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매화라 하고 산수유라
하기도 하고~
꽃에 그닥 관심 없는 이는 진달래라 하기도 할 것이며 더러는
무슨 꽃이 먼저 피는지 아예 관심조차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버들강아지의 진면목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불과 10
여 년 전이다. 그러니까 인생 60이 넘도록 버들강아지를
눈 여겨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얘기다. 허긴 뭐 그것이 버들강아지
뿐이랴!
자연 현상에 무관심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떤 봄은 진달래가 가장 생각이 나고 또 어떤 봄에는
산수유가 또 어떤 해는 매화가 눈에 아른거린다.
처음 버들강아지를 보고 경이롭던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매 해
봄에 버들강아지를 찾아다닌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사진으로 남아있는 것을 찾아보니 두세 번 정도이다.
내 생각으로는 가장 먼저 봄에 꽃을 피우는 것으로는 아마도 매화와 거의
동급이지 않을까? 꽃은 꽃대로 아름답지만 솔직히 매화보다 나는 버들강이지
의 이 모습을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오늘 버들강아지를 보러 올 봄 두 번째 나섰다. 지난주에 갔다가 허탕을
친 이후로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왔다.
그런데 문제는 버들강아지가 정말 귀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저 허름한 냇가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녀석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냇가 줄기를 3군데나 쭈욱 훓어 샅샅이 뒤져봤지만 그 어디에도
버들강아지는 없었다.
시골 구석구석까지 개울 정비사업이 되었고 웬만한 작은 개울도
다 시멘트나 돌로 둑을 만들어 놓다 보니 버들강아지는 거의 완전
사라지고 말았다. 하여간 내가 살고 있는 용인 주변 지역은 그렇다.
다른 지역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버들강아지와 버드나무는 완전 다른 종자여서 버들강아지가 자라면
버드나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일평생 작은 앉은뱅이 나무로
끝나는 게 버들강아지로 보인다.
버들강아지는 인간에게 무슨 유익을 주는 걸까?
그저 단순히 이른 봄 예쁘게 피어나는 모습이 전부일까?
버드나무껍질에서는 아스피린이라는 인류 최대의 의약품을 발견하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버들강아지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걸까?
이 봄 뒤늦게 나의 안목을 일깨워준 버들강아지를 찾으며 이젠 그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현실을 매우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하천 정비 사업도 꼭
필요하겠지만 개울가에 지천으로 자라던 버들강아지도 함께 보존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만일 10여세 미만의 어린이가 이토록 오묘한 버들강아지의 진면목을 보고
자란다면 장차 그 아이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오늘 본 버들강아지와 그간 보관해 두었던 사진 몇 장을 함께 올리며 그 어느 해
보다 찬란히 다가올 이 봄이 기다려 지는데~
2023.3.5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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