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8.31 히든밸리의 새벽
9월이 되니 확실히 계절의 느낌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글쎄..난 잘 모르겠
는데,,뭐가 달라,,덥기만 허구먼! 거기다 비는 왜 이리 찔끔찔끔 내리는거야
세차해 놓은거 아깝게스리^ "
뭐,, 이러실 분도 혹 없으란 법도 없지만,,암튼 9월은 8월과는 다릅니다.
엊그제 동문모임을 했는데,,아주 잘됬지 않읍니까?
담부턴 부부는 물론 애들도 한 두명 원하면 데리구 와도 교육상으로도 좋
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 동문도 한둘 더 오고 하면 훨 더 잘되겠지요?
뭐,동기 모임도 있고 하지만 한 동네에서 한 솥밥을 먹는 지역동문이 따지고
보면 이웃사촌인 셈입니다.어려울때 물어볼 곳도 가까운 곳이고 그렇잖읍니까?
문제는 그런 모임을 자주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겁니다. 자주할 수 있으면 너무
좋은데,,시간이..형편이,,그렇읍니다. 그러면 이 황금같은 가을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인데,,
9월 지금부터 10월 말까지가 가을입니다. 약 60일..휴일이 8회에서 10회 정도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날이 결국 10일 정도란 얘긴데,,경조사 끌려 댕기고
어쩌고 약사회 행사 가고 하면 5일도 채 확보하기 힘들겁니다. 거기다 개인적
용무까지 빼면 잘해야 두 세번? 겨우 휴일에 뭘좀 해볼 수 있는 시간이지요.
그러니 황금이고 나발이고 뭐가 되기가 어렵습니다. 어!! 하다 보면 가을 다
지나가고 찬 바람이 부는 겨울입니다. 그러니 9월에 두번,,10월에 두번 정도
라도 자연의 변화와 그것이 펼쳐주는 장관을 몸으로 느껴야 하지않겠읍니까.
첫번째로 봐야할 것이 바로 누렇게 익어가는 벌판입니다. 황금색 일렁이는
가을 들판을 그냥 아무 차라도 타고 호젓하게 한번 달려볼 것입니다. 뭐, 새로
뽑은 차면 더 짱이지만,,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그냥 달리는 겁니다. 벼가
익어 갈때 한번,고개 숙인 후 한번,,그리고 베어져 사라진 들판을 한번,,도합 3
번은 봐야 제대로 본 겁니다.
9월말의 봉화 달실 마을
그러면서 익어가는 포도,사과..배 과수원도 들러 한 박스씩 트렁크에 넣고
싱싱한 맛을 보는 겁니다. 골프를 치건 안 치건 일요일 근교의 골프대회를
아들딸과 함께 참관하며 저렇게 해보는것도 괜찮읍니다. 그리고 저수지
인근에서 민물 매운탕 한 그릇 시켜먹는것도 좋지요.
산을 가는것도 괜찮읍니다. 억새 우거진 산을 오르며 가을 햇살에 찬란히
부서지는 나뭇닢을 바라보는것만도 큰 위안이 될것입니다. 지금도 될지
모르지만 새우잡이 망을 가지고 농로 수로나 저수지 아랫 수로에 가서 민물
새우를 잡아보는 것도 너무 좋읍니다.
안개 자욱한 누런 벼가 익어가는 새벽길을 달려가는 9월의 어느날은
까짓 10월의 어느날 노래같은게 전혀 부럽지않은 실제 감동을 가슴 가득히
안겨줄 것입니다. 근데 새벽길을 갈 일이 있나요? 네에,, 새벽 등산이나..
새벽 운동밖에는 없지요. 골프나,,
10월의 어느날,,인천 영종도
그리고 낙엽이 물들기 시작하면 우선 내가 사는 가까운 동네를 잘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멋진 단풍은 먼산,,명승지에만 있는게 아니지요. 가까운
동네의 단풍이 멋진 경우가 많읍니다. 그리고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나면
이젠 낙엽을 볼 차례입니다. 낙엽? 그깟 떨어진 잎새가 뭐 볼게 있다구..흥,,
이런 분들은 미안한 말이지만 인생 헛 산겁니다. 낙엽의 미학이란 말이 괜히
생겨난게 아니지요.
봄에 새싹이 날때 감동적인것 못지않게 가을 낙엽이 주는 멋과 맛은
비교 불가입니다. 멋진 낙엽만 보는데도 열흘은 모자랍니다.
봄의 새싹 같은걸 보고 조지깃싱은 멋진 수필을 남겼고 김소월 김춘수 같은
이도 멋진 시를 남겼지요. 허나 가을의 낙엽은 시 보다도 철학자를 만듭
니다. 지나온 인생을 곱씹어 볼 수 있는 때는 바로 그 때입니다. 그러니
가을에 낙엽이 지는지 바람에 날리는지,,전혀 알지도 못하고 그냥 가는
사람에게 무슨 인생이 의미나 철학이 깃들 수 있겠읍니까? 이런 말은
웬만하면 하면 안되는 건데,,가장 기초적인 것인데도 대부분 놓쳐버리니
할수없이 하게 되는 말입니다.
분당의 낙엽 11월 초
그리고 쌓인 낙엽위로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우리의 가을은 끝나
는 겁니다. 그리고 지난 60여 일의 가을을 제대로 본 자만이 다가오는
하얀 겨울도 멋지게 다가오는 법입니다. 흐리멍텅하게 가을을 놓치면
겨울 또한 오는지 마는지 추운것만 생각하고 그냥 또 지나치고 맙니다.
추운 겨울을 제대로 못 보면 다가오는 생명의 봄 또한 달갑지도 고맙
지도 않읍니다. 결국 인생 그냥 헛사는 겁니다.
자! 이래도 9-10월 가을을 대충 허덕대며 그냥 보내실 참입니까?
단단이 준비하고 실행해 봐야지 않겠읍니까? 어! 뭔 가을이 이리
후딱간댜..참..에라 세월이 참 야속하군^ 이렇게 말할순 없겠지요?
아는 만큼 보이는거라 했지만,,실은 보이는 것만큼
아는것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