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nuit / salvatore adamo

 

 

 

백암순대는 아무튼 나의 영원한 최고 음식이다. 고향 일죽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그 옛날 내가 시골 장터에서 어쩌다 한 그릇 사 먹던 바로 그 순대의

맛을 지금도 유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토요일 약국을 일찍 마치고 백암으로 순댓국을 먹으러 차를 몰았다. 

백암 가는 길이 참으로 평화로웠었는데 SK 반도체 공장이 신축을 하는

바람에 길이 어지러이 변해 버렸고 야산은 몽땅 베어져 민둥산으로 되고

거기 흙을 퍼 나르는 트럭으로 완전 아수라장이 된 지 오래다. 

 

하여튼 순댓국 한 그릇 먹으러 배를 쫄쫄 쥐어짜며 백암에 도착한 건 오후

2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국밥집 안은 만원이었다.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역시 변함없는 이 맛^ 

한 끼의 식사가 주는 만족감이란 이런 거구나~~

 

그래 내친김에 고향이나 가 보자^ 

 

아랫동네 동물 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우고 내가 살았던 빼낙골로 걸어 올라갔다.

풀이 자라 발목 위를 덮고 사람이 다니지 않은 듯 길이 나 있지 않았다.

6 가구 중 딱 한 가구 신축해서 사시는 아주머니 집에 당도해 보니 대문은

굳게 잠겨있고 마당엔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다. 

 

"엇? 돌아가셨나? " 

 

길을 도로 내려와 아랫 동네 마을회관으로 갔다. 안에는 할머니 아주머니 등 몇 분이

티브이 시청에 이런저런 얘기를 도란도란 주고받고 있다. 

 

" 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저위 빼나골 기홍이 어머니가 어떻게 되셨나요?"

 

"누구신데~" 

 

" 아 네에,, 저는 빼나골 살았던 나 ** 입니다. " 

 

"기홍이 엄마는 오래전에 요양원에 가셨는데~ " 

 

음 그래서 집이 그렇게 변했구나~ 나는 순간 맥이 탁 풀림을 느꼈다.

이제 고향에서 나와 함께 살았던 그리고 그 동네에 처음부터 살고 계시던 분은

아무도 없구나~ 

 

몇몇 분과 이런저런 얘기 끝에 마침 고향집 맞은편 산비탈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하던

허영우 형의 형수님이 ~ 

 

윗동네인 우리 집에서 아래 큰 동네로 내려갈 때 초입에

있던 살구꽃이 예쁘게 피던 집이다. 완전 폐허가 되어있다.

 

 

 

" 그 당시 복숭아 과수원에서 잡숴보지 못하신 복숭아가 우리 집에 몇 개

있으니 우리 집으로 가십시다. 아마 형님이 논에 피 뽑으러 안 갔으면 계실

거구만유~ "

 

*  *

 

[ 60년쯤 전 어느 비가 부슬부슬 오던 6월 어느 밤~

나는 우리집 바로 그 건너편 과수원의 복숭아가 그리도 먹고 싶었다. 

 

일전에 복숭아 2개에 5원을 주고 사 먹은 그 맛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철조망을 넘고 복숭아나무까지 접근하는 데는 성공했는데 아뿔싸~

과수원 개가 짖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급한 대로 아무 복숭아나무 위로

얼른 올라가서 동태를 살폈다. 주인 아저씨(허형의 아버님)는 개가 왜

이리 짖는 거야~ 뭐가 있나~ 이러시면서 개를 달래시더니 곧바로 과수원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셨다. 

 

잔뜩 긴장하고 나무에 올라있던 나는 한숨을 돌리고 복숭아를 찾아봤으나

어두운 밤에 복숭아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면 이미 다 따낸 복숭아

나무를 잘못 찾아 올라갔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들키지 않은 것만 감지덕지, 허겁지겁 나무를 내려와 실비를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일생 일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복숭아 서리는 이렇게 소득 없이 끝난 것이다. ]

 

*   *

 

대충 이 얘기를 들은 형수님이 그때 맛도 못본  복숭아 하나 맛보라고 ~~ 

거참, 60년 전에 먹고 싶었던 복숭아를 이제사 먹어 본다?? 

 

대문 입구에 만들어 놓은 저온 창고에서 복숭아 몇 개를 꺼내 칼로 깎아 건네 주신다.  

그리고 텃밭에서 맵지 않은 오이고추며 상추며 노각이며 포도까지 줄줄이 따서 비닐

봉지에 담으신다. 

 

"이미 올해는 8.15일을 넘겼으니 내년 8.15일 경에 와서 꼭 복숭아를 좀 구입하겠

습니다요~ "

 

당시의 복숭아 밭은 다 갈아 엎었고 그 뒤쪽으로 다시 복숭아 나무를 심어서 계속

과수원을 하시고 계신단다. 

 

고향을 떠난 지 대략 60년이 된다. 그 사이 꽤나 여러 번 고향을 찾아본 것도 사실

이나 그냥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사라지기 일쑤~ 동네 어느 집을 찾아들어간

적도 거의 없고 따라서 뭘 손에 들고 온 적도 없었다. 말하자면 이번에 그 복숭아

한 개, 노각 두 개, 고추 한 움큼, 포도 두 송이는 그래서 내가 60년 고향땅에서 가지

고 와 본 유일한 산물인 셈이다. 

 

나는 고추며 상추 등을 비닐봉지에 넣으시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싸아 해짐을 느꼈다.  

 

그 뭐랄까~ 

그것은 단순한 고향에 대한 향수 이런 게 아니었다. 어쩌면 나에겐 고향에 대한 아주 약간의

피해의식? 서운함? 뭔가 모를 아쉬움~ 그런 것들이 늘 마음 한구석에 살짝 남아 있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작은 사건으로 인해 내 마음이 많이 풀렸다고나 할까? 

고향을 바라보는 인식에 조금 변화가 있을듯한 예감이 들었다는 점이다. 

 

이 텃밭은 내가 어릴 적 친구들과 구슬치기를 하던 큰 마당이었다.

 

 

허영우 형 집 앞에 들어선 번듯한 양옥집~

 

서울 강남에서 내려온 어떤 중년 부인이 지은 집인데, 이동네 이사 와서 새로

결혼을 했고 부부가 골프를 치러 자주 다니는데 동네 사람들 하고는 거의 내왕이 

없단다. 아무 연고도 없는 시골에 이렇게 내려와 사는 사람도 있네~ 그랴! 거참~

 

내년 복숭아 철에 다시와 볼 것을 약속하며 서둘러 인사를 하고 이곳에서 30리 

떨어진 장호원 대서리로 향했다. 

 

20여 년 전 가을걷이가 끝나면 동네분들이 마을회관에 여럿 모이셨고, 한약을 지어

택배로 부쳐 드리던 동네이다. 내 고향 동네 바로 옆집에 살던 누이가 사시는 동네이기도

한데 몇 년 전부터 통 연락이 안 되어 이참에 한번 직접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그 누님은 살아 계셨고 허나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 수술에 수술을 거듭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대서리 근처 동네 가리울~

 

엄마 생존 당시 겨울에 보따리를 이고 행상을 하시며 가끔씩 여기 [가리울] 동네를

말씀하셨었다. 

 

" 오늘은 가리울 누구네 집에서 점심을 한술 떴지~ " 

 

그 가리울이라는 동네, 인심이 그때만은 못하겠지만 웬지 꼭 한 번은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다. 

 

동네 입구에서 뭔가를 뿌리고 있는 농부를 만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여쭈었다.

가리울은 옛 가리울이 있고 신 가리울이 있단다. 그리고 그 동네에 가래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란다. 

 

 

여기 어드메쯤에 그 옛날 엄마가 점심을 얻어 드셨다는 집이 있을게다. 

어둑해지는 마을에 들어가 그저 잠시 얼쩡거리며 동네를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생각 같아서는 오래된 어느 집에 들어가 그 옛날  그 일을 기억

하시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 엄마~ 나 가리울에 왔어요~~ ~~~" 

 

점심으로 먹은 백암 순댓국이 아직도 배가 든든한데 일죽 당촌리에 있는 어죽

국수가 생각이 났다. 

그러나 찾아간 식당에는 육수가 동이 나서 미안하단 말만 들었다. 

에혀!

 

 

흡사 영주의 무섬 마을과 비슷한 풍광을 보여주는 당촌리 냇가~

여기서 피라미를 잡아 어죽을 끓여줄까? 아니겠지!!

개울의 모래는 꽤나 곱고 깨끗해 보였다.

 

 

근처에 있는 기와집~

청미재^ 

 

아마도 민박을 하는 모양인데 내부를 살짝 들여다보니 정원이

매우 크고 아름답다. 

 

혹 고향에 와서 유숙을 한다면 이 집에서 하고 싶다. 

 

토요일 오후 약국 마치고 다녀본 일정으로는 꽤나 여러 가지를 한 셈이다.

눈 감으면 떠 오르는 고향 마을은 아무리 지금 변한 모습으로 바꿔 보려 해도

좀처럼 그렇게 되지 않는 묘한 그런 게 있다. 

 

그래! 그게 바로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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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이후 줄곳 혼자서 약국을 운영해오다 보니 평일에

나의 개인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말았다. 

 

1년을 그렇게 지냈다. 

 

그러다 근래 약국을 접고 은퇴한 동기가 1주일에 두어 차례 우리 약국을

봐주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중이었다. 몇 차례의 수습 시간을 거쳐 이젠

친구에게 혼자 약국을 맡겨도 될 만큼 훈련이 되었다. 

 

지난 4월 아내에게 큰 변고가 생긴 이래 아빠의 건강을 걱정하는 아이들이

조금씩 쉬어가며 일을 해야지 않겠냐 해서 그리 결정을 했다. 허나 당시와는

다르게 이젠 나 자신 건강도 웬만큼 회복되어 혼자 약국을 운영해도 될 것 같긴

한데, 그러나 굳이 혼자 버틸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20여년간 허리통증으로 고생을 해온 대전에서 약국을 하는 친구가 지난 6월 말

허리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재활 중인데, 안부와 수술경과를 묻는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 돈 벌려고 애쓰지 말고~

골프도 하고 운동도 하고~

그렇게 살어~~"

 

친구는 수술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어 그 긴 시간을 그렇게 버텨온 것이었다. 

 

몸이 아파보면 욕심도 줄어든다. 거창한 인생의 꿈같은 거는 다 부질없는 

주제가 되고 말기도 한다. 

 

' 그저 이 한 몸 아픈 거나 없어지기를~  '

 

이것이 유일무이한 인생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사실은 그간 쌓인 피로 탓인지 지난달 하순경 아무 이유 없이 1주일 정도 옆구리며

허리며 앞배까지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다 보니 정말이지 몸 아프지 않고

시원한 공기 마시며 편히 잠잘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보다 더 큰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분들에 비하면 너무 소소할 수도 

있지만 ~ 

 

해서 친구에게 약국을 반나절 맡겨 놓고 아침 식후 앞산을 올랐다.

물론 맨발로 걷는 것이다. 

 

올라가는 길에 할머니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갓 따놓은 토마토와 오이 1만 2천 원

어치를 사두고 출발하여 한 시간여를 맨발로 걸었다. 이젠 맨발 걷기가 보편화

된 것인지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 70%는 맨발이다. 

 

내가 맨발 걷기를 시작한 지는 이제 1주일 정도다. 따로 시간이 없으니 근처 주차장에서

하루 출퇴근 시에 20여분씩 대략 4-50분 정도를 하고 있다. 다행히 주차장이 흙으로

된 덕분이다. 

주말에는 집 앞 야산을 1시간여 걷는다. 

 

토마토와 오이를 집에 가져다 놓은 후 물통을 챙겨 자주 가는 사찰로 물을 뜨러 

나섰다. 집에서 약 25킬로 정도 떨어진 곳^ 

 

물을 뜬 후 약국으로 돌아오면서 원삼의 고초골 성지를 들른다. 성지에 차를 세우고

다시 한번 잠시 맨발로 주변 마당을 밟아본다. 신을 신고 걷는 것과 맨발로 걸어보는 건

어쩐지 느낌도 다르고 뭔가 이 땅에 내가 정말 서있다는 친밀감도 더한다.

 

여러 가지 꽃을 가꾸고 있는 성지 인근 주택지를 천천히 둘러본다. 그 옛날 내가 살던 시골서

보던 그런 꽃들이다. 

 

소박한 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로움이 가슴 가득 스며든다. 

 

반나절의 시간이 이렇게 긴 건가? 

 

약국에 도착하여 친구와 함께 인근 식당에서 된장 찌개로 점심을 먹고 친구는 집으로

가고 나는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중이다. 

 

비록 아침 몇 시간을 휴가처럼 활용했지만 참으로 평일로서는 1년 만이고 홀가분하고

자유로움을 맘껏 즐긴 셈이다. 

 

" 그려~ 어디 아픈데 없고 태양 아래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걸을 수 있다는 자체 만으로

충분한겨~

 

까짓 날씨가 좀 더운 것쯤이야 덤이지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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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최 전성기가 흐르고 있다.

 

해가 아주 길어 보이지만 벌써 하지를 넘긴 지 보름이 훌쩍 넘어간다. 

해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극심한 무더위는 이제 한 달이 조금 더 남았을 뿐이다. 물론 이 더위는

인간을 괴롭히기 위해 존재한다기보다 들판의 곡식을 익게 하기 위한 

자연의 보살핌이라는 건 일찍이 생각해 온 바이지만, 

 

암튼 텃밭의 옥수수 대궁이가 쭈욱 자라 오르고 수염이 허옇게 피어나고

옥수수가 굵어지는 이때가 최 전성기임은 분명하다. 

 

덥지만 참 좋은 계절이다. 여름을 사랑하는 이는 분명 활기찬 지구의

이 시절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에너지 넘치는 인생을 즐기는 분이 분명할 듯

하다. 

 

" 그래 당신은 이 여름을 좋아하오? "

 

라고 누가 묻는다면 단연코 나는

 

"그렇다" 고 대답할 것이다. 

 

봄은 온갖 종류의 꽃으로 시작되고 여름은 풍성한 과일을 선사하며 가을

또한 풍부한 결실로 응답하니 그 모든 계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겨울 또한 침잠과 사색으로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고 갈무리를 하게 하니

이 또한 너무 좋은 계절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일 년 사시사철 어느 계절이건 다 좋을 수밖에 없다. 자연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선물은 무한 풍부하며 그 속에서 맘껏 행복하게 살아야 함은 당연지사라

할 것이다.

 

그러니 " 더워서 못살겠네~ " 라든지 

"추워서 죽겠네~ " 이런 얘기는 가급적 하지 않기로 하자^

 

사람 중에는 추위나 더위를 정말 못 참는 분들도 없지는 않고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그런 걸 감내하기 어려운 분들이 계실 것이다. 뭐 그렇긴 하지만, 대부분의 보통인

들이라면 그저 주어진 계절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그렇게 살아감이 온당하다 

할 것이다. 

 

여름 휴가를 어디로 갈까? 

뭐 좀 맛있는거 없을까? 

 

이런 것은 다 복에 겨워하는 생각이지~

몸이 당장 어디가 아프기만 해도 그것이 모두 부질없는 희망이란 걸 금세

깨닫게 된다. 

 

덥건 춥건 주어진 환경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자체가 복 받은 것이고 어디 아프지만

않아도 행복은 차고 넘치는것이 아닐까? 

 

그렇다 해서 뭔가 더 재미있게 보람되게 알차게 인생을 설계하는 것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형편이 허락되면 당연 그렇게 해야 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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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현충일~

어찌 보면 반가운 주중 하루 더 쉬는 휴일이다.

 

지난 4월 큰 사건 이후 카메라는 가방 속에 잠잔지 오래고 도무지

그 아무것도 재미는 물론이고 의미조차 찾기 힘든 나날이 지속되다 보니

어디를 휴일에 가 본다는것도 다 부질없게 느껴지는 중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는 없지 않나? 

 

초목은 푸르고 계절은 마냥 우리에게 손짓을 하는데, 어찌 그냥 세월을 

보내기만 할수 있단 말인가? 

 

해서 미리내 성지를 첫 방문지로 삼아 출발을 했다. 칠장사는 두 번째 들를

예정지다. 시간이 되면 죽산 성지도 잠시 찾아볼 참이고 거기서 멀지않은 

내 고향 일죽 동물도 들렀다 올 예정이다. 

 

미리내 성지 입구 맞은편 깊은 산중에 감춰져 있듯 보이는 저 건물~

수도원일까?

 

 

미리내의 6월은 맑고 푸르고 나무잎새와 밤꽃의 향이 진하디 진하게

풍겨온다. 

 

성지 입구에 있는 어느집 담벼락에 이렇듯 예쁜 장미가 만발해 있다.

 

 

 

 

아! 계절은 이토록 아름답게 펼쳐지는데,

어찌하여 힘든 시절을 지내야만하나! 

내 가슴에 장미는 피지도 않고 이미 져 버리고 만 것은 아닐까? 

 

미리내 입구 동네에서 소머리국밥으로 간단 점심을 하고 차를 돌려 

죽산의 칠장사로 향한다. 

 

칠장사는 초등시절 소풍을 다니던 곳인데, 사찰 주변 소나무에 하얀 백로가

뒤덮여 있던 기억이 새롭다. 무려 60여 년 전의 일이다. 

 

 

시원한 바람이 툇마루에 불어 오고 몇 그루지만 가을에 오면 멋진 단풍이

반길 칠장사의 공덕주를 기리는 전각이 눈에 들어온다. 

 

 

어사 박문수의 일화가 있는 칠장사~

 

글쎄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셨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좋은 힌트를 얻어 

과거에 급제를 한건 사실일듯^  해서 이곳에 합격을 기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박문수 다리를 지나 조금 올라가 칠장사를 조망해 본다. 

 

 

조촐하고 아늑한 맛이 풍기는 사찰이다. 산으로 올라 가 본 적은 없지만

차령산맥의 한 지맥이 통과하는 이 지방에서는 그래도 깊은 산중에 속한다. 

 

절 입구 주차장 부근에 산나물을 뜯어다 파는 아주머니가 아까부터 눈에

들어왔다. 요즘 나오는 참나물과 3 잎 국화란 나물을 섞어서 5000원어치

구입했다. 

 

고향동네 가는 길에 용설저수지를 들렀다. 봄철에는 주변 벚꽃이 매우 아름다운

곳인데 지금은 별 볼만한게 없다. 한가롭게 낚시하는 사람만 몇몇 눈에 뜨일 뿐이다.

 

천주교 죽산성지를 잠시들렀지만 이미 장미는 계절을 넘기고 있었다. 

 

고향동네를 들어가니 여전히 아무도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다. 동네 중앙에도

몇 집이나 빈집이 있고 근처 뽕나무에는 시커멓게 오디가 익어 떨어지는 중이다.

요즘 시골 사람들은 뽕을 먹지 않는다. 

 

두세 개 오디를 따서 입에 넣어본다. 

 

동네를 차로 한 바퀴 삥 돌아서 집으로 향한다. 

 

고향은 또 뭘하러 이렇게 속절없이 둘러보고 가는지 자문자답을 해본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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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성 바이올린/봄날은 간다

 

 

해마다 봄이 오면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략 10여 년

전쯤부터 봄이 오면 무척 몸과 마음이 바빠졌었다. 

그 이전에도 해마다 봄이 오면 누구나 그렇듯 조금은 다른 일상을

보낸 건 사실이지만 딱히 애써 기록을 남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 약 10여년 전부터  진달래, 매화, 목련, 살구, 앵두, 산수유, 튤립등의 

꽃들을 나름 세세히 찍고 기록해 두었다. 뿐만 아니라 앞산에

파릇하게 돋아나는 어린 새싹들도 빠짐없이 기록에 기록을 더해 

두었다. 

 

그런데 올봄! 

 

올봄은 그게 아니었다.  예전처럼 출근시 걷거나 혹은 차를 타고

가다가 무작정 내려서 사진 한컷을 남길 수 있는 여유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럴까? 

 

진달래를 봐도 예전 같지 않고 일찍 피는 산수유는 물론 매화는 더더욱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었다.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비록 내 몸과 마음이 전과 같은 봄을 느낄 수 없다 해도 봄은 여전히 봄일

것이다. 전과 달리 1주일 단위로 봄맞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 된 

모양이다. 단 하루 아니 1시간 10분이 새로울 이 봄에 1주일 후의 봄을 

찾게 되는 게 조금은 미안할 뿐이다.

 

그렇다 해서 그것이 봄을 느끼기에 결정적 장애물이 된다고 하긴 좀 그렇고

느즈막이 본업에 조금 더 열중하다 보니 뭔가 감성에 변화가 온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이 그렇다해도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정상 봄을 거의 못 느끼고 사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테니까~ 

 

살구

 

 

 

역시 봄은 진달래로부터다.

 

아무리 매화나 산수유가

일찍 피어난다 해도 내 마음속의 봄에는 진달래가 피어야만

비로소 봄인 것이다. 

 

 

 

떡갈나무의 새순도 경이롭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예전처럼

감격스럽게 다가오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수선화는 아주 이른 봄부터 피어나지만~

용인 농촌테마파크에 들르니 언덕밑에 수줍은 듯 

다소곳이 피어있다

 

계수나무의 어린 새싹도 벌써 이만큼 올라왔다

 

 

 

 

그 사이 또 1주일이 지나갔다.

 

버들강아지가 뽀얗게 솜털을 틔워 내는가 싶더니 어느새

개나리 진달래가 피었고 목련과 함께 벚꽃이 하얗게 땅을

뒤덮었다. 

 

봄날은 하루하루가 가는 게 아쉽다.

아니 아깝다. 

 

좀 더 단 며칠이고 더 이봄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세월은 가차 없이 앞으로 달린다. 

 

그래도 올해는 벚꽃을 며칠간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벚꽃이 다 그렇지 뭐!

 

멀리서 보면 화려하고 기가 막히게 들뜬 기분을 주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 자체로는 별 볼게

없는 그런 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화사한 벚꽃을 기다린다. 가슴에 품는다. 

 

벚꽃이 피어야 제대로 봄을 맞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꽃과 꽃나무는 저절로 자라서 피는 것 같아도 반드시 그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한다.

 

해서 그 어떤 꽃을 보던 늘 감사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한다.  

 

 

그저 우리 동네도 이 정도의 목련이며 벚꽃은 핀다. 

 

동네 그 어디든 봄이면 이 만한 봄꽃은 피어난다. 

 

우리 집 거실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산 목련이다. 몇 년 전 조경수 정비할 때

겨우 말려서 못 자르게 한 나무다. 

통영 박경리 기념관 부근에서도 지천으로 보았고 유후인 거리에서도 

신비롭게 보았었다.

 

유후인의 산목련

 

 

계수나무의 새싹이다. 동네가 추워서 그런지 이제사 싹이 나오고 있다. 

계수나무의 어린잎이 이토록 멋진 것이던가?

 

 

일요일 진천 초평 저수지로 붕어찜을  먹으러 가보니 호수 둘레길은 물론 호수

안에 있는 작은 섬은 전부 벚꽃으로 뒤덮였다. 

 

저녁엔 대전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옥천 쪽으로 가는 주변

역시 벚꽃천지였다.  

 

곳곳이 벚꽃 천지다. 

산에도, 들에도, 마을에도, 길가에도~ 

 

 

이렇게 봄날은 가고 있다. 

 

밭에서 매일 농사일을 한다면 이 봄날이 그렇게 짧지만도 않을지

모른다.

 

허나 보통의 도회 사람이 느끼는 봄날은 매우 짧고 눈 깜짝할 시간에

지나가는 느낌이다. 

 

짧게 느껴지니까 더 아쉽고 더 애틋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봄바람에 치마 한번 휘날리면 봄은 저만치 가고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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