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걷기하며 보니 오솔길 왕복 총 500m 중에 약 10여 미터
정도 솔잎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요즘 새벽 기온은 약 8도 정도다.
따라서 맨발로 쭈욱 걷다보면 발바닥이 얼얼해진다.
어떤 이들은 한겨울 눈이 내린 길을 맨발로 걷기도 한다는데
나의 경우는 좀 무리다.
작년 겨울 눈이 내렸을 때 맨발로 앞산을 올라 봤는데
30여 미터도 갈까 말까였다. 도저히 그 이상은 걸을 수가
없어서 포기했었다.
허긴 눈 내린 흙길을 굳이 맨발로 걸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혹 모르겠지만, 나이 들어서 그렇게 까지야 뭐~
하여튼 아직은 이른 새벽에도 그럭저럭 걸을 만은 하지만
오솔길에 소복이 떨어진 솔잎을 보니 왠지 한번 그 길로
걸어보고 싶었다.
왕복 500미터 코스를 오고 가며 솔밭길을 잠시지만 몇 차례
천천히 걸어봤다.
그 따스함과 포근함이 발바닥에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예전 시골 살 때는 솔잎이 겨울에 큰 땔감이었다.
부엌에서 불을 피우면 타닥타닥 아주 찰지게 타들어 갔다.
푸석한 여타의 마른 잎새와는 차원이 달랐다.
솔잎이 뽀얗게 떨어져 쌓인 야산 등성이를 걸으면 소나무 향이
코에 스친다. 그렇게 가을은 깊어 갔었다.
아침에 며칠 전부터 떨어진 솔잎을 자세히 관찰해 보니 참으로
정연하게 두께가 일정하게 잘 쌓여있다. 자연이 하는 일은
이토록 치우침도 모자람도 없다.
낙엽들이 다 떨어지면 구청 녹지과에서 이곳 오솔길 쌓인
낙엽들을 몽땅 수거해 간다. 물론 솔잎도 쓸어 간다.
구청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전화해 본다 하면서 몇 년이
그냥 흘렀다.
올해는 꼭 전화를 해서 그 연유를 물어보고 싶다.
그냥 내년 봄까지 쭈욱 좀 놔두었으면 하지만,
무슨 이유가 있겠지.
솔잎이 남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맨발로 걸어 그 따스한
감촉을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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