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순이 돋고 잎이 자라났다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 

 

 마찬가지로 늦게 나는 잎은 있어도 나지 않는 잎은 없다

 그것이 자연이고 또한 인간이다

 

 

이제 앞산에 연두빛은 사라졌다

들판에 모내기가 끝나고 목장에 푸른 목초가 무성히 자라 오를

때가 얼추 되면 바야흐로 초원의 시대가 도래한다

 

  그렇다, Green Field 다!

 

 

  2018년부터 3년간 안성 목장을 찾았다. 사람들은 아침 여명과 짙푸른

안개에 환호한다. 목장의 바로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정말 우르르 몰린다.

 

헌데, 목장의 멋은 넓은 목초 지대와 녹색이 주는 휴식, 평화에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암튼 나는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2020년 바로 며칠전에도 안성 목장을 찾았다. 그러나 아직 하늘은

잿빛에 가까웠고 목초도 아직 자라는 중이었다. 기대 만큼의 풍광은

아니었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암튼 이 꽃이 안성 목장엔 정말 많다

 

3년 전부터 갔지만 많은 사람들이 저기 저 집 한 채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인다

 

 

 

안성은 원래 포도가 유명했다. 그러다 차츰 목장지대가

늘었고 그중 대표가 바로 이곳이다. 현재는 어쩌면 에버랜드같은

성격이 목장의 일부를 대신하고 있기도하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시편23:1~2)

 

목자와 푸른 초장! 언제 어느때 들어도 항상 평화가 느껴지는

성경 글귀다.

 

비록 수백만평에 이르는 외국의 어마 무시한 그런 목장은 아니지만

이 나라에서 그저 쉽게 닿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러나 5월에 하늘 푸르고 지평선에 흰 구름까지 떠 있기는

쉬운게 아니다! 3년을 계속 갔지만 그런 조합은 쉽지 않았다

2019년 5월에는 새벽 여명에 갈 기회가 우연히 생겼다

그 새벽에 그곳은 이미 초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그때 이런 풍광이었다. 안개가 조금 더 끼었다면

좋았을 것이지만, 그것을 위해 목숨을 걸 만큼 가고 또 가고

그런 열정은 부족할 뿐더러 그것은 나의 사진 목표는 현재 아니다

 

만일 내가 사진 외에 저 목초지에서 1시간 이상을 쉬며 명상과

침잠에 빠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저 달려 와서 사진만

찍고 돌아서는 조급한 스타일을 조금은 바꾸고 싶다!

 

 

 

아침 여명도 좋지만 나는 이런 목장 본연의 풍광을 더 좋아한다

이런 모습에 시 한수 노래 한 곡이 나오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

아닐까?

 

 

 

푸른오월/노천명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여인네 행주치마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것을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면
생각은 무지개로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 나물 홋잎 나물 젓갈 나물 참 나물

고사리를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다리 모양 내 맘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푸른 오월, 노천명

- 시집 『산호림(珊瑚林)』1938 -

 

 

 

 

진명여고 이화 여전 영문과를 나왔던 노천명은 1940년대

이후 친일 행적에 적극 가담한 연유로 아마도 교과서에서는

사라진것 같다. 그러나 그녀가 그린 오월은 예나 지금이나

꽤나 근사하다

 

 

흰구름 둥실 떠 있는 저 산 너머로 그저 무작정 가 보고 싶다

산꿩이 울고 장미가 넝쿨채 피어 있는 어느 담장을 끼고 돌면

곤한 이 다리에 산 새의 울음소리 만큼이나 새 희망이 솟을

것이리니!

 

가자! 오월의 초원으로^

지금이 바로 그 때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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