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죙일 방 안에 박혀 최종일 중계에서 눈을
떼지 못했읍니다. 허긴 전날 밤에 눈이 왕창 내려 어디 갈 엄두도 내기 힘들었지만,
머,많은 분들이 그 중계를 보셔서 경기 내용같은 걸 레코딩하는 건 별 의미가 없을듯
하군요. 단지 그 경기를 보면서 저 나름대로 생각한 점이 한 두가지 있어 그걸 적어
보려하는게 이 글을 올리는 주된 이유입니다. 어찌보면 섯부른 평가일수도 있고 주제
넘은 일일 수도 있겠으나,
암튼 경기는 끝났고 박인비는 24언더로 우승했읍니다. 그런데 첫째 포인트는
수잔입니다. 수잔은 번번이 한국 선수들을 결정적인 시기에 따돌리고 우승을 챙긴건
다 아시는 내용입니다. 어찌 보면 한국선수들의 승승장구에 크나큰 장애를 선사한
장본인이지요. 고비마다 수잔이 등장했으니깐, 작년 바로 이 대회도 박인비를
주저앉혔다지요?
만일 어제도 박인비를 1;1 로 해서 또 주저앉히면 이제 한국선수 증 수잔이
메어치지 못한 선수는 없는 셈이 되는거지요. 그야말로 겁낼게 없는 백수의
제왕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계랭킹이 인비를 제치냐 마냐는 둘째
문제입니다. 또 박인비의 차후 경기력에도 막대한 심리적 영향을 미칠게
뻔하지 않았겠읍니까?
또 하나 전날 최고의 샷을 기록한 마지막 라운드에서 이제껏 비슷한 템포로
경기를 마치는 선수가 극히 희소했는데,과연 박인비가,또 수잔이 그렇게
할수 있을 것인가? 입니다. 3라운드까지 잘 나가다가 특히 엄청난 최소
타수를 기록하다가 마지막 날 오버파로 무너진 선수는 누구누구 예를 들지
않아도 잘 아시는 내용입니다. 아주 많지요. 인간의 심리가 전날 엄청
잘치면 다음날,그거 반만 치면, 이라든지 몇 타만 줄이면 성공이야,
혹은 이도저도 아닌 상상으로 밤 잠을 설칠 건 당연지사.. 결국 마지막 날
전날의 반은 커녕 와자장창 무너져 택도 없는 타수를 기록하는게 일상
이더군요^
그런데, 박인비는 그 둘을 멋지게 해치웠다는 점입니다. 우선 수잔 페테
르센과의 물러설수 없는 1;1 매치에서 굳건히 자신을 지켰다는 점이고
전날 -11 언더를 치고도 마지막날 -6 언더를 치는 놀라운 연속성을 유지
했다는 점이지요.
라운드중 -10언더 근처를 치는 선수는 더러 있지만 그 다음날 그 비슷하게
언더파를 유지하는 선수는 거의 희소하다는게 그간 경기를 쭈욱 지켜본
저의 느낌입니다. 어떻게 박인비가 그렇게 했을지는 더 깊게 알 수 없는
문제이지만 정말 그런면에서 박인비를 왕창, 마음껏 칭찬을 해주고 싶은건
저만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어제의 미션힐스의 결투로 한국 선수 누구도 앞으로 수잔과 맞붙을때
공포심은 별로 안 가질듯 하군요.이것만 해도 대단한 공로 아니것읍니까?
그리고 연속해서 큰 타수의 언더파를 기록하는것도 좀더 자신을 가지고
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느낌을 가지며 관전한 멋진 대회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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