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69~70년 초 여름~

고등학교를 다니겠다고 서울로 올라와 간신히 서울 생활과 학교생활에 적응을 해 나가는 

중이었다. 

당시 서울이라고는 하지만, 영등포 언저리 지금은 관악구라 칭하는 논밭과 주택이 반반 정도

어울어진 반은 시골과 같은 동네였다. 

 

그래도 서울은 서울인지라 시골 출신인 내가 적응하기는 만만치않은 생활이었다. 

 

학교 주변은 굵은 철조망으로 경계가 쳐져 있었고 철조망 밖은 대부분 논과 밭이었다. 

 

아마 5-6월 이지 싶은데 당시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연일 흘러나왔다. 

노래에 특별한 관심도 취미도 없었지만 원체 자주 들려오다 보니 저절로 귀에 익숙해

졌다. 

 

'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

 

당시 노래하는 가수가 나훈아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 노래가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그런건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 이른 초여름 학교 주변의 논에 푸릇한 벼가 자라고 있었다는 거고 뽀얀 먼지가 가끔씩 

일어나는 흙길 주변을 걸으며 이 노래를 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평생 잊을수 없는 노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훈아의 이 초기 목소리는 무언가 살짝 떨리듯, 조심하듯, 두려운듯한 느낌이

난다는 점이다. 

 

처음엔 다 그래!  

 

그런데 처음 이 목소리가 나는 좋다. 

 

이 가을 이 노래가 다른 노래보다 먼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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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 일을 새로 시작하다니~

참 용기가 대단하오~ "

 

근데 그게 왜 용기도 용기지만 힘든 일인지는 약국 오픈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 그래 만만한 일은 아니군!  이건 용기만으로 될 일도 아니고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야~ 미래에 대한 걱정 근심도 이겨내야 하고~"

 

잘못해서 감기나 걸리거나 어디 아프면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월 18일 문을 연지 3번째 주를 넘기자 비로소 약간의 여유를 찾게 되었다. 

 

요즘 약국이 그저 10여 평 남짓으로 운영되는 건 보통의 일이다. 어떤 곳은 5평도 안 되는

공간이지만 총매출이 높아 지역화폐도 받지 못하는 곳도 있다. 뭐 그래도 상응하는 급부가 상당하니

비좁다해도 참을만하다 할 것이다. 

 

인간의 삶이 거주공간에 일정 부분 지배된다는 얘긴 대체로 공감하는 것이지만, 해서 

아파트도 무조건 큰 평수로를 외치던 시절도 있었다. 넓은 학교 운동장, 큰 강당~

이런 것이 당연 개방감과 자유의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어쩌다 30평의 비교적 큰 약국을 열게 되었다. 이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어쩌면 필연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것이다. 

이 나이에 그저 조그마한 약국을 한다 해서 안될 것도 없었고 또 그것이 나에게는 훨씬

편했을지도 모른다. 

 

허지만 아내는 이번 일은 순전히 하느님의 도움으로 성사되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진행 과정에 드라마틱한 부분이 꽤나 있었고 연결해주시는 분들이 거의가 성당 사람들이

었다. 

 

넓은 약국에 혼자? 처음엔 그게 좀 꺼려지기도 했다.

헌데, 혼자면 어떤가?

 

뭐 대단할 일은 아니지만, 이 나이에 일터 자체가 있다는 게 어딘가? 

약간의 힘은 들었지만(사실은 약간은 넘었지만), 나는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겨우 정신이 좀 들어 엊그제 아침 우리 동네를 아주 잠시 둘러보았다. 

올 가을은 단풍에 관한 한 아무래도 텃새 수준을 면치 못하리라는 예상을 해 본다. 

어딜 멀리 가 본다는 건 좀 무리일 듯하다. 

 

그동안 수년간 한가한 약국을 하면서 잘 돌아다녔지 않은가? 

 

올해 단풍은 좀 시원찮을 걸로 예상을 해 보는데, 산수유는 열매가 예년에 비해

실하다.

 

그렇다면 이천 산수유 마을을 이번 가을에 꼭 가봐얄텐데~ 

 

약국 주차장에 내려 건물에 입점한 의원이며 약국, 필라테스 등을 찍어 본다. 

 

건물과 인접하여 바로 뒤편으로는 용천 초등학교가 있다. 

우리가 용천 온누리약국으로 상호를 정한 데는 바로 초등학교 이름도 한몫했다. 

전에는 옆에 같은 이름의 고등학교가 있었다.

 

늘 학교 이름을 따라가다니~ 이건 또 무슨 일일까?  용천 초등학교는 1934년에 

개교를 했다 한다. 용천은 땅에서 용솟음쳐 올라오는 샘 이란 뜻이다. 이 동네 부근에

그런 샘들이 많다고 들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학교를 가는 모습을 본지 꽤나 오래되었다. 뭔가 신선하고? 

또 새롭다. 

 

운동장 한구석에 노란빛을 드리우는 은행잎이 아침햇살에 빛난다.

내가 다니던 예전의 초등학교 입구에도 큰 은행나무 2그루가 가을이면

노랗게 물 들었었다. 

 

네이버 지도에 사진을 올리려고 한 장 찍었다. 

 

 

혼자 감당해 나가기에는 다소 넓은 감은 있지만, 

온누리의 도움으로 모처럼 깔끔한 세팅이 가능하게 되었다. 나 혼자 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지난 30여 년간  약국에 갇혀 지내다 보니 세상 감각에 많이 뒤처져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인터넷, 컴퓨터, 각종 관련 인증절차, 사무처리가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 

 

묻고 또 묻고 시행착오를 무수히 거쳐 겨우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온누리가 지향하는 가치 철학이 무엇인지를 뚜렷이 보여주는 심벌이다. 

 

행복, 즉 happy 하게 건강하게 살자~ wellness 가 여러  의미로 해석될 것이나

아무튼 좀 건강하게 즐겁게 살아감이 많은 이들의 희망이자 목표가 되어야 할것은 자명하다

할것이다.

 

약국이 일정부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2-30년 전 나 역시 그런 모토를 세우고 살아왔지만, 중간에 상당 기간 약국이 뜻대로 되질 않았다. 

본업이 불충실하니 아무리 열심히 살았다해도 약간은 공허함이, 아니 빈 구석이 있었던 셈이다. 

의약분업의 출발인 2,000 년도가 그 분수령이었다. 벌써 20여년 전이다. 

 

이제 욕심을 크게 부릴 이유도 없고 시류에 어느 정도는 부응하는 그런 약국을 하고자 한다. 시류라 함은

분업 환경에  웬만큼 따라가는 걸 의미한다. 

 

적절한 말은 아니지만 하루 온종일 처방만 처리하는 그런 약국은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위치도

아니다. 주민들과 건강 얘기도 나누고 그들에게 도움도 주고 그렇게 하는 걸 나는 원하고 또 좋아한다.

약국의 역할이 상당 부분 그런데 있다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용천의 하루는 빡빡하게 돌아간다. 

저녁을 아예 해결하고 집으로 퇴근하니 집에서 밥을 먹을 일이 없어졌다. 

밤 10시면 곯아떨어지고 아침 6시면 일어난다. 

 

그렇게 11월이 가고 있다~ 

 

가을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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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이미 깊숙이 이 땅에 들어와서 저 쪽으로 빠져나갈 틈을 찾고 있는듯합니다.

 

헌데 올 가을은 저에게는 그저 건성입니다. 오직 출퇴근 시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을

그저 가을로 받아들여야하는 처지가 되었네요. 

 

근 한달만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니 노란 계수나무 잎은 거의 다 떨어져

동전처럼 노리끼리한 잎새를 몇 개 달고 있고 대신,산수유는 빨갛게 익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군요.

 

 

마음이 바쁘면 꽃도, 나무도, 열매도, 단풍도, 눈에 스치기만

할 뿐 가슴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는 말이 새삼 느껴집니다. 

 

'이렇게 적당히 살아가기는 좀 그렇지~'라는 생각을 늘 하고는

있었지만, 갑자기 새로 약국을 옮겨갈 것은 예상을 못했고 후다닥 일을

마치긴 했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지난 20여 년간 새로운 약국을 열어야지~ 하는 생각은 늘상

해 왔었고 기회가 되면 떠나고자 했지만, 그것이 마음만 그럴뿐 실행에 옮기는데는

상당한 결단과 준비가 필요한 일이었지요. 

 

그러던 중, 

 

9.18일에 장소를 물색하여 인테리어 및 폐업, 개업 절차를 거쳐 10.18일에

오픈을 했는데 지난 30여 년간 한 자리에 말뚝을 박고 지내다 모든 걸 접고

다른 동네에 묘목을 새로 심는 일이  간단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예전 인터넷이 그럭저럭인 시절에는 사업장을 옮기는데 복잡한 수속이

그닥 없었습니다. 헌데 선진 한국이 되고 보니 그 모든 게 전부 인터넷, 컴퓨터를

거치지 않으면 되는 게 하나도 없더군요. 

 

은행 문제, 인증서 문제, 카드, 카드 단말기 은행 이전 문제, 약국 폐업, 개업,

등록증 발급 같은 보건소 문제, 캡스 같은 보안기기 설치 문제, 전화 팩스 이동,

인터넷 이전, 하다 못해 정수기 설치에도 몇 번의 인증문자와 확인을 거쳐야 되고

병의원 처방 처리와 관련된 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등도 하나같이

다 그랬습니다.

 

젊은 친구들이야 그런 게 생활 자체였으니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아날로그

세대인 저는 모든 게 낯설고 힘들게만 느껴졌지요. 또 지금까지 그런 실무적인

것들은 대략 맡겨놓고 널널하게 일을 해 오다가 이번에  막상 직접 부닥치자 앞이

캄캄해지기도 했고요. 

 

뭐 하나 물어볼 게 있어 전화기를 돌리면 무슨 놈의 끝도 없는 ARS를 들어야 하고

상담원은 항상 만원이라 기다리다 지쳐 수화기를 수도 없이 놓아야 하고, 

그러다 또 다른 일이 겹치면 잠시 잊어버려 뒤죽박죽이 되고!  겨우 생각이 나면

처음부터 다시 전화를 돌리고! 등등, 에혀~ 

 

이런 일들을 힘들다 하기는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했습니다. 거기다 시간도

촉박했고~

 

하루하루를 꽉 채워 힘들게 일하는 분들이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저녁에 돌아오면 TV 앞에 앉기가 바쁘게 잠에 곯아떨어지는 일상이 반복되었지요.

마치 1주일이 한 달이 지나는 것 같고 허리가 아파져 엉거주춤한 자세로 걷고, 이

모든 게 지난 한 달 바쁘게 지낸 여러 궤적의 결과로 생각됩니다. 

 

 

그간  용인으로 이사 와서 매년 10월 30일경이면 가을을 알려주던 동네 앞 

떡갈나무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예쁜 단풍이 들었는데, 이미 한 이틀 전성기를 넘긴 듯합니다. 

 

매년 보는 단풍인데 뭐 새로울건 없지만, 늘 반갑습니다. 같은 참나무 科 지만 

유독 예쁘니까요. 아주 독보적이지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이것까지 놓치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이 들어서

휴일 오늘 아침 카메라를 들고 나가 보았습니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꽤나 남아 있지만, 그래도 조금 숨을 쉴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설령 그렇게 당분간 살아가더라도 사진 찍기와 글쓰기까지 멀리하면 정말 안 된다는

생각에 모처럼 노트북 앞에 앉아 두서없는 글을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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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 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도종환시)

 

 

 

 

 "또 비유를 들어 이르시되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마태복음 13.31~32)

 

어릴 적부터 커서 " 난 뭐가 되겠다. 혹은 어떤 사람이 되겠다" 

아니면 어떤 일을 하겠다 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런 아이는 거의 없거나 아주 희귀 하지만 말이다.

 

사람은 태어나 살아가면서 주변의 모든 사물, 자연 등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관찰하고 그것에 친해지려 힘쓰고 함께 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그렇게 하지~

 

일찍부터 " 난 뭘 하겠다" 든지 "어떤 사람이 될 테야 " 등,

예컨대 난 화가가 될 거야, 음악가가 될 거야 대통령이 되겠어, 공무원이 될 거야,

면장이 되겠어, 군인이 될래, 소방관이 될 거야~ 하기는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 대부분은 이렇게 목표지향적으로 삶을 출발하지는 않는것 같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성경을 수 없이 읽어도 자기 마음에 겨자씨를 가져다 심을 생각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왜? 그럴까? 겨자씨?  그것이 믿음에 관한 씨 라고만 생각할 뿐이다. 천국이 씨앗이라고

비유를 하다 보니 거창한 천국만 생각했지 내 삶의 현실의 씨앗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읽어도 아주 헛 읽은 것은 아니지만, 반만 읽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실은 이 씨라는 것이 애당초 내 안에 있는 경우는 드물다. 재능과 씨는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재능은 토양과 같이 내 안에 있는 어떤 기본적 밑바탕이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재능은 내재적, 씨는 외재적이라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말하자면 민들레의 씨가 바람을 타고 다니다 어느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  

 

최근에 카이스트의 배상민 교수가 이런 씨앗에 대해 설명을 한 걸 보게 되었다. 배 교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스쳐 지나가는 생각, 이 모든 것을 씨앗이라 설명했고 그런 것들을 가능

하면 메모해 두는 습관을 주문했다. 

 

이 글은 그 영상을 보기 훨씬 이전에 작성했던 것이고 다만 조금 망설이던 마음이 그로 인해

발표해 보기로 생각을 굳힌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암튼 재능이 좋으면 씨앗이 좋은 게 심길 수도 있고 전혀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런 씨앗을 각자 마음에 품게 하려면 대체 언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무얼 어떻게 하면 된단 말인가? 

 

초등 6년, 중고 6년, 대학 4년을 통틀어 나는 학교 선생님에게서 단 한 번도 이런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문제는 들어야 꼭 되는 것이었는지, 안 들었어도 스스로 깨우쳤어야 하는

건지는 잘 판단이 안되지만, 요즘 유튜브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는 것은 누군가는 알리고

힌트를 주는 게 맞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다. 

 

그것이 선생님이라는 분들이 해야 하는 의무이자 숙제 같은 건 아닐까? 

 

" 너희들이 장차 무얼 하며 살 것인지를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 아니 그보다도 뭘 하든

너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 떠 오르는 그 무엇을 꼭 붙잡아 두어야 해~  

그냥 흘려버리지 말고~ 그것이 바로 너희들을 큰 나무로 성장시켜 많은 열매를 거두게 해줄

결정적인 씨앗이란 말이다.

계속 생각을 해야 해~ 마음을 열어야 해, 귀를 쫑긋 세워야 해~ 그래서,

언제든 그걸 잡을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

 

"이것은 너희에게 주는 명령이야~ "

 

이렇게라도 어떤 강한 동기 부여를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요즘 약대 학생 혹은 졸업 후 진로를 걱정하며  약국을 찾아오는 젊은 친구들이 가끔씩 있다. 

 

"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요?  한약의 미래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약국 이거 할만한가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 무얼 공부하든, 어떻게 일을 하든 당신의 마음속에 씨앗 하나를 심으라. 씨앗이 없으면

찾아서 구해라!  그것이 10년 후 20년 후 당신의 운명을 결정할 테니까~" 

 

 "다른 약국도 여러 군데 방문해 보았지만 이런 얘기를 해주는 분은 하나도 없었어요~ " 그러면서

그 친구는 자기 집에서 화원을 한다며 조그만 수국 묘목을 하나 나중에 가져왔다.

 

당연 그럴테지~ 요즘 누가 처음 본 학생에게 그런 얘길 한단 말인가? 

 

내가 16년 교육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 말을 가능한 자주 하려 노력 중이다.

매달 약국에 오는 제약사 영업사원들 에게도 열심히 해 준다. 세일즈를 하면서 당신 마음속에

근사한 씨앗 하나를 심도록 노력하라고!   

 

없으면 구하고 그래도 없으면 다시 구하라고!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 사회는 이런 식의 얘기에 매우 인색할 뿐 아니라, 주제넘는 것이라

여기는 듯하다. 

 

" 당신이나 잘하지 뭘 그런 얘길 하십니까요~~? "

 

그러나 나의 생각은 단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무런 준비도 시키지 않은 채 

청년들에게 스타트업을 얘기하고  창의력이 어쩌고 얘기가 난무한다. 그게 어느 날 갑자기

맘 먹는다고 되는 일인가? 내가 그들에게 씨앗을 줄 수는 없지만, 씨를 하나 품어야 한다는 얘기는

해줄 수 있지 않겠는가?

 

 

잡스가 애플을 창업할 때 적어도 그는 오래전부터 그 어떤 씨앗을 마음에 품고 있지 않았을까? 

 

사실 나 자신도 일찍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좀 미흡했다고 판단해 본다.

 

*

 

그런 건 고사하고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인생에서 뭐가 진정 이루어 보고 싶은 게 뭔지~ 등도

파고들면 사실 애매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 당신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 뭘 이루고 싶냐 말이야? "  

 

뭘 이것저것 많이 해 보고 싶은 것 같은데 막상 똑 부러지게 답을 하려면 왠지 애매모호해지는 게

바로 이런 질문이 아닐까? 

 

 " 나의 인생 목표는 천국을 가는 것이요~ " 라든지

" 나는 극락왕생을 하는게 소원이요~ "  이런 식의 종교적인 함축적 목표가 아닌 

 

" 나는 이것이요~ " 라고 답하는 것도 사실 만만한 일은 아니다. 

 

종교적 최종 목적이 아닌 이상 딱 하나를 잡아 이것이다~라고 하기엔 우리 인생이 조금은

더 복잡 다양한 게 아닐까? 

 

만일 그 대답을 명쾌하게 할 수 없다면 이제라도 그 답을 위한 생각의 날개를 지속적으로

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생각하고 정리하고 또 생각하고 좁히면 결국 일목요연한 그림이

눈앞에 떠 오를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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