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사실 꽃무릇이라는 꽃 아닌 꽃이 있다는 걸 

처음 안 것도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그것은 따스한 남쪽 지방인 선운사, 불갑사 등의 꽃무릇이 

유명한 걸 봐도 이 꽃은 최하 충청 이남 지역에서 잘 자라는 

식물인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중부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이 꽃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살았다. 허니 어린 시절과 연관된 이 꽃의 추억은 전혀 없다. 

 

그래서 그럴까? 

 

나이를 한참 먹어 보게 된 이 꽃이 그리 애틋할 리가 없어 

그저 무슨 수염이 메기처럼 난듯한 꽃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 

 

해서 유명하다는 선운사니 불갑사를 찾아갈 생각도 애당초 없고 

생각나는 건 천리포 수목원에서 한 두 그루 핀 걸 본 것과 성북구 길상사

에서 법정 스님 유골이 묻힌 자리에 핀 꽃무릇 정도이다. 

 

최근 들어 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차 생육 최저선이 북상한 탓으로 보이는데,

그래서 중부지방에서도 이젠 꽃무릇을 맘껏 볼수가 있는것 같다. 

 

대체로 무슨꽃이건 사연이 있고 꽃말이 있는데, 꽃이란 게 그저 눈으로

보고 느끼면 되지 누군가가 가져다 붙인 꽃말이니 사연이 뭐 필요할까?

 

단지, 분당 중앙공원에 심긴 이 꽃을 보러 간 건 추석 연휴가 길어 심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꽃은 아직 10%도 채 피어나지 않았다. 

 

한 그루의 꽃을 봐도 전체를 본 듯 그럴 수가 있을까? 

 

사실은 수많은 꽃 무리를 봐도 결국은 어느 한 그루의 꽃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니 한 그루 잘 보면 충분하다 할 것이긴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

 

끝 간데없이 핀 꽃, 그것이 꽃무릇이든 코스모스든 해바라기든 그런 장관을

보길 원하고 또 실제 그런 장소에 인파가 몰리는 건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저 멀리 남도까지 갈 시간도 여력도 충분치 않으니 나는 그저 가까운

곳에 핀 몇 송이의 꽃무릇으로 위안을 삼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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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뭘 보러 간 건 아니다.

 

여름방학 겸 잠시 들어온 아들이 제주를 보고 싶다 했고, 해서 늦은 여름휴가를

떠났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짐을 챙겼다. 

3일을 풀로 쓰는 여행, 지난 5월만 해도 하늘 높던 렌터카 비용이 이젠

아주 조신해졌다. 거기다 4인 가족이 이용하니 가성비가 쏠쏠하다. 

 

거의 아무런 일정표를 미리 만들지 않았지만 나름 만족한 여행이 되었다. 

 

내가 사는 용인 주변은 요즘 정말 찍을 게 없다. 해서 제주 역시 기대를 하지 않았다.

제주 약사회 사진 담당 총무님한테 미리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지금은 사진은

영 아닌 계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주의 하늘이 기대 이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건 아니다.

또 여행 내내 하늘만 쳐다본 것도 아니다. 

 

육지의 그것과는 아주 조금 달랐을 뿐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사람을 두 분 만났고 덤으로 하늘을 만난 셈이다. 

 

 

그 한 분이 김만덕이라는 위대한 여인이었고~

또 한 분은 김영갑이라는 위대한 사진작가였다. 

 

아침 9시부터 영업을 하는 '자매국수' 집을 찾아 순번을 기다리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본다. 

 

제주 내려서 처음 올려다보는 하늘이다. 

 

 

 

 

 

  역시 서귀포 하늘~

 

 서귀포 ~

 

 

 

제주도의 하늘이 더 맑다거나 더 푸르다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아직 가을이 다 온 건 아니니까~ 

 

성산 일출봉 위의 하늘과 구름 역시 그랬다. 

바닷물 색은 그리 푸르지 않았고 광치기 해변의 이끼 낀 바위들은 

썰물 때가 되어야 나타난다는것도 처음 알았다. 

 

마치 기차가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듯한 이 풍광~ 

 

단 3일간 본 하늘 치고는 그럭저럭 만족스럽다고나 할까? 

 

땅이 半이면 하늘 역시 半을 차지한다. 

땅의 변화도 무쌍하지만 하늘의 변화는 더 무쌍하다. 

 

 

***

 

 

 봄, 초여름, 가을, 겨울의 제주는 분명 풍광이 아름답다.

뛰어난 볼거리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그러나 8월 말의 제주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것은 내가 사는 용인 주변을 봐도 그렇다. 

물론 매일의 하늘이 새롭고 들판이 새롭고 나무가 그렇고 그 모두가 다 

기적이요 신비임은 분명하지만, 눈에 띄게 새롭거나 아름다운 건 당분간 보기

힘들다. 

 

그러니 제주라 해서 별 다를게 없지 않을까? 

 

 

이시돌 목장 부근에는 우유등을 파는 곳이 있다. 

여기 우유는 진짜 우유라 할까? 

 

 

맛이 육지의 우유와는 완전 다르다. 우유가 이렇게 맛이 있는 것이었나?

생각하게 된다. 예전 비슷한 맛의 강성원 우유가 있었는데, 망했다. 

아쉽다.  북해도를 가면 이곳 우유와 비슷한 아주 맛 좋은 우유를 먹을 수 있다. 

 

제주에서는 흔히 볼수 있는 열매다. 무슨 열매일까? 

 

도대체 맛이 없어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하귤을 

토끼는 먹고있다. 

 

" 토끼야~ 그거 맛없다고~ "

" 아뉴~ 그럭저럭 먹을만해요!! "

 

뭔가 신비하지만, 실은 사진을 잘못 찍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시기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꽃이다.

 

흔히 수산물 시장에 가면 보이는 가격표다.

 

서귀포 재래시장은 완전 현대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돌 자가 들어가는 것은 무조건 맛있다. 

 

돌 광어, 돌문어, 돌 멍게, 돌돔, 

 

우리는 여기서 몇가지 구입했다. 

 

다들 이렇게 하시라는것은 아니다.

양이 작아 보이지만, 4인 가족이 먹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맛 또한 최고였다는 점~ 

 

숙소에서 가깝고 늘 지나다니던 중산간 도로에 있는 이곳~ 

 

그저 잠시 쉬기엔 아주 좋은 곳이다. 

 

많은 분들이 아주 죽치고 편백나무의 기를 흡입하고 있었다. 

 

조천은 이번에 다시 가보니 참 좋은 동네였다. 

성미가든의 닭백숙은 워낙 맛이 있어 갈 때마다 찾는데, 

 

이렇게 깔끔한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 훗날 행복하게

살게 되지 않을까?

뛰어난 인물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가 행복할 수 있어야 빛이 나기 때문이다. 

 

조천초등학교 교래분교 다

 

이런 길을 천천히 다니는 맛도 여행의 한 멋이다. 

 

서귀포의 여명이다

 

광치기 해변은 한여름이다

 

멀리 우도를 잡아본 사진, 과연 소의 어디를 닮았을까? 

 

폰으로 찍어 본 성산 일출봉~ 

 

제주의 북쪽 해안으로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나 해서 멀리 성산까지 와 봤으나 제주의 지형은 남서쪽으로 모든 게 이루어

졌음을 알게됬다. 

 

그런데 하나가 있었다. 

 

해녀 박물관~ 

 

뿐만 아니라 해녀 헌장이라는 것도 있었다. 

 

 

이들은 유독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고 있었다. 

공생, 공영, 그리고 후배 해녀의 양성을 외치며 해녀 문화의 세계화 까지를

내걸고 있었다^

 

비슷한 헌장에 '약사윤리강령'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해녀헌장에서 배워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크고 작은 해녀들의 무수한 항일 항쟁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제주의 해녀 문화는 유네스크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되었다. 

 

참고로 제주 바람의 종류와 물때의 종류이다. 

 

 

아마도 제주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서부두 항에 갈치를 사러 아침에 들렀다 건너편 건물의 간판을 보고

알았다. 어디선가 어렴풋 들었던 김만덕이라는 여인의 기념관! 

 

서부두의 안쪽까지 깊숙히 들어오는 바닷물은 예상을 깨고 무척이나 

맑고 깨끗했다. 비슷한 한림항이나 서귀포의 여느 항구와는 사뭇 달랐다. 

 

김만덕 行首 內醫女

 

김만덕의 호칭은 의인이라고도 하고 행수 내의녀라고도 한다. 

마땅한 벼슬을 한 적이 없으니 호칭 또한 그럴 수밖에 없는듯하다. 

 

허나 호칭이 王이었으면 뭐하나? 생전에 아무 업적도 없고 나라 망하게 한 게

전부인 몇몇 왕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 20대 초반까지 그녀의 삶은 매우 고단했다. 

 

제주의 어마한 거상이 된 그녀지만 일생 소원은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지금의 경복궁, 청와대를 한번 보는 것과 금강산을 유람해 보는 게 일생의

소원이었다. 

 

당시로서는 대단한 소원일지도 모르겠다. 

 

 

 

기념관 안에는 이렇듯 나눔을 실천한 여러분들(익히 잘 알고 있는) 중 몇 분을 선정하여

전시물로 남겨 놓았다. 

 

김만덕 할머니의 기념관이라서 그럴까? 사뭇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는

하루였다. 

 

 

그녀의 무덤이 모충사에 있다는 것~ 을 알고 사라오름에 있는 모충사를

찾았다. 

 

 

모충사 부근에는 이리 유도화가 멋지게 피어 있었다. 

 

 

김만덕의 조촐한 무덤 

 

 

 

 

 

* *

 

 

 

 

 

 

 

 

 

 

 

 

 

 

 

 

 

 

 

 

 

 책 한 권과

사진첩을 구입했다~

 

 

 

 

 

 

 

 

2005년에 문을 열었는데 어째서 나는 이제야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을까? 

 

허긴 이 동네는 제주의 시골 중의 시골이고 서귀포는 물론 위미 남원에서도

멀고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축에 속하는 나로서는 너무 늦게 찾은 셈이다. 

 

김영갑은 사진은 물론 글도 탁월하게 잘 쓴다고 생각한다. 

몇 권의 사진 관련 책을 읽어 봤지만 위의 책은 상당히 다르고 사진에 대한

전혀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 줄 듯하다~ 

 

그런데 천재들은 어찌 이리 단명하단 말인가?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 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도종환시)

 

 

 

 

 

 

지난주 그러니까 7.24 일까지만 해도 연꽃은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조금 지나면 더욱 아름다워지겠지~ 하며 한 주를 더 기다렸다.

작년에는 9월 초에도 연꽃을 볼 수 있었으니까.

 

태풍의 영향으로 일요일(7.31)은 종일 비가 온다 했으니 이번 토요일이

딱 마지노선인 셈이었다. 

 

아침 5시에 눈을 뜨고 잠시 망설였다. 조금 잠을 더 잘까?

박차고 일어나서 연꽃을 보러 갈까? 

 

결국 6시 10분경 나는 늘 가던 연밭에 도착해 있었다. 

 

일단의 주부님들이 연꽃을 찍으러 10여명 도착해 있었다. 

내가 연밭으로 걸어가자 간단히 눈 인사를 한다. 

이 이른 시간에 여러 분이 함께 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닐터인데~

결과론적이지만, 하필 연꽃의 전성기가 다 지난 지금 오셨을까? 

 

그런데 연꽃은 이미 끝나고 있었다. 거의 작년 9월 수준이라 할까? 

 

몇 장 찍는 둥 마는 둥 하고 인근 법륜사에 가서 물 한 통을 담고 집으로

곧바로 달렸다. 

 

이 정도의 질감은 전혀 연꽃의 그것이 아니다.

마치 두꺼운 종이를 접어 색을 칠해 놓은 거 같다. 

 

 

조금 낫긴 하지만,

이미 전성기를 넘긴 연꽃은 전혀 연꽃의 맛이 나지 않는다. 

 

 

 

하늘은 푸르고 얼핏 마리아 상을 닮은 연잎~

길상사의 마리아 상이 이와 조금은 비슷했던거 같은데~

 

 

집에 오니 7시 반이다. 

 

올여름 연꽃은 이렇게 마감이 되는구나. 

혹시 다른 동네는 어떨까? 

 

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일요일 폭우를 뚫고 아산으로 달렸다. 

 

" 미친 짓 아녀? 이 비에 무슨 연꽃을 본다고~ "

 

약 20% 정도의 꽃이 남아 있는 신정호를 우산을 쓰고 돌아본다. 

추석이 9월이라더니 올해는 절기가 역시 빠르군~

 

 

 

 

 

앗! 

그런데 여기 아직 연꽃이 살아있네 그랴~~ 

 

 

연꽃 밭이야 다 그렇지!  이런 풍경이지~

 

비록 단지가 크지는 않지만 여러 종류의 연꽃이 아기자기하게 

피는 곳이 이곳이다. 

 

이날도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꽤나 여러 사람이 연꽃을 관람하고

있었다. 

 

 

 

 

 

이만하면 연꽃 마지막 시즌 치고는 꽤나 멋진 거 아닐까? 

한 2주 전쯤에 왔다면 아주 좋은 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꽃만 그런가? 세상일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다. 

 

 

 

 

 

더러는 이렇게 서로 다른 곳을 바라 보기도 하고~

 

이렇게 일제히 한쪽만 보기를 강요하기도 한다!

 

이날 드디어 고추잠자리를 보았다. 

 

이건 무슨 잠자리인가?

 

 

이렇게 하여 2022년도 연꽃 순례는 마치게 되었다. 

절기가 예년보다 빨라 미처 대비를 못한 점은 있으나 이만하면

잘 마친 셈이다.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둘러본 연꽃!!

참으로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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