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대한문 앞을 수도 없이 지나다녔다.

시청 앞 광장도 물론 수없이 버스를 타고 지나갔었다.

그런데, 근처 덕수궁은 딱 한번? 정도 들어갔던 거 같다. 

 

지난 토요일('26.5.9)오후 느지막하게 친구 아들의 결혼식이

정동길 끝자락 프란체스카회관에서 있었다. 

 

"야호~ 오랜만에 덕수궁 돌담길을 한번 걸어 보겠군~"

 

그런데 용인에서 버스를 타는것이 첫판에서부터 어긋났다.

넉넉히 시간을 재서 나왔지만, 탑승이 줄 선 중간즈음에서 

잘리고 말았다. 이런~! 30 여분을 정류장에서 땡볕에 다시 줄을

서서 기다려야했다. 정류장 건물 안에 의자가 있었지만, 거기

들어가 쉬다가 줄을 놓치면 또 버스를 놓칠까 봐 그냥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거야 원~ 

 

버스도 자주 타봐야 요령이 생기는데, 1년에 한 번 타 볼까 말까

하다 보니 영 젬병이었다. 

 

*

 

시청앞 광장에선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대한문을 거쳐 덕수궁 

돌담길에 접어들었다. 

 

캬~  이게 대체 얼마만이야?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보다니!!

 

사실 나는 덕수궁 돌담길 뒤편으로는 이날 껏 한 번도 걸어가 본 

적이 없었다. 돌담길 좌측으로는 이런저런 가게가 늘어서 있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가게안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시내 중심부가 매연으로 뒤범벅이 되어있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가는 중이었다. 

 

뒷편길 4거리쯤에 아담하지만 묵직한 느낌을 주는 정동교회가 

보였다. 오우 저것이 그 유명한 정동교회구나~~! 

 

오늘 열심히 자료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에 거의 처음으로 아펜젤러 선교사가 지은 교회라는 거~

여기서 현대家의 많은 자녀들이 단골로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는 거,

무엇보다 이문세가 부른 광화문 연가에 등장하는 눈 덮인 조그만 예배당이

바로 이 정동교회였다는 거~ 

 

내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친구 아들 결혼식이 열리는 프란체스카 회관으로

더듬더듬 발길을 옮기다 보니 정동 예술극장, 이화여고등이 나타났다.

호~ 이화여고가 아직도 이런 유서 깊은 동네에 자리 잡고 있네^ 

 

학교건 그 무엇이건 어디에 위치하는가는 그 자체가 바로 가치를 증명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것도 유구한 역사와 함께라면~

유관순 열사의 모교라 하니 더욱 의미가 깊어진다고나 할까? 

 

원래 이 동네는 정릉동으로 불렸는데 태조 이성계의 둘째 부인 신덕왕후의 

능이 현재의 정동 4번지 일대(현 영국 대사관)에 위치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냥 정릉동으로 불러도 될듯한데 릉자를 빼고 정동으로 지금껏 불려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은 조촐하고 내부는 매우 깔끔했다.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예식시간은 한참 지난 후였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 혼배 미사에 참여를 하고 있는데 수원에서 온

후배가 눈짓을 하며 밖으로 나가잔다. 

 

2층 피로연실에 올라가니 손님들이 빼곡하다. 

나 자신도 혜화동 성당에서 혼례를 했지만, 실상 그 후로 성당
결혼식에 직접 참여한 것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여러 안면이 있는 분들과 인사를 하고

신랑 혼주 부부와 겨우 축하의 인사를 나누고 잠시 후 밖으로

나왔다.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정문앞에 세워져 있다.

 

 

650

1976년에 520년이 된 나무라니, 현재는 570여 년이나 된

오래된 고목이다. 이 동네가 그만큼 유서가 깊다는 얘기다. 

 

그래~ 저런 곳에서 커피 한잔이면 나름 운치도 있고

고풍스러운 느낌도 나겠네~ 

 

1970년대 종로 5가를 중심으로 대학을 다녔지만, 이 동네는

사실 얼씬도 한 적이 없다. 대체 나는 무얼 하며 서울을 다녔단

말인가? 겨우 버스 노선이나 전철길을 타고 다닌 거 외에 서울을

제대로 알아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겉핧기식으로 서울을 대한게

전부였다. 

 

덕수궁 돌담길에 잠시 앉아 어느 외국인의 버스킹을 잠시

보다가 덕수궁을 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덕수궁 안의 나무들과는 달리 궁밖의 나무들은 수도 없이

길을 뜯어 고치다 보니 수령이 현저히 짧은 그저 그런 나무

들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듯했다. 

 

예전의 궁궐 축조 당시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덕수궁^

처음에는 경복궁을 두고 왜? 이런 작은 궁궐을 지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나름 이유가 다 있긴 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해설사를 이곳저곳 따라다니다가 집으로

돌아갈 버스시간을 맞추느라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임금 레벨은 봉황이요~

황제급이면 용을 새길수 있다는 등 해설사가 설명을

이어 가지만, 왠지 그런 것이 다 허망하다는 생각만 들뿐, 

용이면 뭐 하나? 망해가는 대한제국의 서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석조전 앞의 목백일홍이 우아하게 다가온다.

7-8월쯤 오면 멋진 백일홍을 볼 수 있을 듯^^

 

아마도 덕수궁은 이번이 2번째일듯하다. 

좀 더 고궁 관람을 늘려야 할 것 같다. 

 

시청 앞 광장을 가로질러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어느

건물 앞 댓돌에 걸터앉아 잠시 쉬어본다.

 

예전의 시청 앞이면 매연이 코를 찔렀을 것이다. 근래

바람도 많이 불고 환경이 좋아진 탓도 있으나 서울시내의

공기는 예전의 그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천연가스 버스, 전기버스의 영향도 막대하지만, 이건 상전이

벽해가 된 느낌이다. 서울의 공기가? 오호~ 

 

일본의 청정도시라는 삿포로 시내와 극명하게 비교가 된다.

그 코를 찌르는 디젤의 매연냄새^ 나가사키도 예외는 아니

었다. 도심에 뿌연 매연을 풍기며 내달리는 시내버스들^* 

 

우리의 서울이 얼마나 청정해진지를 이제 비로소 조금 체험을

한 셈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서울 도심을 다녀온 소감이다.

 

나는 사실 시골 전원 자연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도심의 중심부도

한 번씩 나가볼 일임을 가슴깊이 새기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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