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몰라

 

 

 

새벽 맨발 걷기를 한지도 어언 3년이 훌쩍 지났다.

 

비록 작은 오솔길이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온전히

살펴보며 지나갈 수 있는 유일한 나만의 방식이 되고

있다. 

도회지 혹은 도심 가까이 살게 되면 도무지 계절의 변화를

세심하게 살필 방법이 없게된다. 어쩌다 교외로 빠져

나가지만 그것이 연속적인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기엔 역

부족이다. 

 

그런데 매일 아침 집앞 오솔길을 걷다 보니 이른 봄의 새싹

부터 늦가을의 단풍, 한겨울의 눈이 내리는것까지 오롯이

몸으로 체득할수가 있게 되었다. 

 

5월 11일에 뻐꾸기가 울어대는 걸 처음 들었고 그로부터 한 달여

이상 뻐꾸기는 울었다. 대략 6월 중순 이후 뻐꾸기 소리는

사라졌다.  그런데 초평을 가서 보니 그 동네는 아직 뻐꾸기가

울고 있었고 제비들이 카페 처마밑에 집을 여러군데 짓고

있었다. 

 

송홧가루는 생각보다 매우 이른 봄에 날린다는것도 알게되었고

소나무의 송진은 역시 송홧가루가 생성될 즈음에 많이 생성되며

아카시아 꽃이 피고 향기가 날리는거며 밤나무 꽃이 피고 그 향이

어떻게 천하를 진동시키는지도 세세하게 느낄수 있었다. 

 

오솔길을 아래만 내려다보며 찬찬히 걷다 보면 흙바닥을 

가로질러 개미들의 긴 줄이 이어지고 있는게 보인다. 처음엔 일단

개미들을 밟지 않으려고 걸음을 껑충 뛰어서 개미줄을 넘나

들었다. 

 

옛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집신에 얼기설기 구멍을

좀 크게 만들어서 신고 다녔다고 한다. 혹시 모를 개미 한 마리

도 의도치 않게 죽일 수 있음을 대비한 것이다.

허나 요즘 오솔길을 걷는 사람들은 땅바닥을 보고 걷지 않는다. 

당연 줄지어 뭔가를 하는 개미들은 졸지에 신발에 깔려 비명횡사를

당하고 말것이다. 

 

도대체 개미들은 무얼 하길래 줄을 지어 이동을 하는 걸까? 

며칠 자세히 살펴보니 이쪽 참나무 등걸에서 저쪽 참나무

혹은 소나무 등걸 나무 밑동과 흙이 맞닿는 부근으로 송송 

구멍을 뚫고 왔다 갔다 하는 중이었다. 

 

먹이를 저장하는 걸까? 

 

조금 큰 개미부터 아주 작은 개미까지 그들의 무리는 두세 곳이나

있었다. 이탈자도 없이 질서 정연히 줄을 지어 움직이는 개미들,

음~ 개미의 이런 습성을 연구해서 박사가 된 분들도 있다.

따지고 보면 세상 박사란 것도 참 우스운 면이 있다. 

 

대체 개미들은 언제까지 위험한 이동을 계속할까? 

 

오솔길을 걷는 인간은 아무 생각 없이 오가지만 개미들에겐

목숨을 건 이동이니까~ 

 

아직 매미가 울어대진 않는 초여름이다. 

곧 매미가 울면 본격적인 더위를 알리는 신호일 것이다. 

 

오솔길의 작은 개미 한 마리를 밟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나 지만, 정작 약국 내에서 발견한 커다란 바퀴벌레는 눈을

질끈 감고 밟아 죽였다. 파르르 떨며 죽어가는 바퀴를 보며

개미를 살리려 하는 마음과 전혀 다른 이률배반적인 나를

생각해 본다. 

 

인간은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을 때에만 선을 베푸는 존재인가? 

 

죽은 바퀴에서 떨어져 나온듯한  탯집같은 껍질을 보며 혹시

새끼 바퀴벌레가 잔뜩 살아 나오면 어떡하지~ 불안한 마음이 스친다. 

아직 새끼 바퀴들이 돌아다니는 흔적은 없지만 말이다. 

 

올해는 장마가 아직 낌새가 없다. 

비가 내리면 흙길은 더없이 맨발로 걷기 좋게된다. 

1년의 절반이 지나갔다. 

 

그리고 낮의 길이가 이젠 점차 짧아지고 있다. 

(7.2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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