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눈은 어느 정도가 내려야 감상할만한가?

조금 내리면 볼품이 없고 너무 많이 내리면 멋진 설경을

구경하러 나설 수가 없으니 그것도 그렇다.

 

그저 적당히가 맞는걸까?

 

아침부터 솔솔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전부터 만나던 선배 부부와의 브런치 타임이 있는 날이다.

장소는 용인의 우리 약국 동네~ 부근 

 

신원 cc 앞 호수에 이르자 나도 모르게 차를 길가에 멈추고 카메라를

꺼냈다. 

 

얏호!!

 

영상의 기온에 살짝 녹다 만 호수 얼음이 마치 파도를 연상케 하고 

살짝 비 온 후 내린 눈은 또 다른 멋을 선사한다. 

 

" 여보 빨리 갑시다~ 약속 시간에 늦겠어요~~"

 

뭐 다 왔는데, 이런 경치를 두고 부랴부랴 시간을 맞출게 뭐람!!

좀 보고 사진도 찍고 가자구!

 

묵리 산중에 있는 오월 속에 있다 라는 카페 아니  조촐한 집은 약국에

오는 손님이 일전에 알려준 곳이다. 

 

찾아 들어가는 길은 마침 눈이 멋지게 덮여 설국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어떤 집일까? 

 

눈이 하얗게 덮인 30여 평의 주차장에 처음 차를 대는 맛도 신선하다. 

 

꼭 오월이 아니래도 지금도 멋진걸~ 흠!

 

카페 안에는 우리 외에 아무도 없다. 

 

 

 

 

하얗게 눈이 쌓인 산중의 카페에서 이리 여유로운 브런치라니~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이른 아침의 그 찻집~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노래가 떠 올랐지만 사실 외로움을 마시기에는 적당치 않았고

우리는 화기애애한 담소를 즐기는 중이었다. 

 

그 겨울의 찻집 / 마론 

 

 

마른 꽃은 걸려 있지 않았지만, 

휴일 아침 소복소복 쌓여가는 눈을 내다보며 그동안 끊었던 

커피도 한잔 마시며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니 감회가 새롭다. 

 

 

 

빼곡히 자란 콩나물시루를 보듯 맞은편 산에는 참나무가 

촘촘히 박혀있고 

 

그래 5월쯤 오면 싱그럽기 그지없는 참나무 새 잎을 원 없이 볼 수 

있겠지? 아니 좋기로는 4월 중순이 더 좋겠네!!

 

식사를 다 마치자 일단의 손님들 두 팀이 들어왔다.  이제 우리는

일어서야 할 때구나!!

 

내려오며 아까 올라갈 때는 보지 못했던 풍광을 다시 보니 오우~

눈 이란 게 이토록 풍광을 살려낸다는걸 이제야 알 것 같다. 

 

눈의 역할이 바로 이런데 있기도 하네!

 

말하자면 눈이 와 봐야 그 동네가 쓸만한지 아닌지 구별이 될 수도 있다는 거~ 

 

 

 

 

 

 

 

 

 

때는 1969~70년 초 여름~

고등학교를 다니겠다고 서울로 올라와 간신히 서울 생활과 학교생활에 적응을 해 나가는 

중이었다. 

당시 서울이라고는 하지만, 영등포 언저리 지금은 관악구라 칭하는 논밭과 주택이 반반 정도

어울어진 반은 시골과 같은 동네였다. 

 

그래도 서울은 서울인지라 시골 출신인 내가 적응하기는 만만치않은 생활이었다. 

 

학교 주변은 굵은 철조망으로 경계가 쳐져 있었고 철조망 밖은 대부분 논과 밭이었다. 

 

아마 5-6월 이지 싶은데 당시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연일 흘러나왔다. 

노래에 특별한 관심도 취미도 없었지만 원체 자주 들려오다 보니 저절로 귀에 익숙해

졌다. 

 

'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당시 노래하는 가수가 나훈아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 노래가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그런건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 이른 초여름 학교 주변의 논에 푸릇한 벼가 자라고 있었다는 거고 뽀얀 먼지가 가끔씩 

일어나는 흙길 주변을 걸으며 이 노래를 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평생 잊을수 없는 노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훈아의 이 초기 목소리는 무언가 살짝 떨리듯, 조심하듯, 두려운듯한 느낌이

난다는 점이다. 

 

처음엔 다 그래!  

 

그런데 처음 이 목소리가 나는 좋다. 

 

이 가을 이 노래가 다른 노래보다 먼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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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 일을 새로 시작하다니~

참 용기가 대단하오~ "

 

근데 그게 왜 용기도 용기지만 힘든 일인지는 약국 오픈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 그래 만만한 일은 아니군!  이건 용기만으로 될 일도 아니고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야~ 미래에 대한 걱정 근심도 이겨내야 하고~"

 

잘못해서 감기나 걸리거나 어디 아프면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월 18일 문을 연지 3번째 주를 넘기자 비로소 약간의 여유를 찾게 되었다. 

 

요즘 약국이 그저 10여 평 남짓으로 운영되는 건 보통의 일이다. 어떤 곳은 5평도 안 되는

공간이지만 총매출이 높아 지역화폐도 받지 못하는 곳도 있다. 뭐 그래도 상응하는 급부가 상당하니

비좁다해도 참을만하다 할 것이다. 

 

인간의 삶이 거주공간에 일정 부분 지배된다는 얘긴 대체로 공감하는 것이지만, 해서 

아파트도 무조건 큰 평수로를 외치던 시절도 있었다. 넓은 학교 운동장, 큰 강당~

이런 것이 당연 개방감과 자유의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어쩌다 30평의 비교적 큰 약국을 열게 되었다. 이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어쩌면 필연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것이다. 

이 나이에 그저 조그마한 약국을 한다 해서 안될 것도 없었고 또 그것이 나에게는 훨씬

편했을지도 모른다. 

 

허지만 아내는 이번 일은 순전히 하느님의 도움으로 성사되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진행 과정에 드라마틱한 부분이 꽤나 있었고 연결해주시는 분들이 거의가 성당 사람들이

었다. 

 

넓은 약국에 혼자? 처음엔 그게 좀 꺼려지기도 했다.

헌데, 혼자면 어떤가?

 

뭐 대단할 일은 아니지만, 이 나이에 일터 자체가 있다는 게 어딘가? 

약간의 힘은 들었지만(사실은 약간은 넘었지만), 나는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겨우 정신이 좀 들어 엊그제 아침 우리 동네를 아주 잠시 둘러보았다. 

올 가을은 단풍에 관한 한 아무래도 텃새 수준을 면치 못하리라는 예상을 해 본다. 

어딜 멀리 가 본다는 건 좀 무리일 듯하다. 

 

그동안 수년간 한가한 약국을 하면서 잘 돌아다녔지 않은가? 

 

올해 단풍은 좀 시원찮을 걸로 예상을 해 보는데, 산수유는 열매가 예년에 비해

실하다.

 

그렇다면 이천 산수유 마을을 이번 가을에 꼭 가봐얄텐데~ 

 

약국 주차장에 내려 건물에 입점한 의원이며 약국, 필라테스 등을 찍어 본다. 

 

건물과 인접하여 바로 뒤편으로는 용천 초등학교가 있다. 

우리가 용천 온누리약국으로 상호를 정한 데는 바로 초등학교 이름도 한몫했다. 

전에는 옆에 같은 이름의 고등학교가 있었다.

 

늘 학교 이름을 따라가다니~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용천 초등학교는 1934년에 

개교를 했다 한다. 용천은 땅에서 용솟음쳐 올라오는 샘 이란 뜻이다. 이 동네 부근에

그런 샘들이 많다고 들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학교를 가는 모습을 본지 꽤나 오래되었다. 뭔가 신선하고? 

또 새롭다. 

 

운동장 한구석에 노란빛을 드리우는 은행잎이 아침햇살에 빛난다.

내가 다니던 예전의 초등학교 입구에도 큰 은행나무 2그루가 가을이면

노랗게 물 들었었다. 

 

네이버 지도에 사진을 올리려고 한 장 찍었다. 

 

 

혼자 감당해 나가기에는 다소 넓은 감은 있지만, 

온누리의 도움으로 모처럼 깔끔한 세팅이 가능하게 되었다. 나 혼자 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지난 30여 년간  약국에 갇혀 지내다 보니 세상 감각에 많이 뒤처져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인터넷, 컴퓨터, 각종 관련 인증절차, 사무처리가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 

 

묻고 또 묻고 시행착오를 무수히 거쳐 겨우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온누리가 지향하는 가치 철학이 무엇인지를 뚜렷이 보여주는 심벌이다. 

 

행복, 즉 happy 하게 건강하게 살자~ wellness 가 여러  의미로 해석될 것이나

아무튼 좀 건강하게 즐겁게 살아감이 많은 이들의 희망이자 목표가 되어야 할것은 자명하다

할것이다.

 

약국이 일정부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2-30년 전 나 역시 그런 모토를 세우고 살아왔지만, 중간에 상당 기간 약국이 뜻대로 되질 않았다. 

본업이 불충실하니 아무리 열심히 살았다해도 약간은 공허함이, 아니 빈 구석이 있었던 셈이다. 

의약분업의 출발인 2,000 년도가 그 분수령이었다. 벌써 20여년 전이다. 

 

이제 욕심을 크게 부릴 이유도 없고 시류에 어느 정도는 부응하는 그런 약국을 하고자 한다. 시류라 함은

분업 환경에  웬만큼 따라가는 걸 의미한다. 

 

적절한 말은 아니지만 하루 온종일 처방만 처리하는 그런 약국은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위치도

아니다. 주민들과 건강 얘기도 나누고 그들에게 도움도 주고 그렇게 하는 걸 나는 원하고 또 좋아한다.

약국의 역할이 상당 부분 그런데 있다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용천의 하루는 빡빡하게 돌아간다. 

저녁을 아예 해결하고 집으로 퇴근하니 집에서 밥을 먹을 일이 없어졌다. 

밤 10시면 곯아떨어지고 아침 6시면 일어난다. 

 

그렇게 11월이 가고 있다~ 

 

가을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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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이미 깊숙이 이 땅에 들어와서 저 쪽으로 빠져나갈 틈을 찾고 있는듯합니다.

 

헌데 올 가을은 저에게는 그저 건성입니다. 오직 출퇴근 시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을

그저 가을로 받아들여야하는 처지가 되었네요. 

 

근 한달만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니 노란 계수나무 잎은 거의 다 떨어져

동전처럼 노리끼리한 잎새를 몇 개 달고 있고 대신,산수유는 빨갛게 익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군요.

 

 

마음이 바쁘면 꽃도, 나무도, 열매도, 단풍도, 눈에 스치기만

할 뿐 가슴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는 말이 새삼 느껴집니다. 

 

'이렇게 적당히 살아가기는 좀 그렇지~'라는 생각을 늘 하고는

있었지만, 갑자기 새로 약국을 옮겨갈 것은 예상을 못했고 후다닥 일을

마치긴 했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지난 20여 년간 새로운 약국을 열어야지~ 하는 생각은 늘상

해 왔었고 기회가 되면 떠나고자 했지만, 그것이 마음만 그럴뿐 실행에 옮기는데는

상당한 결단과 준비가 필요한 일이었지요. 

 

그러던 중, 

 

9.18일에 장소를 물색하여 인테리어 및 폐업, 개업 절차를 거쳐 10.18일에

오픈을 했는데 지난 30여 년간 한 자리에 말뚝을 박고 지내다 모든 걸 접고

다른 동네에 묘목을 새로 심는 일이  간단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예전 인터넷이 그럭저럭인 시절에는 사업장을 옮기는데 복잡한 수속이

그닥 없었습니다. 헌데 선진 한국이 되고 보니 그 모든 게 전부 인터넷, 컴퓨터를

거치지 않으면 되는 게 하나도 없더군요. 

 

은행 문제, 인증서 문제, 카드, 카드 단말기 은행 이전 문제, 약국 폐업, 개업,

등록증 발급 같은 보건소 문제, 캡스 같은 보안기기 설치 문제, 전화 팩스 이동,

인터넷 이전, 하다 못해 정수기 설치에도 몇 번의 인증문자와 확인을 거쳐야 되고

병의원 처방 처리와 관련된 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등도 하나같이

다 그랬습니다.

 

젊은 친구들이야 그런 게 생활 자체였으니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아날로그

세대인 저는 모든 게 낯설고 힘들게만 느껴졌지요. 또 지금까지 그런 실무적인

것들은 대략 맡겨놓고 널널하게 일을 해 오다가 이번에  막상 직접 부닥치자 앞이

캄캄해지기도 했고요. 

 

뭐 하나 물어볼 게 있어 전화기를 돌리면 무슨 놈의 끝도 없는 ARS를 들어야 하고

상담원은 항상 만원이라 기다리다 지쳐 수화기를 수도 없이 놓아야 하고, 

그러다 또 다른 일이 겹치면 잠시 잊어버려 뒤죽박죽이 되고!  겨우 생각이 나면

처음부터 다시 전화를 돌리고! 등등, 에혀~ 

 

이런 일들을 힘들다 하기는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했습니다. 거기다 시간도

촉박했고~

 

하루하루를 꽉 채워 힘들게 일하는 분들이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저녁에 돌아오면 TV 앞에 앉기가 바쁘게 잠에 곯아떨어지는 일상이 반복되었지요.

마치 1주일이 한 달이 지나는 것 같고 허리가 아파져 엉거주춤한 자세로 걷고, 이

모든 게 지난 한 달 바쁘게 지낸 여러 궤적의 결과로 생각됩니다. 

 

 

그간  용인으로 이사 와서 매년 10월 30일경이면 가을을 알려주던 동네 앞 

떡갈나무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쁜 단풍이 들었는데, 이미 한 이틀 전성기를 넘긴 듯합니다. 

 

매년 보는 단풍인데 뭐 새로울건 없지만, 늘 반갑습니다. 같은 참나무 科 지만 

유독 예쁘니까요. 아주 독보적이지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이것까지 놓치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어서

휴일 오늘 아침 카메라를 들고 나가 보았습니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꽤나 남아 있지만, 그래도 조금 숨을 쉴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설령 그렇게 당분간 살아가더라도 사진 찍기와 글쓰기까지 멀리하면 정말 안 된다는

생각에 모처럼 노트북 앞에 앉아 두서없는 글을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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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 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도종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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