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 Feuilles Mortes (Fallen Leaves)/Yves Montand

 

 

 

작년에 이어 올 가을에도 가까스로 시간을 하루 내어

단풍을 보러 갔다. 

작년에는 약국 마치고 밤에 달려가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일찍부터 서둘렀으나 정말 실망의 극치를 경험하고 돌아

왔었다. 

 

해서 올해는 그냥 아침 일찍 달려갔다.  

 

235km 3시간 남짓 걸리는 곳 선운사이다. 

하여튼 왕복 1,000리 길이 넘는 곳이다. 

 

이번까지 도합 5번을 갔다.

 

2014년 11월 14일 우연찮게 채석강을 갔다가 한번 들러보자~ 한 것이

너무 좋아 기절할뻔했고 그래서 단풍은 어디나 다 좋은 줄 알았었다.

내친김에 11월 21일 교토까지 단풍을 보러 갔었다. 

 

그런데 진짜 멋진 단풍을 본 건 3년 후 2017년 같은 선운사였다.

그때 도솔암의 단풍을 보고 정말 천상의 나라를 경험했다. 

 

물론 어디나 다 나름의 멋이 있는 거지만,

정말 그곳은 특별했다. 

 

해서 그 이후 이번까지 3번을 더 갔는데~ 

 

문제는 점점 더 좋은 단풍을 볼 수 없다는 거였다. 

 

이게 웬일인가? 

 

이제 이 나라에서 단풍은 한물간 옛 노래가 되고 만 걸까? 

실은 작년에 원체 실망을 해서 다시는 단풍을 보러 가나 봐라~ 

내 사전에 단풍은 없어~ 했는데,

 

며칠 전 어느 유튜버가 선운사 단풍을 올리면서 극찬을 하는 걸

보고 다시 마음이 쏠린 게 문제였다. 그분들이야 그렇게 눈에

보였을지 몰라도 2017년의 단풍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마음에 꽉차는 단풍이 아니었다. 

 

그러니 함부로 나서서 어디 단풍이 좋니 마니 발설하지 마시라~ 

유튜브가 그런 속성이 없는 게 아니지만, 에혀~

지금도 유튜브에 들어가면 어디 단풍이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는게 즐비하다. 허나,

 

누구를 탓하랴! 귀가 얇고 정보에 어두운 나를 탓해야징!!

 

선운사 단풍이 좋긴 대체 뭐가 좋다는 거냐? 

올해 그것이 어디 선운사뿐일까? 

 

올해는 그 많이 달리던 감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몇 개 남은 것도 까치가 연신 와서 다 쪼아 먹는 중이다.

아주 살판났네, 이넘의 까치들~

 

 

 

참당암 가는길, 길 옆 단풍 색감이 영 흐릿하다!

 

 

 

 

얼핏 보면 아주 시원찮은 것도 아니긴 하다. 그러나,

 

이것은 단풍 시기를 잘못 맞춰 생긴 일이 아니다.

 

단풍 자체가 이미 제대로 들기 어려움을 나타낸다.

시간이 더 경과한다 해서 아름답게 변할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강렬한 색감은 온 데 간 데 없고 그저

흐릿하고 밋밋할 뿐이다. 

 

아마 저 상태로 시들시들 말라 기온이 내려가면  그대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면 단풍 안 보러 가면 그만이지~

단풍이 뭐 대수요?  누가 멀리까지 가라 했소? '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 편하지만, 그것이  선운사의 잘못도

단풍나무의 잘못도 아닌 기후변화라는 괴물 때문임을 왜?

모르랴~ 마는 

 

미련인가?

집착인가?

아름다움에 대한 한없는 열망일까?

 

아니면 무엇이 나를 끝없는 단풍탐구에 나서게 하는 걸까?

 

 

 

허나, 오고 가고 바람 쐬고 차창밖 풍광 구경하고

선운사 입구에서 잘한다는 풍천장어 먹고 그러면

됐지 뭘 인생에서 더 바란단 말인가? 

 

그래 더 바랄 건 없지만, 이미 너무 예쁜 단풍을 봐 버린 게 잘못

이라면 잘못일게다.

 

어찌 보면 인생도 자연도 단순 밋밋해야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래에 2017년의 그 화려했던 같은 장소의 단풍 몇 장을 올린다.

 

이것은 카메라의 좋고 나쁨, 보정의 차이 같은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원재료의 질적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다. 

 

세상없는 사진 기술이 있다 해도 원재료가 부실하면 다 

헛것이다. 

 

만일 부실한 재료를  만져서 그럴듯하게 꾸몄다면 그건 사진이

아니라 가공품이고 보는 이를 기만하는 것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림을 그릴 것이지!! 뭐 할라 사진을 찍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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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연인 / 춘강마로니에

 

 

세상의 모든 참나무가 가을이면 다 예쁘게

물들지는 않는다.

 

떡갈나무 역시 마찬가지다. 

 

먼산의 단풍이 불그레하게 물들 때의 그 색감은

주로 참나무에 기인한다. 그러나 막상 산에 가까이 

가 보면 참나무의 단풍 색깔은 형편없기 일쑤다.

 

잎은 벌레가 먹거나 풍파에 찌들어 온전한 것이 거의

없는 지경이다. 

 

 반면, 

 

마을 인근의 참나무는 완전히 다르다. 떡갈나무 또한

그렇다. 

 

 

 

 

 

은은한 갈색이 가을의 멋을 한껏 살려준다.

어떻게 참나무, 떡갈나무의 잎이 이토록 고울수가 

있을까?

 

 

마치 봄에 새순이 돋아날때와 거의 흡사하게

곱게 물들어 간다. 

야산의 그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떡갈나무와 참나무 잎이 어우러진 가을의

이 모습은 너무도 깨끗하고 그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떡갈나무 잎은 볼수록 가관이다.

어떻게 나무잎이 이토록 고울수가 있을까?

 

물론 모든 사물에는 제각각 특성이 있는 거지만,

단풍을 제외하고 잎이 이토록 고운건 아마도

떡갈이 유일하지 않을까?

 

 

 

 

동네 입구에 있는 수십 그루의 참나무와 

여섯 그루의 떡갈나무가 전부인 이 오솔길을 

새벽에 걷는다. 

 

 

 

 

 

 

 

 

불과 참나무, 떡갈나무 몇 그루가 이토록

멋진 가을을 선사하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가을 참나무의 잎새를 들여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동네 한적한 길이지만 아무도 걸어가며 잎새를 쳐다보는

이는 없다. 눈을 들어 잠시만 하늘을 보면 보일 텐데~

 

왜? 위를 보지 않는가? 

아쉽다~

 

올해는 4번째 저 잎새들을 촬영하러 나갔다. 

 

오솔길을 매일 새벽 나가서 걷는다. 한바퀴는 대략 500m

4바퀴를 돌고 아침 식사후 약국으로 출근한다.

 

동이 훤하게 트면 참나무와 떡갈나무 아래서 위를 쳐다

본다. 어제보다 얼마큼 더 색감이 짙어졌는지~

 

오늘은 낙엽이 부쩍 더 떨어져 발길에 스친다.

영상 2도로 기온이 내려가니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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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더웠던 지난여름~

우리는 기억한다. 

언제쯤 이 더위가 물러날까? 

 

그리고 더위는 약속대로 물러났다. 

이제는 밤에 방에 불을 지펴야 한다.

 

벼가 다 익어 추수를 마치기 전에 꼭 한 번은

들판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러나 들판은 예전의 그것이 아니었다. 

벼는 푸석해 보였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던 황금빛은

간데없고 초췌해 보였다. 

 

가을들판이 언제부터 이리 변했단 말인가? 

 

 

 

사진으로 보이는 백암의 들판은 그럴싸~ 하다.

허나 이건 약간의 보정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윤기 흐르던 황금벌판은 이제 물 건너갔다. 

 

 

 

 

 

뭔가 꽃이라도 좀 볼 수 있을까?

해서 찾아본 용인 농촌테마파크엔 아직 피지 않은 

국화가 잔뜩 있었고 기대했던 그런 건 없었다. 

 

아^  

 

가을이 이런 건 아닌데~ 

 

내동 연꽃단지에 들러 스러져 가는 연꽃 줄기를

봤다.

 

 

 

 

 

 

그래~~

 

인생은 빈 잔이야!!

 

왜 그런 생각이 떠 올랐는지 나도 모른다.

 

저것이 빈 잔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부귀도 영화도 명예도 돈도 그 무엇도 다 빈 잔 같은 거

 

되돌아오는 길에 가을바람이 차가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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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목에 시계가 처음 채워진 날을 나는 기억 못 한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 때 까지도 시계를 가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간을 어림잡아 헤아려 밥을 먹고 학교를 가고

잠을 잤던 셈이다. 어떻게 그 시절엔 그게 가능했을지 지금

생각하면 희한할 지경이다. 

 

하여튼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싸구려 시계라도 손목에 차고

다녔을듯 하긴한데 그것조차 전혀 기억이 없다. 

 

그런데, 확실한 건 결혼할 때 예물로 받은 시계다. 

때는 1983년 시계와 반지를 받게 되었는데~

장인어른이 잘 아는 남대문 시장의 어느 시계포에서 

오 xx라는 시계를 구입한 것이다. 해서 몇 년을 손목에

차고 다녔는데 어느 날 보니 와이셔츠 소매 부분이 푸석

푸석 뜯어지고 있었다.

 

원인은 오 머시기 시계줄인듯했다. 

 

" 아니~ 여보 와이셔츠 손목이 왜 이래? 

이거 혹시 시계줄 때문 아닐까? "

 

"글쎄 그게 시계때문인것 같기는 한데~

뭔가가 잘못된 모양이구려!"

 

시계줄이 뭔가 마감이 덜 된 건지 내 와이셔츠  손목부위가

잘못된 건지 정확하지는 않아서 사실 시계가 문제라고 단정

할 수만도 없는 것이었는데, 하여튼 그렇게 되어 시계는 더

이상 내 손목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해서 96년도에 유럽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아내의 권유로

스위스에서 론 x이라는 시계를 원품으로 구입했다. 아내는

문제의 그 오 머시기 시계가 늘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러나 기분 좋게 차고 다니던 론 머시기 시계도 핸드폰의

등장과 함께 시계를 손목으로 볼 일도 적어지고 또 손목에

뭘 차고 다니는 게 애당초 불편했던 나로서는 그것도 장롱으로 

들어가는 게 당연한 수순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시계를 잊고 살기를 한 20여 년~ 

그 사이 유행 따라 론 머시기 시계줄도 금줄에서 가죽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시계를 어디다 두었는지 조차 몰라

아무리 찾아도 행방이 묘연하길 또 몇 년~ 

 

"까짓거 못 찾으면 어때! 차고 다니지도 않을걸~ "

 

그런데 아내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이번에 집에 돌아왔다.

1년 반 방치되었던 집안을 여기저기 정리하며 마침내

문제의 시계를 찾고야 말았다. 

 

아내는 매우 기뻐했지만 시계는 고요히 잠을 자고 움직일 줄

을 모른다. 

 

" 이게 뭐야? 이거 손목에 차고 흔들면 가는 게 아니었어?"

 

헌데 두께도 얇고 크기도 작은 마치 여성용 시계 같은 이

녀석은 아마도 내장용 배터리가 들어있는 모양이다. 

시계 수리 공구 세트를 마련한 아들이 아무리 해봐도 이건

뒤판을 열 수가 없단다. 

 

아내는 기억을 더듬어 그 한참 옛날에도 남대문에서 시계포

아저씨가 잘 못 열어 다른 가게에 부탁해서 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문제의 남대문을 여전히 아내는 애용하고 자주 다녔었던 것

이다. 

 

저 얇고 작은 시계를 다시 내 손목에 차고 다니는 게 나은가?

 

나는 자문자답해 본다. 

시계는 결국 열었고 배터리도 새로 구입해 넣었다. 

 

허긴 핸폰으로 시계 보는 것도 이제 할 만큼 해 봤으니 도로

손목으로 돌아가도 괜찮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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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걷기하며 보니 오솔길 왕복 총 500m 중에 약 10여 미터

정도 솔잎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요즘 새벽 기온은 약 8도 정도다. 

따라서 맨발로 쭈욱 걷다보면 발바닥이 얼얼해진다.

어떤 이들은 한겨울 눈이 내린 길을 맨발로 걷기도 한다는데

나의 경우는 좀 무리다. 

 

작년 겨울 눈이 내렸을 때 맨발로 앞산을 올라 봤는데 

30여 미터도 갈까 말까였다. 도저히 그 이상은 걸을 수가

없어서 포기했었다. 

 

 

허긴 눈 내린 흙길을 굳이 맨발로 걸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혹 모르겠지만, 나이 들어서 그렇게 까지야 뭐~

 

하여튼 아직은 이른 새벽에도 그럭저럭 걸을 만은 하지만

오솔길에 소복이 떨어진 솔잎을 보니 왠지 한번 그 길로

걸어보고 싶었다. 

 

왕복 500미터 코스를 오고 가며 솔밭길을 잠시지만 몇 차례

천천히 걸어봤다. 

그 따스함과 포근함이 발바닥에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예전 시골 살 때는 솔잎이 겨울에 큰 땔감이었다. 

부엌에서 불을 피우면 타닥타닥 아주 찰지게 타들어 갔다.

푸석한 여타의 마른 잎새와는 차원이 달랐다. 

 

솔잎이 뽀얗게 떨어져 쌓인 야산 등성이를 걸으면 소나무 향이

코에 스친다. 그렇게 가을은 깊어 갔었다.

 

아침에 며칠 전부터 떨어진 솔잎을 자세히 관찰해 보니 참으로

정연하게 두께가 일정하게 잘 쌓여있다. 자연이 하는 일은

이토록 치우침도 모자람도 없다. 

 

낙엽들이 다 떨어지면 구청 녹지과에서 이곳 오솔길 쌓인

낙엽들을 몽땅 수거해 간다. 물론 솔잎도 쓸어 간다. 

구청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전화해 본다 하면서 몇 년이

그냥 흘렀다. 

 

올해는 꼭 전화를 해서 그 연유를 물어보고 싶다.

그냥 내년 봄까지 쭈욱 좀 놔두었으면 하지만,

 

무슨 이유가 있겠지. 

 

솔잎이 남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맨발로 걸어 그 따스한

감촉을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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