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유를 들어 이르시되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마태복음 13.31~32)
어릴 적부터 커서 " 난 뭐가 되겠다. 혹은 어떤 사람이 되겠다"
아니면 어떤 일을 하겠다 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런 아이는 거의 없거나 아주 희귀 하지만 말이다.
사람은 태어나 살아가면서 주변의 모든 사물, 자연 등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관찰하고 그것에 친해지려 힘쓰고 함께 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그렇게 하지~
일찍부터 " 난 뭘 하겠다" 든지 "어떤 사람이 될 테야 " 등,
예컨대 난 화가가 될 거야, 음악가가 될 거야 대통령이 되겠어, 공무원이 될 거야,
면장이 되겠어, 군인이 될래, 소방관이 될 거야~ 하기는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 대부분은 이렇게 목표지향적으로 삶을 출발하지는 않는것 같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성경을 수 없이 읽어도 자기 마음에 겨자씨를 가져다 심을 생각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왜? 그럴까? 겨자씨? 그것이 믿음에 관한 씨 라고만 생각할 뿐이다. 천국이 씨앗이라고
비유를 하다 보니 거창한 천국만 생각했지 내 삶의 현실의 씨앗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읽어도 아주 헛 읽은 것은 아니지만, 반만 읽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실은 이 씨라는 것이 애당초 내 안에 있는 경우는 드물다. 재능과 씨는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재능은 토양과 같이 내 안에 있는 어떤 기본적 밑바탕이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재능은 내재적, 씨는 외재적이라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말하자면 민들레의 씨가 바람을 타고 다니다 어느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
최근에 카이스트의 배상민 교수가 이런 씨앗에 대해 설명을 한 걸 보게 되었다. 배 교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스쳐 지나가는 생각, 이 모든 것을 씨앗이라 설명했고 그런 것들을 가능
하면 메모해 두는 습관을 주문했다.
이 글은 그 영상을 보기 훨씬 이전에 작성했던 것이고 다만 조금 망설이던 마음이 그로 인해
발표해 보기로 생각을 굳힌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암튼 재능이 좋으면 씨앗이 좋은 게 심길 수도 있고 전혀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런 씨앗을 각자 마음에 품게 하려면 대체 언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무얼 어떻게 하면 된단 말인가?
초등 6년, 중고 6년, 대학 4년을 통틀어 나는 학교 선생님에게서 단 한 번도 이런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문제는 들어야 꼭 되는 것이었는지, 안 들었어도 스스로 깨우쳤어야 하는
건지는 잘 판단이 안되지만, 요즘 유튜브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는 것은 누군가는 알리고
힌트를 주는 게 맞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다.
그것이 선생님이라는 분들이 해야 하는 의무이자 숙제 같은 건 아닐까?
" 너희들이 장차 무얼 하며 살 것인지를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 아니 그보다도 뭘 하든
너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 떠 오르는 그 무엇을 꼭 붙잡아 두어야 해~
그냥 흘려버리지 말고~ 그것이 바로 너희들을 큰 나무로 성장시켜 많은 열매를 거두게 해줄
결정적인 씨앗이란 말이다.
계속 생각을 해야 해~ 마음을 열어야 해, 귀를 쫑긋 세워야 해~ 그래서,
언제든 그걸 잡을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
"이것은 너희에게 주는 명령이야~ "
이렇게라도 어떤 강한 동기 부여를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요즘 약대 학생 혹은 졸업 후 진로를 걱정하며 약국을 찾아오는 젊은 친구들이 가끔씩 있다.
"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요? 한약의 미래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약국 이거 할만한가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 무얼 공부하든, 어떻게 일을 하든 당신의 마음속에 씨앗 하나를 심으라. 씨앗이 없으면
찾아서 구해라! 그것이 10년 후 20년 후 당신의 운명을 결정할 테니까~"
"다른 약국도 여러 군데 방문해 보았지만 이런 얘기를 해주는 분은 하나도 없었어요~ " 그러면서
그 친구는 자기 집에서 화원을 한다며 조그만 수국 묘목을 하나 나중에 가져왔다.
당연 그럴테지~ 요즘 누가 처음 본 학생에게 그런 얘길 한단 말인가?
내가 16년 교육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 말을 가능한 자주 하려 노력 중이다.
매달 약국에 오는 제약사 영업사원들 에게도 열심히 해 준다. 세일즈를 하면서 당신 마음속에
근사한 씨앗 하나를 심도록 노력하라고!
없으면 구하고 그래도 없으면 다시 구하라고!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 사회는 이런 식의 얘기에 매우 인색할 뿐 아니라, 주제넘는 것이라
여기는 듯하다.
" 당신이나 잘하지 뭘 그런 얘길 하십니까요~~? "
그러나 나의 생각은 단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무런 준비도 시키지 않은 채
청년들에게 스타트업을 얘기하고 창의력이 어쩌고 얘기가 난무한다. 그게 어느 날 갑자기
맘 먹는다고 되는 일인가? 내가 그들에게 씨앗을 줄 수는 없지만, 씨를 하나 품어야 한다는 얘기는
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
잡스가 애플을 창업할 때 적어도 그는 오래전부터 그 어떤 씨앗을 마음에 품고 있지 않았을까?
사실 나 자신도 일찍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좀 미흡했다고 판단해 본다.
*
그런 건 고사하고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인생에서 뭐가 진정 이루어 보고 싶은 게 뭔지~ 등도
파고들면 사실 애매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 당신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 뭘 이루고 싶냐 말이야? "
뭘 이것저것 많이 해 보고 싶은 것 같은데 막상 똑 부러지게 답을 하려면 왠지 애매모호해지는 게
바로 이런 질문이 아닐까?
" 나의 인생 목표는 천국을 가는 것이요~ " 라든지
" 나는 극락왕생을 하는게 소원이요~ " 이런 식의 종교적인 함축적 목표가 아닌
" 나는 이것이요~ " 라고 답하는 것도 사실 만만한 일은 아니다.
종교적 최종 목적이 아닌 이상 딱 하나를 잡아 이것이다~라고 하기엔 우리 인생이 조금은
더 복잡 다양한 게 아닐까?
만일 그 대답을 명쾌하게 할 수 없다면 이제라도 그 답을 위한 생각의 날개를 지속적으로
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생각하고 정리하고 또 생각하고 좁히면 결국 일목요연한 그림이
눈앞에 떠 오를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