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성 바이올린/봄날은 간다
해마다 봄이 오면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략 10여 년
전쯤부터 봄이 오면 무척 몸과 마음이 바빠졌었다.
그 이전에도 해마다 봄이 오면 누구나 그렇듯 조금은 다른 일상을
보낸 건 사실이지만 딱히 애써 기록을 남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 약 10여년 전부터 진달래, 매화, 목련, 살구, 앵두, 산수유, 튤립등의
꽃들을 나름 세세히 찍고 기록해 두었다. 뿐만 아니라 앞산에
파릇하게 돋아나는 어린 새싹들도 빠짐없이 기록에 기록을 더해
두었다.
그런데 올봄!
올봄은 그게 아니었다. 예전처럼 출근시 걷거나 혹은 차를 타고
가다가 무작정 내려서 사진 한컷을 남길 수 있는 여유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럴까?
진달래를 봐도 예전 같지 않고 일찍 피는 산수유는 물론 매화는 더더욱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었다.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비록 내 몸과 마음이 전과 같은 봄을 느낄 수 없다 해도 봄은 여전히 봄일
것이다. 전과 달리 1주일 단위로 봄맞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 된
모양이다. 단 하루 아니 1시간 10분이 새로울 이 봄에 1주일 후의 봄을
찾게 되는 게 조금은 미안할 뿐이다.
그렇다 해서 그것이 봄을 느끼기에 결정적 장애물이 된다고 하긴 좀 그렇고
느즈막이 본업에 조금 더 열중하다 보니 뭔가 감성에 변화가 온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이 그렇다해도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정상 봄을 거의 못 느끼고 사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테니까~
살구
역시 봄은 진달래로부터다.
아무리 매화나 산수유가
일찍 피어난다 해도 내 마음속의 봄에는 진달래가 피어야만
비로소 봄인 것이다.
떡갈나무의 새순도 경이롭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예전처럼
감격스럽게 다가오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수선화는 아주 이른 봄부터 피어나지만~
용인 농촌테마파크에 들르니 언덕밑에 수줍은 듯
다소곳이 피어있다
계수나무의 어린 새싹도 벌써 이만큼 올라왔다
그 사이 또 1주일이 지나갔다.
버들강아지가 뽀얗게 솜털을 틔워 내는가 싶더니 어느새
개나리 진달래가 피었고 목련과 함께 벚꽃이 하얗게 땅을
뒤덮었다.
봄날은 하루하루가 가는 게 아쉽다.
아니 아깝다.
좀 더 단 며칠이고 더 이봄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세월은 가차 없이 앞으로 달린다.
그래도 올해는 벚꽃을 며칠간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벚꽃이 다 그렇지 뭐!
멀리서 보면 화려하고 기가 막히게 들뜬 기분을 주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 자체로는 별 볼게
없는 그런 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화사한 벚꽃을 기다린다. 가슴에 품는다.
벚꽃이 피어야 제대로 봄을 맞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꽃과 꽃나무는 저절로 자라서 피는 것 같아도 반드시 그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한다.
해서 그 어떤 꽃을 보던 늘 감사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한다.
그저 우리 동네도 이 정도의 목련이며 벚꽃은 핀다.
동네 그 어디든 봄이면 이 만한 봄꽃은 피어난다.
우리 집 거실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산 목련이다. 몇 년 전 조경수 정비할 때
겨우 말려서 못 자르게 한 나무다.
통영 박경리 기념관 부근에서도 지천으로 보았고 유후인 거리에서도
신비롭게 보았었다.
계수나무의 새싹이다. 동네가 추워서 그런지 이제사 싹이 나오고 있다.
계수나무의 어린잎이 이토록 멋진 것이던가?
일요일 진천 초평 저수지로 붕어찜을 먹으러 가보니 호수 둘레길은 물론 호수
안에 있는 작은 섬은 전부 벚꽃으로 뒤덮였다.
저녁엔 대전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옥천 쪽으로 가는 주변
역시 벚꽃천지였다.
곳곳이 벚꽃 천지다.
산에도, 들에도, 마을에도, 길가에도~
이렇게 봄날은 가고 있다.
밭에서 매일 농사일을 한다면 이 봄날이 그렇게 짧지만도 않을지
모른다.
허나 보통의 도회 사람이 느끼는 봄날은 매우 짧고 눈 깜짝할 시간에
지나가는 느낌이다.
짧게 느껴지니까 더 아쉽고 더 애틋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봄바람에 치마 한번 휘날리면 봄은 저만치 가고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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