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이후 줄곳 혼자서 약국을 운영해오다 보니 평일에

나의 개인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말았다. 

 

1년을 그렇게 지냈다. 

 

그러다 근래 약국을 접고 은퇴한 동기가 1주일에 두어 차례 우리 약국을

봐주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중이었다. 몇 차례의 수습 시간을 거쳐 이젠

친구에게 혼자 약국을 맡겨도 될 만큼 훈련이 되었다. 

 

지난 4월 아내에게 큰 변고가 생긴 이래 아빠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이들이

조금씩 쉬어가며 일을 해야지 않겠냐 해서 그리 결정을 했다. 허나 당시와는

다르게 이젠 나 자신 건강도 웬만큼 회복되어 혼자 약국을 운영해도 될 것 같긴

한데, 그러나 굳이 혼자 버틸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20여년간 허리통증으로 고생을 해온 대전에서 약국을 하는 친구가 지난 6월 말

허리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재활 중인데, 안부와 수술경과를 묻는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 돈 벌려고 애쓰지 말고~

골프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렇게 살어~~"

 

친구는 수술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어 그 긴 시간을 그렇게 버텨온 것이었다. 

 

몸이 아파보면 욕심도 줄어든다. 거창한 인생의 꿈같은 거는 다 부질없는 

주제가 되고 말기도 한다. 

 

' 그저 이 한 몸 아픈 거나 없어지기를~  '

 

이것이 유일무이한 인생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사실은 그간 쌓인 피로 탓인지 지난달 하순경 아무 이유 없이 1주일 정도 옆구리며

허리며 앞배까지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다 보니 정말이지 몸 아프지 않고

시원한 공기 마시며 편히 잠잘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보다 더 큰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분들에 비하면 너무 소소할 수도 

있지만 ~ 

 

해서 친구에게 약국을 반나절 맡겨 놓고 아침 식후 앞산을 올랐다.

물론 맨발로 걷는 것이다. 

 

올라가는 길에 할머니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갓 따놓은 토마토와 오이 1만 2천 원

어치를 사두고 출발하여 한 시간여를 맨발로 걸었다. 이젠 맨발 걷기가 보편화

된 것인지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 70%는 맨발이다. 

 

내가 맨발 걷기를 시작한 지는 이제 1주일 정도다. 따로 시간이 없으니 근처 주차장에서

하루 출퇴근 시에 20여분씩 대략 4-50분 정도를 하고 있다. 다행히 주차장이 흙으로

된 덕분이다. 

주말에는 집 앞 야산을 1시간여 걷는다. 

 

토마토와 오이를 집에 가져다 놓은 후 물통을 챙겨 자주 가는 사찰로 물을 뜨러 

나섰다. 집에서 약 25킬로 정도 떨어진 곳^ 

 

물을 뜬 후 약국으로 돌아오면서 원삼의 고초골 성지를 들른다. 성지에 차를 세우고

다시 한번 잠시 맨발로 주변 마당을 밟아본다. 신을 신고 걷는 것과 맨발로 걸어보는 건

어쩐지 느낌도 다르고 뭔가 이 땅에 내가 정말 서있다는 친밀감도 더한다.

 

여러 가지 꽃을 가꾸고 있는 성지 인근 주택지를 천천히 둘러본다. 그 옛날 내가 살던 시골서

보던 그런 꽃들이다. 

 

소박한 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로움이 가슴 가득 스며든다. 

 

반나절의 시간이 이렇게 긴 건가? 

 

약국에 도착하여 친구와 함께 인근 식당에서 된장 찌개로 점심을 먹고 친구는 집으로

가고 나는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중이다. 

 

비록 아침 몇 시간을 휴가처럼 활용했지만 참으로 평일로서는 1년 만이고 홀가분하고

자유로움을 맘껏 즐긴 셈이다. 

 

" 그려~ 어디 아픈데 없고 태양 아래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걸을 수 있다는 자체 만으로

충분한겨~

 

까짓 날씨가 좀 더운 것쯤이야 덤이지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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