볼 곳이 많아지고 미처 손도 안 간 곳이 수두룩하니 참 미스터리 한

섬이랄 수 있다

 

아무 사전 계획 없이 렌터카와 숙소만 예약하고 떠났다!

 

 

일단은 애월 항으로 달렸다. 거기서 뭔가 괜찮은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거 같았다. 항구는 조용했고 횟집을 겸한 식당 역시 한적했다

 

가벼운 점심 후 중문 5일장으로 달린다. 가서 뭔가를 산다고 했는데

기억나는 건 할머니에게서 천혜향 2만 원 묶음을 반만 해서 1만 원에 구입

한 기억밖엔 없다.

 

E.S 리조트에 짐을 풀고 좀 쉬어 본다! 한적하고도 조용하다. 카메라를

챙겨 숙소 뒤 유채밭으로 향한다. 오후 햇살에 노오랗게 빛나는 유채는 앙증

맞기 그지없다. 아내와 사진 몇 장을 찍어 본다.

 

아직 남아있는 동백 몇 송이며 노랗고 큼직한 하귤도 언제나처럼 반겨

준다. 여러 번 와 봐서 그런가? 이젠 제법 이곳이 익숙해졌다.

 

 

어린 새싹은 신비롭고 경외감이 든다.

 

 

 

 

 

 

이 봄철은 어디나 다 멋지다^ 이곳 리조트  에서만 놀아도 충분할

그런 곳이다

 

저녁을 먹으러 위미항으로 간다^ 위미는 동백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위미에 항구가 있다는 걸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가는 길에 중 산간 도로에

차를 세워 놓고 고사리를 뜯으러 들어갔다. 아직 이른 봄철이라 고사리는 가느

다랗게 목이 올라오고 있었다. 30여 분 고사리 채취를 했다.

 

허나 코로나의 영향으로 위미 항구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뿌연 황사에 항구는 어슴프레 빛나고 있었다

오히려 풍광이 먼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이날 자연산 참돔 한 마리! 와 뿔소라~

맥주 한 병에 매운탕까지 하니 양이 차고도 넘쳤다. 남은 뿔소라는

포장해서 가지고 갔다. 담날 아침 라면에 넣으니 금상첨화!

 

 

다음날 해가 밝았지만,

유사 이래 최악의 황사가 제주에~~

그러나  햇볕이 찬란히 빛난다

 

여행 시 가지고 있는 카메라 렌즈를 모두 가지고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단 100mm로 유채를 찍어 보기로 한다. 그동안 이걸로 꽃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으니 함 써 먹어 보자!

 

 

제주 하면 봄철 노란 유채다. 그 누군들 이 유채를 반기지 않을 사람

있을까?

 

1975년 봄 제주 수학여행을 가면서 목포 앞바다에서 난생 처음 유채꽃을

봤다. 삼학도 앞에 핀 유채를! 그땐 제주를 배를 타고 가야 했다

 

 

이제 그 유채를 원도 없이 실컷 볼 수 있다.

이른 봄 이 노오란 유채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보고 돌아서면

금세 다시 보고 싶다! 여기서 보고 다른 데로 이동해도 눈에 보이면 역시

자세히 쳐다보고야 만다.

 

이것이 유채의 매력인가?

 

자! 이제 오늘 하루가 온전히 우리 손 안에 있다.

 

어디를 갈 것인가?

 

특별히 갈 곳을 정하고 온 여행이 아니다 보니 일단 중문 주상절리를

찾아간다

 

 

중문 쪽에 이리도 넓은 땅이 남아 있었던가?

주상절리로 내려가는 바닷길엔 미처 짓다 만 숙소 등이 공사를

마치지 못하고 녹슨 철근을 드리우고 있었다

 

 

 

 

해변 도로는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유채와 무 꽃이 뒤 엉겨

고즈넉함을 더해주고!

 

도대체 여기는 어디이고 무엇인가? 제주에 어찌하여 이런 곳이

있단 말인가?

 

서귀포 5일 재래시장으로 달린다! 시장 입구는 도무지 차를 세울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아무리 대형 마트 백화점이 대세지만 역시 시장

은 재래시장이 사람 맛이 난다.

 

수년 전부터 알고 지내온 과일상을 하는 아주머니를 만나 천혜향을

구입하고 생선 가계에서는 옥돔과 아지를 염장해서 냉동 포장했다.

 

늦은 점심이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다시 위미항으로 가기로 한다

 

가는 길에 가로수가 예쁜 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단 것이 있어 차를

세웠다

 

대체 이게 무슨 나무일까?

 

어제 저녁에 봐 둔 고등어 회를 먹기로 해서인데, 막상 가 보니 고등어

가 오늘은 입하가 없단다. 도다리 회를 먹기로 한다.

 

봄 도다리! 그래 함 먹어 보자!

 

 

도다리에 전복죽 한 그릇에 도다리 지리까지 더하니

차고 넘쳐 배가 터질 지경이 되었다. 아! 참 제주에 와서

포식을 하는구나!

 

허긴 이때 아니면 언제 이처럼 먹어 보나?

 

역시 맥주 한잔에 거나하게? 늦은 점심을 먹고 숙소로 이동을 한다

 

지금처럼 이곳 항구가 한산하고 조용하면 여행객들은 좋겠지만 이곳

상인들은 힘들게 분명하다

 

 

돌아가는 위미 근처 길엔 가로수로 하귤이 이토록 장엄? 하게

자라고 있었다. 유채와 더불어 가장 제주를 제주답게 보여주는 건

역시 이 귤이다^

 

 

이날 극심한 황사가 있었지만 오히려 덕분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풍광이 연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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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로 시작되는 봄의 꽃 중 가장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은 무엇일까?

 

사람의 취향은 모두 다르니 딱 잡아 뭐라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핑크 혹은 붉은색으로 피어나는 꽃과, 노랑으로 피어나는 꽃 그리고

흰색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있다. 그런데, 이 봄 가장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칼라는 핑크색이다. 그중의 으뜸이자 최초의 꽃은 바로

진달래인 것이다

 

사실은 나의 일생 거의 대부분은 진달래의 꽃 모양새에 주목하지

는 않았다. 그냥 이른 봄 멀리 산천을 물들이는 연분홍색을 무작정

좋아했을 뿐이다.

 

 

진달래가 피면 봄이 온다!

아니 봄이 오면 진달래가 핀다!

우중충한 갈색 산속에 발그레한 분홍색이

감돈다

 

봄은 희망이다. 따스함도 곧 희망이다.

 

 

산에 산에 피어있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

 

그러나 진달래 먹을 즈음엔 물장구를 칠 수가 없다. 산과 들의 물은

아직 너무도 차기 때문이다. 허나 다람쥐는 쫓을 수 있겠지~~ ㅎㅎ

 

내 나이 열살도 되기 전 당시 봄이면 아버지가 멀리 마곡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가 오실때 늘상 지게 머리에 진달래를 한묶음 꼿고 오셨다

마당에서 놀다 보면 저 멀리서도 붉은 진달래 송이가 보였다.

 

마치 마중하듯 달려가 지게에 꼿혀있는 진달래를 쑥 뽑아 우리들은

열심히 진달래 꽃잎을 먹었다. 그것이 내가 진달래를 접한 최초의

일이었다

 

진달래의 모양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다.

그때부터 자꾸 꽃의 예쁨 평범함을 구별하기 시작했다. 더 예쁜 꽃

더 아름다운 꽃, 뭔가 더 평범치 않은 꽃! 등등

 

그저 꽃이면 됐지 자꾸 뭘 구분하려는 마음이 과연 좋은 걸까?

 

 

 

해마다 봄이 오면 진달래가 혹시 미처 내가 보지 못한 사이 다 피고 지나

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것이 보통 3월 28일 전후였다. 여기 서울

남부 경기도 지역에선 그랬다. 그런데 올해는 1주일 이상 빨랐다.

 

봄꽃이 일찍 핀다는 건 일찍 진다는 걸 의미한다. 아무래도 올봄은

빨리 지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저만치 혼자 피어있는 진달래!

 

연한 분홍빛과 그리고 꽃잎이 얇아 바람에 쉽게 떠는 진달래는

그 가냘픔이 매력이 아닐까?

 

이른 봄 피어나는 꽃 치고 씩씩한 느낌의 꽃이 있을까 마는 어둑한

산속에서 발그레하게 피어오르는 진달래의 수줍음은 그래서 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지난 10여 년간 봄이면 진달래를 기다리고 사진으로 남겨 보았다

초창기의 둔탁한 진달래 사진부터 점차 조금씩 예리한 모습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화려한 군락의 진달래가 없는 건 아니다

 

진달래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 것도 아니다. 그저 사는 동네

주변을 쫓아다니고 어쩌다 고향 동네 근처를 지나다 들여다본 게

전부다. 나에게는 소위 '출사'란 남의 동네 얘기나 마찬가지다

 

수십 년 만에 고향 뒷동네 산을 가서 예쁜 진달래를 만난 적도 있다

그때 감격은 몇 배 이상이었다. 왜? 내 고향의 진달래는 그 느낌이

더할까?

 

 

고향의 물레방아~

오늘도 돌아 가는데!!

 

이번 봄은 출퇴근길에서 봄을 만났다. 노란 생강나무 꽃도

거기서 만났고 그토록 고대하던 진달래도 거기서 매일 들여다

보며 길을 걸었다.

 

 

진달래꽃 한 잎을 따서 입에 넣어본다. 한 잎에서는 새큼한

진달래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툭툭 잎을 훑어서 입에 넣을 수는 없다.

여러 잎을 입에 넣으면 혀가 새파랗게 변한다. 새파란 혀를

날름 대며 하루 종일 뛰놀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가슴이

저며 오기도 한다

 

 

오래 묵은 아카시아 나무 뒤에서 살짝 웃는 진달래다.

 

수년간 항상 그 자리에서 그렇게 봄이면 인사를 했다.

혹시 언젠가 이곳 진달래가 꺾여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그렇다!

 

진달래가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고 내 희망도 핀다

비록 더 이상 찍을 새로운 진달래가 없다 해도 나는 봄이 되면

카메라를 들고 인근 산을 여전히 헤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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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도 어느덧 중반에 이르렀다.

옛날 노래 중

 

 

정 이월 다 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

이 땅에도 또다시 봄이 온 다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강남을 넘어 가세~

 

 

 

사실 정 이월은 춥다고 웅크리다 보면 어느새 훌쩍 다 지나간다

사람들의 마음엔 어서 추운 겨울 지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그러다 보니 1년의 1/6 이 그냥저냥 뭐 한 것도 없이 그야말로 속

절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3월도 그리 만만한 시기는 아니다. 바람은 차고 꽃샘추위라는

게 있어 간간이 불어 닥치는 찬 바람이 쉽게 가슴을 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자, 그런데 3월의 중순, 아니 하순에 접어들었다!

 

 

요즘 그 누가 쑥 뜯으러, 아니면 냉이를 캐러 밭으로 나가는가?

 

봄의 흥취를 가슴에 느껴 보고 더하여 봄바람을 흠뻑 대지로부터

쐬어 보고자 인근 밭으로 나갔다. 지난가을 그 밭에서 자란 배추로

김장을 담갔던 곳이다. 준비물은 작은 칼과 검은 비닐봉지, 그리고

1회용 비닐장갑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밭에 냉이가 잘 보이지 않았다. 쑥은 저만치

밭과 경계를 이루는 끄트머리 산비탈에 조금 있을 뿐이었다. 아니

벌써 누가 냉이를 다 캐갔단 말인가? 그러나 자세히 보니 냉이가

없는 게 아니었다. 땅에 납작 엎드려 흙에 붙어 있는 것이 냉이였고

고개를 쳐들고 있는 건 황 냉이란 놈이었다. 어릴 적엔 황 냉이를 먹은

것 같기도 하고 버렸던 거 같기도 해서, 일단은 채취에서 제외시키다

보니 냉이만 캐기엔 좀 힘들었다.

 

거기다 밭고랑에 좀 앉아있다 옆으로 이동할라치면 허벅지와 종아리

가 끊어질 듯 아팠다. 도무지 이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봄철

밭에 앉아 냉이 캐는걸 예사로 보았는데, 막상 해보니 이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 냉이 캐는 게 이리 힘든 일이란 말인가? '

 

아니면 쪼그려 앉아 냉이를 캐기엔 이제 체력이 달리는 걸까?

마땅히 냉이를 캘 밭도 없지만 이게 힘들어서 아무나 달려드는 게

아닌 것도 같았다

 

거기다 냉이를 가져간 칼로 싹둑 뿌리를 잘라 잎만 거둬들이고 말았

는데 냉이는 절대 뿌리 맛으로 먹는 거라고 나중에 집에 가져가서

정리를 하다 집사람으로부터 된통 핀잔을 들어야 했다. 밭에 냉이가

지천으로 깔려 있고 슬렁슬렁 그걸 캐는 걸 봄철 낭만쯤으로 생각

했던 것이 얼마나 현실감이 없는 것인지를 실감해야 했다.

 

거의 2시간 반 정도 냉이를 캤고 쑥은 밭고랑 끝 언저리에서 캐는 둥

마는 둥 조금 뜯었다

 

 

집에 돌아와 수도 없이 여러 번 냉이를 물에 헹구고 씻고 해서 된장국과

냉이 나물이 만들어졌다. 사실 입버릇처럼 냉이 캐기, 쑥 뜯기를 늘 봄철

이면 생각해 왔지만 아주 오래전에 용문산 입구에서 한번 뜯어본

기억이 있고 3-4년 전 봄에도 골드 cc 입구 마을에서도 쑥을 뜯은

적은 있었다

 

이른 봄 쑥만 뜯어먹어도 웬만한 질병은 다 낫는다고 옛 선인들이

말했는데, 그 좋은 보약 같은 쑥을 제대로 뜯어먹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암튼 일요일은 점심을 늦은 시간에 냉이 비빔밥으로 해결했다.

저녁 또한 냉이 비빔밥을 먹었다. 내 평생에 냉이로 연거푸 두

번 식사를 한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트나 농협에 가면 손쉽게 냉이나 쑥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맛은 직접 밭에서 캔 것을 따라올 수가 없다. 그렇다고 힘든 냉이

쑥을 직접 캐기도 만만치 않다. 차선책은 마트에서 구입해서라도

이 봄에 여러 번 먹을 수 있으면 좋을듯하다

 

 

봄을 가장 봄답게 온몸에 받아들이는 건 밭에서 흙의 냄새를

맡는 것이 첫째요~

 

또 그 밭에서 나온 쑥과 냉이를 먹는 것이

두 번째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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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즉 춘분을 전후하여 현충사를 갔었다. 목련은 1/3 쯤

피어 푸른 하늘에 드리워져 있었고 이순신 생가 앞의 홍매화가 아주

곱게 피어 있었다.

 

올해 또 현충사를 갈 찬스는 왔지만 이번엔 선배님 부부와 만나는 날

이었다. 장소는 이천 임금님 쌀밥 집! 어차피 이리된 거 일찍 가서 백사

면 산수유나 함 둘러보자^

 

 

하늘은 흐리고 기온은 쌀쌀하고 비가 간간이 뿌린다. 봄철 산수유는

몇 년 전 구례 산수유 마을에서 이미 충분히 보고 체험을 한 바라

특별 기대는 없었다. 이천 산수유 축제는 취소뿐 아니라 주차장에

접근 자체를 막고 있었다. 처음 온 방문객들은 인근 농로나 갓길에

어떡허든 차를 세우고 산수유 마을로 꾸역꾸역 들어가고 있었다

 

참, 세상에 꽃 보러 온 방문객들을 돌려보내다 못해 접근을 저지하

느라 인력까지 동원을 하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임금님 이천쌀밥 점심까지 잠깐 둘러본 백사면의 산수유는 예상대로

사진을 남길게 거의 없었다.

 

아! 산수유가 이 정도였나? 가을의 예쁜 산수유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정말 허접하기 그지없는 봄철 산수유였다

 

 

 

 

 

 

 

 

 

그나마 위안은 아직 가지에 달려있는 빨간 열매에 노란 꽃이 대비를

이뤄 조금은 봐줄만 하다는 것^

 

아! 이것이 산수유의 실체란 말인가!!

 

원래 산수유는 꽃 자체가 그리 임팩트가 있는 게 아니다. 봄철 빨리

핀다는 것 외엔 그다지 특별함이 없다고나 할까? 그건 매화도 마찬

가지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약 3-4년간 매화에

집중해 본 결론은 매화 역시 명성에 걸맞는 꽃은 아니라는 거였다

 

'임금님 이천 쌀밥'은 특히 돌솥에 나오는 쌀밥이 백미였다. 분명 쌀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듯했다. 수년 전부터 일본 여행 시 느끼던 바와 같다.

대체로 우리 음식점들은 여전히 정부미로 밥을 해 주는 곳이 많다고

생각한다

 

최상품의 쌀로 밥을 해 주지 않고 식당이 번성하기를 바랄 수도 있을까?

 

 

자고로 이천은 쌀과 도자기의 고장이다. 인근 도자기 공방이 밀집된 마을

을 찾았다.

 

 

꽃과 도자기 구경이라면 2박 3일을 돌아봐도 전혀 실증을

내지 않을 옆지기 이시다! ㅎㅎ

 

 

 

 

예쁜 도기에 야생화인지? 꽤나 예쁘게 심어져 있는 꽃들^

 

 

 

도자기!!

 

우리의 이천 도자기들은 약간 도톰하고 칼라가 진중한 느낌이다

당연 무게가 나간다^

 

반면 우레시노의 히젠요시다 도자 전시관에서 본 그릇들은 아기자기한

문양은 예쁘지만 매우 가벼워 보인다. 실제로 가볍다

 

히젠요시다 도자 전시관

 

도예공방 곳곳에 키워지고 있는 꽃들은 매우 운치가 있었다

화원도 아닌데, 꽃 키우는 실력과 전시 능력이 놀라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이천 도자기는 은은한 칼라에 매우 격조 높은 품질을 자랑하고

있는듯했다. 위의 문양과 비슷한 잔 2개를 구입했다. 그 외에도

자잘한것들과 툭배기 2개, 화분용 몇개 등등을 포장지에 담았다

 

진달래도 이렇게 실내에 피니 나름 운치를 더한듯하다

 

 

구입해 보고 싶은 자기들은 많았다^ 그러나 집에 가져가면

일단 공간을 차지한다. 그잖아도 많은 짐에 참기로 했다. 비용도

만만찮고!

 

 

도자기에 그린 그림이다. 마치 옛날 크리스마스 때 그리던 카드가

생각났다

 

 

이천의 사기막골! 옛날 임진왜란 당시 왜구의 도공 납치를 피해 산골로

피신해 온 곳이 이곳이라는데, 같은 지명이 성남에도 있다.

우리는 이날 공방 15군데 정도를 쭈욱 둘러보았다. 각 공방마다 특색을

지닌 매우 인상적인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군데 더 이왕 이천에 왔으니 들러볼 곳이 있다 해서 찾은 곳은 바로 여기

였다

 

 

이진상회!

 

 

최근 이런 베이커리 겸 카페가 대세이긴 하나 정말 이곳도

방문객이 엄청 많았다. 수도권 여부를 떠나 번성을 누리는 곳은

바로 이와 유사한 곳 들이 아닐까?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귀로에 백암이

있고 거기엔 지난겨울에 봐 뒀던 거대한 왕버들 나무가 있다

나는 잎이 돋는 버드나무가 궁금했다. 지금쯤 어떨까?

 

허나 백암에 도착해서 왕버들 나무를 보니 아직 아무 잎도 나오지

않았다. 왕은 다른가? 천천히 느즈막하게 잎이 나오는가? 적어도

10일 이내엔 변화가 없을 것 같았다.

 

백암- 고초골-문수터널을 거치는 나의 애용 드라이브 길을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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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님바람 / 조미미 (황정자 원곡)

 

꽃바구니 데굴데굴 금잔디에 굴려 놓고
풀피리를 불어봐도 시원치를 않더라
나는 몰라 웬일인지 정녕코 나는 몰라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삼단같이 치렁치렁 동백기름 검은 머리
천지 정색 봄바람에 속 타는 줄 모르리
꿈도 많고 한도 많은 열여덟 봄 아가씨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아지랑이 가물가물 낮잠꾸는 한나절에
칠보단장 꾸민 얼굴 어느 뉘게 보이리
안절부절 못하고서 뒷문만 들락날락
봄바람 님의 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1958년 고명기 작사, 한복남 작곡

 

 

 

 

 

봄바람은 님의 바람인가?

 

여기서 꽃 바구니는 무슨 바구니일까?

냉이꽃, 민들레꽃, 산수유 매화꽃, 그도 아니면 진달래꽃을

따서 바구니에 담았던 걸까?

 

 

그 바구니는 그저 저쪽 잔디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데굴데굴

굴러가고~ 이 봄 따스한 바람에 풀피리 하나를 뽑아 불어 본다

 

 

각설하고 봄의 아른한 정경, 따스한 바람에 살 것 같은 생각이 들며

어딘가 멀리 떠나 보고도 싶고 저 언덕 너머에 멋진 총각이 있을 것도

같고 마음은 살랑살랑 들뜨는데, 아하! 이걸 어쩐다 말이냐!!

 

 

동 서양의 수많은 봄을 노래한 것들 중에 단연 최고의 감성, 마치 손에

잡힐 듯 또렷이 연상이 되는 그 열여덟 처녀의 풋가슴을 이토록 잘 보여

주는 노래는 없을듯하다.

 

왜냐~

나는 여기 한국사람이기 때문이다!

 

 

뭐 봄의 풍광이 어떻고 사진이 어떻고 다 해도 이 노래 한 곡을

끝까지 듣는 만 못하다.

 

시인 백석을 끝내 사랑했던 전 길상사 주인 김영한이

 

"1000억 땅이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 " 했을 때 과연 그럴까?

했다. 허나 세상엔 이런 일이 가끔 있는 게 사실이다

 

 

 

 

1958년~ 아 어째서 그 모든 노래들, 영화들은 1958년도에 유독 많이

등장했을까? 내 나이 미처 열 살이 안됐을 시절!

이 노래 가사를 쓴 고명기란 분도 대단하시다

 

동백기름 바른 삼단 머리를 치렁치렁 봄바람에 흩날리며 꿈도

많고 한도 많은 열여덟 봄처녀는 속 타는 가슴을 어쩔 줄 몰라하네~

 

왜냐? 그것 역시 봄 이기 때문이다.

 

 

아지랑이 가물가물 저 언덕 넘어에서 올라오면 오래된 나무판대기

대문을 빼꼼히 열고 들락거리는 봄 아가씨가 생각난다. 찬 바람이 선듯

선듯하던 이 봄은 어느새 더운 바람이 불어 온 몸을 나른하게 만든다.

 

진달래 개나리는 어느새 다 피어 온 동네를 환히 비추고 우물가의

앵두나무는 하얀 꽃이 푸른 달빛에 반짝인다 ~

 

눈을 감으면 더 또렷해지는 그 시절의 봄 풍광!

 

이 노래 하나에 모든 봄이 다 녹아 있다~

 

 

 

p.s ; 왜 하필 조미미의 노래냐?

원곡을 부른 황정자 노래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목소리 창법은 없을까? 해서 찾아 보니 많은 가수들이

불렀다.

 

허나 명불허전이랄까? 그 매끄러움! 어디 하나 막힘없이 잘 부른 이는

조미미였다. 이 노래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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