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 / 초우 

 

 

 

약국 청소를 대략 15년 만에 대대적으로 하다 보니 어딘가 구석에 처박혀 있던

사진이 몇 장 나왔다.

 

2006년도 약사회 임원인지, 제약회사 영업 소장들인지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

멤버들과 어디 중국 여행인듯 하다. 당시 사진의 퀄리티가 좀 낮아서 

인물 구분이 겨우 될 정도의 약간은 조악한 그런 사진이었다. 

 

그래도 사진을 보니 반갑다. 이럴 때도 있었나? 싶다. 

 

나는 어릴 적부터 또래에 비해 혹은 그 시대에 비해 키가 큰 편이었다. 

키가 컸던 주 요인은 부모님의 DNA라 보기는 좀 어렵고 후천적 영향이

훨씬 큰 것으로 생각된다.

 

설마 진짜 그럴라고요?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민물 자라 때문이었다. 

자라의 효능 중에 키를 크게 하는 기능이 있는 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요즘은 키가 크는데 좋다는 무슨무슨 처방이니 제품들이 더러 나와 있지만

예전엔 그런 건 있지도 않았다. 

 

난 지금도 혹시니 키가 크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부모님들을 대할 때마다

 

" 거 어디 용봉탕 잘하는데 있으면 찾아서 몇 번 아이들에게 먹게 해 보시지요~" 

 

라고 서슴없이 권하곤 한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하여튼 그래서 단체 사진 촬영에서 나는 항상 뒤편에 서는 게 당연시되었다.

키 큰 사람이 앞 줄에 앉으면 뒷사람은 어쩌라는 말인가? 

 

그런데 나는 키에 비해 얼굴은 작은 편이다. 해서 뒷줄에 서면 겨우 작은 얼굴

조금 보일 뿐으로 나중에 사진으로 보면 영 폼이 나질 않는 문제가 있었다. 

아주 잘해야 양 옆 사이드 맨 끝에 서는 게 고작이다. 

 

단체로 여행을 가면 혹은 모임을 하게 되면 꼭 기념사진이란 걸 찍는다. 

나중에 그 사진을 얼마나 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다 그걸 들여다보면

나란 사람의 존재감이 영 말이 아니었다. 

 

" 에이~ 이거 나는 잘 보이지도 않는구먼? "

 

무슨 사진이든 꼭 중앙에 앉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물론 키도 적당히

작고 체구도 아담해야 유리함은 물론이다. 마치 가운데 자리를 향해 경쟁이라도

하듯 돌진해서 중심을 잡아야 그게 가능한데, 

 

그렇다고 키 큰 사람이 중앙 앞줄에 앉겠다고 기를 쓰고 달려든다는 게 체신머리

없이 될법한 일인가? 

 

이거 키 큰 사람도 사진 맨 앞줄에 앉는 방법은 없을까? 

솔직히 예전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좀 중앙에 앉아 사진을 찍고 싶다. 

 

왜? 꼭 키 큰 사람은 뒷줄에 서서 목만 나오는 사진을 찍어야 한단 말인가? 

 

그게 가능하려면 쭈욱 일자로 늘어서서 사진을 찍으면 된다. 

 

"그러려면 카메라가 받쳐 줘야 하지 않을까요? "  그럴 수도 있는데~ 

그건 꼭 카메라 문제만도 아니고 적당히 10여 명 정도라면 언제든 가능할듯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그런 장소는 찾기 힘들고 인원도 20여 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냥 하던 대로 뒷자리에 서시지! 뭘 그래요? "

"당신은 키가 큰 것으로 이미 이 세상에서 충분히 보상을 받은 거 아니요? 

까짓 뭐 사진의 중앙에 앉네 마네 그딴것으로 신경을 쓰고 산단 말이요?" 

 

누구든 남을 섬기고자 하면  낮은 곳에 위치하시오!! 

 

뭐 그것도 맞는 말씀 같기는 한데, 요즘 누가 그래요? 

그렇게 겸손을 떤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한답디까? 

 

그래 내가 양보할 테니 당신들은 중앙 가운데 앉아 사진을 찍으시오~라고

 본들 아무도 그렇게 이해할리가 없다는 말씀이다. 

 

그냥 자기가 잘 나서 그리된 줄 알지!!

 

그러니 그저 안면 몰수하고 사정없이 중앙에 떡 하고 버티고 앉아야지~

안 그렇소? ㅎㅎ 

 

그러나, 모르긴 해도 단체 사진을 또 찍는다면 나는 여전히 그저 습관처럼 맨 뒤 줄에 서서

사진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사실 키가 크던 작던 사진의 중앙 앞줄에 앉는 건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나 장(長)이 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이긴 하다(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그런 편이다)

 

친목단체 정도의 장이야 여러 차례 했지만, 그 정도로 앞줄 중앙에 앉는다는 건

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도 대개 원로니 뭐니 해서 다 순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 나이에 다시 생각해 보면 사진의 앞줄 중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

귀퉁이라도 좋으니 그런 사진을 자주 찍을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거 같다.

 

나이 들어가며 점차 여럿이 모이는 자리 자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모임이건 자주 참석할 수 있고 해서 머리만 나오건 말건 사진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그래도 잘 살아가는 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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