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현충일~

어찌 보면 반가운 주중 하루 더 쉬는 휴일이다.

 

지난 4월 큰 사건 이후 카메라는 가방 속에 잠잔지 오래고 도무지

그 아무것도 재미는 물론이고 의미조차 찾기 힘든 나날이 지속되다 보니

어디를 휴일에 가 본다는것도 다 부질없게 느껴지는 중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는 없지 않나? 

 

초목은 푸르고 계절은 마냥 우리에게 손짓을 하는데, 어찌 그냥 세월을 

보내기만 할수 있단 말인가? 

 

해서 미리내 성지를 첫 방문지로 삼아 출발을 했다. 칠장사는 두 번째 들를

예정지다. 시간이 되면 죽산 성지도 잠시 찾아볼 참이고 거기서 멀지않은 

내 고향 일죽 동물도 들렀다 올 예정이다. 

 

미리내 성지 입구 맞은편 깊은 산중에 감춰져 있듯 보이는 저 건물~

수도원일까?

 

 

미리내의 6월은 맑고 푸르고 나무잎새와 밤꽃의 향이 진하디 진하게

풍겨온다. 

 

성지 입구에 있는 어느집 담벼락에 이렇듯 예쁜 장미가 만발해 있다.

 

 

 

 

아! 계절은 이토록 아름답게 펼쳐지는데,

어찌하여 힘든 시절을 지내야만하나! 

내 가슴에 장미는 피지도 않고 이미 져 버리고 만 것은 아닐까? 

 

미리내 입구 동네에서 소머리국밥으로 간단 점심을 하고 차를 돌려 

죽산의 칠장사로 향한다. 

 

칠장사는 초등시절 소풍을 다니던 곳인데, 사찰 주변 소나무에 하얀 백로가

뒤덮여 있던 기억이 새롭다. 무려 60여 년 전의 일이다. 

 

 

시원한 바람이 툇마루에 불어 오고 몇 그루지만 가을에 오면 멋진 단풍이

반길 칠장사의 공덕주를 기리는 전각이 눈에 들어온다. 

 

 

어사 박문수의 일화가 있는 칠장사~

 

글쎄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셨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좋은 힌트를 얻어 

과거에 급제를 한건 사실일듯^  해서 이곳에 합격을 기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박문수 다리를 지나 조금 올라가 칠장사를 조망해 본다. 

 

 

조촐하고 아늑한 맛이 풍기는 사찰이다. 산으로 올라 가 본 적은 없지만

차령산맥의 한 지맥이 통과하는 이 지방에서는 그래도 깊은 산중에 속한다. 

 

절 입구 주차장 부근에 산나물을 뜯어다 파는 아주머니가 아까부터 눈에

들어왔다. 요즘 나오는 참나물과 3 잎 국화란 나물을 섞어서 5000원어치

구입했다. 

 

고향동네 가는 길에 용설저수지를 들렀다. 봄철에는 주변 벚꽃이 매우 아름다운

곳인데 지금은 별 볼만한게 없다. 한가롭게 낚시하는 사람만 몇몇 눈에 뜨일 뿐이다.

 

천주교 죽산성지를 잠시들렀지만 이미 장미는 계절을 넘기고 있었다. 

 

고향동네를 들어가니 여전히 아무도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다. 동네 중앙에도

몇 집이나 빈집이 있고 근처 뽕나무에는 시커멓게 오디가 익어 떨어지는 중이다.

요즘 시골 사람들은 뽕을 먹지 않는다. 

 

두세 개 오디를 따서 입에 넣어본다. 

 

동네를 차로 한 바퀴 삥 돌아서 집으로 향한다. 

 

고향은 또 뭘하러 이렇게 속절없이 둘러보고 가는지 자문자답을 해본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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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성 바이올린/봄날은 간다

 

 

해마다 봄이 오면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략 10여 년

전쯤부터 봄이 오면 무척 몸과 마음이 바빠졌었다. 

그 이전에도 해마다 봄이 오면 누구나 그렇듯 조금은 다른 일상을

보낸 건 사실이지만 딱히 애써 기록을 남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 약 10여년 전부터  진달래, 매화, 목련, 살구, 앵두, 산수유, 튤립등의 

꽃들을 나름 세세히 찍고 기록해 두었다. 뿐만 아니라 앞산에

파릇하게 돋아나는 어린 새싹들도 빠짐없이 기록에 기록을 더해 

두었다. 

 

그런데 올봄! 

 

올봄은 그게 아니었다.  예전처럼 출근시 걷거나 혹은 차를 타고

가다가 무작정 내려서 사진 한컷을 남길 수 있는 여유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럴까? 

 

진달래를 봐도 예전 같지 않고 일찍 피는 산수유는 물론 매화는 더더욱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었다.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비록 내 몸과 마음이 전과 같은 봄을 느낄 수 없다 해도 봄은 여전히 봄일

것이다. 전과 달리 1주일 단위로 봄맞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 된 

모양이다. 단 하루 아니 1시간 10분이 새로울 이 봄에 1주일 후의 봄을 

찾게 되는 게 조금은 미안할 뿐이다.

 

그렇다 해서 그것이 봄을 느끼기에 결정적 장애물이 된다고 하긴 좀 그렇고

느즈막이 본업에 조금 더 열중하다 보니 뭔가 감성에 변화가 온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이 그렇다해도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정상 봄을 거의 못 느끼고 사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테니까~ 

 

살구

 

 

 

역시 봄은 진달래로부터다.

 

아무리 매화나 산수유가

일찍 피어난다 해도 내 마음속의 봄에는 진달래가 피어야만

비로소 봄인 것이다. 

 

 

 

떡갈나무의 새순도 경이롭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예전처럼

감격스럽게 다가오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수선화는 아주 이른 봄부터 피어나지만~

용인 농촌테마파크에 들르니 언덕밑에 수줍은 듯 

다소곳이 피어있다

 

계수나무의 어린 새싹도 벌써 이만큼 올라왔다

 

 

 

 

그 사이 또 1주일이 지나갔다.

 

버들강아지가 뽀얗게 솜털을 틔워 내는가 싶더니 어느새

개나리 진달래가 피었고 목련과 함께 벚꽃이 하얗게 땅을

뒤덮었다. 

 

봄날은 하루하루가 가는 게 아쉽다.

아니 아깝다. 

 

좀 더 단 며칠이고 더 이봄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세월은 가차 없이 앞으로 달린다. 

 

그래도 올해는 벚꽃을 며칠간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벚꽃이 다 그렇지 뭐!

 

멀리서 보면 화려하고 기가 막히게 들뜬 기분을 주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 자체로는 별 볼게

없는 그런 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화사한 벚꽃을 기다린다. 가슴에 품는다. 

 

벚꽃이 피어야 제대로 봄을 맞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꽃과 꽃나무는 저절로 자라서 피는 것 같아도 반드시 그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한다.

 

해서 그 어떤 꽃을 보던 늘 감사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한다.  

 

 

그저 우리 동네도 이 정도의 목련이며 벚꽃은 핀다. 

 

동네 그 어디든 봄이면 이 만한 봄꽃은 피어난다. 

 

우리 집 거실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산 목련이다. 몇 년 전 조경수 정비할 때

겨우 말려서 못 자르게 한 나무다. 

통영 박경리 기념관 부근에서도 지천으로 보았고 유후인 거리에서도 

신비롭게 보았었다.

 

유후인의 산목련

 

 

계수나무의 새싹이다. 동네가 추워서 그런지 이제사 싹이 나오고 있다. 

계수나무의 어린잎이 이토록 멋진 것이던가?

 

 

일요일 진천 초평 저수지로 붕어찜을  먹으러 가보니 호수 둘레길은 물론 호수

안에 있는 작은 섬은 전부 벚꽃으로 뒤덮였다. 

 

저녁엔 대전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옥천 쪽으로 가는 주변

역시 벚꽃천지였다.  

 

곳곳이 벚꽃 천지다. 

산에도, 들에도, 마을에도, 길가에도~ 

 

 

이렇게 봄날은 가고 있다. 

 

밭에서 매일 농사일을 한다면 이 봄날이 그렇게 짧지만도 않을지

모른다.

 

허나 보통의 도회 사람이 느끼는 봄날은 매우 짧고 눈 깜짝할 시간에

지나가는 느낌이다. 

 

짧게 느껴지니까 더 아쉽고 더 애틋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봄바람에 치마 한번 휘날리면 봄은 저만치 가고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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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매화라 하고 산수유라

하기도 하고~

꽃에 그닥 관심 없는 이는 진달래라 하기도 할 것이며 더러는

무슨 꽃이 먼저 피는지 아예 관심조차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버들강아지의 진면목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불과 10

여 년 전이다. 그러니까 인생 60이 넘도록 버들강아지를 

눈 여겨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허긴 뭐 그것이 버들강아지

뿐이랴! 

 

자연 현상에 무관심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떤 봄은 진달래가 가장 생각이 나고 또 어떤 봄에는

산수유가 또 어떤 해는 매화가 눈에 아른거린다. 

처음 버들강아지를 보고 경이롭던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매 해

봄에 버들강아지를 찾아다닌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사진으로 남아있는 것을 찾아보니 두세 번 정도이다. 

 

내 생각으로는 가장 먼저 봄에 꽃을 피우는 것으로는 아마도 매화와 거의

동급이지 않을까? 꽃은 꽃대로 아름답지만 솔직히 매화보다 나는 버들강이지

의 이 모습을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오늘 버들강아지를 보러 올 봄 두 번째 나섰다. 지난주에 갔다가 허탕을

친 이후로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왔다. 

 

그런데 문제는 버들강아지가 정말 귀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저 허름한 냇가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녀석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냇가 줄기를 3군데나 쭈욱 훓어 샅샅이 뒤져봤지만 그 어디에도

버들강아지는 없었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개울 정비사업이 되었고 웬만한 작은 개울도

다 시멘트나 돌로 둑을 만들어 놓다 보니 버들강아지는 거의 완전

사라지고 말았다. 하여간 내가 살고 있는 용인 주변 지역은 그렇다.

다른 지역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버들강아지와 버드나무는 완전 다른 종자여서 버들강아지가 자라면

버드나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일평생 작은 앉은뱅이 나무로

끝나는 게 버들강아지로 보인다. 

 

버들강아지는 인간에게 무슨 유익을 주는 걸까?

그저 단순히 이른 봄 예쁘게 피어나는 모습이 전부일까? 

 

버드나무껍질에서는 아스피린이라는 인류 최대의 의약품을 발견하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버들강아지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걸까? 

 

이 봄 뒤늦게 나의 안목을 일깨워준 버들강아지를 찾으며 이젠 그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현실을 매우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하천 정비 사업도 꼭

필요하겠지만 개울가에 지천으로 자라던 버들강아지도 함께 보존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만일 10여세 미만의 어린이가 이토록 오묘한 버들강아지의 진면목을 보고

자란다면 장차 그 아이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오늘 본 버들강아지와 그간 보관해 두었던 사진 몇 장을 함께 올리며 그 어느 해

보다 찬란히 다가올 이 봄이 기다려 지는데~ 

 

 

2023.3.5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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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눈은 어느 정도가 내려야 감상할만한가?

조금 내리면 볼품이 없고 너무 많이 내리면 멋진 설경을

구경하러 나설 수가 없으니 그것도 그렇다.

 

그저 적당히가 맞는걸까?

 

아침부터 솔솔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전부터 만나던 선배 부부와의 브런치 타임이 있는 날이다.

장소는 용인의 우리 약국 동네~ 부근 

 

신원 cc 앞 호수에 이르자 나도 모르게 차를 길가에 멈추고 카메라를

꺼냈다. 

 

얏호!!

 

영상의 기온에 살짝 녹다 만 호수 얼음이 마치 파도를 연상케 하고 

살짝 비 온 후 내린 눈은 또 다른 멋을 선사한다. 

 

" 여보 빨리 갑시다~ 약속 시간에 늦겠어요~~"

 

뭐 다 왔는데, 이런 경치를 두고 부랴부랴 시간을 맞출게 뭐람!!

좀 보고 사진도 찍고 가자구!

 

묵리 산중에 있는 오월 속에 있다 라는 카페 아니  조촐한 집은 약국에

오는 손님이 일전에 알려준 곳이다. 

 

찾아 들어가는 길은 마침 눈이 멋지게 덮여 설국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어떤 집일까? 

 

눈이 하얗게 덮인 30여 평의 주차장에 처음 차를 대는 맛도 신선하다. 

 

꼭 오월이 아니래도 지금도 멋진걸~ 흠!

 

카페 안에는 우리 외에 아무도 없다. 

 

 

 

 

하얗게 눈이 쌓인 산중의 카페에서 이리 여유로운 브런치라니~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노래가 떠 올랐지만 사실 외로움을 마시기에는 적당치 않았고

우리는 화기애애한 담소를 즐기는 중이었다. 

 

그 겨울의 찻집 / 마론 

 

 

마른 꽃은 걸려 있지 않았지만, 

휴일 아침 소복소복 쌓여가는 눈을 내다보며 그동안 끊었던 

커피도 한잔 마시며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니 감회가 새롭다. 

 

 

 

빼곡히 자란 콩나물시루를 보듯 맞은편 산에는 참나무가 

촘촘히 박혀있고 

 

그래 5월쯤 오면 싱그럽기 그지없는 참나무 새 잎을 원 없이 볼 수 

있겠지? 아니 좋기로는 4월 중순이 더 좋겠네!!

 

식사를 다 마치자 일단의 손님들 두 팀이 들어왔다.  이제 우리는

일어서야 할 때구나!!

 

내려오며 아까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던 풍광을 다시 보니 오우~

눈 이란 게 이토록 풍광을 살려낸다는걸 이제야 알 것 같다. 

 

눈의 역할이 바로 이런데 있기도 하네!

 

말하자면 눈이 와 봐야 그 동네가 쓸만한지 아닌지 구별이 될 수도 있다는 거~ 

 

 

 

 

나윤선 / 초우 

 

 

 

약국 청소를 대략 15년 만에 대대적으로 하다 보니 어딘가 구석에 처박혀 있던

사진이 몇 장 나왔다.

 

2006년도 약사회 임원인지, 제약회사 영업 소장들인지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

멤버들과 어디 중국 여행인듯 하다. 당시 사진의 퀄리티가 좀 낮아서 

인물 구분이 겨우 될 정도의 약간은 조악한 그런 사진이었다. 

 

그래도 사진을 보니 반갑다. 이럴 때도 있었나? 싶다. 

 

나는 어릴 적부터 또래에 비해 혹은 그 시대에 비해 키가 큰 편이었다. 

키가 컸던 주 요인은 부모님의 DNA라 보기는 좀 어렵고 후천적 영향이

훨씬 큰 것으로 생각된다.

 

설마 진짜 그럴라고요?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민물 자라 때문이었다. 

자라의 효능 중에 키를 크게 하는 기능이 있는 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요즘은 키가 크는데 좋다는 무슨무슨 처방이니 제품들이 더러 나와 있지만

예전엔 그런 건 있지도 않았다. 

 

난 지금도 혹시니 키가 크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부모님들을 대할 때마다

 

" 거 어디 용봉탕 잘하는데 있으면 찾아서 몇 번 아이들에게 먹게 해 보시지요~" 

 

라고 서슴없이 권하곤 한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하여튼 그래서 단체 사진 촬영에서 나는 항상 뒤편에 서는 게 당연시되었다.

키 큰 사람이 앞 줄에 앉으면 뒷사람은 어쩌라는 말인가? 

 

그런데 나는 키에 비해 얼굴은 작은 편이다. 해서 뒷줄에 서면 겨우 작은 얼굴

조금 보일 뿐으로 나중에 사진으로 보면 영 폼이 나질 않는 문제가 있었다. 

아주 잘해야 양 옆 사이드 맨 끝에 서는 게 고작이다. 

 

단체로 여행을 가면 혹은 모임을 하게 되면 꼭 기념사진이란 걸 찍는다. 

나중에 그 사진을 얼마나 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다 그걸 들여다보면

나란 사람의 존재감이 영 말이 아니었다. 

 

" 에이~ 이거 나는 잘 보이지도 않는구먼? "

 

무슨 사진이든 꼭 중앙에 앉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물론 키도 적당히

작고 체구도 아담해야 유리함은 물론이다. 마치 가운데 자리를 향해 경쟁이라도

하듯 돌진해서 중심을 잡아야 그게 가능한데, 

 

그렇다고 키 큰 사람이 중앙 앞줄에 앉겠다고 기를 쓰고 달려든다는 게 체신머리

없이 될법한 일인가? 

 

이거 키 큰 사람도 사진 맨 앞줄에 앉는 방법은 없을까? 

솔직히 예전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좀 중앙에 앉아 사진을 찍고 싶다. 

 

왜? 꼭 키 큰 사람은 뒷줄에 서서 목만 나오는 사진을 찍어야 한단 말인가? 

 

그게 가능하려면 쭈욱 일자로 늘어서서 사진을 찍으면 된다. 

 

"그러려면 카메라가 받쳐 줘야 하지 않을까요? "  그럴 수도 있는데~ 

그건 꼭 카메라 문제만도 아니고 적당히 10여 명 정도라면 언제든 가능할듯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그런 장소는 찾기 힘들고 인원도 20여 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냥 하던 대로 뒷자리에 서시지! 뭘 그래요? "

"당신은 키가 큰 것으로 이미 이 세상에서 충분히 보상을 받은 거 아니요? 

까짓 뭐 사진의 중앙에 앉네 마네 그딴것으로 신경을 쓰고 산단 말이요?" 

 

누구든 남을 섬기고자 하면  낮은 곳에 위치하시오!! 

 

뭐 그것도 맞는 말씀 같기는 한데, 요즘 누가 그래요? 

그렇게 겸손을 떤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한답디까? 

 

그래 내가 양보할 테니 당신들은 중앙 가운데 앉아 사진을 찍으시오~라고

 본들 아무도 그렇게 이해할리가 없다는 말씀이다. 

 

그냥 자기가 잘 나서 그리된 줄 알지!!

 

그러니 그저 안면 몰수하고 사정없이 중앙에 떡 하고 버티고 앉아야지~

안 그렇소? ㅎㅎ 

 

그러나, 모르긴 해도 단체 사진을 또 찍는다면 나는 여전히 그저 습관처럼 맨 뒤 줄에 서서

사진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사실 키가 크던 작던 사진의 중앙 앞줄에 앉는 건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나 장(長)이 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이긴 하다(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그런 편이다)

 

친목단체 정도의 장이야 여러 차례 했지만, 그 정도로 앞줄 중앙에 앉는다는 건

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도 대개 원로니 뭐니 해서 다 순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 나이에 다시 생각해 보면 사진의 앞줄 중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

귀퉁이라도 좋으니 그런 사진을 자주 찍을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거 같다.

 

나이 들어가며 점차 여럿이 모이는 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모임이건 자주 참석할 수 있고 해서 머리만 나오건 말건 사진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그래도 잘 살아가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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