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야 바른말이지만,, 사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트롯 하면 그냥 뽕짝, 정확한 시작이 언제부터 인지도 애매하고 그냥
우리 것은 뭐든 시원찮고 별 볼일 없는 뭐 그런 것쯤으로!
그래서 겨우 남은 우리의 전통 가요를 뽕짝이라고 무시하고 비하하고 가까이해서는 안될 무엇처럼 깔보고! 머리에 뭐 좀 들었다는 양반들은 입에 올리 길 꺼려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팝이 어쩌고,, 칸소네, 샹송이 어떻고, 이도 저도 아니면
하다 못해 가곡 정도로 한껏 수준을 높여 입에 올리고 했었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TV 프로그램에 '명사 초청 무슨 밤? ' 인가
그런 게 있었는데 말미에 애창곡을 하나씩 소개하는 거였다.
거기 등장한 명사라는 이 들은 하나 같이 팝송, 가곡, 샹송 등을 주로 애창곡이라 말했다. 그중 딱 한 분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구주제약 회장을 지낸 김명섭 선배께서 '영등포의 밤' 이 자신의 애창
곡이라 말했다. 그때 난 뭔가 아주 솔직한 인간미? 같은 걸 느낄 수 있
었다. 그분은 원래 고향이 영등포였기도 했지만, 만일' 돌아오라 쏘렌
토로'가 애창곡이라고 한들 하등 이상할 것도 없었다. 여러 사람이 보는
방송이니 더더욱 그럴 필요가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길게 서론을 적는 이유는 일단 입으로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 신토 불이' 등등 하면서도 실 생활에서는 그것이 얼마나 공허한 외침
인가를 짚어 보기 위함이다. 우리의 본질을 당당히 어디든 내놓지 못하
고 뭔가 부끄럽고 비천한 것쯤으로 여기게 된 풍토를 말하고자 함이다
물론 이런 풍토는 예전에 비해 확연히 개선된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작은 땅덩이의 우리는 큰 나라를 받드는 사대사상이
생겨 가까이는 중국, 멀리는 유럽, 미국 것이면 무조건 우리 것보다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뿌리를 내린 것인데,, 식자 층에 유독 이것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 시대는 모화 사상,, 지금은 모양 주의(慕洋主義)라 부른다. 그리스,
로마, 프랑스, 영국, 독일등이면 무조건 제일로 찬미하는 부류를 일컫는
말이다. 뭐든 그들이 좋은 게 아니라 극히 일부의 어떤 것이 더 좋을
뿐인데 말이다! 당연, 우리 것이 그들보다 훨 더 좋은 것도 있다
암튼 소득 3만 달러를 넘기면서 이제 조금 우리도 이만하면~ 하는 의식이 생기게 되었고,, 우리 것이 순 엉터리는 아니네,, 하는 생각도 좀 커지기 시작했다. 그 연장선 상에 트롯이 있게 된 건 아닐까? 갑
자기 2019년부터 트롯이 대세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왜 진작 그러
지 못했을까?
각종 트롯 경연에서 정말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 등장했다. 저 렇게 잘하는 이들이 어디 숨어 있다 나온 거야? 그리고 경연이야말로 진정한 고수를 가리는 객관적인 무대이다. 여기서 배출되는 가수가 실력 있고 품질 좋은 가수임은 분명한데, 그동안 많은 가요제등이 있 었지만, 대체로 객관적 실력보다는 연줄로, 알음알음 가수가 되었던
게 사실 많지 않았을까?
그러다 보니 '엇 이거 기성 가수들 밥줄 끊기겠네'라는 일말의 위기 의식이 생겼을 듯하다. 사람들이 트롯 경연대회에 너무 크게 열광했 기 때문이다. 해서 기성 가수들의 경연프로가 만들어진 듯하다. 물론 전에도 이 비슷한 프로는 있었지만, 기성 가수들이 새로 등장하는 신인들보다 과연 노래를 더 잘할까?라는 의문은 자연스럽게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 대한민국은 노래에 있어서 만큼은 경연의 시대, 경쟁의
시대로 돌입했다.
어제 첫 방영된 프로에서 박서진이란 가수가 부른 '어매'다. 세상 살이 고달프다 보면,, 아이고 엄마! 왜 나를 낳았다요? 이럴 사람도 많을 것 이다. 또 아들 딸 낳아 제대로 키우지 못한 부모도 많다. 뭐할라고 날 낳았디요?라고 목 터지게 부르짖는 아들 딸도 정말 원망해서 그리 할까? 마는 이 노래 들으며 눈물짓는 많은 엄마들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고도 남는다
말이야 바른 말 이지만, 트롯의 이 느낌, 이 공감력을 세상 어느 나라 노래에서 느낄 수 있단 말인가? 한국인이라면 말이다!
알프스가 좋다 하나 내가 태어나 자라며 보아온 내 고향 앞 뒷산보다 더 마음에 파고들 수 있을까? 그저 며칠 가서 보는거야 좋겠지만~
한 많고 탈 많은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날 낳아 주신 어매를 탓할 수야 있겠을까? 천 번 만 번 감사할 일이지! 혹여 탓할 맘이 있다 해도
시방 울고 워쩌고 할때요? 때가 어느 때인디!! 솔직히 요즘 같아서는 카카오 스토리고 뭐고 눈에 들어 오지도 않읍네다~ 지구 전체가 비상시국인데 거 뭐 소소한 개인사 같은 게 어디 낄데가 있겠쓰까요~
이런 거 올리는 거 다 ~ 부질없는줄 알지만, 지금이 봄 아닙네까? 사람이 마음에 꺼풀이 씌워지면 개나리도 안 보이고 진달래도 안 보이고 매화도 안 보입지요! 지금은 코로나가 눈과 마음에 옴팡 씌워져서 암것두 안 보이지유^ 보이는게 이상허지 않것어요!
그런데 주말인 데다 약국 건너 야외 음악당 비탈엔 산수유도 매화도 살구도 다 피어나 찰랑거립니다.
" 나 봄이요!! 봄 왔시요! 나 좀 봐주시유! "
이런 소리가 들리는데, 들리면 뭐합니까?
웬 스님이 노랠 저렇게 잘한댜? 뉘 귀여? 보현 스님이라고 ~ 박정희 시절에 연예인들 수난에 몸을 피해 스님이 되신 분입니다.
음, 이 봄에 그나마 좀 어울릴만한 옛 노랠 찾다 보니 이 노래가 띄긴 했는데,
나는 몰랐네 나는 몰랐네 저 달이 날 속일 줄 나는 울었네 나는 울었네 나루터 언덕에서 손목을 잡고 다시 오마던 그님은 소식 없고 나만 홀로
이슬에 젖어 달빛에 젖어 밤새도록 나는 울었네
* *
이거이 봄 하고 무신 상관인데?
그런데 이 노래 1절만 들어도 가슴이 싸아해 지고 마치 봄바람이 휘날리는 언덕에 앉아 다시 온다던 님을 그리는 맘이 아련히 떠오르는 분은 복 받은 분이라니께요! 밤새도록 나는 울었지만 운 게 운 것이 아닌 ! 거 왜 제목만 보고 울고 불고 그런 것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만,
* *
나는 속았네 나는 속았네 무정한 봄바람에 달도 기울고 별고 흐르고 강물도 흘러갔소! 가슴에 안겨 흐느껴 울던 그대여 어데 가고 나만 홀로
이 밤을 새워 울어 보련다 쓸쓸한 밤 야속한 님아!!~
무정한 봄바람에 속은 경험이 있는 분은 여기까지 글을 보시고 계시 것지요? 허긴 뭐 여기까지 글을 읽어 내려오신 분도 아마 거의 없으 실 것으로 생각은 됩니다! 지금 모두가 마음이 급하고 초조하니께요~
달도 기울고 별도 흐르고 강물도 흘러가는 걸 한번 상상을 해 보시기요!
깊은 봄밤에 달이 기울어 가는 걸 보고, 별이 흘러 저쪽 산 등성이로 넘어 가는 것도 보고,얼음 풀린 강물이 유유히 흘러 가는 걸 볼 여유가 있는 분! 아마도 요즘 거의 없을 겁니다
요즘 트롯이 대세가 된 시대지만, 트롯의 참맛을 느끼려면 노래만 가지 고는 부족한 게 바로 이런 서정성! 봄을 봄으로 가슴에 껴안는 감성! 꽃과 바람과 달과 별과 구름과 강물을 함께 뒤섞어 내는 그 어떤 것이 가능해야 노래의 참 맛도 살아나고 느껴지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의견 을 올려 봅니다
허기사 마스크 전쟁에서 겨우 한숨 돌린 게 얼마 되지 않았구만유~ 솔직히 지난 두어 주간은 아무 생각도 없었지요!
여전히 아침에 기나긴 줄 서기와 한판을 치르고 나면 온종일 맥이 쫘악 빠지는 건 여전하지 말입니다^ 우리 동네는 유독 마스크 구하는 분 들이 많읍니다^ 너무 많아요! 하루 1천 장을 푼다 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그나저나 내일은 앞산 진달래라도 함 보러 가야지 생각 중입니다. 무슨 목련이 벌써 하얗게 피어나질 않나! 시답잖은 겨울 끝에 봄마저도 이리 속절없이 후딱 지나간다면 영랑의 말처럼 봄을 여읜 슬픔에 삼백 예순 날을 슬퍼 울지도 모르지 않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